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완결3부] 아직 완성을 못했습니다ㅠ 완성된 살수대첩 먼저 올립니다.
백만이 뉘 집 개 이름이던가?
백만 명이 어디 장난이라던가?
그보다 더한 113만 명.
612년, 고구려 침공에 동원된 수나라의 군대는 그렇게 거대했음.
그들의 1차 공격 목표 요동성.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대군은 요동성 하나를 함락시키지 못하고 있었음.
운제를 써서 아무리 성벽을 점령하려 해도
전호피차를 써서 땅굴을 파보려 해도
발석거를 통해 수 없이 많은 돌을 성으로 날려보내도
당차를 써서 성문을 공략해 보려고 해도
그 성곽을 따라 토성을 쌓아 보아도
이토록 많은 군대가 공격함에도
함락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대체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고구려를 무너뜨릴 목적으로 백만 명이 출발했는데,
첫 번째로 만난 성 조차도 깨뜨리지 못하고 있으니
수나라의 황제 수양제가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이
당연하지 아니한가.
그 많은 군인들을 먹이고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보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음
때문에 전쟁이 길어질수록 수나라에게는 큰 부담.
이런 상황에서 수양제는 결국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방어선을 무시한 채 고구려의 수도를
직접 공격하려는 이 계획.
대담한 계획 같았지만
여기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
요동성 넘어는 고구려의 영토였으므로
군수 물자 보급을 기대할 수 없었음
때문에 평양성 공격을 위해 조직된 [별동대] 30만 5천명은
그들이 필요한 100일치의 군수 물자를 출발할 때 모두 지급 받았다.
100일치의 군수 물자.
전투를 해야 하는 병사들이
짐짝과의 싸움부터 시작해야 했던 것.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할지라도
30만 5천명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고구려에게는
자신들의 수도를 향해 맹렬히 진격하는 30만 5천명이
나라의 존망을 위협하는, 여전히 무서운 존재였다.
수나라가 실패하면 침공 계획이 틀어지는 것이지만
고구려는 실패하면 나라를 잃는 것이었으므로.
“대략 30만 명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30만 만 명!?”
백만 명을 상대로 요동성은 굳건히 버텨냈다. 하지만 여전히 30만 명이라는 숫자는 고구려 전체 군대에 비교되지 않을 만큼 많은 수였다. 게다가 수도 평양성으로 곧장 향하는 병력이었다. 평양성이 무너지면 수도가 함락되는 꼴이니, 요동성에서의 승리도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이놈들을 막지 못하면 그걸로 끝입니다.”
“그렇겠지. 언제 백제 놈들이 치고 올라올지 알 수도 없고 요동성도 언제 다시 공격 받을지 모른다.”
을지문덕도 잘 알고 있었다. 이 싸움에 고구려의 존망이 걸려 있다는 것을.
“적절한 장소에서 진을 치고 막아내야 할 것입니다.”
“맞습니다. 평양성에서 공성전을 벌이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방어선을 새로 구축하고 싸워야 합니다.”
“아니.”
“네!? 그렇다면, 평양성 부근에서 싸우실 생각이란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평양성 근처까지 놈들이 들어오도록 길을 열어줄 생각이다.”
“안됩니다!!! 한 번 함락되면 그걸로 끝입니다. 놈들이 평양성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성이 몇 개인데 그 모든 방어선을 포기한단 말씀이십니까!”
“놈들이 30만에 이르는 대군이기는 하지만,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결정적인... 약점이라뇨?”
“요동성을 지나치는 순간부터 여기까지 우리의 영토다. 그게 무슨 뜻이겠는가. 앞으로 그들은 보급 받기 매우 어려울 거야. 녀석들도 잘 알고 있겠지. 때문에 분명 장기간 필요한 군수 물자를 아예 소지한 채 출발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행군 속도가 느리겠군요!”
“병력이 30만 명이나 된다면 장기간 필요한 군수물자도 엄청나지 않겠습니까. 그것을 가지고 떠났다면..”
“바로 그렇다. 아니면.. 병사 개개인에게 이미 물자를 나눠 주었을 수도 있겠지. 만일 그렇다면, 행군 자체가 수나라 병사들에게는 지옥길일 것이다.”
“그럼 평양성 앞에 이를 때 즈음이면 녀석들이 완전 지쳐있을 것이라는 말씀이십니까?”
“평양성 앞? 평양성까지일 것도 없다. 지금 이미 지쳐있을 수도 있어. 만약 녀석들이 벌써 지쳐 있다면 평양성 앞에 다다를 즈음이면 정말 녹초로 만들어 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놈들의 지금 상태가 어떤지 쉽게 알아 볼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뭘 그리 어렵게 생각하는가. 직접 가서 보면 될 일이지.”
직접 가서 보라니. 누가 그 30만 대군 속으로 들어가서 진영 속을 살펴보고 오라는 말인가. 목숨을 걸고 가서 수나라 병사인 척이라도 하라는 말인가? 장수들은 모두 갸우뚱 할 수밖에 없었다.
“정탐꾼을 보내자는 말씀이십니까?”
“그렇게 해서 어찌 수나라 병사들의 상황을 자세히 알아보겠는가. 진영 속을 훤히 들여다보아야 알 수 있겠지. 내가 직접 다녀오겠다.”
“장군!!!!!!!!”
“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결코 안 됩니다!!”
며칠 후, 압록강을 건너려 준비 중이던
수나라 30만 대군의 진영에
한 필의 말이 그 모습을 드러내다.
을지문덕의 등장은 수나라 진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윽고 을지문덕은
별동대 최고사령관 우중문, 우문술을 만나게 됨.
항복을 한단다.
그것도 고구려의 태왕이 직접
그 정도면 제법 구미가 당기는 말이지.
하지만 을지문덕과의 대화가 끝나고 난 후
별동대의 지휘부 막사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고구려가 정말 항복을 하든지 안하든지
더 중요한 문제가 코앞에 닥쳐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운명을 가름하게 될 회의
그들의 생사를 결정짓게 될 회의
이것이 30만의 목숨을 좌지우지 하게 될
회의라는 것을 그들은 알았을까?
“어찌 그냥 보내십니까!!”
“서둘러 포박을 명하소서! 고구려의 대장군 아닙니까. 하늘이 준 기회입니다! 다시없을 기회입니다!!”
을지문덕이 말을 타고 저쪽 언덕을 오르고 있을 무렵, 가만히 있던 유사룡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안됩니다! 적의 사자를 험히 다루는 법은 없습니다. 하물며 고구려의 대장군이 직접 대화를 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닙니까.”
“지금 그런 것들을 따질 때가 아니지 않소! 우리 군사의 수가 비록 30만에 가깝지만 병사들이 지쳐있습니다. 무겁다고 물자를 버리면 목을 베겠다고 명령한지가 언제인데.. 벌써 참수당한 놈이 몇입니까!”
을지문덕의 말은 계속 멀어진다.
“맞습니다. 식량도 넉넉지 않은데 병사들까지 지쳐있습니다. 전투가 벌어지면 우리에게도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입니다. 하물며 공성전을 펼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지금! 저 놈을 잡으면 모든 것을 끝낼 수 있습니다. 싸움 없이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단 말입니다!!”
장수들의 격론을 계속 듣고 서 있었던 우중문과 우문술. 그들의 눈에 비친 을지문덕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내 말이 그 말이오!! 그렇기 때문에 그를 더더욱 잡아서는 아니 되오이다. 항복할 것이라는 을지문덕의 이야기를 모두 듣지 않았소! 만약 지금 을지문덕을 포박해 버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항복은커녕 고구려 놈들이 죽기 살기로 덤빌 것입니다!”
이제는 을지문덕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쯤 가고 있을까. 이미 진영을 빠져나간 것일까.
“놈들이 정말 항복할 것이라고 어찌 믿을 수 있단 말입니까! 그리고 정녕 장군들께서는 황제의 명령을 잊었단 말입니까. 을지문덕이나 태왕을 마주하면 무조건 사로잡으라고 했던 명령 말입니다!”
“그건...”
갑론을박이 몇 분을 더 이어간다. 이윽고 지엄한 명이 떨어진 모양이다. 몇 명의 제장들이 최고 속력으로 말을 몰아 을지문덕의 뒤를 좇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행이도 말이다.
그 이후로, 우중문과 우문술은 을지문덕을 보지 못했다.
피와
살육이
가득한
살수에서
다시 만날 때 까지.
고구려군의 최고 결정권자 을지문덕.
그는 자신의 눈으로 정확하게
별동대의 상황이 어떤지 살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확실해 지니
직접 목격한 정보아래 전략이 세워진다.
한편, 을지문덕이 하겠다던 항복이
거짓임을 알게 된 별동대
평양으로 계속해서 진군해야 하는가.
아니면, 공격을 접고 퇴각해야 하는가.
이 논란이 다시 시작된 것.
그리고 이 논란의 화염덩어리에
기름을 붓는 소식이 그들에게 전달된다.
함께 평양을 공격하기로 하고
미리 평양 근처로 진격했던
수나라의 수군 별동대
그들이 괴멸했다는 소식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중문은 우문술을 설득해 공격을 결정했다.
을지문덕도 눈앞에서 놓쳐버린 판에
아무런 성과 없이 퇴각했다가는
수양제가 얼마나 화를 낼지 불을 보듯 훤하기 때문.
부족한 식량이 문제였지만
평양성을 함락시키기만 한다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30만 5천명은 진군을 계속한다.
평양성 30리 밖.
거리상으로 평양성 공격은 이제 시간 문제였지만,
계속되는 추격전으로 인해
병사들은 기진맥진 하고 있었지.
이대로 평양성으로 진격할 수는 없었던 그들..
과연 우리가 평양성을 공격하여
함락시킬 수 있을까?
별동대의 막사에서는 또 다시 언쟁이 오갔다.
성을 공격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
수군 별동대라도 살아 있었더라면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았을 것.
그러나
수군의 도움과 보급 지원 없이
지쳐있는 이 병사들을 데리고
고구려의 수도 성곽을 공격한다는 것은
자살 행위일 수 있었다.
시대의 딜레마에 빠진 우중문과 우문술
정말 퇴각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그 찰나에
저 유명한
을지문덕의 시가 전달된다.
“장군! 이제 고민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대로 평양성으로 갔다간 모두 몰살당할 겁니다. 마침 을지문덕이 우리의 승리를 높여주기까지 하니 퇴각의 명분까지 생기지 않았습니까.”
“하루라도 빨리 퇴각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어쩐 일인지 별동대 장수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우중문과 우문술은 다른 이유로 인해 간담이 서늘해지고 있었다. 자신들을 추켜세우는 이 시의 내용이 마음에 걸린 탓이다. 지나치게 칭찬하는 어구들에서 조롱하는 어투가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말이다..
‘이제까지의 승리가 을지문덕의 철저한 계획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그들의 머리를 강타했다. 그 불안한 짐작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서로를 바라보며 서 있었던 우중문과 우문술. 마침내, 우중문이 입을 열다.
“전군, 퇴각한다.”
불길한 느낌은 왜 항상 빗나가지 않고
어김없이 들어맞는 걸까?
재앙은 그날 저녁부터 시작되었다.
“제가 맡겠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후방을 막아내겠으니 서둘러 길을 잡으십시오!”
8군 지휘관 설세웅이었다. 그가 후방 방어를 맡겠다며 나섰다. 퇴각하는 군대에게 후방은 곧 생명과도 같았다. 뒤를 보이며 달아나는 군대이기에 뒤를 지켜주는 부대의 책임이 막중했다. 그는 곧 8군을 정비해서 고구려 군의 공격에 대응했다.
“대열을 갖춰라! 당황하지 마라!”
한 차례 고구려군은 폭풍처럼 몰아쳤지만 설세웅의 냉정한 지휘 하에 8군은 잘 버텨내고 있었다. 얼마 후, 고구려 군의 공격이 수그러들었지만, 8군에게는 잠시라도 쉴 여유가 없다. 퇴각 행렬의 뒤를 계속해서 따랐어야 했으므로.
수십일 간의 식량 부족과 계속되었던 추격전으로 인해 이미 별동대는 지쳐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온 길을 다시 되돌아가야 하는 퇴각은 버거운 일이었다. 더욱이 후방 방어를 책임져야 하는 설세웅의 8군. 가까스로라도 대열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끈질기게 추격하는 고구려군. 어떻게 해서든지 막아보려는 설세웅의 8군. 창과 방패의 공방전이 지속되고 있었다. 과연 무사히 퇴각할 때 까지 설세웅의 8군이 버텨낼 수 있을까?
몇 차례가 반복된 것인지 모르겠다. 휘몰아 쳤다가 잠잠해지는 고구려의 추격이 몇 번째인지. 지금 이 순간에도 치열한 백병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디라고 했는가?"
"중앙 제3대 입니다!!"
중앙을 수비하고 있는 부대로부터 진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진형의 중앙이 무너지면 방어군 전체의 진형이 무너질 수 있었다.
“내가 직접 제3대로 가겠다! 그러니 너희들은....!?”
설세웅이 말을 잇지 못한다.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지을 '무언가'를 보게 된 탓이다. 저 멀리, 고요하던 좌측의 능선을 새까맣게 채운 무언가.
고구려의 기병대였다. 능선을 넘어 달려오는 고구려의 기병대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다르다. 이제까지 보아왔던 고구려의 기병대와는.
"저 기병대 돌격을 막지 못하면 그걸로 끝이다! 내가 좌측으로 갈 터이니 너희들은 제3대를 돕도록 해!"
설세웅은 직속 부장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신속하게 좌측 진영으로 달려 나갔다.
불리한 상황에서, 절체절명의 위기 가운데 아군의 지원군이 모습을 드러낸다면 얼마나 큰 힘이 되겠는가. 오크에게 공격받던 곤도르 사람들이 로한의 기병대를 보았을 때처럼.
그러나 이건 반대의 경우이다. 불리한 상황 속에서 등장한 또 다른 적군. 절망감을 배로 안겨주는 새로운 무리. 죽음을 더욱 재촉하는 저 말발굽 소리. 하지만 그들의 심장을 멎게 하는 것은 다른 이유였다. 그 기병대의 정체. 이제까지 보아왔던 고구려의 기병대와는 뭔가 다른 그들.
바로 철기병이었다.
고구려의 철기병대. 두터운 철제 장비를 갖췄던 그들. 그들이 거침없이 달려온다. 대지를 뒤흔드는 소리와 함께 매섭게 달려들고 있다. 저들을 또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거듭되는 공격을 받고 있던 8군은 진동하는 유리와도 같았다. 깨지기 일보 직전, 산산조각 나기 직전의 유리와도 같았던 것. 그처럼 절체절명의 순간에 가장 강력한 철퇴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화살을 쏴도, 창을 던져도 쉽게 제압되지 않는다. 성난 황소처럼 돌격하는 그들이 들이닥치자 좌측의 1차 방어선이 일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철기병이 돌격하며 진형과 대열을 망가뜨려놓자 그 뒤로 경기병들이 2차 공격을 감행해 왔다. 8군의 좌측은 풍비박산 나고 있었다.
바로 그게 보인다. 저 멀리 좌측 대열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는 모습이. 저 언덕 너머로 아군의 지원군이 새까맣게 몰려와도 마음의 위로가 되지 않을 판에, 좌측 방어선의 붕괴를 목격하자 8군의 전 병사들은 전의를 상실하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대열이 무너진다. 더욱이 지휘관 설세웅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더 이상 싸울 수 없다.
곧 8군의 방어선이 모두 무너져 내렸다. 이제는 싸움이 아니었다. 전투라고 할 수 없었다. 전의를 상실하고 지휘체계가 무너진 군대에게 남아있는 것은 죽음뿐이었다.
하지만,
적의 공격으로 인해
무너지고 있는 것은 8군 뿐 만이 아니었다.
후방의 8군이 완전히 궤멸되었다고 한다. 그 소식이 우중문과 우문술에게 전달된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바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 역시 사방에서 고구려 군의 공격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그들이 강을 건너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청천강을 건너고 있었다. 이 때, 공격받기 시작하자 별동대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었다. 청천강을 중심으로 건넌 부대와 건너지 못한 부대로 완전히 나눠져 버렸기 때문이다. 명령을 내려도 전달되지 않았고, 상황 보고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사방에서 전투가 펼쳐졌지만 그들이 보고 들은 것은 안 좋은 소식뿐이었다.
후방의 8군이 궤멸되었다고 한다.
청천강으로 인해 부대의 허리는 끊겼다.
명령을 내려도 전달되지 않는다.
병사들이 동요한다.
고구려 군이 사방에서 공격해 온다.
거듭된 추격전으로 인해 지쳐있었던 별동대가 이런 상황에 처했다. 누가 이 상황에서 멘탈 유지를 할 수 있을까.
이 장면. 무너진 지휘체계, 완전히 사라져버린 대열. 이 순간 군대의 숫자는 무의미해진다. 30만 5천이라는 숫자는 수나라 별동대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후방을 책임졌던
설세웅은 죽음을 맞이했고
8군은 전멸.
고구려 군은 종일토록
수나라 별동대를 추격했고
그들은 뿔뿔이 흩어졌음.
이후, 압록강을 건너서
수양제가 있었던 본진으로
살아서 돌아온 자는
2천 7백 명.
305,000명이 출발해서
2,700명이 살아 돌아온 것이다.
우중문과 우문술도 간신히 죽음을
모면했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수양제는?
두 장군을 포함해서 살아 돌아온 모든 자는
감옥에 갇혔고,
염탐하러 왔던 을지문덕을 잡지 못하도록 했던
유사룡은 참수를 당했다.
요동성 공격에 실패한 이후
살수대첩으로 인해 별동대마저 궤멸되자
수양제는 퇴각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음.
결국 제2차 여수전쟁은 고구려의 대승으로 끝났다.
그들이 672년에 일으킨 이 군대는
수 백년 동안 그 기록이 깨지지 않을 정도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대군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고구려의 성벽을 넘지 못했고
따로 편성한 정예 병력 마저도
살수에서 무참히 도륙 당하니
침공을 단념할 수 밖에 없었다.
동남아시아 변방의 지배권 확보를 위해
일어난 이 엄청난 대군은
난공불락의 요새와도 같았던 요동성,
홀홀단신으로 적진에 뛰어든 을지문덕의 용기,
완벽한 파멸을 안겨주고자 깊숙히 끌어들였던 을지문덕의 전술,
잘 훈련되었을 뿐 아니라 용맹했던 고구려 병사들의 용력 앞에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