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화국

천국의천사 작성일 19.01.14 23: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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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23일 새벽. 태풍 ‘솔릭’은 본격적으로 제주도를 때려 부수기 시작했다. 창문 너머론 옆집 아저씨의 닭장이 저만치 날아가는 게 보였고, 한발 늦게 가지러 간 내 자전거는 눈앞에서 공중 2회전을 하며 하늘로 승천해버렸다.

 

이틀 후, 태풍은 마법처럼 사라졌고, 뉴스에선 “솔릭, 한반도에는 큰 피해 없어”와 같은 문구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제주도는 휩쓸고 갔지만 수도권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던 솔릭은 한순간에 ‘역대급 허풍’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누군가는 이 상황에 대해 “제주도는 한국이 아니냐”라며 비판했지만, 사실 이런 적이 한두 번도 아니고.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만다. 서울에 첫눈 왔다는 소식은 하루 종일 검색어 1위를 차지하지만, 제주도 자연 재해는 지상파 뉴스에 한 줄 나오고 마는데 뭐. 어차피 우리나라는 서울민국인데, 서울에만 큰 피해 없으면 된 거잖아요?

 

-제주도 사는 대학생 S


1학년이었을 적, ‘서울에 사는 게 스펙’이라며 항상 푸념을 늘어놓는 선배가 있었다. 나는 선배가 그런류의 말을 할 때마다 ‘뭐야, 부산에도 있을 거 다 있는데 왜 저런 말을 하는 거야’라며 마음속으로 콧방귀를 끼곤 했다.

 

그리고 대학의 끝자락에 서 있는 지금, 나는 과거의 내가 품었던 어리고 어리석었던 생각들에 콧방귀를 끼고 싶다. 왜냐하면, 나의 드림컴퍼니는 서울에서만 채용설명회를 개최했고, 평소 관심 있게 보던 기업들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취업박람회에만 고개를 내밀었거든.

 

어디 그뿐이랴, 부산 지사에서 인턴을 뽑는 경우에도, 면접은 서울 본사로 올라가서 봐야 한다. 그리고 며칠 후 회사 OT에 참석하라는 문자가 오면 군말 없이 다시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어야 하고.

 

그렇게 몇 번인가 붙을지, 안 붙을지도 모를 면접을 위해 시간과 돈과 체력을 쏟아붓고 나니, 5년 전 그 선배가 했던 푸념이 내 입에서도 자연스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 서울에 사는 게 지인짜! 스펙이다, 스펙!”

 

-부산 사는 취준생 D
 

“대학교는 많은데 대중교통이 시원찮잖아, 여기만큼 택시 사업이 잘되는 곳이 없어~” 택시아저씨의 허심탄회한 고백에, 나는 공감의 헤드뱅잉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초 단위까지 정확하게 맞추는 대중교통 승하차 안내에 익숙한 서울 사람들이 여기 와서 산다면 아마 화병이 나서 앓아누울 것이다.

 

일단 여긴 노선 대부분이 승하차 안내 서비스 구역이 아니다(물론 도보 길 찾기도 잘 안 된다^^). 조선 시대처럼 정류장에 붙은 시간표를 봐야 하는데 그마저도 제시간에 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또 노선은 얼마나 구린지. 승용차로 15분이면 도착할 거리가 버스를 타면 40분 이상 걸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 생활 반경은 자연스레 ‘집-학교-도서관’으로 축소됐고, 지갑 사정은 예기치 않은 택시비로 인해 자꾸만 얇아져 간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태자면, 밤 10시만 되면 끊기는 버스 때문에 아르바이트 마감반은 꿈도 못 꾸고, 오후 늦게 수업이 끝나는 날이면 시내에서 영화 한 편 보기 힘든 서러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서울에서 겨우 한 시간 반 남짓 떨어져 있을 뿐인데, 왜 교통 인프라는 10년 이상 차이 나는 것 같지? 옆 동네처럼 오색 빛깔 찬란한 지하철은 바라지도 않으니, 제발 버스 노선만이라도 개편해주길!

 

-강원도 원주 거주 중인 대학생 J 

 

 

 

 

 

저도 대전에 사는데...서울 새벽 2~3시에도 버스 운행 하는거 보고 

깜놀.... 10시면 버스 다 끈겨서 그냥 그전에 집에 가야함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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