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이제 시작 합니다..”
내 옆에 딱 붙은 그녀는 너무나 기대하는 표정으로 내 손에 쥐어진 자기 휴대폰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고, 은근 긴장도 되었다.
긴장한 와중에 옆에서 풍겨오는 그녀의 머리칼의 샴푸 냄새를 맡으니 더 긴장이 되어
손이 덜덜 떨렸다.
떨고 있는 내 손을 보며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많이 춥나요? 손을 왜 그렇게 떨고 계세요..”
그녀의 물음에 평소의 립 서비스 하듯이 말했다.
“옆에 예쁜 아가씨가 앉아 있으니 손이 절로 떨리네요..”
내 농담이 재미있는지 그녀는 손등으로 입을 막고 웃으면서 한손으로 내 어깨를 뚝 쳤다.
“재미있으신 분이셔~”
무슨 드립을 치고 싶었지만 게임을 시작해야 했기에 그냥 빙긋 웃어 만 주었다.
그리고 게임이 시작 되었고, 가장 기본적인 분홍색 미사일이 나가는 케릭터에
새끼용도 한 마리도 없었다.
-이럴수가.. 이러면 좀 불안한데..-
아니나 다를까 어느새 금방 죽어 버리고 점수는 8000점 이 나왔다.
그리고 나도 그녀도 아무런 말없이 내 손에 뒤어진 휴대폰만 보고 있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그녀였다.
“혹시 지금 80,000만점 아니죠?”
“네...8,000점입니다..”
“아.. 그렇구나..아까 혹시 10만점 하신다고 그러시지 않으셨나요?”
너무 당황해서 약간 떨며 말했다.
“다..다시 한 번 해 볼게요..”
“괜찮아요.. 그냥 휴대폰 주세요..”
“진짜 이번에는 잘 할 수 있는데..”
“그래요?? ”
옆에 앉은 그녀는 못미더워 하는 표정으로 날 한 번 쓱 보더니 다시 한 번 더하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너무나 컸다.
그 때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회사에서 빨리 들어오라고 전화 온 것 같은데..-
게임을 잘해서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과 주머니에서는 휴대폰 진동이 느껴져
너무나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게임을 하다가 이번에는 5000점에 죽고 말았다.
나는 영하 20도에 알몸으로 얼어붙은 사람마냥 가만히 숨만 쉬고 움직을 수가 없었고,
옆에 앉은 그녀도 어의가 없는지 몇 초간 가만히 있다가 아주 큰소리로 웃었다.
그리고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 10만 점 하시는 거 맞아요~?
“제가 긴장을 해서...”
내 말을 들은 그녀가 나를 보며 빙긋 웃으며 약간의 콧소리를 내어 말했다.
“왜~ 긴장을 했을까~~?”
“네??”
“아뇨..ㅎ 농담이예요~ ㅎ”
작은 웃음소리를 내던 그녀의 등뒤에서 또 다른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효령아~ 뭐가 그리 재미있어~”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아까 카페 모카를 주던 어려 보이는 알바생이었다.
그 알바생을 보고 나도 몰래 작은 혼잣말이 나왔다.
“어...?”
그 알바생을 보고 옆에 효령이라 불리는 그녀가 특유의 빙긋 웃는 모습으로 말했다.
“이 오빠가 게임 해준다고 휴대폰 줬는데 내 번호만 입력하고 게임은 진짜 못하네~ㅎ”
- 악!! 내가 번호를 입력하던 것을 봤단 말인가...아! 쪼옥팔려.. -
얼굴이 화끈 거렸고, 고개를 숙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회사로 들어가려 커피숍을 나서려 할 때,
효령이라 불리던 여자애가 내게 소리쳤다.
“제게 전화 하실 거죠~?ㅋㅋ”
효령이를 한 번 쳐다 본 후 창피함에 수줍게 고개를 까딱 숙여 인사하고,
도망치 듯 커피숍에서 나왔다.
-아까 그 알바랑 효령이라는 여자랑 친구인가..? -
-그럼 친구가 알바하는 친구 가게에 놀러 온 것인가? -
-귀엽던데..둘 다...아까 게임만 좀 더 잘했어도,...-
회사로 들어가는 길에 아쉬운 마음이 더욱더 크게 들었다.
일하는 중에도 조금 전 봤던 그 여자애가 눈에 아른 거려 다시 고민이 되었다.
- 퇴근하고 바로 커피숍에 가볼까? -
혹시나 퇴근 후에 커피숍에 갔는데 그녀가 또 게임을 해달라고 하면 잘하는 보습을 보이려
화장실에 가서 혼자서 새끼용 없이 게임 연습을 수 없이 했다.
그리고 점수가 어느 정도 올라왔을 때 커피숍에 다시 가기로 결심했다.
-그래 내가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보여주는거야..! -
퇴근 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나 더디게 흘러갔고,
날이 어두워지며 겨우 퇴근 시간이 되었다.
퇴근을 하자마자 아까 그녀가 있던 커피숍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지만, 아까 창가의 효령이라는 여자도,
알바를 하던 키작은 여자도 보이지 않았다.
일단 커피숍에 들어섰기에 주문을 했다.
주문을 받는 사람은 나이가 지긋하게 보이는 아저씨였고, 나를 보며 물었다.
“ 뭘 드릴까요?”
“카..페모카? 인가? 그 거 주세요..”
“아 네.. 손님 조금만 기다리세요..”
테이블에서 조금 기다리니 카페모카가 나왔고, 계산을 하면서 그 아저씨에게 물어 보았다.
“낮에 그 여자 알바는 퇴근 했나 보네요?”
“아~ 지민이? 지민이 학교 갔는데...누구시죠?”
“네?? 학교요? ”
나도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 아저씨도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뇨.. 아닙니다..그럼 수고 하세요..”
도망치듯 커피숍을 나오니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창가에 그녀는 효령이고, 알바는 지민이.. -
-알바인데 학교를 가다니..그것도 점심이 지나서...-
-에이 몰라!! -
테이크 아웃 한 커피를 들고 집으로 가는 길에 낮에 저장한 창가의 그녀의 전화번호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내게 아까 외치던 목소리도 기억이 났다.
『제게 전화 하실 거죠~?』
-진짜 미..친 척 전화 함 해봐? -
-근데 진짜로 그냥 해본 말이면 어떡하지??-
여러고민 끝에 전화를 하지 않고 후회를 하는 것보다 전화를 하고 후회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전화를 했다.
몇 번의 신호음이 울리지 않아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아 뭐라고 말해야 하지..누구라고 말해야 하나..-
대책없이 전화를 했기에 너무 당황해서 또한 대책없이 말했다.
"저..드래곤인데요.."
저 드래곤을 잘 못들었는지 그녀가 이상하게 되물었다.
"네??? 누구라고요? G - 드래곤??"
"아니..그러니깐...낮에..8천점요,.,"
이말에 누군지 알겠다는 투로 그녀가 헤맑게 웃으며 말했다.
"아~~~ 낮에 5천점 오빠시구나~"
"네..."
내 대답에 너무 재미있다는 듯이 웃는 소리가 들리며 그녀가 말했다.
"5천점 인정하시나 봐요?"
"아..그게 아니라...조금 전에 커피숍에 갔더니 안 보이셔서.."
그녀가 장난치고 싶어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왜 오셨데~~~?ㅋㅋ"
-이 여자애 성격이 이상한 것 같아....-
2부 끝
재미없으면 그냥 지울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