공중목욕탕 /송두환
두 아들 손을 잡고
동트기 전에 목욕탕에 간다.
밥 먹고 학교 가라며
7시 넘어 깨워도 힘들어하던 녀석이
목욕탕이라는 말에 벌떡 일어나
멀뚱멀뚱 바라보다
컬컬한 변.성.기 목소리로 고함치듯
정말이냐고 물어 온다
등을 밀어만 주다
듬직한 아름드리 손에 이태리 타올로
빡빡 밀어주는 이 맛을
딸 자랑에 입이 귀에 걸린 아무개는
아는지 모르겠다.
늦둥이라도 하나 더 나라며
흘려주고 싶어 피어나는 간지러움
아들 셋 키우신
내 아버지와 가본 적 없는 공중목욕탕에서
고추에 털이 났다며 자랑하는
아들이 씩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