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전 친구에게 못했던말....

jhomine 작성일 11.07.28 19: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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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계공고


전 기계공고 출신입니다....

아버지께서는 인문계 진학후 대학가기를 원하셨죠

성적도 꾸역꾸역 좋은 대학은 아니더라도 대학 갈정도는 나왔구요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어린생각에..

대학 진학후.. 4년동안 들어갈 등록금이 문제였습니다.

그저 그런대학에 가도 장학금도 못받을 그저 그런 성적..

정말 어린생각이었죠...

장학금 받을려고 죽도록 공부하고.. 또 밤잠쪼개서 알바하면 됐을지도 모르는데요..;;;

하지만.. 전 공고를 택했습니다..

공고 가서도 내신만 잘받으면..  나중에 대학가고싶은 맘으로 바뀌더라도

조금 유리 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구요.. 정안되면 빨리 취업나가서

돈이라도 빨리 만지니까요...

그런데...

공고를 너무 우습게 봤더군요...

우리학교가.. 옛날부터 유명한 국립 기계공고라.. 중학교 내신성적이 좀 쌨걸랑요

그래서 입학당시 그중에서도 내신성적이 더쌘 설계과랑 전기과는 엄두도 못내고

아예 중하위권 성적만으로도 충분한 기계조립과를 선택했었습니다...

성적은 중상위권은 낼 수 있을줄 알았는데... 이런....

50명중... 26등... 첫 성적이....

내짝이 반장겸 우리과 1등이었는데 평균 98점이상..

(난 정확하진 않지만 70점대초반이었던거같음....)

다음번 성적.. 자존심 상해 공부좀 했는데...

23등(?) 정도.. 하지만 평균은 60점대 후반...

(젠장... 뭐가 이래?.. 뭔 공고에서 이렇게들 공부한데? 아님 다들 공부 잘하는

넘들이 나같은 생각으로 여기 왔나?)

이런 생각이 들때쯤 나의 눈에 들어 온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기능부 선배들이 만들었던 작품들이었습니다..

기계조립과에서 실습시간에 일반 학생들이 만드는 작품의 부품은 많아야 4개

보통 3개의 부품으로 끝이었습니다.

그런데 기능부에서 만드는 작품의 부품은 최소 10개 이상에 보통 20~25개의

정말 내눈에는 멋진 치공구(측정공구,측정보조공구,제작보조공구나 장비등을 통틀어)들

이었습니다...

 (나.. 저거 할래 !!)

보통 기능부 부사수는 2학년 초반때나.. 1학년 2학기 말때 부터 뽑습니다.

하지만 전.. 다 포기하고 1학년 1학기 부터 뛰어 들었습니다..

기계조립과에서도 제일 멋있는 장비를 만드는 '정밀기기제작'파트로요...

 혹시 '운동부'나 '벤드부' 해보신분들.. 공감하시겠지만...

일반 학생들은 모르는 xx부라는거는 정말.. "빡시다!"라는 단어를 서슴없이 할 수 있을겁니다.

선후배 위계질서 정말 엄격하고.. 일반 학생들이 보면 우습게 보이는 일종의 "군기"라는게

정말 장난 아니었으니까요...

 제가 멋도 모를때 제일 웃겼던게.. 기름때 팍팍묻어주신 지저분한 실습복 애들 2명이서

100미터 전방에 구별되지도 않는 기능부 선배한테 "반갑습니다.~~~!!!!!"라고 고래고래 소리

치는 장면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고 기억에 남았으니까요..

그리고 전 그짓을 1학년 초반부터 하기 시작했었습니다....

그리고 2학년 초가 되었을 때... 기능부 동기들이 하나둘 씩 들어오기 시작하고...(모두 각과 부사수)

우리과는 3개 파트에 파트별 2명씩 총 6명을 뽑는데.. 6명이 한꺼번에 지원이 들어왔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우리과 지원자는 저를 포함한 총 7명이 되어 버린거지요...

한명이 포기해야하는 순간.. 그 6명이 저를 부르더군요... 저보고 포기하라고...

 알고 보니 그 6명은 1학년 초부터 몰려다니던... 일명 '노는그룹' 애들 이었습니다..

같은 과 였지만.. 반이 3개라서.. 걔네들은 안면이 없었던 애들이었습니다.

보통 기능부는.. 공부 포기하고.. 쪼금 놀아 주시던 애들이 많이 지원을 했던 터라.....

전 걔네들의 협박에..(협박하면 당해야되는 저질덩치를 가지고 있었음 ㅠ.ㅠ)

거의 포기 할뻔....하지만

 다음날 당한 선배들의 집합에... 두명이 알아서 나가 주시더라고요... 고맙게도...;;

(여담이지만 그날 첫 단체군기 잡는날이었는데.. 정말.. 미췬듯이 빠따 맞았었던....

 근데... 웃기게도 쌈같은거 잘 할줄 모르는 나 였는데... 그렇게 미췬듯이 치는 빠따는 참아

 내겠더라고요... ㅋㅋ;;; 2명은 못참고 결국 탈출....참 빠따 맞은 이유는 없었음 걍 초반 군기였음.. 전통)

 
 그렇게... 일명 노는애들 중 한명이 내파트의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제가 쓰고 싶었던 얘기는 바로 내 파트너가 된 이넘 이야기 입니다...)

 그리고 각자 사수를 정하는 운명의 시간(쫌 거창하지만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이유는 아래 나와요..)

우리학교 기능부는 보통 선배가 부사수를 고르는게 아니고.... 부사수가... 맘에 드는 선배

뒤를 졸졸 따라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수,부사수 관계가 되더라구요...

 그런데.. 쫌 노는 내 파트너 걔가.. 먼저 천사표.. 선배 자기가 따라가겠다면서...

날 우락부락 선배 붙혀 주는겁니다.... 상관은 없었어요.. 기능부 붙어 있기만 하면..

 정말 내가 반해버렸던 그작품 꼭 내손으로 오차 없이 만들어 보고 싶었으니까요...

그런데... 묘하게도 .. 운명의시간에 대한 선택은 바로 절 선택했더군요...저의 선택은 아니었지만...

선배들이 지방대회,,,, 전국대회를 걸치면서...파트너인 그 두 선배의 성적이 갈리기 시작...

자연스럽게 학교에서 밀어주는 학생이.... 내 사수인 그 선배가 되었습니다...

(이거 차이 많이 납니다... 지방,전국대회때... 성적 좋게 나온 사람이 측정공구부터.. 연삭공구.. 기계공구

다 좋은걸로 우선 배정 해줍니다.... 그리고 파트 담당 선생도 한사람만 밀어줍니다...나머지 한명은 그냥

인원수 채우기위한.....보조.....라고. 하면좀 미안하지만...현실은 그랬으니까요

 그리고 자연스럽게...그 기술도 공구도 저에게 전달되구요...)

 그렇게... 제가 드디어 대회를 출전 할 수 있는 3학년이 됩니다...


 2. 지방대회


 몇개 학교 참가 하지 않습니다...... 또 참가하더라도... 우리 학교와의 격차가 너무 나서 감히

메달권은.. 꿈도 못꿈니다... 다만 직업훈련소 한곳이 있는데.. 거기는 실력이 있든 없는 메달 하나는 줍니다..

실력이 있으면 금메달도 주지만 동메달은 안줍니다...은메달을 주지.. 일명 나눠 먹기죠....짜고 치긴가 ㅡㅡ

하여튼... 지방대회일정이 마무리 되고.. 금은동 색깔을 가릴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부터였습니다...

판정에 정확한 기준이란게 없었습니다...

마치...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체점 하는것처럼... 정확하게 행해야하는 기술점수도 있지만...

점수나 판정기준이 모호한 예술점수... 뭐.. 이런것들처럼...

 공차범위 점수는 내 파트너가 높았습니다... 다만 문제가 있었죠.. 동작을 안했습니다.. 동작점수가 컸죠...

하지만 동작점수가 크다라는건.. 심사위원 마음대로입니다.. 뻑뻑하냐?.. 부드럽냐?.. 작동을 아예 안하냐?

이거 정말 .. 모호한 기준이거든요...그리고 정해진 점수도 없습니다....주는데로 받는거죠..

 전 공차범위 점수는 파트너 보다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정말 부드럽게(스무~~스 라고 강조했었죠 우리들얘기로..ㅡㅡ)

잘 움직였습니다....

 운명의 시간입니다... 둘중하나는 금메달입니다... 하지만 한명은... 무조건 동메달입니다...

정말 그 시간이 길었던거 갔습니다....

 그리곤... 좋은공구와 전국대회까지 밀어주는 혜택은... 운좋게도... 저에게 돌아가더군요....

내 파트너는 .. 동메달...... 하지만 걔도 알고 있었습니다... 지방대회 후발주자로 전국대회 준비하는게

어떤 거라는 걸....알고 있기에.. 그넘도.. 많이 화가 났었던거 같았습니다....

 고딩이었지만...(고딩은 법적으로 음주가 안된다는 그런 정직한 얘기는 안하겠습니다. 뭐 운동부,밴드부,..기타..

 한번씩 안먹었다면 거짓말같으니까요.. ;;)

그넘은 평소 어울리던 넘들이랑 한잔 하러갔죠... 그리곤.. 술이 만땅 되어 기숙사로 돌아와서는...

저한테 뭐라고.. 할려고..준비를 하는거 같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말도 안하더군요..

   (사실 지방대회 전까지 1년넘게 같이 생활하면서... 그넘한테 무쟈게 맞았습니다.. ;;

    위에도 말했지만 저주받은 덩치에 평화주의자라서ㅡㅡㅋ;;)


그리곤.. '야.. 잘해보자.. 전국대회는 내가 난다 !!' 라고 하면서..................................


정말 신기했습니다.... 그런 넘이 아니었는데... 어느순간 바뀌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후론.. 그넘하고.. 다툰적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그넘한테 맞춰지기 시작했죠...

가끔 같이 술도 먹고.. (나 술 그넘한테 배웠어요...;;).. 땡땡이도 같이 치고.....

 그리곤 그넘이랑 어울리던 그넘 친구들도.. 아주 쬐금이지만 친해지기 시작했죠...

한가지더.. 그때부터 그넘을 파트너란(친구로 인정안한...)말대신. 친구로.. 마음속에 조금씩 인정하기 시작했죠

 

 3.전국대회...


 이제 세계 기능 올림픽 경기대회(우리땐 프랑스였음-정말 가보고싶었는데 ㅜ.ㅜ)를 가기 위해

준비해야하는 전국 기능 올림픽 오직 '금메달'...그리고 금메달을 딴다하더라도... 다시 전대회 금메달과

벌여야하는 3판 2선승제.. 대표 착출전까지.. 이런 목표들이 내 경쟁자중에 하나인 내 파트너랑

같은 목표 하나로.. 다시 5개월여를 보네야했습니다...

 전국대회 첫째날...

이런 줴길... 우황 청심환 덕분인지.. 하나도 안떨렸고.. 날라다녔습니다... 3일 작업중 첫째날...

전 벌써 반을 끝내버렸고.. 내일 마무리를 할 준비까지 되어있었습니다....

 친구넘은 느렸지만 나간 공차 없이.. 깔끔하게 2일째를 준비 할 수 있었습니다....

2일째..친구넘도 거의 끝이 보였습니다... 전 이미 하나빼고.. 마무리였구요...

3일째만 잘 하면 되는 상황.. 이제 "너랑 나랑은 금메달 하나두고 다른 넘들 무시하고 다툴 수 있다..."

라는 자만심마져 들 정도로.....

 마지막 3일째....

 미쳤습니다....정말 뭐에 씌었든지.. 아님.. 미치지 않고서야... 마지막 남은 하나의 중요한 부품을.....

 오작(잘못만든 부품) 내버렸습니다.....하지만.. 감점 3점 받고 다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 받아서 다시 깎으면 되니까요... 그리고 워낙 빨리 끝내서 시간도 충분했구요......

 그러나.. 한번 실수하기 시작하니까 이건 걷잡을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떨지 않았었는데

 그때부터 계속 떨리기 시작하더니...*듯이 떨었습니다...그리곤 사고를 쳤죠...

제일 중요한 (무려 도합 30점이나 걸려있는) 3홀 공차를 홀라당 말아먹어버렸습니다.... ㅠ.ㅠ

총점.. 67점... ..

 친구넘도 가관이었습니다.. 그렇게 잘하던 넘이...

 동작시 중요한 핀홀을 90도 각도 착각해서 원통에서 0도로 뚫어야하는걸 90도수직으로 뚫어 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동작점수 0점을 받아버렸습니다....(동작을 안했으니까요...)

총점.. 55점... ..

 거기다가 대회도 가관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들은얘기로) 정밀기기파트 부문..에서.. 95점 이하로 금메달이 나온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대회 금메달이... 다른학교출신아이인데... 72점으로... 금메달 땄었습니다...

69점이... 은메달.... 그렇게... 전..... 동....메.....달.....친구는 수뉘꿘밖......

 금메달 아님.. 은메달,동메달 의미 없습니다......물론 수뉘꿘밖도 의미 없습니다.....

 

 

그렇게 대회는 끝이 났습니다........

그리곤... 친구랑 숨어나와서...(참 대회장소가 전주였음;; 그리고 우리숙소는 여관이었음...)

미췬듯이 술먹었습니다...(술잘못먹는데...;;글고 우리과말고 단과 애들도 떨어진 애들 많음.. ㅋㅋ)

하지만 차라리 둘다 떨어진게...나은듯 해보였습니다...

비록 그 순간만은 그넘하고 진하게 통할 수 있었으니까요...

나중엔... 같은 회사로 취업도 나갔습니다... 그리곤 많이 어울려 다녔습니다..

(첫인상보다 많이 착해졌음 그넘..오히려 내가 타락한거같음.. ㅋㅋ)

취업나가서 그넘이 내 첫 여자친구도 만들어줬었습니다. ^^


군대 갔다오고... 그 회사 그만 두고... 사회생활에 찌들어 살면서.. 가끔 연락을 하던 그친구도..

여러가지 사정으로 이젠 연락도 안됩니다....벌써 그넘하고 헤어진지가.. 10년이 넘었습니다....

몇일전에 본 어느 커스텀작품 보다가.. 우연히 옛날생각에 그친구까지 생각나버렸네요....

 그렇게 무서웠던(?ㅋㅋ) 그 친구가 생각나서 이렇게 글 한번 써 봅니다....

 지방대회 끝나고.. 그렇게 말해준거 고마웠다... 친구야...

그리고 전국대회까지 담당선생한테도 설움 많이 받았을텐데....... 묵묵히 버텨주고....


p.s..

혹시 짱공하냐? 보고있다면 쪽지 한번 줘라.. 술이나 한번 먹게... 이제 나 술 잘먹는다.... ㅋㅋ

제가 이용하는 커뮤니티 사이트가 짱공뿐이라서...;;; 이거라도 희망을 걸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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