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출장갔다가 돌아오니 포털에 한줄기 광풍이 휘몰아쳤네요. 그것도 숟가락 들고 일저지르고 다니기로 유명한 김문수 도지삽양반..
아...하도 어이가 없어서 확실히 짚고 넘어갈께요. 저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28개월간 경기소방본부산하 OO소방서에서 소방공익으로 근무했습니다. (이후 의무소방제도가 정착되면서 몇 기만 운영된 후 소방공익요원은 사라졌습니다.)
소방서 공익은 1주 주간, 2주 야간근무형태로 돌아갑니다. 야간근무는 청사 순찰,청소,대민 업무지원,구급,화재출동 지원등을 주로 맡았는데 제 경우는 본서인 OO소방서 건물 1층에 oo파출소가 직할파출소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파출소 전화번호 555-8119 이런식으로 되어 있어서 이 번호로 전화를 걸면 파출소 민원담당 소방공무원이 "감사합니다. OO파출소 소방사(혹은 소방교) OOO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이게 기본 전화 응대법입니다. (제가 근무하던 곳은 2급서라서 소방장은 거의 민원데스크에서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여기까지 이해 가시죠?
근데 "119"번으로 외부에서 전화하면 전화자체가 3층의 상황실로 바로 연결됩니다. 그러면 상황실 근무자는 절대로 길게 응대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긴급전화이기 때문에 "119입니다, 무슨일이신가요" 이런식으로 응대하고 본인이름은 생략합니다.(장난전화가 오면 "상황실입니다"이런 걸 넣기도 합니다.)
참고로 상황실 소방관분들 스트레스 엄청 받습니다. 장난전화가 보통 1번걸려오고 끝나지 않습니다. 몇번 텀을 두고 계속 걸려오는데, 중간에 정상적으로 제보전화받다가 그다음 전화로 또 걸려오기도 합니다. 근데, 문제는 장난 전화도 많지만, 잘못 걸려오거나, 긴급상황이 발생했다고 판단해서 전화를 걸었다가 현장이 바로 정리되는바람에 연결된 상태에서 아무말 안하고 그냥 끊어버리는 전화도 부지기수란 말입니다.
상황실은 보통, 첩보를 받은 다음에 무전을 쳐서 해당파출소에 긴급타전을 하는데, 직할 파출소에 근무하던 제 경우에는 제보를 받으면서 긴급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청내에 비치된 스피커를 전화와 연결해서 아예 방송을 합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빨리 준비하라는 의미로요. 이런 건 근속을 오래하건, 적게 하건 항시 긴장된 상태에서 신속대응이 생명이기 때문에 절대로 길게 응대를 안합니다. 다른 제보가 다발적으로 걸려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그런 것 들도 놓쳐서는 안되는 것이죠.
소방서가 보통 이렇게 돌아갑니다.
그런데, 이번에 도지삽양반이 건 번호는 "119"입니다. 이 양반이 현명한 사람이었다면 필시 보좌관이나 경기소방본부장에게 어떤식으로 현장이 돌아가는지 숙지정도는 하고 전화를 걸었어야 합니다. 더구나 월동기 아닙니까? 이 시즌에는 보통 난방기나 모닥불 피웠다가 전기과열이나 불씨발화로 인해서 주택가, 건설현장 화재가 빈번할 시기입니다. 주로 생활형편이 어려운 분들의 주택가일 경우가 많은데 시설이 열악해서 콘센트나 노후전선 과열 발화인 경우가 많습니다.
근데 이 양반은 아무 생각없이 즉석에서 그냥 걸었습니다. -_-;;; 이렇게 무식한 사람이 어딨습니까? 지금이 암행어사 출도요~ 하는 춘향이 나오는 조선시대도 아니고, 무작정 전화걸어 갖고는 국민의 소중한 재산과 인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그 중요한 시간을 수화기 붙들고 상황실 소방관과 아무런 의미도 없는 도지삽 타령해가며 허비한 것입니다. -ㅅ-;;
최소한 제가 만나고 같이 일했던 소방관 분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주민의 최근거리 곁에서 겨울이면 시설물검사, 여름이면 배수지원, 소방차 주차구역 확보단속, 유흥가 경방검사등등 오전9시에 교대근무 끝내고도 집에 들어가서 눈 붙일 새 없이 일하러 나가는 분들입니다.
도지사님 같이 숟가락 들고 MOU 체결식,무슨무슨 기념식 하는 곳 찾으러 불철주야 뛰어다니는 분들이 아니란 말입니다. 자꾸 모르는 티 내지말고, 도정 책임자라고 많은 거 바라지도 않으니, 조그만 배려심만이라도 보여주고 오버 좀 하지 마세요. 망언도 줄이고 정신 좀 차리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