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인간은 왜 이렇게 종교를 좋아하는걸까?
원래 인간이란 존재가 불완전하고 나약하기 때문에,
그래서 개인이나 인류전체의 운명이 다른 누군가가 아닌,
오롯이 인간 스스로에게 달려있다는 그 현실을 인정하기 부담스럽기 때문일까.
마치 공무원시험 장수생, 백수들이 지금 당장 필요한건 공부나 자기개발이지만
그 무거운 현실을 피하고 싶어 술이나 오락에 기대어 도피하듯.
뚱뚱하게 살찐 사람이 마음속으로는 간절히 살을 빼고싶지만,
그와 별개로 지금 이 순간에는 도넛츠, 치킨을 입 속으로 밀어넣듯..?
그래서 인간은 그토록 종교를 좋아한단 말인가.
적막한 우주속에서 사실은 인류를 보살펴주는 초자연적인 누군가가 없다는 사실이,
나약한 자기 마음속의 마지막 복지정책이 사라지는게 두려운 것일까
자신의 운명을 자신이 책임지는게 두려운 것이다.
한낱 들판의 생쥐들도 자신의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주어진 두뇌자원을 총동원하여
먹이를 구하고, 숨어살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며 산다.
글쓰는 본인 역시 일개 소시민에 불과하지만,
본인이나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소속된 인류라는 종 전체의 위대함은 스스로 좀 인정해도 된다.
이미 지구상에 존재하는 타 종들에게,
인류는 그 존재자체만으로 신에 가깝고. 초고도외계문명 수준이다
생존을 위해 온 힘을 다해야하는 지구상의 다른 모든 포식자, 피식자들과 달리
인간은 스스로의 너무나도 강력한 힘이 자칫 다른 종을, 주변환경을 파괴하진 않을까 조심해가며 휘둘러야한다.
이것은 매우 놀라운 것이다.
사자가 얼룩말의 멸종을 걱정하며 사냥하던가?
그러나 인간은 지구상 다른 생태계의 운명을 한 순간에 결정할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방구석에 앉아서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일을 TV로 볼 수 있다.
한때 인간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를 부러워했지만 오늘날 인간은 초음속으로 하늘을 날아다닌다.
인류의 다큐멘터리 팀은 사나운 맹수들의 짝짓기, 먹이사냥 따위 행동습성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그들을 잡아먹지도, 학살하지도 않는다. 그저 가만히 지켜보기만 한다. 지적호기심때문이다.
너무나도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자가 가여워서, 보다못한 인간이 개입.
마취총으로 잠재운다음 스프레이를 뿌려 상처를 소독해주고 약을 바른뒤 벌어진 환부를 꿰메주었다.
잠에서 일어난 사자는 갑자기 사라진 고통과 가뿐해진 몸이 기뻐
강아지처럼 폴짝폴짝 뛰면서도 한편으론 어리둥절 하다.
그 사자에게 이것은 기적이다.
기적이 아니면 무엇인가.
그리고 한 생명체에게 기적을 베풀 수 있는 우리는 무엇인가?
하나의 종, 한 생명체의 생애에 개입해 그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줄 수 있다.
우리가 신이다.
인류는 우리은하광역시, 태양계 동, 지구호의 아버지 어머니이자 가장이다.
친환경개발을 통해 상호 공존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물을 끌어다 대고 나무를 심고 작물을 심어 불모지를 녹음푸르른 낙원으로, 혹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드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라.
지구상 그 어느 종도 인간을 제외하고는 이러한 대규모 환경조작이 불가능하다.
이미 인간은 지구라는 울타리 안에서만큼은 모든 생명과 문명의 창조자인 동시에 파괴자다.
한 지역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릴수도 있고,
반대로 오랜시간이 걸리긴 해도 한 지역의 수질을 정화하고, 초원과 삼림을 키워내기도 한다.
올림푸스산 위에 살고있다던 신들은 없었고,
훗날 등반기술이 발달해 지구상 최고봉이라는 에베레스트에도 올라갔지만 신은 없었다.
세상의 끝에 가면 절벽으로 떨어져 죽는다고, 신의 분노를 받는다고 했지만
처음으로 지구가 둥글다는것을 입증하고 신대륙을 발견한 유럽인들은 이후 300년 동안 다른 문명과 차원이 다른 풍요를 누렸다.
지구의 밑바닥이라 불리는 수심 1만m 이하의 마리아나 해구에 무인잠수함이 도착했을때
세상을 집어삼킬 잠들어있던 사악한 악마따윈 없었다.
구름위에 살고계시면서 지상을 굽어본다던 하느님의 궁전역시
인류가 비행기와 우주선을 쏘아 올라가보니 없었다.
그렇게 인간은 우주복을 입고, 우주선을 타고, 액체연료를 불태워
아르테미스 여신이 살고 계수나무 토끼가 뛰어다닌다는 달에 도착했다.
오직 인간만이.
우리 인류가 두려운 발걸음으로 조심스럽게 미지의 세계로 걸음마를 내딛었을때,
거기엔 초자연적인 그 누군가는 아무도 없이 인간만이, 오직 인간만이 거기에 홀로 서 있었다.
인류는 피부병을, 장애를 고쳐달라고 수천년동안 신을 찾았지만
기적의 약물 항생제, 인공관절, 신경치료는 결국 인간의 손에서 나왔다.
눈을감고 무릎꿇은체 아무리 기도를 올려봐도 그신은 대답이 없다.
그러나 인간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책상에 앉아 과학과 의학을 연구하니 치료제가 나왔다.
다리를 절던 소아마비 환자는 뛰어다닐 수 있게 되었다.
한낱 질병에게 공포와 경외심을 담아 '마마님'이라고 칭하던 천연두는
오늘날 가장 하찮은 질병 중 하나가 되서 세계각국에서 공식적으로 균의 멸종선언을 하였다.
혈액수혈도 가능하고 장기이식도 가능해졌다.
다른사람의 피를 넣는게 신의 섭리를 거스르는 사악한 행위라고 2-300년 전에는 난리를 쳤지만 오늘날 죽음의 문턱 앞에서 현대적 외과수술을 거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직 인간이, 오직 우리 인류만이 스스로의 잘잘못을 심판할 수 있다.
우리 스스로만이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수도, 뒤로 퇴보할 수 있다.
인간이 인간을 되돌아보고 심판하지, 그럼 누가 심판 한단 말인가?
지나가는 개에게 판결을 내려달라고 할 것인가? 신에게?
신이 그렇게 전지전능하다면 인류와 직통 전화한대만 뚫어주지는 못하는가?
인간은 1초만에 지구반대편에 있는 친구와 통화가 가능한데 신은 못한단 말인가.
우리보다 능력이 열등하거나,
능력이 되더라도 영원한 방관자라면 그 신은 존재의미가 있는가?
만약 신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그 신은 분명히 생명체 각 종들의 번영을 기대하며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인류가 신의 그러한 목적에 부합하려면 우리는 신을 포기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