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한 일본의 마약왕 다꾸앙이 한국의 어느 펜션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다꾸앙의 시체가 발견된 곳은 서울과 경기도 접경에 있는 ‘유리성 펜션’이었다. ‘유리성 펜션’은 이름에 걸맞게 건물의 지붕과 벽, 바닥 등 눈에 보이는 모든 부분이 유리로 되어 있었다.
다꾸앙의 시체가 발견된 유리성 펜션의 ‘명경지수’실은 본관에서 꽤 떨어진 숲 속에 방갈로처럼 자리 잡고 있었고 방이 하나 뿐인 사각형의 건물이었다. 명경지수실 역시 방 전체가 유리였다. 지붕이 하나의 통유리여서 하늘이 그대로 올려다보였고 바닥은 전체가 하늘이 비치는 거울이었다. 벽도 역시 유리였는데 사생활 보호를 위해 빛의 투과성이 낮은 채색 유리로 되어 있었다.
명경지수실에는 침대 하나와 냉장고, 화장대 하나가 놓여 있었는데 침대는 특별할 것이 없었지만 냉장고와 화장대 역시 겉면이 모두 거울이었다.
시체가 발견된 시간은 오후 2시였는데 방 안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그 불은 시체를 발견한 종업원이 켠 것이 아니라 그 전부터 켜져 있었다고 했다.
은요일 요원이 사건현장인 명경지수실로 들어가 천정을 올려다보니 푸른 하늘이 그대로 보였고 발밑을 내려다보니 발밑에도 역시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이거 공중부양을 하여 하늘에 서 있는 기분인데요. 아니, 그보다는 바다 위에 서 있는 느낌이할까….”
은요일 요원이 조은비 요원을 향해 말했지만 조은비 요원은 방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문 밖에 서 있었다.
“왜 안 들어오는 거죠?”
“치마를 입어서….”
조은비 요원이 방바닥의 거울을 가리키며 난처하다는 듯이 말했다.
다꾸앙은 침대에서 벽 쪽으로 누운 채 죽어 있었다.
“사체는 어떻게 발견했죠?”
은요일 요원이 밖으로 나가 시체를 발견했다는 종업원에게 물었다.
“방문 손잡이에 ‘방해하지 마시오’ 라는 저런 안내판이 걸려 있었지만 들어가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고객은 일주일 전에 투숙했고, 일주일 동안 방을 쓰기로 예약했는데 체크아웃 시간이 지났는데도 전화를 받지 않아서…”
부검결과 다꾸앙은 이틀 전에 죽었고 사인은 굶어죽은 아사였다. 방에 투숙한 뒤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다. 방 안의 냉장고에 물과 음료수 등 먹을 게 가득했는데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출입문도 밖에서 들어가려면 열쇠가 필요했지만 안에서는 문손잡이만 돌리면 바로 열리게 되어 있었다. 설령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고 해도 출입문 옆의 화장대까지만 기어가면 전화 수화기를 집어 구조요청을 할 수는 있는데 그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만을 보면 스스로 굶어죽은 자살 같았다.
명경지수실 출입문 앞쪽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녹화된 영상을 살펴보니 시체가 발견되기 전까지 1주일 동안 명경지수실에 드나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해상도가 떨어져 사람의 얼굴까지는 확인이 어려웠으나 종업원들이 ‘방해하지 마시오.’ 라는 안내판이 걸려 있는 출입문 앞을 단순히 지나간 것이 전부였다.
조사를 해보니 다꾸앙은 일주일 전에 배편을 이용해 부산에 도착했고 일본인인 스메끼리라는 사람이 자동차를 가지고 마중을 나가, 그 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숙소로 유리성 펜션의 특실인 ‘명경지수’를 예약한 사람 역시 마중을 나갔던 스메끼리였다.
스메끼리는 다꾸앙 밑에서 일하다 2년쯤 전 한국으로 건너왔다. 그의 임무는 한국에 마약조직망을 구축하는 일이었는데 사실 그것은 명분일 뿐 실제로는 다꾸앙이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경쟁자인 스메끼리를 다른 나라로 추방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증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1주일 전 다꾸앙이 명경지수에 투숙할 때도 스메끼리와 같이 있었다. 감시카메라의 녹화영상을 보면 당시 다꾸앙은 꽤 술에 취해 있는 것 같았고 스메끼리가 다꾸앙을 부축해 명경지수실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스메끼리는 종업원을 불렀고 종업원이 방 안으로 들어가 이불처럼 보이는 뭔가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스메끼리도 종업원이 나올 때 뒤따라 나와 사라졌다.
“이게 뭐죠?”
은요일 요원이 명경지수실에서 이불 같이 생긴 걸 들고 나온 종업원을 불러 물었다.
“카펫입니다. 화면 속의 저 스메끼리라는 분이 종업원을 부르기에 방 안으로 들어갔더니, ‘사방이 유리로 된 아름다운 방에 이 카펫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 분이 일어나 보시기 전에 치워 달라.’고 해서 치운 것입니다.”
“그 카펫은 원래 그 방에 깔려 있던 건가요?”
“아닙니다. 그 스메끼리 씨 말마따나 전체가 유리인 아름다운 방에 유리가 아닌 다른 무엇인가가 깔려있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일이죠. 그래서 평소에는 카펫을 깔지 않고, 다만, 치마를 입은 고객 등이 요청하는 경우에만 카펫을 깔아드리고 있습니다. 그 카펫은 스메끼리 씨가 룸을 예약할 때 바닥에 카펫을 깔아달라고 해서 깔아놓았던 것인데, 직접 눈으로 보니 역시 어울리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방을 예약한 스메끼리 씨가 다른 말은 하지 않았나요?”
“그때…? 아, 귀한 손님이 묵을 방이니 숙소로 사용할 방은 침대에 누워서 하늘이 보여야하고, 반드시 1층이어야 한다고 했었죠. 그래서 명경지수실을 예약하게 된 겁니다.”
“카펫을 치우러 방에 들어갔을 때 죽은 사람은 어떤 상태였죠?”
“시체가 발견되었을 때는 벽 쪽으로 누워 있었다던데, 자세는 달랐지만 그때도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술에 취해 정신없이 자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은요일 요원이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조은비 요원을 향해 물었다.
“다꾸앙이 한국에 입국할 때 배를 타고 왔는데 왜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았을까요? 일본에서 차를 타고 항구까지 가서 오랜 시간 배를 타고 부산으로 와, 다시 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는 것보다는 비행기를 타고 휙 날아오는 게 훨씬 빠르고 편할 텐데….”
“그러게요?”
“아, 그렇군! 이 사건은 스스로 굶어죽은 자살사건이 아니라 누군가가 굶어죽게 만든 타살사건이 틀림없어요. 범인은 다꾸앙이 투숙할 때 같이 있었던 스메끼리가 틀림없어요.”
수사결과 은요일 요원의 추측대로 범인은 스메끼리였다.
문 : 스메끼리는 어떤 방법으로, 먹을 게 가득 든 냉장고가 있는 펜션방에서 다꾸앙을 굶어죽게 한 것일까?
출처:국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