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가튼 사가... 97년 겨울.. 초등학교 5학년이던 나의 귀에는 자꾸 아이들의 컴퓨터 얘기만 들렸었다. 그때당시 열풍 RPG였던 창세기전2, 파랜드 택틱스, 어스토니시아 등의 얘기는 물론 학교에 게임 잡지를 가지고 와서 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 같이 보곤 했었다..
그래서 대세에 따라야 한다는 나의 말과 공부 잘하겠다는 설득을 합쳐 드디어 컴퓨터를 샀다.. 그때당시 모니터(17인치)와 프린트, 컴퓨터 책상에 별거별거 다합쳐서 350인가?? 엄청난 거금이었다.. 지금보다 구린것들이 가격은 드럽게 비쌌다.. 하드는 3.2기가..(맞나?) 그당시 엄청난 사양이었다..
컴퓨터 사러 가서 "게임 하나 골라보세요" 라는 직원의 친절한 서비스에 한참 고르다 결국 뭐가 재밌는지 몰라서 "뭐가 제일 인기에요??" 하니 직원이 최고 인기라고 골라준 게임이 바로 과 였다.. 어렸던 나에게 서풍의 광시곡의 우울한 표지는 맘에 들지 않았다.. 첫번쨰 이미지에 나와있는 포가튼 사가 표지 그림에 맘이 끌렸던 나는 포가튼사가만 선택했다.. (나중에 아빠한테 혼났다.. 둘 다 주라고 했으면 둘 다 줬을텐데 하나만 달라고했다고..-_-)
집에 와서 컴퓨터를 설치하고 아저씨가 친절하게 게임까지 깔아주셨다.. (대단해보였다) 그리고 시작한 처음 컴퓨터 게임, 첫 RPG가 바로 포가튼 사가였다!! 그때 나는 RPG가 뭔지도 모르는, 게임은 무조건 3시간 이내에 엔딩이 나온다는, 세이브가 뭔지도 모르는, 레벨이 난이도라고 알고 있던 생초짜였다...
처음 시작하니 귀여운 음악과 함께 마을 한가운데에 텅 남겨진 주인공과 동료들... 마을 곳곳을 안 훑어본 적이 없었다... 전투도 해보고, 그렇게 RPG를 알아갔다... 첫 일주일간은 세이브도 몰랐다.. ㅋㅋ
그럼 지금부터 포가튼 사가에 대한 평가를 내려보자..
포가튼 사가는 손노리의 최초 대인기 게임이었던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후속작이다. 그러나 어스토니시아의 가치관만 그대로일 뿐 스토리 자체는 아무 관련이 없다.. 기껏해야 0.01%정도?? 한마디로 말하면 전혀 다른 게임이다. 물론 전투 인터페이스나 기타 등등은 어스토니시아와 흡사하다..
1.스토리 [★★★☆] 전체적 스토리에 대해서는 뭐라 할 말이 없다.. 정말 흔하디 흔한 전체 스토리로, 청년 하나가 모험을 하다가 여주인공을 만나서 결국 세계를 위협하는 마왕을 물리친다... 어찌보면 RPG의 정석이고, 꾸밈없는 스토리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흔한 스토리가 별 세개 반인가?? 그것은 바로 손노리만의 진행 도중의 아기자기한 스토리 진행 때문이다. 이렇게 흔한 스토리를 게임하는 도중 깨닫지 못했다. 나중에 1년정도 지나서 친구가 스토리 물어보길래 말해주다가 '아. 진짜 평범하다' 하고 꺠달았다.. 그만큼 게임하는 도중 얘기들이 재미 있다.. 캐릭터가 게임 속에서 나와 같이 모험을 하는 기분?? 결국 이 게임은 게임의 목적이나 엔딩을 위한 스토리가 아닌 같이 모험을 해나가는 도중의 모험이야기이다.. 해본 사람만 알 수 있음!!!
2. 게임성 [★★★★☆] 포가튼 사가의 가장 큰 장점은 그 게임성이다.. 프리 스토리 스타일의 진행방법은 자신만의 게임을 한 뒤 몇 번이고 더 엔딩과는 관계없이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실제로 필자는 공략집을 안 보고 (있는지도 모르고) 10번넘게 플레이하며 할때마다 계속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처음 시작할 때 동료를 직접 고를 수 있는 시스템, 중간중간에 서브 캐릭터들도 동료로 넣을 수 있고, 이벤트로 인해 동료를 잃을 수도 있다. 게임을 하다 보면 결국 여러 명의 개성넘치는 캐릭터들이 동료가 되어 있다. 수많은 이벤트들도 이 게임의 장점!! 메인 이벤트에 서브 이벤트, 서브이벤트에 연결되는 후속 이벤트에 아주 잡다한 게임 속의 재미 이벤트 까지 합하면 백단위로 세야 할 만큼 많다.. 그 많은 이벤트를 한번 플레이에 다 본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불가능이고, (에디트라도 써서 캐릭터를 바꾸고 별 짓 다하지 않는 이상..) 새로운 동료를 얻어가는 재미에, 곳곳에 숨어있는 아이템을 찾아내는 재미, 과연 이 캐릭터와 연관되는 이벤트는 무엇이 있을까 찾는 재미까지 포가튼 사가는 이벤트의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투도 상당히 재미 있다. 물론 전투가 자주 나오면 지루한 감이 있기도 하겠지만 카운터 어택에 더블, 트리플 공격, 마법 미스와 초필살기, 일정 확률의 방어와 반격까지.. 턴 RPG게임 중 가장 변수가 많은 전투 시스템이었다. 단점이라면 마법이 너무 강하다는 점과 전사류의 후반 약화정도..?? 하지만 여전히 재미있는 전투 시스템이다.
3.사운드 [★★★★★] 사운드에 대해서는 만점을 주고 싶다. 어스토니시아의 배경음에다가 포가튼사가만의 배경음을 첨가해서 만든 독특하면서 게임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배경음은 하나 하나가 모두 명곡(?) 이라고 할 수 있다. 주점에 들어가거나, 마을에 들어가거나, 동굴, 마을 모두 배경음이 바뀌는 것은 물론, 전투음, 이벤트음, 기타 밝고 코믹함과 긴장감이 넘쳐흐르는 사운드는 정말 감동의 도가니이다. 엔딩곡과 오프닝 곡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4.그래픽 [★★☆] 그래픽에 대해서는 그다지 좋지 않다.. 그 당시 포-사와 더불어 양대 산맥이었던 서풍의 광시곡과 비교해봐도 그 차이는 확실하다.. 도트 그래픽과 도스 화면은 그래픽 면에서 점수를 많이 갉아먹는다.. 그러나 그 당시 오프닝에서 애니메이션(?) 비슷한게 나오는 것은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그리고 게임 중간중간에 나오는 마법 이펙트나 초필살기 등은 도트 그래픽의 최고를 보여준다. 보기 불편할 정도는 아니고, 지금 보면 오히려 향수가 느껴진다..
5.시스템 [★] 이렇게 낮은 점수의 원인은 다름아닌 버그. 엄청나게 많은 버그로 인해 X같은 사가라는 악명까지 들었던 게임이다. 수많은 패치가 나오긴 했지만 너무 늦게 나왔다.. 갑자기 튕겨버리는 버그는 물론, 어느 부분부터 진행이 안되기도 하고, 캐릭터가 벽과 벽사이에 끼어버린다든지(이게 제일 황당했다) 그래픽이 깨지는 버그는 약과였다... 버그투성이라는 것이 게임의 최대 단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그 외에, 캠핑이라는 시스템을 넣어서 전투의 긴박함을 떨어뜨리는 것이나, 아이템 전송, 사용, 전사류의 필살기 없음 등이 시스템 문제로 지적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게임 포가튼 사가.. 그러나 그 감동은 아직까지 나에게 남아 감동을 퍼뜨리고 있다. 나에게 리메이크가 가장 기대되는 게임이기도 하다. 그래픽을 약간만 수정하고 버그만 완벽히 없앤뒤 약간의 시스템상 수정만 고쳐서 출시해도 될만큼 게임성이 높다. 처음 해 본 게임이고, 처음 재밌다고 느낀 게임인지는 몰라도 이 게임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구하기는 어렵지만 요즘에는 번들판이나 저가판으로 많이 출시된 것이 많아서..(이벤트 몇 개 삭제+캐릭터 몇 개 삭제..) 손쉽게 플레이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PSP로 나왔으면 하는 게임이다.
한국식 최고 자유도를 자랑하는 거대한 스케일의 한국RPG!! 포가튼 사가에 붙이는 수식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