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만 섬뜩한 명화 오필리아 이야기

키토모 작성일 15.04.21 05: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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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많은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그의 희곡을 다룬 수많은 그림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건 이 작품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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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에버렛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의 <오필리아>입니다. 1851-2년에 그려진 그림으로, 76.2cm x 111.8cm 크기의 유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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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에 나오는 오필리아는 물가에서 꽃을 따다가 익사하고 마는데, 그 장면은 직접 나오지 않고 4막 7장에서 왕비의 대사로 묘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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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는 꽃으로 만든 관을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에 걸려고 기어오르다
심술궂은 가지가 부러져 화환과 함께
흐느끼는 시냇물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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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 활짝 펴져서
잠시 인어처럼 물에 떠있는 동안
그 애는 자신의 불행을 모르는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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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본래 물 속에 태어나고 자란 존재처럼,
옛 찬송가 몇 절을 불렀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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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래지 않아 물에 젖어 무거워진 옷은
그 가엾은 것을 아름다운 노래에서
진흙탕의 죽음으로 끌어들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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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상당히 섬뜩한 그림인 셈이죠. 풀숲 안쪽에 해골 모양이 얼핏 드러나 있는데, 밀레이가 일부러 죽음의 상징을 그렸다는 증거는 없지만 우연치고 묘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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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배경은 런던 교외 남부에 있는 '호그스밀 강'. 밀레이는 여기서 배경을 스케치하고 나중에 오필리아를 그렸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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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필리아의 모델은 '엘리자베스 시달(Elizabeth Siddal)'이라는 여성으로, 밀레이가 주도했던 '라파엘 전파'의 뮤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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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시달은 그림 그리는 동안 욕조에 누워 포즈를 취했는데, 덕분에 심한 감기에 걸려 시달의 아버지가 밀레이에게 병원비를 내놓지 않으면 고발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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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으로 돌아오면 라파엘 전파란, 라파엘로 이전(前)으로 돌아가자는 뜻으로, 자연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세부 묘사를 중시한 고딕, 초기 르네상스 미술을 추종하는 화파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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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에도 <햄릿>에 묘사된 팬지, 데이지, 제비꽃 등의 꽃들이 하나하나 섬세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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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전파의 그림은 사물 묘사가 또렷또렷하고, 약간 딱딱한 느낌이 드는 게 특징. 여기에 빅토리아 시대 특유의 화려함과 탐미적인 경향이 뒤섞이면 가끔 균형감을 잃기도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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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이가 그린 <오필리아>는 사실적인 묘사 위에 시적인 감수성을 덧씌워 부드러운 조화를 이루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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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있는 '테이트 브리튼'이 자랑하는 명작 중에 하나죠. 테이트 브리튼은 조용하면서도 편한 분위기라 그림 감상하는데 정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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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졸졸 흐르는 물소리와 알싸한 풀향기가 얼핏 스쳐가는 듯한,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어울리는 아름답고도 슬픈 그림입니다.

 

출처.Culture라면 뭐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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