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는 듣거라
니는 아프면 제발 병원 먼저 가거라.
내가 의사도 아닌데 나한테 자꾸 아프다 그러면 나보고 우짜라고.
내가 병원 가보라 그러면 ‘사람이 아픈데 관심이 있네 없네’
‘남 아픈데 짜증 내네 우짜네’….
나는 죽을병 아니면 아파도 얘기 안 한다.
니는 동창회나 모임 갔다 오면 뭐가 그리 없는 것도 많고 해야 될 것도 많노?
입을 옷이 없다, 신발이 없다.
신발장, 옷장 열어봐라 다 니끼다.
보톡스? 그거 니가 알아서 맞아라.
친구 예뻐졌다고 열 받지 말고 얼굴이든 궁디든 아무데나 제발 맞아라.
날도 더분데 사람 볶지 말고….
내는 동창회 갔다 오면 술 취해 조용히 잔다.
니는 외식 가면 갑자기 요리연구가가 되노?
맛이 있네 없네, 조미료가 너무 많이 들어갔네 우짜네…. 제발 사줄 때 맛있게 무라.
집에서는 아무거나 넣고 비벼서 잘만 묵더구만. 내는 니 반찬 맛없어도 조용히 묵는다.
그라고 니는 외식 가면 사진 좀 찍지 마라. 제발 밥 좀 묵자.
밥 묵다가 행복한 모습의 포즈 취해라, 웃어라∼ 그러고는….
니 폰에 올라와 있는 내 사진 보니까 정말 우리는 행복한 가족이더만….
오늘 아침에도 우리 싸웠잖아. 내는 표정관리 잘 연출하는 모델이 아니다.
니는 밥 먹고 나서 ‘나 살쪘지’ 하고 묻지 마라.
‘안 쪘는데’ 하면 관심 없다 짜증 내고 ‘뱃살이 좀 붙었네’ 하면 살찐 게 아니라
배에 가스 차서 그렇다 하고….
야∼! 무슨 배에 가스가 10년 이상이나 차 있냐? 전부다 살이구만.
내는 니 몸에 대해서 이미 달관했다.
니는 잠자리할 때 너∼무 요구가 많다.
내가 미제나 이태리제도 아닌데 갸들 하는 대로 내가 우찌 하노!
한 20년쯤 살았으면 배로 가나 비행기로 가나 홍콩만 가면 되지….
제발 대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