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학기를 수강하는 여름에는
재수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성적표 뒤 학점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성적표에 하나 둘 새겨지는 학점을
이제 다 못헤는 것은
학점수가 너무도 다양한 까닭이요.
플러스, 마이너스가 너무 복잡한 까닭이요.
헤아려봐야 밑의 평균과 다를 이유가 없는 까닭입니다.
A 하나에 기쁨과
B 하나에 안도와
D 하나에 씁쓸함과
F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학점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영미문학 수업에 대출을 해줬던 아이들의 이름과 wow,
네이트온, 스타크래프트 이런 이국단어들의 이름과,
벌써 싸이 폐인이 된 놈들의 이름과, 가난한 동기,
선배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현실과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A학점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궁금해
이 복잡한 학점이 내린 성적표 위에
내 이름자를 쓱 보고,
얼른 봉투 속으로 집어 넣어버렸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마시는 놈들은
부끄러운 학점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계절이 지나고 나의 학점에도 족보가 먹히면
폭염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적힌 성적표에도
자랑처럼 A+이 무성할게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