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보성에서 한 교회 목사가 감기에 걸린 자녀 4명을 자신의 안수기도로 낫게 하겠다고 방치했다가 자녀 3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목사는 자녀들이 숨진 지 10일이 지나도록 장례를 치르지 않은 채 기도를 해 왔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발생
11일 오전 10시께 전남 보성군 보성읍 옥평리 A교회 건물 방 안에서 목사 박모(43)씨의 큰딸(10·초등학교 3년)과 큰아들(8·초등학교 1년), 둘째아들(5)이 숨져 있는 것을 고모부 이모(55)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조카들의 모습이 며칠 전부터 보이지 않아 교회에 방문해 보니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A교회 건물 방 안에는 숨진 박씨의 자녀 3명이 옷을 입은 채 나란히 누워 있었다.
경찰은 박씨와 아내 조모(34·여)씨를 유기치사 혐의로 입건했으며 숨진 자녀들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사망원인은?
경찰조사 결과 A교회 목사인 박씨는 설 명절 일주일 전인 지난달 16일 자녀 4명이 감기 증세를 보이자 화순의 한 소아과에서 진찰을 받게 한 뒤 둘째아들과 막내딸(1)의 약을 1주일 분량 처방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큰딸과 큰아들은 일반 약국에서 판매하는 종합감기약을 구입해 먹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박씨는 자녀들의 증세가 호전되지 않는데도 자신의 기도로 낫게 하겠다며 병원치료를 중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박씨의 자녀 4명 중 막내딸을 제외하고 큰아들이 지난 1일 오후 10시께 가장 먼저 숨지고 이어 큰딸과 둘째아들이 다음날 오전 5시와 7시께 잇따라 숨졌다.
박씨는 자녀들이 숨진 지 10일째인 이날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은 채 기도를 하고 있었다.
◇A교회는 어떤 곳?
박씨 부부는 지난 2009년 3월 A교회 건물을 월세 20만원에 계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A교회에는 마을 주민 19명 가량이 신도로 활동하고 있다. 신도들은 박씨를 '형제님'이라고 호칭하고 있으며 일반 주민들은 '목사님'으로 부르고 있다.
박씨는 지난 1999년부터 전남 진도군 조도면 한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했으며 A교회는 한국의 기독교 5대 교파에 속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씨의 자녀 중 유일하게 생존한 막내딸은 이날 경찰에 신고한 고모부가 보호하고 있다.
무지한 폭력에 희생당한 불쌍한 어린 영혼들에게 안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