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연고. 이젠 옛날 약통에서나 볼 수 있는 추억의 물건이다. 할아버지는 곧잘 쓰셨지만, 신약이 대량 개발된 요즘엔 딱히 쓸 데가 없는 듯하다. 그래도 호랑이 연고는 100년 넘게 판매되며 당당히 그 전통을 지키고 있다.
이 유명한 연고는 1870년 중국의 식물학자 오추킨(胡子欽)에 의해 발명됐으며, 이후 싱가포르에서 널리 유통되기 시작했다. 다들 한번쯤 의문을 품었겠지만, 연고에 진짜 호랑이가 들어간 것은 아니다. 주성분은 박하, 장뇌, 카유풋오일을 비롯한 몇 가지 에센스 오일과 바셀린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호랑이 연고라는 이름은, 오추킨의 맏아들 오분호(胡文虎)의 이름 중 마지막 글자 '범 호(虎)' 자에서 따왔다. 그럼 이 다재다능한 연고의 사용법을 알아보도록 하자.
1. 모기에 물렸을 때
여름 모기, 걱정할 필요 없다. 모기 물린 자리에 호랑이 연고를 살짝 바르면 가려움증이 사라진다.
2. 벌레를 퇴치할 때도
호랑이 연고는 파스만큼이나 강렬한 냄새를 풍기는 덕분에, 사람뿐 아니라 벌레들도 이 냄새를 인식할 수 있다. 이렇게 싸한 냄새는 벌레들이 특히나 싫어하기 때문에 연고 뚜껑을 열어둔 채로 옆에 두면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을 것이다.
3. 체취가 심할 때
체취나 땀냄새가 유달리 심하다면 겨드랑이 밑에 호랑이 연고를 살짝 발라보자. 알싸한 박하향이 어떤 악취라도 중화해낼 것이다.
4. 관절염
긴 하루의 끝에 관절이 쑤신다면, 밀려오는 짜증을 추스르고 호랑이 연고를 발라 살살 문질러 보시길. 통증이 가라앉을 뿐 아니라 기분이 안정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5. 페인트 얼룩
벽을 새로 칠했더니 몸에도 페인트칠이 되어 있다면, 호랑이 연고를 활용해보자. 연고를 펴바른 다음 수건으로 닦아내면 된다.
6. 해충을 물리쳐보자
원목 가구에 벌레의 습격이 시작됐다면, 호랑이 연고를 약간 발라놓으면 된다. 이제 남은 일은 달아나는 해충을 지켜보는 것 뿐.
7. 인후통
목이 살짝 따갑다 싶으면 바로 호랑이 연고를 집어들어야 한다. 손가락으로 찍어 목 부분에 살살 발라 놓으면 밤새 훨씬 수월하게 숨쉴 수 있다. 다음 날 아침 통증도 한결 나을 것이다.
8. 코가 막혔을 때도
호랑이 연고는 시원한 박하 성분을 듬뿍 함유하고 있다. 코 아래에 살짝 바르고 심호흡을 해보자. 단, 코 안의 민감한 점막에 연고가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9. 머리가 아플 때
두통 치료는 호랑이 연고의 가장 잘 알려진 효능이기도 하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면 호랑이 연고를 관자놀이에 조금 발라보자. 두통이 사라질 뿐 아니라 하루종일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눈에 연고가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
10. 지친 발에도
발이 쑤시고 굳은살로 뒤덮였다면 호랑이 연고를 발라보자. 연고에 있는 박하 성분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통증을 덜어준다.
11. 수족냉증
발 얘기가 나온 김에, 차가운 발엔 호랑이 연고만 한 게 없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호랑이연고는 혈액순환을 촉진해서 발을 따뜻하게 한다. 덤으로, 꾸리꾸리한 발냄새도 해결할 수 있다.
12. 멀미가 날 때도
장기간 버스나 비행기를 타느라 속이 메슥거릴 때 호랑이 연고통을 열고 가볍게 냄새를 맡아보시길. 연고에 들어 있는 에센스 오일 성분이 편히 숨을 쉴 수 있게 도와준다.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속이 진정되는 동안, 멀미는 어느 새 사라져 있을 것이다.
13. 호랑이 방향제
가끔 옷장 안이나 옷가지에서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다. 신발장, 세탁실에서 특히 이런 냄새가 나곤 한다. 호랑이 연고의 뚜껑을 열어 둔 채로 옷장 안(이나 신발장 등등)에 넣어두면 '향기로운' 오일 덕분에 상쾌한 향이 가득 채워질 것이다.
14. 복통
호랑이 연고는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피부에 온기를 선사해, 배가 살살 아플 때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복통이 느껴지면 배꼽 주변에 연고를 바르고 스며들게 두시길. 마치 핫팩을 붙인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면서 기분 나쁜 통증을 달래준다.
케케묵은 호랑이 연고가 이토록 유용할 줄이야! 100년 넘게 제약 시장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이제 더는 놀랍지 않다. 분명히 집안 어딘가에 있을 호랑이 연고를 꺼내볼 때가 된 듯.
집에 있는데...한번 사용 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