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의 이충렬(45) 감독은 지난 6월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안면근육이 마비되고 사물도 겹쳐보였다. 급기야 병원에서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제작에 돌입할 예정이었던 차기작인 극영화 '매미소리'는 무산됐다. 이 감독은 "모든 것을 '워낭소리' 이전으로 되돌리고 싶다"며 "영화는 국민에게 행복과 감동을 줬지만 내게는 불행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영화의 흥행 이후 지인에게 속아 거액을 날렸다. 그는 "내게 남은 것은 병과 월셋집뿐"이라고 했다.
'워낭소리'의 주인공 할아버지(83)ㆍ할머니(80)가 살고 있는 경북 봉화군에선 매년 여름이면 '은어 축제'가 열린다. 할아버지의 슬하 9남매 중 한 아들은 "축제가 시작되니 아버지와 어머니, 형님이 계시는 데로 관광버스 10대가 한꺼번에 들이닥치더라"며 "일부 관광객들이 마음대로 사진 찍고 하는데, 보호장치 없이 신변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체험'이라며 관광객들이 소달구지를 타고 촬영지를 돌아보는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편찮으신 아버지에게 이런 모욕이 또 어딨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모두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탓"이라며 "얼마 전엔 구제역 피해 구제를 위해 기부금을 냈는데, 이후 재소자로부터 (돈을 요구하는) 협박편지를 몇 번씩 받기도 했다"며 고통스러워했다.
평생 농사를 지어왔던 촌로와 수십년간 피붙이처럼 지낸 소의 기막힌 인연과 이별을 그린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가 기적 같은 흥행(295만명)을 일군 지 2년여가 흘렀다. 영화는 눈물바람을 일으키며 전 국민을 감동과 행복감에 젖게 했지만 예기치 않게 찾아온 거대한 성공의 결과는 달콤하지만은 않았다. 제작자와 감독, 가족들은 흥행의 과실을 나누었지만, 마음의 상처는 돌이킬 수 없이 커졌다. 서로 감정의 골도 깊게 파였다. 이들을 바라보는 세상의 삐딱한 시선과 잇속을 위해 달려드는 외부인들도 모질기만 했다.
우선 영화의 주인공인 할아버지 가족에겐 영화로 인해 자식들이 마치 불효자처럼 오해된 것이 큰 응어리로 남았다. 여기저기서 수군대는 소리, 인터넷 댓글에 마음의 병은 깊어만 갔다. "사소한 말 한마디도 비수가 됐다. 겪어보니 연예인들이 자살하는 심정을 알겠더라"고 할 정도다. 형제들 중 한 명은 결국 주위의 시선을 견디다 못해 생업을 바꾸기도 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영화 촬영지와 소무덤이 명소로 떠오르고 할아버지가 유명인사가 된 이후, 지자체까지 나서 추진한 무리한 관광상품화도 사생활을 무분별하게 침해하는 문제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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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집으로 찍을때도 그렇고
전에 어디 산골소녀이야기 찍을때도 그렇고
이런거 보면 사람들이 싫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