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 기업노동조합(기업노조) 집행부가 조합원의 이익이 아닌 민주노총·금속노조 요구사항을 관철하려고 해서 큰일 나겠다 싶었다. 박종규 노조 위원장도 조합원과 공개질의시간에 조합원 이익과 무관한 동문서답만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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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의 파업 명령을 무시하고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엔진라인에서 조업하다가 현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육 모(47) 씨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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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집행부가 전면파업을 선언했지만 노조 조합원이 막아서서 평화적인 노사협상을 관철하는 ‘혁명’이 벌어졌다. 국내 자동차 노사 관계 역사상 매우 드문 사건이다. 부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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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勞勞)간 갈등의 배경에는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2개다. 2011년 8월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가 설립한 르노삼성차지회와 2012년 8월 설립된 상급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단일 기업노조다. 금속노조는 상대적으로 강경한 투쟁방식을 선호한다면, 기업노조는 실리를 추구하는 근로자가 더 많다.?
르노삼성차 근로자는 민주노총보다 기업노조를 선호했다. 4년간 2개 노조가 경쟁한 결과 2014년까지 2000여명 이상의 조합원이 기업노조에 가입했다. 같은 기간 민주노총 가입자는 200여명 수준이었다. 당연히 최대 노조인 기업노조가 사측과 교섭권을 확보했다.?
바꿨다. 2016년 4월 금속노조 산하 조합원의 약 80%(170명)가 금속노조에서 탈퇴하고 기업노조에 단체가입했다. 20%(39명)는 그대로 금속노조 르노삼성차지회 소속이다. 이를 두고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교섭권 확보에 실패한 민주노총이 기업노조로 ‘둥지’를 옮겨 르노삼성차 사업장을 접수하려고 ‘트로이 목마’식 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해석했다.
민주노총이 기업노조를 ‘접수’하려면 2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르노삼성차 기업노조 선거관리규정 4장?12조가 ‘조합 가입 후 2년’ 등을 출마 자격으로 규정해서다. 2년 후 자격을 갖춘?민주노총 출신 조합원은 지난해 11월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당선(득표율 51.5%)되면서 집행부를 장악했다. 이제 부산공장 노조 집행부(노조위원장·수석부위원장·부위원장·사무국장) 4명 전원(100%)과, 부산공장 상무집행부(8석)의 88%(7석)가 금속노조 출신이다. 이중 노조위원장은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를 창설한 초대위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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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뇌부를 점령한 금속노조 출신은 거침없었다. 2018년 임금및단체협약(임단협)을 위한 노사협상 과정에서 민주노총 산하 완성차 제조사(현대차·기아차·한국GM)의 일부 단체협약 규정을 르노삼성차에 도입하자고 요구했다. 금속노조 가입 추진을 선언하기도 하고, 3월엔 금속노조와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12일 금속노조가 르노삼성차 비판성명 발표하는 등 측면 지원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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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파업·금권파업·지명파업 등 그간 르노삼성차 기업노조원이 선호하지 않았던 투쟁전술도 선보였다. 차체공장에서 근무하는 정 모(47) 씨는 “민주노총이 노조 집행부를 장악하던 지난해부터 이미 파업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자주 파업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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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김 모 (47) 씨는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노조는 필요 없다는 건 민주주의 제도에서 조직한 노조의 기본 원칙인데, 노조 집행부가 상급단체 명령만 따라가다 현장 조합원의 민의를 대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서 르노삼성차 노조는 “집행부 차원에서 대응·답변하지 않기로 했다”며 “알아서 판단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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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차 잠정합의안을 두고 르노삼성차 노조는 14일 아침 6시 30분부터 밤 9시까지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이날 밤 늦게 르노삼성차 노사는 투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