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증조부가 독립유공자가 아님을 양심고백한 어른이
계십니다. 올해 77세의 김종갑님. 어르신의 당숙이 실제로
공이 있는 독립운동가 대신, 동명인 김종갑 어르신의 증조부
를 국가보훈처에 유공자로 신청한 탓인데요. 어르신의 증조
부가 대통령표창과 국건훈장 애국장까지 받으셨으니, 동명의
진짜 독립운동가는 이름없이 영영 잊혀질 판이었습니다.
김종갑 어르신은 고심 끝에, 국가보훈처에 서훈 취소 요청을
했고, 국가로부터 공식적인 서훈 취소 통지서를 받으십니다.
어르신은 이어 당숙이 세운 거짓 공적을 새겨 넣은 묘비도
뽑아내셨습니다. 아래는 어르신이 묘비를 뽑을 때 올린 제
례의 제문 내용입니다.
"유세차 기해 삼월 임신삭 초삼일 증손 종갑 증조부님께 삼가고합니다. 증조부께서 독립운동을 하신 일이 없다는 걸 알게 돼 송구한 마음으로 서훈취소 신청을 했습니다. 2017년 8월 3일, 정부에서 증조부님께 수여한 서훈이 취소됐음을 삼가고합니다. 자손들이 저지른 부정 서훈으로 증조부님께 누를 끼친 점 다시 한 번 사죄하오니 편히 쉬시기를 바랍니다. 여기 주과를 올리오니 흠향하십시오."
어르신께서는 "속이 후련하다. 후회는 없다. 가짜는 명예는
명예가 아니다"며 다른 가짜 유공자의 후손들이 있다면, 서
훈을 자진 반납하고 역사 바로잡기에 동참해달라고 하셨
답니다.
ㅁㅁㅁ오마이뉴스에 실린 기사의 내용을 축약하였습니다.
http://omn.kr/1jcew 집안 어른의 묘비를 파내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 역사를 바로잡으려는 어르신의 노력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자식은 부모 덕에 높아지고, 부모는 자식 덕으로
높아진다는데, 거짓 묘비를 파냈을 지언정, 그 보다 더 단단하
고 드높은 비를 새로 세워드린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어르신의 결단은 이렇게도 뜻깊은데, 국가보훈처가 진짜 독립
운동가를 찾아 그 공을 밝히는 일에 더디지는 않을지 걱정스
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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