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가 미국
시간으로 지난 7월 28일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 본사에서 열린 디아블로3 베타 시연회를 통해 디아블로3와 관련된 배틀넷 기능을
공개했습니다. 공개된 내용 중 가장 파격적이고 한국 기자들의 주목을 끈 부분은 바로 게이머 간의 아이템 현금 거래를 가능하게
해주는 '화폐 경매장' 이었습니다.
화폐 경매장이란, 게이머들이 실제 현금 혹은
배틀넷에 적립된 가상 화폐로 게임머니/아이템(이하 아이템으로 통칭) 등을 거래할 수 있는 경매장입니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를 거래하는 것도 논의중이라고 합니다. 화폐 경매장에서 게이머들은 자신이 획득한 아이템을 이하 2가지 방법으로 다른
게이머에게 판매할 수 있습니다. (물론, 디아블로3 게임머니인 '골드'로 아이템을 거래하는 금화 경매장도 공존합니다.)
1) 판매 대금을 블리자드 계정에 가상 화폐로 적립한다.
2) 판매 대금을 제3업체(블리자드와 제휴를 체결한 업체) 서비스를 통해 실제 현금(북미는 달러, 기타 지역은 해당 지역의 화폐)으로 받는다.
현장에서 경매장 관련 소식을 접한 한국
기자들은 하나같이 "충격적이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바다이야기' 사태 후 한국 게임 산업에서는 '사행성'이 가장 민감한 이슈가
되었는데, 디아블로3의 경매장은 게이머들 간에 실제 화폐가 오간다는 점에서 '사행성' 문제를 피해갈 수 없는 콘텐츠이기
때문이죠.
이런 문제를 예상했는지 블리자드 측은 경매장에
대해서 "각 지역마다 관련 법률과 심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경매장은 모든 지역에서 동일한 형태로 운영되진 않을 것이다"고
밝혔습니다. 아직 국내에 도입될지 여부도 미정이고, 도입된다 하더라도 어떤 선까지 도입될지는 미정이라는 것이죠.
이외에도 PVP 매치 매이킹 기능, 깃발
시스템, 친구 추가 기능 등의 편의기능이 공개됐지만, 한국 기자들이 '화폐 경매장'에 워낙 큰 충격을 받아서 그런지 별 주목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럼, 당분간 게임 업계의 '뜨거운 감자'가 될 듯한 디아블로의 경매장 콘텐츠와 기타 편의
기능들을 살펴보시죠. (스크린샷은 클릭하시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금화 경매장(화면 위쪽)과 화폐 경매장(화면 아래쪽), 아래쪽에는 $ 표시가 보인다
■ 디아블로3 화폐 경매장 - 게이머간 아이템 현금 거래 가능!
디아블로의 경매장은 크게 2가지로 나뉩니다.
1) 금화 경매장, 2) 화폐 경매장입니다. 금화 경매장은 디아블로3에서 얻을 수 있는 '금화'로 아이템을 거래하는 경매장입니다.
이는 다른 온라인게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으로 블리자드 게임 중에서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경매장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앞으로 다양한 논란이 예상되는 것은 바로 '화폐 경매장'이니, 이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죠. 참고로, 화폐 경매장에서의 모든 게이머 정보는 '익명'으로 처리된다고 합니다.
1) 화폐 경매장 판매 수단 - 가상 화폐 혹은 현금
화폐 경매장에서 게이머는 이하 2가지 방법으로 아이템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배틀넷 계정에 적립된 가상 화폐 :
'넥슨 캐쉬' 처럼 게이머가 각종 결제수단을 통해 배틀넷 계정에 충전하는 가상 화폐입니다. 블리자드 계정에 적립된 가상
화폐는 현금으로 다시 환전할 수 없고, 블리자드 스토어에서 물건을 구입하거나,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요금 결제를 할 때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 현금 : 말 그대로 아이템을 달러, 원 등의 현금으로 거래하는 것입니다. 게이머는 아이템을 등록할 때 블리자드 측에 일정한 수수료를 지불하고, 아이템이 팔렸을 때 제3업체를 통해 일정한 수수료를 제외한 현금을 받게 됩니다.
2) 수수료 - 금액은 아직 미정, 아이템 금액과 상관없는 일정한 금액
화폐 경매장의 수수료는 2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1) 판매자가 아이템을 화폐 경매장에 등록할 때 블리자드 측에 지불하는 등록 수수료와, 2) 아이템을 실제 현금으로 판매했을 경우에 제3업체에 지불되는 판매 수수료가 있습니다.
등록 수수료는 아직 미정이지만,
아이템 판매 가격에 상관없이 일정한 가격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아이템 판매 가격이 5달러이든 50달러이든 등록
수수료는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등록 수수료를 도입한 이유에 대해 블리자드는 "등록 수수료가 없을 경우 모든 게이머들이 자신들에게
필요 없는 아이템을 마구잡이로 올릴 것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아이템만 경매장에 올라오도록 만들기 위해서 등록 수수료를 도입하기로
했다"며
"등록 수수료의 금액은 아직 미정이지만
게이머입장에서 부담되는 수준으로 책정하진 않을 것이다"고 밝혔습니다.
판매 수수료는 아이템 판매자가 아이템을 실제 현금으로 판매했을 때 제3업체에게 지불하는 수수료입니다. 국내에서 아이템현금거래중개사이트를 이용할 때 부과되는 수수료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3) 제3업체의 역할 - 판매자에게 현금을 전달하고 일정한 수수료 획득
아이템 판매자가 아이템을 실제 현금으로
판매하는 경우, 제3업체를 통해 현금을 받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제3업체는 판매 대금에서 일정한 수수료를 제외한 판매 대금을
아이템 판매자에게 전달합니다. 제3업체가 블리자드와 공식적으로 제휴를 맺어 아이템현금거래중개서비스의 일부 기능을 담당하는
셈입니다.
블리자드 측은 제3업체에 대해서 "어떤 업체가 될 지는 아직 미정이며 지역별로 파트너를 선정할 예정이다"고 밝혔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화폐 경매장이 도입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제3업체도 필요하지 않겠죠.
4) 실제 사례 가정
지금까지 정리한 정보를 토대로, 화폐 경매장의 거래 방식을 가정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게이머 A를 아이템 판매자라고 가정하고, 게이머 B를 아이템 구매자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1) 게이머 A는 '전설의 검'을 얻었습니다. 전설의 검은 꽤 좋은 옵션을 가지고 있어서 게이머 A는 이를 화폐 경매장에서 판매하기로 결정합니다.
(2) 게이머 A는 전설의 검을 10달러에 팔기로 합니다. 배틀넷 가상 화폐로 판매할 수도 있지만 이왕이면 현금으로 판매하기로 결정합니다.
(3) 게이머 A는 화폐 경매장을 열어서 전설의 검을 즉시구매가 10달러에 등록합니다. 이 과정에서 블리자드에 일정한 등록 수수료를 지불합니다.
(4) 게이머 B는 전설의 검이 10달러에
올라온 것을 보고 구매하기로 결정합니다. 즉시 구매를 클릭해서 자신의 배틀넷 계정에 적립된 가상 화폐10달러를 지불합니다. 금액이
지불되는 순간 전설의 검은 게이머 B의 보관함으로 이동됩니다.
(5) 제3업체는 아이템 판매 대금인
10달러에서 일정한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게이머 A에게 보내줍니다. (주로 은행 계좌를 통해 전달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판매 수수료가 1달러라고 가정하면 게이머 A는 9달러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제3업체는 블리자드에게 아이템 판매 대금 10달러를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 블리자드 측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5) 블리자드가 화폐 경매장을 도입한 취지, "게이머를 위해서"
블리자드 측은 디아블로3에 화폐 경매장을
도입한 취지에 대해서 "게이머들이 원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밝혔습니다. 배틀넷 기능 발표를 담당한 블리자드 관계자는
"디아블로3의 아이템 시스템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 완전히 다르다. 디아블로3에는 귀속 아이템이 거의 없고 아이템 종류도 정말
다양하다. 확신하건데, 게이머가 자신의 캐릭터를 자신이 원하는 방법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경매장이 필수다. 장기적으로 아이템
판매자와 구매자가 모두 이런 시스템을
원할 것이라고 전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블리자드는, 개발사가 직업 현금 거래에
개입하는 만큼, 안정하고 공정한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블리자드 관계자는 "게이머들이 현금거래 사이트를 이용하다가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있고, 여러 가지 불쾌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디아블로3의 경우는 블리자드가 직업 화폐 경매장을
운영하므로,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거래할 수 있고, 돌발 사태가 발생한 경우에도 보다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경매장 자체를 게임으로 즐기는
게이머들에게도 좋은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블리자드 관계자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도 게임보다 경매장에서 장사를 하는
것을 더 즐기는 게이머들이 있다, 디아블로3의 경매장은 이런 유형의 게이머들에게 게임 내의 경험을 한 단계 높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6) 디아블로3 화폐 경매장, 국내 도입 가능한가?
블리자드 측이 밝혔듯이,
디아블로3의 화폐 경매장이 국내에 도입될지는 미정입니다. 하지만 블리자드의 기본 방침 중 하나는 "전 세계에 동일한 콘텐츠를
보급하는 것"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일단 국내 도입이 가능한지 검토는 해보겠죠. 그렇다면 현재 국내법상 디아블로3 화폐 경매장을
도입하는 것이 가능할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국내법상 개인과 개인간의 아이템 현금거래가 불법인지 여부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부분은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이하 게임법) 제32조 1항 7호가 규정하고 있습니다.
게임법 제32조(불법게임물 등의 유통금지 등) 1항 - 누구든지 게임물의 유통질서를 저해하는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7호 - 누구든지 게임물의 이용을
통하여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점수, 경품,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가상의 화폐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게임머니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와 유사한 것을 말한다)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
게임법 제32조 1항 7호에 나오는 유/무형의
결과물이란 일반적으로 고스톱/포커류 게임의 점수, 각종 온라인게임의 게임 머니(골드, 아덴, 금화 등), 게임에서 획득한 아이템
등을 말합니다. 그런데 단서가 하나 붙어있습니다. 바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게임머니 및 이와 유사한 것을 말한다'는 단서죠.
그럼 게임법 시행령의 관련 규정을 살펴볼까요?
게임법 시행령 제18조의3(게임머니 등) 게임법 제32조 제1항 제7호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게임머니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와 유사한 것"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1. 게임물을 이용할 때 베팅 또는 배당의 수단이 되거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된 게임머니 -고스톱/포커류 게임의 점수를 말합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MMORPG에서 사냥을 통해 얻은 게임머니는 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2. 제1호에서 정하는 게임머니의 대체 교환
대상이 된 게임머니 또는 게임아이템(게임의 진행을 위하여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도구를 말한다. 이하 같다) 등의 데이터 -
고스톱/포커류 게임에서 점수로 교환하는 아이템을 말합니다.
3. 게임제작업자의 컴퓨터프로그램을 복제, 개작, 해킹 등을 하거나 게임물의 비정상적인 이용을 통하여 생산ㆍ획득한 게임머니 또는 게임아이템 등의 데이터 - 해킹 혹은 버그를 이용해 만들어진 게임머니, 아이템 등을 말합니다.
게임법 시행령과 게임법 조항을 정리하자면,
국내에서 모든 아이템현금거래가 불법인 것은 아닙니다. 불법인 것은 1) 고스톱/포커류 게임의 점수를 환전/거래하는 행위, 2)
고스톱/포커류 게임에서 점수와 교환하는 아이템을 환전/거래하는 행위, 3) 해킹 혹은 버그를 이용해 만들어진 게임머니나 아이템을
환전/거래하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개인과 개인사이에 이루어지는 아이템(정상적인 방법으로 생산된)현금거래는 불법이 아니라는
것이죠.
실제로 지난 2010년 1월 경 대법원은
온라인게임머니를 싸게 구입하고 시세차익을 남겨서 되파는 업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현금거래를 직업처럼 전문적인 수준으로
했지만, 거래 대상이 되는 게임머니가 해킹/버그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고스톱/포커류 게임의 점수가 아니라면 형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법적인 문제가 없으니, 어떤
게임업체라도 마음만 먹으면 게이머들이 아이템현금거래를 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해답은 지난 2010년 8월 경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로부터 등급 거부 판정을 받았던 '황제 온라인'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당시 황제 온라인은
약관을 통해 게이머간의 아이템현금거래를 허용한다고 밝힌 바 있었지만, 이에 대해 게임위는 '사행성'을 문제삼아 등급 거부 판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IMI 측은 문제가 된 약관을 수정해서
게임위에 재심의 신청을 했고, 이용 등급을
받았습니다.
황제 온라인의 사례를 고려한다면, 디아블로3가
화폐 경매장이 추가된채로 게임위의 심의를 받을 경우, 지금으로써는 '사행성' 문제 때문에 등급 거부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리하자면, 디아블로3의 화폐 경매장은 국내법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게임위가 설정해 놓은
'사행성' 이라는 장벽을 넘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7) 화폐 경매장으로 인한 약관 변경 가능성
대부분의 온라인게임 약관은 아이템/게임머니의
소유권은 서비스사에 있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디아블로3의 경우는 게이머들이 현금을 주고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게이머 입장에서는 "내 아이템을 현금을 주고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소유권이 있다는 뜻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블리자드가 아이템 소유권을 게이머에게
귀속시키는 약관을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템의 소유권은 기존 온라인게임들처럼 블리자드에게 귀속시키되, 게이머가 특정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사용권)을 다른 게이머에게 현금을 주고 판매할 수 있다는 내용만 삽입하면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 온라인에 접속해야 플레이 가능 - PVP 매치메이킹 기능, 깃발 시스템 등 추가
경매장 이외에도 디아블로3 배틀넷에는 친구
추가 기능, 깃발 시스템, PVP 매치메이킹 기능 등이 추가됩니다. 이런 기능들을 적용하기 위해서, 블리자드는 디아블로3도
스타크래프트2와 마찬가지로, 항상 온라인접속을 해야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합니다.
PVP 매치메이킹 기능 - 스타크래프트2나 워크래프트3에 적용되었던 매치메이킹 기능이 디아블로3에도 적용됩니다. 이를 통해 자신과 비슷한 실력을 가진 게이머들과 대전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친구 추가 기능 - 배틀넷에서
친구를 추가할 수 있고, 자신의 친구들이 배틀넷에 접속했는지, 지금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친구가
디아블로3를 즐기고 있는 경우에는 바로 친구의 게임에 합류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친구의 플레이에 합류하는 경우 게임 난이도는
자동으로 파티 인원 수에 맞게끔 조절됩니다.
깃발 시스템 - 디아블로3에 있는 업적을 얼마나 달성했는지에 따라서, 자신의 계정을 상징하는 깃발(배너)의 모습이 조금씩 변합니다. 초기의 깃발은 초라한 모습이지만, 게이머가 업적을 하나하나 달성해가면 깃발이 점점 화려해집니다.
친구 목록 화면, 좌측에 자신의 친구들과 그 친구가 플레이하고 있는 게임이 보인다
친구가 디아블로3를 즐기는 경우 도중에 합류할 수도 있다
화면에 보이는 깃발은 게이머의 업적에 따라 변경된다
업적을 달성해서 화려해진 깃발
이하는 경매장 인터페이스 스크린샷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