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훈련지에서 산악오토바이 동호회랑 전투벌인 썰

에르휜 작성일 13.02.26 19: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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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가 없어서 음슴체로 쓰겠음.

 

내가 상병이었을 때임.

당시 기계화부대였던터라 상당히 먼 거리까지 훈련을 가야했음.

훈련지에 도착했을 때는 간부도 병사들도 상당히 지쳐있었음.

그런 상태에서 쉴 틈도 없이 훈련이 시작됨.

다들 알겠지만 훈련은 주로 밤에 이루어짐.

다행인건 주특기가 81mm박격포였기 때문에 포진지 정해서 짱박혀 있으면 되었던 거임.

포반장도 말년 중사였기 때문에 훈련장 조차도 손바닥 안이었음.

어디에 짱박히면 안걸리는지 다 알고 있었음.

따라서 우리는 절대 걸릴리 없는 곳에 짱박혀서 돌아가면서 숙면을 취하고 있었음.

가끔 화력지원 요청오면 무슨 화약탄같은거 불붙여서 던지면 훈련용 수류탄정도 소리가 남.

그리고는 무전으로 '하나발 떳다 이상.' 하면 끝임.

아무튼 이렇게 밤세 훈련이 진행이 되고 아침이 되면 숙영지를 편성하고 텐트를 치고 잠을 자는 거임.

그런데 문제는 이때 발생했음.

텐트를 치고 다들 잠을 청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는 거임.

다들 너무 피곤한지라 처음에는 무시하면서 잠을 청했으나 한두대가 아닌거임.

결국 모든 중대원 다 뛰쳐나옴.

나와보니 무슨 산악오토바이 동호회 사람들인지 모르겠으나 열대 이상의 오토바이들이 열심히 훈련장을 돌아댕기고 있었음.

심지어 비포장 언덕을 점프대 삼아 묘기까지 부리는 것도 봤음.

중대장 빡쳐서 동호회 사람들한테 여기 훈련지이고 훈련중이라 들어오면 안된다고 소리지름.

그런데 그 사람들 아주 가볍게 무시하며 더 열심히 타기 시작함.

그 때 중대장이 하이바를 아주 천천히 벗기 시작하더니 소대장들 소집함.

이때까진 우리에게 무슨일이 생길지 아무도 알지 못했음.

중대장한테 다녀온 포반장이 싱글싱글 웃으며 오는거임.

그러더니 우리한테 전투준비하라고 함.

다들 벙쪄가지고 뭔소리하는거냐는 듯이 쳐다봄.

그러더니 포반장이 저 오토바이 동호회 사람들 상대로 방어훈련을 한다는 거임.

옆에 보병소대 애들 보니까 철조망뭉치를 들고 돌아다니기 시작함.

그러더니 그 오토바이 점프대 꼭대기에다가 3단철조망을 설치하기 시작하는거임.

뿐만 아니라 장갑차를 동원해 기동로도 가로로 다 막기 시작했음.

보통 이정도까지 하면 동호회 사람들 그냥 가면 될것을 그들도 오기가 생겼나봄.

우리가 방어진지 구축한거 사이 사이로 더 신나게 타기 시작함.

이젠 우리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림.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중대장이 완전 꼭지가 돌았나봄.

장갑차 앞쪽에 연막탄 발싸하는게 있음.

이게 나갈 때 생각보다 소리가 꽤 큼.

그런데 그 연막탄을 발사하라고 하는거임.

몇발 쏘고 여기 저기 연막탄에 의한 연기가 뿌옇게 피어오르기 시작함.

이때부터 아비규환이 시작됨.

오토바이들이 소리에 놀래서 도망가는데 연기때문에 앞을 보지 못하고 장갑차에 들이 받고 심지어 원형 철조망에 걸려 너머지는 사태가 발생함.

그걸 본 중대장은 사악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고 나중에 중대 통신병한테 들었음.

결국 이 사건으로 중대장은 대대장한테 끌려가고 우리는 잠도 못자고 다시 그 난장판 된 곳을 수습하기 시작함.

대대장한테 깨졌는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훈련 마지막날 야전취사때 중대장이 수고했다며 라면뿌림.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이없고 어떻게 보면 대단한 중대장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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