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진 전감독 " 진짜 언론 때문에 죽고 싶었습니다"

좋은기억만 작성일 16.09.22 06: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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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진의 절규 “정말 언론 때문에 죽고 싶었습니다”

 

농구 승부조작 ‘무혐의’ 됐지만 조사 받는 1년4개월간 만신창이“난 아무 일이 없다고 해도 언론이 쓰면 사실이 됐다

경찰은 비디오를 틀고 물었다 이때 왜 작전타임을 안 불렀냐고…기가 막혔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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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진(오른쪽) 전 프로농구 감독과 이정원 변호사가 2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변호사 사무실로 함께 걸어가고 있다. 이 변호사는 전 감독이 힘든 시기를 보낼 때 곁에서 유일하게 버팀목이 돼줬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혐의 없음.”

 

 

추석 연휴 전날 검찰이 보내온 불기소이유 통지서는 네 글자로 끝났다. 뚝심이 강한 감독이었지만 1년4개월간 사람들의 눈을 피해 죄인처럼 보내면서 심신은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 언론의 보도 경쟁으로 본인과 가족, 그리고 친척들까지 입은 상처는 더 컸다.

하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아! 정말 언론 때문에 죽고 싶었습니다.”

 

 

21일 오후 서울 서초동의 법무법인 강남 사무실에서 만난 전창진 감독의 첫마디는 절규에 가까웠다.

그는 “검찰, 경찰도 밉지만 확인 안 하고 쓰는 언론이 제일 야속했다”며 미디어의 보도 태도에 대해 비판했다. 지난해 5월 경찰 조사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부터 그는 언론으로부터 범죄자로 낙인찍혔다.

전 감독은 “난 아무 일이 없다고 해도 언론이 쓰면 그게 사실이 됐다. 그때부터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뒤로 숨게 만들었다. 난 이미 언론에 의해 나쁜 놈이 됐다”고 말했다.

 

 

전창진 감독은 케이티 사령탑으로 있던 지난해 2~3월 후보 선수를 기용하는 방식으로 승부조작을 하고, 사채업자로부터 3억원을 빌려 불법 스포츠도박에 베팅해 부당한 이득을 챙긴 혐의로 지난해 5월부터 경찰·검찰 조사를 받았다.

16시간씩 두 차례, 꼬박 32시간 동안 받았던 경찰 조사는 혹독했다.

 

“경찰이 비디오를 틀어놓고 ‘이때 왜 작전타임을 부르지 않았느냐’, ‘왜 이 타임에 주전을 뺐느냐’고 물어볼 때는 기가 막혔다. 도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해야 되는가?”

 

 

단서를 찾지 못한 경찰이 기자들을 모아놓고 수사 과정 브리핑을 하는 것도 고통스러웠다. 타인의 명의로 돼 있는 휴대폰은 대포폰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그려졌고, 누리꾼 악플에 뜬 ‘전토토’라는 비아냥은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법원의 최종결정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은 사라졌고, 피의사실 공표는 도를 넘어섰다.

한국농구연맹(KBL)도 결론이 나오기 전에 자격정지 징계를 내리며 그의 농구인생 40년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낸 전 감독은 과거의 미소를 잃었다.

코트의 카리스마 넘치는 사령탑이었던 그는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할 의욕이 나지 않는다. 자신이 없다”고 했다.

 

 

전창진 감독은 자신의 잘못도 인정했다. 그는 “내가 사회를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주변 관리를 잘못한 내가 빌미를 주었다”고 했다. 지인들이 필요하다고 손을 내밀면 억대의 돈도 내주는 ‘의리남’은 허명이 됐다. 대개 빚을 갚겠다고 하지만, 3억 보증을 서준 이번 경우엔 재앙이 돼 돌아왔다.

그는 “식당에 가도, 목욕탕에 가도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했다.

 

 

평소 동생처럼 여기던 이정원 변호사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이 변호사는 조사 전날이라든지 신경이 예민해지는 시기에는 혹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전 감독의 숙소에서 함께 잤다. 전 감독은 “감옥보다 더한 생활이었지만 옆에 (이)정원이가 있어서 헤쳐나갈 수 있었다”고 했다.

 

 

전창진 감독 사건은 앞으로 스포츠 스타 선수나 감독에 대한 사법당국의 조사나 미디어 보도 방식에 있어 하나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정원 변호사는 “애초부터 무리한 수사를 하면서 한 사람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법당국의 피의사실 공표나 언론의 인격살인에 가까운 무차별적인 보도의 문제점이 이슈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감독이 입은 정신적 피해나 명예회복을 위해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물론 전 감독은 다른 욕심이 없다. 아들 하나를 믿고 키워온 어머니한테 “전 절대 그런 일 없다”는 약속을 지켰고, 무엇보다 “내 아들딸한테 ‘그런 아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꼭 확인시켜주고 싶었던 소망”을 이뤘다. 그것만으로 만족한다. 전 감독은 “대한민국에서 죄짓고는 못 산다. 그런데 그 죄가 입증될 때까지는 확인하고 또 확인해 썼으면 좋겠다.

 

누리꾼도 그렇고 언론도 좀더 당하는 상대방 처지를 한 번쯤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저는 전 인삼공사 감독이 아닙니다. 앞으론 그냥 전 프로농구 감독으로 불러달라”며 인삼공사에 대한 미안함을 표했다.

 

 

출처 : 다음카페 인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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