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맛·건강 등 네티즌 냉혹한 평가 잇따라
직장인 김모(35.마포구 성산동)씨는 2일 저녁 아내와 함께 집 인근 월드컵경기장 홈플러스 매장을 찾았다. 김씨는 라면 진열대를 지나던 중 아내가 최근 유명 탤런트가 tv광고를 하는 ‘신라면블랙’을 먹어보자고 채근해 마지못해 라면을 집었다가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기존 신라면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싼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김씨는 도대체 뭐가 들었기에, 맛이 얼마나 달라졌기에 가격이 이렇게 비쌀까하는 호기심에 라면을 카트에 넣었다. 하지만 라면은 기대보다는 실망이 컸다. 자신의 입맛만 다른 것인지 인터넷을 확인하자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 농심 “다이어트나 간편식이 아닌 보양식” -
농심에서 신라면 출시 25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고품격 프리미엄 라면 ‘신라면블랙’이 가격에 비해 내용물이나 맛에서 제 몫을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먼저 면부터 살펴보면 신라면블랙은 기존 신라면보다 면이 익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면발도 쫄깃하다는 평가다. 그렇지만 일본식 라멘보다는 탱탱하거나 살아있지 않다. 이는 일본식 라멘은 건면을 사용하지 않고 생면을 사용하기 때문일 터. 이에 대해 농심 측은 “타사 제품도 생면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건면을 사용한다”며 “고급 소맥분을 사용해서 기존 라면들보다 면발이 찰진 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라면블랙에는 총 3개의 스프가 들어 있는데 신라면에 비해 우골스프가 추가되어 있다. 농심 측은 “우골스프는 농심의 첨단설비인 고온쿠커로 우골로 고아낸 후 진공저온공법으로 진액을 추출해 잡냄새 없이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다른 두 개의 스프 중 양념분말은 신라면 그대로이지만 소고기야채 건더기는 신라면에 비해 채소와 파가 풍부하고 마늘도 얇게 썰려 있다.
현재 온라인 공간에서는 신라면블랙에 대해 호의적인 평가보다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은 편이다. 네티즌들은 프리미엄을 표방해서 획기적인 맛이겠지 하고 기대를 했지만 이내 실망했다고 하소연한다. 기존 신라면과 비교해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네티즌도 많았다. 국물의 색이 흐린 편이라 오히려 신라면보다 식감을 자극하는 시각적인 부분이 떨어진다는 평도 있었다. “신라면에 사골 맛 조금 나는 정도” “신라면에 사리곰탕면을 섞은 맛”이라는 냉혹한(?) 평가도 있었다. 신라면에 비해 국물이 조금 부드럽고 큰 야채건더기들이 들어 있어 나쁘지는 않지만 찾아서 먹을 만큼 특별한 맛이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농심에서 자랑하던 우골설렁탕 스프도 사리곰탕 스프와 별반 다르지 않고 맛 또한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신라면 스프 60∼70%에 사리곰탕 스프 20∼30% 정도면 신라면블랙과 유사한 맛의 라면이 탄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심 측은 “신라면블랙은 기존 라면처럼 다이어트나 간편식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보양식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기본 매운 맛에 구수한 맛을 더해 프리미엄 접근을 하고자 3년 동안 연구개발을 했다”고 밝혔다.
사골스프 하나 달랑 더 넣고 값을 2배 이상 받는 것은 너무 과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어떤 네티즌은 농심에서 라면 가격을 높여 영업이익을 늘리기 위해 프리미엄 라면이라는 이름으로 가격을 인상하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했다. 판매량 증가에 대해서도 처음이라 호기심에 먹는 것이지 나중에 가면 별로 사람들이 찾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 ‘신라면블랙’ 라면인가? 설렁탕인가? -
과장광고라는 지적도 있다. 네티즌들은 “우골을 듬뿍 함유하고 있어 원기회복에 좋다” “설렁탕 한 그릇의 맛과 영양이 그대로 담겨 있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비율이 가장 이상적인 영향균형을 갖춘 제품이다”라는 문구는 과장 가능성이 높다고 토로했다. 우골스프 한 봉지에 설렁탕 한 그릇의 맛과 영양이 담길 수 없으며 신라면과 비교해 영양성분표도 별 반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원기회복에 좋다”는 것도 근거나 타당성에서 농심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의견이다.
농심 측은 “승정원일기 등 고서를 통해 설렁탕이 원기회복에 좋다는 의견을 참조했다”며 “신라면블랙=설렁탕으로 라면의 변신은 무궁무진하며 진화한다고 봐 달라”고 첨언했다.
칼로리나 나트륨도 기존 라면에 비해 낮은 것도 아니다. 신라면블랙은 545㎈로 신라면 505㎈, 안성탕면 535㎈, 오징어짬뽕 520㎈, 너구리 505㎈ 정도인해 인해 비슷하거나 살짝 높은 정도의 ㎈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나트륨 함량도 기존 신라면 한 봉지 나트륨 함량 1930㎎과 동일하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2000㎎의 96.5%로 신라면블랙 한 봉지만 먹어도 기준치만큼 거의 다 섭취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농심 측은 “건강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다. 맛이 없으면 2차구매가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소비자들이 강한 맛에 길들여있어 나트륨 함량이 적은 라면은 잘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기존 신라면의 자극적인 맛을 줄이고 구수하고 담백하다는 평가도 있다. 면발도 더 쫄깃쫄깃해지고 가늘어졌으며 얼큰한 육개장이 생각난다는 의견도 있었다.
맛에 대해서는 서로 상반된 평가가 있지만 공히 흠으로 지적하는 것은 높은 가격이다. 홈플러스 등 마트에서 신라면 5개 묶음이 2,950원인 반면에 신라면블랙은 4개 묶음에 5, 280원을 받는다. 즉 하나가 1,320원 꼴이다. 신라면이 개당 584원꼴이니 2.3배 정도 차이가 난다. 더구나 편의점에서는 1,700원까지 받는다. 가장 서민적인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라면이 1300원 이상을 받으면 분식집에서는 적어도 4000-5000원을 받아야 한다. 분식집의 백반가격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농심 측은 “가격인상은 편법이 아니며 신라면블랙은 신라면의 브랜드를 가져왔을 뿐이지 맛의 차이가 전혀 다른 색다른 제품”이라며 “신라면의 가격과 연관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8일 신라면블랙의 가격 책정과 성분내역 자료 일부를 확보하고 가격 인상 명분이 적절한지, 광고 내용과 실제 제품 내용이 다르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면은 라면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