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임진왜란! 제1부

drfkmh 작성일 17.07.11 22: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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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임진왜란 제1부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모두 갸우뚱 할 수밖에 없었다. 달아나던 놈들이 좌측, 중앙, 우측으로 나뉘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망치는 적이 흩어지는 것은 전쟁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했던 점은 세 방향으로 흩어지는 조선 수군의 대열이 질서정연하고 가지런해 보였기 때문이다. 혹시 숨겨진 계책이라도 있는 것이 아닐까? 와키쟈카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들 때쯤 저 멀리 이순신의 대장선에 깃발이 올라간다. 북소리도 요란하게 울리는 것으로 보아 분명 명령을 내리는 것이었다. 이 상황에서의 명령이라. 그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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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세 방향으로 나뉘어 가던 조선 수군의 판옥선들이 일제히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동시에 방향을 전환하는 조선 수군의 움직임에 와키쟈카를 비롯한 모든 왜군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일사 분란한 그 움직임을 보건대 분명 수많은 훈련에 훈련이 거듭된 방향전환 이었다. 사전에 계획되지 않고는 보여 줄 수 없는 신속함이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계책이 있다는 것 아닌가. 우리가 함정에 빠졌다는 말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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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대 전체가 순식간에 방향을 전환한 조선 수군은 빠른 속도로 왜군을 감싸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든 것은 그 다음 일이었다. 주변 섬에서 들리는 북소리.. 곧 이어 좌측과 우측 섬 뒤에서 또 다른 조선 수군의 판옥선들이 쏟아져 나왔다. 매복해 있던 경상우수군과 전라우수군이었다. 포위 대형에 신속하게 합류한 그들은 어느새 학이 날개를 핀 것과 같은 모양으로 자신들을 감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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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익진이라. 학익진!

 

그렇다면 조선 수군 아니 이순신은 왜 저런 대형을 선택할 것일까. 저 멀리 일사 분란하게 진형을 갖추는 판옥선들을 보던 와키자카는 한 가지 깨달음과 함께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 잠시 후에 벌어질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 것임에 틀림이 없었으리라. 조선 수군의 총 공격 명령이 내려지기 직전이 되어서야 그는 저 학익진의 의미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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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판옥선 어느 한 척도 전열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배가 없었다. 모든 판옥선들의 측면이 자신들을 향하고 있었다. 판옥선의 측면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말은 그 판옥선이 모든 화력을 내 뿜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그런 준비된 위치에 있는 배가 한 두 척이 아니었다. 모든 판옥선이 모든 화력을 뱉어낼 최적의 위치에 서 있었다. 이순신의 손짓 하나면 수백발의 포탄이 자신들의 머리위로 날아올 판이었다.

 

 

잠시 후, 천지를 뒤흔드는 폭음과 함께 저 멀리 판옥선들이 불을 뿜기 시작한다. 동시 다발적 포격 소리만으로도 왜군은 당황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더욱 기가 막힐 일은 판옥선들이 화포를 쏘는 방식이었다. 그 때까지 왜군은 조총을 활용한 [3교대 밀집사격] 전술로 조선군을 철저히 유린해 왔다. 그런데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무언가를 조선의 판옥선들이 구사하고 있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훗날 전해진 소문을 들으니 그것이 조선 수군의 [일시집중타]라더라. 수척의 판옥선이 한 척의 아군 함대를 조준해 동시에 포격을 감행했다. 16세기판 TOT라고 해야 할까. 일시집중타의 공격을 받은 전함은 살아남을 수가 없었다. 바깥쪽의 기동 함대가 그 자리에서 가라앉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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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

바다에서 학익진이라니!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아니, 그리고 분명 도망치고 있던 놈들이 어떻게 저렇게 빨리 반대방향으로 진형을 짠단 말이냐!”

그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바깥쪽 함대가 집중 포격을 받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전멸하게 될 겁니다! 속히.. 속히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학익진의 생명은 양쪽 날개다! 날개를 무너뜨리면 진형이 무너질 것이다. 함대를 나누어 속히 양쪽 날개 방향으로 돌격하게 해!!”

그렇게 하겠... 장군!!!”

“!?”

저쪽을 보십시오!”

저게... 저건 또 뭐냐!?.. 혹시, 도도가 말한 그 소경배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일단 소경배부터 막게 하십시오. 사천에서 소경배가 나타나자마자 구루지마의 수군이 전멸했다고 했지 않습니까!

 

소경배가 접근한단다. 중앙, 좌측, 우측 방향에서 모두 세 척이다.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소경배. 과연 그놈은 어떻게 생긴 놈일까? 드디어 와키자카의 눈앞에도 그 소경배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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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슈발!.. 엿같은! 당장 저 소경배부터 막아! 소경배를 제압하는 즉시 측면으로 돌격한다!”

 

도도가 그랬다. 소경배를 조심하라고.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전쟁터에서 패하고 온 패장의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자기가 진 것을 합리화하자면 어떤 과장인들 못하겠는가. 구루지마가 그렇게 여겼다. 도도의 충고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렇게 그는 사천으로 달려 나갔고 그곳에서 거북선의 밥이 되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었다. 지난 두 달 동안의 사건이 와키자카의 머리를 강타하며 다시 찾아왔다. 불길한 예감으로는 처음으로.

 

사람의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소경배.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들의 진영을 향해 최대 속력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곧 왜군 함대에 총 공격 명령이 떨어졌다

 

소경배부터 막아라! 모든 화포를 쏴라! 발포하라!”

 

왜군에게도 화포는 있었다. 그냥 이름이 화포였다. 실상은 화포인듯 화포아닌 화포같은 쇠덩어리였다. 조선의 그것과 비교하자면. 폭음과 함께 날아간 탄환. 어찌된 일인지 소경배의 겉면에 박혀 버렸다. 그도 아니면 그냥 튕겨져 나왔다. 뚫고 들어가는 철환이 단 한발도 없었다. 기가 막힐 일이었다. 기대했던 것은 이런 게 아니었다. 우리가 기대했던 것은 마치..

 

저쪽에서 우리 전선들에게 파멸을 안겨주고 있는 조선수군의 철환처럼. 배의 장갑을 격파하고 들어가 내부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당당하고 위용 있는 철환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자기들의 철환은 그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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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장군!, 큰일 났습니다. 철환이 소경배를 뚫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박혀버리거나 튕겨져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화포로는 조선 수군의 장갑을 뚫지 못한다라...

 

왜 이것을 지금에서야 알았을까. 이유는 너무나 단순했다. 이제까지 여섯 번의 해전에서 어떤 왜군 전함도 조선 수군에게 화포를 쏴 본적이 없었다. 기습을 당했거나, 싸울 때 화포가 없었거나 화포를 쏠 수 있는 거리까지 접근해 본적이 없거나, 화포를 써 보기도 전에 괴멸되었으니까.

 

사천해전의 소식을 들은 와키자카에게 화포는 일종의 대책이었던 것일까? 소경배가 접근하면 조선군이 그런다는 것처럼 집중 포화를 날려 막아낼 수 있지 않을까?

 

그가 세운 전략이야 어찌되었든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세 척의 소경배가 진영으로 파고 들 때 까지 아무도 막아내지 못했다.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소경배들에서 포격이 시작된 것이다. 더욱이 선수에는 무지막지하게 생긴 용머리가 달려 있었다. 심지어 그 입에서도 총통이 발사되는 것이 보였다. 소경배는 전방, 좌측, 우측 세 방향으로 불을 뿜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발사한 철환. 그래! 그것이 바로 우리가 기대해 왔던 철환의 모습이었다. 아니.. 대신 피해자가 우리면 안되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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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경배가 지나갈 때, 양 쪽에 있었던 중형전함 세키부네들은 박살이 나고 있었다. 소경배의 측면 통과를 허용하고 나면 그것은 곧 파멸을 의미했다. 바로 그 때였다. 2진의 기함 아다케가 결정적인 실수를 했다. 다가오는 저 놈을 화포로 쏴 막는답시고 배의 좌측면이 완전히 소경배를 향하고 있었다. 측면이 완전히 열린 것이다.

 

기회를 포착한 범이 과연 저런 모습일까. 소경배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전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소경배가 충파를 목적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그리고 용의 머리가 보인다. 저 용의 머리가 곧 아다케의 측면을 들이 받을 예정이었다.

 

장군! 2진을.. 2진을 보십시오!”

 

와키자카는 또렷하게 목격했다. 좌측에서 진입한 소경배가 제2진의 기함인 아다케의 측면에 최대속력 충파를 감행하는 것을...

 

 

다음 이시간에!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원한다면!

이순신과 한산도 대첩 3부작 참고 (클릭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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