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찌뿌둥한 몸을 풀기 위해 집 근처 학교 운동장으로 잠시 달리기를 하러 갔다.
여느 때처럼 운동장에선 축구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트랙을 돌면서 간간히 내 앞으로 굴러온 공을 운동장 안으로 돌려 차주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한 사람에게 눈이 가게 되었다. 공을 다루는 솜씨와 스피드가
예사롭지 않은 짧은 머리에 자그마한 덩치의 젊은이었다.
얼핏 이영표 선수를 닮았다고 생각해보았지만
MLS(MAJOR LEAGUE SOCCER)에 진출한 이 선수가 엄동설한에 이곳에서
동네축구를 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실제로 이영표선수였다.
알고보니 그는 근처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연말 휴가 중 몸이 근질거리기라도 했는지
몸을 풀러나왔는데, 그를 알아본 사람들과 공을 차게 된 것이라고 했다.
나도 함께 끼어들어 어울려 보고 싶었지만 약속이 임박해 있어 단념을 하고
집에서 카메라를 가지고 와서 몇 장 사진을 찍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현역 선수가 어린 아이들부터 나이든 사람들까지
다양한??연령층의 사람들과 어울려 공을 차는 모습이 소탈하고 정겨워 보였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도 환하게 웃어주었다.
올해 엘에이에서 그의 소속팀인 밴쿠버화이트캡스FC의 경기가 있으면
아내와 함께 찾아가 보기로 했다.
이영표선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