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 헤는 밤

쏘가리환타 작성일 11.07.08 22: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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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학기를 수강하는 여름에는


재수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성적표 뒤 학점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성적표에 하나 둘 새겨지는 학점을


이제 다 못헤는 것은


학점수가 너무도 다양한 까닭이요.


플러스, 마이너스가 너무 복잡한 까닭이요.


헤아려봐야 밑의 평균과 다를 이유가 없는 까닭입니다.



A 하나에 기쁨과


B 하나에 안도와


D 하나에 씁쓸함과


F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학점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영미문학 수업에 대출을 해줬던 아이들의 이름과 wow,


네이트온, 스타크래프트 이런 이국단어들의 이름과,


벌써 싸이 폐인이 된 놈들의 이름과, 가난한 동기,


선배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현실과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A학점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궁금해


이 복잡한 학점이 내린 성적표 위에


내 이름자를 쓱 보고,


얼른 봉투 속으로 집어 넣어버렸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마시는 놈들은


부끄러운 학점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계절이 지나고 나의 학점에도 족보가 먹히면


폭염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적힌 성적표에도


자랑처럼 A+이 무성할게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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