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fate-stay night 추천 및 펌글!!

리쿠 작성일 06.01.12 18: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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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내공 : 상상초월


상당한 스토리를 지닌 비주얼노벨중에서도 수작인 게임 Fate stay night는
소설 공의경계나 월희와 마찬가지로
이번 페이트에서도 나스 기노코의 독특한 세계관을 지니고,찾아왔습니다.
대충 스토리는 성배전쟁이란 것으로 시작되며
각 7명의 마술사가 각 클래스 별로 7명의 서번트를 소환하여
전투를 하는 설정이 되어있습니다.하지만 여기서도 루트에 상황이 달라집니다만
설명하려면 머리가 아파오기때문에 퍼온 글을 인용..
게임은 차례 차례 각기 세가지로 나눈 다른 루트로 진행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그 각기 다른 3가지의 루트는 평행성을 그리며 스토리가 나뉘어 다른 재미를 주고,감동을 줍니다.
미연시 가운데에서도 수작에 꼽는 스토리를 지니고 작품성을 지닌
게임인 페이트를 추천합니다.

다들 작품성이니 예술성 따지지 마시고 해보시고 말하세요.
그리고 밑에 글은 그렇게 3류 소설류에 들어가던 그 게임을
어느분이 분석하고 적어내신 리뷰입니다.

밑에 글들은 네타성짙은 글입니다.




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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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석은 게임에 대한 ‘네타바레’이므로, 아직 플레이하지 않은 분들은 읽지 말아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단순히 게임 내용이 일부 나와있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성격에 대한 ‘네타바레’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이를 읽으신 후에는 게임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다른 느낌을 받으실 것으로 예상됩니다.

글의 성격상 존대말을 사용하지 않은 점,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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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Fate/Stay Night 는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3개의 루트로 이루어져 있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서 스토리가 분기하는 것 자체는 드문 일이 아니지만, 이 게임은 그런 게임들과도 다르다. 동일한 상황에서 시작해서 마치 평행우주와 같이 전혀 다른 줄거리를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3개의 루트는 각각 서로 다른 존재의미를 갖는다. 몇몇 요소들이 틀어짐으로써 완전히 다른 줄거리를 전개하며, 그를 통해서 이 게임의 세계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낱낱이 보여준다. 이러한 방식은 상당한 찬반논란을 낳았으며, 어떤 루트가 좋고 나쁜가에 대해서도 상당히 많이 이야기가 되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 루트인 Heavens Feel 루트가 마음에 안 든다고 기피했으며, 그런 반응에도 충분히 이유가 있다. 하지만 이 루트가 있음으로 해서 Fate의 완성도가 극적으로 높아지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이 Heavens Feel 루트는 다른 루트들의 차이를 명백하게 보여주므로, 이 루트를 살펴보아야 Fate 루트와 Unlimited Blade Works 루트간의 차이 또한 이해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Fate가 3개의 루트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히로인으로, Fate/Unlimited Blade Works/Heavens Feel 루트를 각각 세이버 루트/린 루트/사쿠라 루트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세 루트의 본질을 분명하게 인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히려 그 성격을 나타내는 상징을 정확하게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분명히 이 세 루트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각 루트의 히로인과 그 히로인에 대한 주인공의 태도이다.


2. 3개의 루트의 성격에 대해서

세 개의 루트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히로인이 다르다는 점 외에, 각 루트에서 ‘설정’을 알려주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최초의 Fate 루트에서는 아처의 정체라거나 토오사카 린이 궁도장을 찾아간 이유, 아처가 돌려준 린에게 돌려준 펜던트를 시로가 가지고 있는 모순, 신지의 령주의 특이함, 어세신의 마스터 등 많은 요소들이 설명되지 않고 넘어간다. 첫 번재 루트에서 전개되는 것은 오로지 세이버와 시로의 이야기이며, 세이버의 캐릭터와 그 정체, 보구, 그리고 시로의 회복 능력에 대한 설명 등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핵심이 되는 것은 오로지 세이버이며, 프롤로그의 주인공이었던 토오사카 린조차 부차적인 위치에 머무르며, 초기에 중요한 인물처럼 등장하던 사쿠라는 거의 존재감조차 없다.
그러다 두 번째 루트인 Unlimited Blade Works 루트에서는 Fate 루트에서 이미 알려준 것을 바탕으로, 그 이상의 설정을 이야기한다. 여기에서 아처의 정체나 어세신의 마스터, 캐스터의 위력 등이 드러나며, Fate 루트에서 이미 알려준 것, 예컨대 세이버의 정체나 시로의 회복능력의 정체 같은 것은 다시 반복하지 않는다. (캐스터의 마스터는 Fate 루트에서와 동일한 설정인지 불확실하다.) 그리고 주인공인 에미야 시로와 토오사카 린이 가장 적극적인 활동을 보여주며, 토오사카 린의 모습과 에미야 시로의 결의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 루트를 최고라고 평가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세 번째 루트인 Heavens Feel 루트에서는 역시 두 번째 루트에서까지 알려준 설정들을 바탕으로 성배의 자세한 사항이라거나 사쿠라와 이리야의 정체, 코토미네 키레의 내면 등을 충격적으로 보여주며 지금까지 나온 모든 의문점들을 해소하는 동시에 사소하게 보이는 모든 사건들의 의미를 낱낱이 밝혀주고 있다. 특히 앞서의 두 루트에서는 전혀 주목받지 못하던 마토 사쿠라를 히로인으로 끌어올리며 린과 사쿠라의 모든 행동들에 대해 설득력 있게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것은 표면적인 현상에 불과하며, 이런 내용들은 우연히 등장한 것이 아니다. 세 루트의 순서가 Fate, Unlimited Blade Works 순서인 것이나 각 루트의 히로인이 각각 세이버, 토오사카 린, 사쿠라인 것, 아처가 정체를 밝히는 것이 두 번째 루트인 점 등은 단지 임의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세 루트는 단지 줄거리만이 다른 것이 아니라 그 성격부터가 완전히 다르다.

최초의 루트인 Fate 루트에서는 ‘성배전쟁’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 루트는 한 마디로 요약하면 ‘서번트의 전투’라고 할 수 있다. 즉 전투의 주체는 서번트이며, 마스어와 서번트의 관계는 절대적이고, 7명의 마스터가 각자의 서번트의 위력과 그에 대한 서포트를 통해 전투를 수행해 나간다. 당연히 주인공인 에미야 시로의 전투도 그의 서번트인 세이버가 중심에 서서 버서커, 라이더, 캐스터, 어세신 등의 서번트들과 전투를 치러나가는 것이 주된 내용이 된다. 상대가 얼마나 위협적인가는 상대방 서번트와 그의 보구가 얼마나 위협적인가에 달려 있으며, 가장 위협적인 상대는 당연하게도 가장 강력한 서번트인 버서커이고, 강력한 보구를 지닌 라이더 또한 초반의 강적으로 등장한다. 마지막에 길가메시가 등장하면서 ‘전형적인’ 성배전쟁의 모습에서는 다소 벗어나지만, 이 또한 ‘전형적인’ 형태를 유지하면서 벗어난다. 즉 마지막 대결 역시 최고의 보구를 지닌 최고의 서번트인 길가메시와 최상의 보구를 사용하는 최강의 서번트 세이버의 대결로 압축되며, 마스터들은 서번트와 직접 싸울 수 없고 보조적인 역할만을 수행하는 ‘전형적인’ 형태 그대로인 것이다.

따라서 이 루트에서 주인공인 에미야 시로가 보여주게 되는 ‘인간관계’는 서번트인 세이버와의 관계, 즉 서번트인 세이버와 ‘인간적 교류’를 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서 세이버와 내면적으로 공감하는 모습이다. 이는 다소 진부한 전개라고 할 수 있지만, 서번트가 중심에 오는 이상 주인공의 상대역이 될 수 있는 것은 주인공의 서번트인 세이버 뿐이며, 다른 마스터인 토오사카 린이나 이리야 등은 부차적인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성배전쟁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는 마토 사쿠라는 존재감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서번트인 세이버가 히로인인 것 역시 당연한 귀결이 된다.

또한 이 루트에서 서번트가 주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작 세이버 이외의 서번트들에 대해서는 거의 주목받지 못한다. 이는 다른 서번트들은 주인공인 시로가 직접 대면하는 대상이 아닌, 서번트인 세이버를 통해 접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즉 주체가 아니라 객체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는 다른 마스터들이 서번트를 다룰 때에도 인간이 아닌 일종의 도구나 인형처럼 다루는 모습에서도 드러난다. 실상 세이버 또한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처음 등장했을 때는 오로지 서번트로서의 태도만을 고집한다.

그리고 이 ‘인간관계’가 주인공인 에미야 시로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이다. 처음에 에미야 시로가 ‘정의의 사자’가 되겠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전투의 주역이 서번트인 상황에서 마스터인 시로는 운 좋게 ‘정의를 관철하는 서번트’를 뽑는 것 이외에는 ‘정의’를 관철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정의감이나 과거의 상처는 자연스럽게 중심에서 벗어나며, 주인공의 심리에서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세이버에 대한 성적인 흥분밖에 남지 않는다.

그 결과 이 Fate 루트의 깊이나 몰입도는 상당히 낮을 수밖에 없다. 사건 전개의 중심이 되는 것이 초인간적인 서번트들 사이의 전투이므로, 주인공 시로는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을 뿐 사실상 관찰자에 지나지 않으며, 그렇다고 해서 초인간적인 서번트들에 감정이입을 할 수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 루트의 중심 내용이 되는 전투 또한 관찰의 대상밖에 되지 않는다.

주인공이 할 일은 한 가지, 즉 서번트와 ‘인간적인’ 감정을 나누고, 그리고 그것을 추억으로 돌린 채 헤어지는 일 뿐이다. 하지만 이 ‘인간적인’ 감정이라는 것 또한 서번트라는 비인간적인 존재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구경하기에 적당한 것일 뿐 깊이 있는 감정이입은 가능하지 않다.
세이버의 설정 또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세이버는 단순한 영령이 아니라 ‘아직’ 살아있는 상태에서 소환된 것이며, 모든 것이 끝난 후 자신의 삶의 마지막 장면으로 돌아가 이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설정을 부여함으로써, 세이버의 인간적 모습이나 시로와의 감정에 더 깊은 의미를 주며, 동시에 반드시 돌아가야 한다는 필연성을 부과하고 ‘돌아간다’는 ‘이별’의 의미를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것이다. 결국 Fate 루트의 모든 사건들의 의미는 주인공에게 ‘스쳐 지나가는 추억’으로 규정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이 루트는 그저 ‘잘 만들어진 이야기’ 정도로밖에 규정되지 않는다. 분명 나스 키노코의 텍스트는 매력적이지만, 그 폭발적인 매력은 충분히 발산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루트는 반드시 필요하며, 그것도 ‘최초의’ 루트여야 한다. 앞서 말한 대로, 이 루트가 바로 성배전쟁의 ‘정답’으로서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른 두 루트는 이 전형적인 형태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는데, ‘전형적인’ 모습을 모른다면 그 ‘벗어남’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Heavens Feel 루트보다 다소 깊이가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Fate 루트 쪽을 오히려 선호하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세이버의 매력이 최대한으로 발산되는 루트이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세이버는 Fate 캐릭터 인기투표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의 매력을 자랑하는, 전형적인 ‘싸우는 (금발) 미소녀’인 것이다. 또한 ‘서번트와 서번트 사이의 대결’은 직접 감정을 이입하기는 어렵더라도, 분명히 멋진 장면들이기 때문이다. 다른 루트에서는 인간들이 점차 중심으로 나서면서 서번트의 비중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서번트간의 대결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바로 이 루트이다. 뿐만 아니라 ‘정답’이라는 점에서 가장 부담없이 볼 수 있는 루트이기도 하다. 세이버와 시로 뿐만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도 ‘정답’의 모습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는 것이다. 이는 Heavens Feel 루트가 심한 비난에 시달리는 이유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이기도 하다.

두 번째 루트인 Unlimited Blade Works는 한 마디로 ‘마스터의 전투’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서번트인 세이버와 랜서, 아쳐, 버서커 등이 전투를 벌이며 전형적인 모습 비슷하게 출발하지만, 아처와 캐스터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마스터와 서번트 사이의 관계가 헝클어지고, 여기에 길가메시까지 조기에 활동을 개시하면서 ‘서번트와 서번트 사이의 전투’는 급격히 모습을 감춘다. 그리고 그 빈 자리를 채우며 마스터인 에미야 시로와 토오사카 린이 전투의 주역으로서 전면에 부상한다.

Fate 루트에서는 서번트와 마스터 사이의 관계는 절대적이며, 서번트는 마스터의 승리를 위해 움직이고 마스터는 서번트를 보조한다는 공식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Unlimited Blade Works 루트에서는 아처가 활동하는 시점에서부터 이 관계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마스터에게 절대복종하며 오로지 성배와 마스터의 승리를 위해서 움직이는 세이버와는 달리, 아처는 성배나 마스터의 승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의 목적을 위해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아처가 시로를 공격한 장면에서 이미 그러한 조짐이 보이며, 후반으로 가면 아처는 스스로 마스터를 선택하며, 다시 그 마스터를 자기 손으로 죽이고, 마스터 없이 활동하기까지 하는 등 완전히 서번트가 아닌 마스터처럼 행동한다.
사실 아처의 이런 ‘서번트인 동시에 마스터’라는 성격은 Fate 루트에서는 오히려 아처의 활동이 미미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작용했다. 아처는 활발한 활동을 하기는커녕 자신의 진명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Fate의 ‘서번트의 전투’라는 틀을 무너뜨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처는 프롤로그에서 ‘펜던트’를 통해 자기 정체를 암시했으면서도 Fate 루트에서는 그에 관한 사항은 전혀 드러낼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설정은 Unlimited Blade Works나 Heavens Feel과 같이 마스터가 중심에 오는 루트에서는 서번트로서의 비중을 높이기에 좋은 조건이 된다.

관계에서의 그런 ‘헝클어짐’을 확정짓는 것이 캐스터이다. 캐스트는 서번트이면서도 다른 서번트를 거느리는가 하면, 세이버와 아처의 계약을 끊어버리는 장본인이다. 게다가 캐스터의 마스터인 소이치로는 스스로 전투의 전면에 나서 서번트인 세이버를 때려눕히기까지 한다. 더구나 소이치로는 원래 캐스터를 소환한 자가 아니며, 캐스터가 스스로의 의지로, 아니 자신의 마음으로써 선택하고 섬기는 마스터이다. 그리고 캐스터는 마스터를 위해서 움직이고는 있지만 사실상 독자적으로 활동하며, 오히려 마스터인 소이치로 쪽이 캐스터를 보조하는 듯이 보인다. 이들의 관계는 마스터와 서번트가 아니라 서로 협력하는 연인들의 관계와 가깝다. 즉 시로와 세이버의 관계보다는 시로와 토오사카 린의 관계에 가까운 것이다.

이 점에서는 심지어 Fate 루트에서 ‘전형적인’ 서번트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세이버나 버서커, 랜서, 그리고 라이더도 예외가 아니다. 세이버는 처음에는 ‘전형적인’ 서번트로 출발했지만, 이후 캐스터의 서번트가 되어서는 령주의 명령을 거부했고, 스스로의 의지로 토오사카 린과 재계약을 맺었으며, 그 후에도 랜서가 세이버의 마스터인 린을 구하러 갈 때에도 마스터도 아닌 시로의 싸움을 그저 지켜보는 등의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이는 상황의 차이에 따른 반응일 뿐 전작의 분위기를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며, 덕분에 세이버의 비중은 전작에 비해 어이없을 정도로 낮다. 이는 버서커 역시 마찬가지이다. 오로지 주인의 명령에 복종하며 싸우던 광전사 버서커도 주인인 이리야스필을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에서 보호하기 위해 싸우는 면모를 보여주며, 하지만 그 역할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닌 만큼 그 비중은 대단히 낮다. 라이더 또한, 전작에서는 세이버와 ‘전형적인 서번트의 전투’를 벌였지만, 여기에서는 주인을 감싸고 쓰러지는 희생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랜서는 심장이 파열된 상태에서조차 마스터를 쓰러뜨리는 가열찬 의지를 보여준다.

여기에서 결정적으로 ‘서번트의 전투’ 자체를 파탄내는 것이 바로 길가메시의 조기등장이다. 길가메시의 등장으로 ‘서번트의 전투’에서 중심적 역할을 맡았던 버서커는 ‘비정상적인’ 전투를 통해 순식간에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면서) 퇴장당했고, 이리야의 심장이 적출됨으로써 성배전쟁의 목적 또한 이 시점에서 이미 틀어지기 시작했다.

이리하여 Unlimited Blade Works 루트에서 전형적인 ‘서번트간의 전투’로 퇴장하는 서번트는 어세신밖에 없게 되었다. 다른 서번트에게 죽은 것은 버서커, 라이더, 캐스터가 더 있지만, 버서커는 ‘7명의 서번트’가 아닌 길가메시에게 죽었고, 라이더는 마스터를 감싸다가 전투다운 전투 한 번 없이 죽었으며, 캐스터는 자신이 부리던 서번트에게 배신당해 죽었는데다가, 랜서는 아예 마스터의 지시로 자살했으니 전형적인 ‘서번트의 전투’에서 죽었다고는 할 수 없다. 전형적인 서번트 사이의 전투라면 버서커와 세이버(그리고 아처)의 전투, 랜서와 아처의 전투, 세이버와 어세신의 전투 정도인데, 이 세 전투 모두 상당히 인상적이기는 했으나 전체적 흐롬에 있어서 중요한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았다.

그 간격을 메우는 것이 바로 마스터인 에미야 시로와 토오사카 린이다. Fate 루트가 세이버 루트였다면, 이 Unlimited Blade Works 루트는 시로, 토오사카, 아처 세 명의 루트라고 할 수 있으며, 특히 두 명의 마스터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이 루트는 ‘린 루트’라고 부를 정도로 토오사카 린이 유일한 여주인공으로 활동함에도 불구하고 초기에 토오사카 린과 에미야 시로 사이의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는 유일한 루트인데, 이것은 시로와 토오사카의 학교에서의 대결(?) 장면을 묘사함으로써 ‘서번트의 전투’가 아닌 ‘마스터의 전투’를 부각시키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에미야 시로와 토오사카 린은 아처가 캐스터에게 넘어간 시점까지는 ‘서번트에 의존해 싸우는 마스터’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시점 이후에는 서번트와 직접 싸우며 전투의 중심에 선다. 캐스터와 싸울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토오사카 린이며, 그 이후에는 에미야 시로가 아처와 맞서 싸웠고, 아처의 궁극적 보구인 ‘고유결계’를 사용해서 ‘어떠한 서번트보다도 강한’ 최대·최후의 적 길가메시를 패배시키기까지 한다. 이 Unlimited Blade Works 루트야말로 시로가 가장 주인공다운 활약을 보이는 루트라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이 루트에서의 여자주인공은 당연히 동료 마스터인 토오사카 린이 되며, 전형적인 서번트인 세이버는 부수적인 존재로 전락하고, 전투에 참가할 수 없는 마토 사쿠라는 Fate에서와 마찬가지로 거의 무시되는 것도 당연한 귀결이다.

결론적으로 이 루트에서 서번트간의 전투는 별로 벌어지지 않으며, 그 전투들도 그다지 반향이 없다. 전투의 주역은 마스터인 시로와 린이며, 전투에 참가하는 서번트들도 서번트보다는 오히려 마스터처럼 움직인다.

이 점에서 Unlimited Blade Works 루트가 Fate 루트보다 완성도가 확연히 높다고 할 수 있다. Fate 루트에서의 전투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존재’인 서번트들이 보여주는, 제법 괜찮은 구경거리였을 뿐이며, 시로는 실제로 전투를 치르는 서번트인 세이버에게 ‘멋진 모습’만을 보이면 그만이었다. 반면 이 Unlimited Blade Works 루트에서는 전투는 보통 인간에 가까운 에미야 시로가 직접 부딪쳐야 할 현실이며, 그 고통과 마음가짐에 대해서 보다 강하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다.
또한 에미야 시로가 강조하던, 자신이 목표로 한 ‘정의’를 직접 실현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전투에서이며, 그렇기 때문에 아처가 말하는 회의도, 에미야 시로가 말하는 결의도, 그리고 그 회의와 결의에서 오는 고통을 보듬어줄 토오사카 린의 사랑도 그대로 전해지는 것이다. Fate 루트에서라면 시로가 직접 전투에 참가하지 않으므로, 만약 아처가 자선의 과거를 이야기하며 시로를 죽이기 위해 세이버와 대결을 펼쳤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생뚱맞은 소리’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는 없었을 것이다. 시로가 정의를 위해 실제로 싸웠고 그 고통을 몸으로 느꼈기 때문에 아처가 말한 고통과 회의, 그리고 다시 그것을 넘어선 결의가 의미를 지닐 수 있었던 것이다.

연애라는 측면에서도, Fate 루트에서의 세이버와의 관계는 단순히 인간적인 감정을 부인하던 세이버에게 그 감정을 가르쳐 주는 것에 불과하다. 즉 자신과는 전혀 다른 존재인 세이버에게 ‘전투만을 위해 살지 않도록’ 사랑을 일깨워주는 측면이 강하며, 더욱이 이는 세이버에게는 필요한 것일지 몰라도 시로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절실한 문제라고는 할 수 없다. 반면 Unlimited Blade Works 루트에서 토오사카 린은 같은 입장에서 함께 전투를 헤쳐나간 사이이며, 관계를 갖는 것 역시 그렇게 쌓인 이해를 바탕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서로에게 기대며 하나가 되는, 서로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표면상의 이유야 어쨌든) ‘전투만을 하지 않도록’ 하는 의미를 갖는 Fate 루트에서와는 달리 ‘함께 싸우기 위해’ 관계를 갖는 것이므로, 전개의 핵심이 되는 전투와 연애감정이 강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Fate 루트에서보다 강한 설득력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다른 측면에서, Fate에서의 세이버의 과거는 단지 세이버의 과거일 뿐이지만, Unlimited Blade Works에서 아처의 과거는 또한 에미야 시로의 미래이기도 하며, 린은 아처와 가슴아픈 이별을 하고 시로와 미래를 함께하게 됨으로써 ‘이별’과 ‘함께함’이 모순되지 않으면서 서로를 고양시킴으로써 토오사카 린과 에미야 시로 사이의 감정은 상당히 높은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이 때문에 Unlimited Blade Works 루트는 남녀간의 관계 측면에서도 완성도가 단순 연애물인 작품들보다도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

아마도 Unlimited Blade Works 루트를 지지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Unlimited Blade Works 루트의 대결은 Fate 루트의 대결 이상으로 멋지면서도 훨씬 깊이 몰입할 수 있다. 또한 이리야나 소이치로 같은 다른 마스터들의 심리에 대해서도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으며, 심지어 버서커나 랜서와 같은 서번트들의 경우에도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에 의해 단순히 전투머신으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게다가 여자주인공과의 사랑까지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 이상 무엇을 바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 Unlimited Blade Works 루트의 모든 미덕은 Fate 루트가 선행되기 때문에 비로소 성립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토오사카와 시로가 서번트에 맞서 싸우는 것을 보고 경탄하려면 인간이 도저히 맞설 수 없는 서번트의 전투를 알아야 하며, 그렇지 않고 이 루트를 먼저 접한다면 단순히 서번트라는 것이 설명만 요란했지 별 게 아닌 존재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마찬가지로 서번트와 마스터의 관계가 끊어지고, 서번트가 서번트를 거느리거나, 아처가 스스로의 목표에 따라 움직이는 등의 상황을 보고 혼란을 느끼기 위해서는 서번트와 마스터 관계가 절대적이라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야 하며, 시로와 길가메시의 전투를 보고 감탄하려면 세이버로서도 당해내기 어렵던 길가메시의 압도적인 전력과 카리스마를 알고 있어야 한다. 즉 Fate 루트가 없다면 이 루트의 재미 또한 반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그 다음 루트인 Heavens Feel 루트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루트 또한 Fate 루트와 Unlimited Blade Works 루트를 끝낸 다음에야 성립한다. 그렇지 않으면 랜서와 세이버, 그리고 버서커나 길가메시까지 쉽게 삼키는 ‘그림자’의 공포스러움을 이해하기 어려우며, 단순히 서번트들의 전투력이 형편없는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세이버를 잃고 오히려 적에게 지배당하는 것을 보는 에미야 시로의 마음이라거나, 아처의 왼팔이 시로와 토오사카 린에게 갖는 의미와 같은 것도 전혀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 루트인 Heavens Feel은 한 마디로 ‘마스터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루트는 앞서의 두 루트와는 달리 더 이상 전투가 중심에 있지 않다. 앞서의 두 루트에서 전투가 중심에 있고 남녀관계가 ‘곁들여져’ 있었다고 하면, 이 루트에서는 반대로 남녀관계와 혈육의 정이 중심에 있고 전투의 비중은 크게 축소되어 있다. 전투에 나선 서번트들은 다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에 어이없게 삼켜지는 것으로 끝나며, 마스터들 역시 그 그림자에 맞설 방법이 없다. 중간에 코토미네 키레와 시로가 한 번씩 멋진 전투장면을 보여주지만, 전투로서 진정한 매력을 갖는 것은 마지막 부분에서의 흑화 세이버와의 전투와 토오사카 린의 전투 정도이다. 그런데 바로 그 토오사카 린의 전투도 린이 사쿠라를 쓰러뜨리는 것을 포기하고 스스로를 희생함으로써 끝나는 것이다. 모든 전개는 전투가 아니라 ‘사쿠라의 마음’과 다른 캐릭터들의 ‘사쿠라에 대한 마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주목한 점은 Heavens Feel 루트가 Fate의 모든 의문이 해결되는 루트라는 점일 것이다. 마지막 루트이므로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주인공인 에미야 시로와 토오사카 린의 관계가 가장 깊어지는 것은 Unlimited Blade Works 루트지만, 그 관계가 완전히 규명되는 것은 Heavens Feel 루트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들의 관계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 프롤로그에서 토오사카 린이 에미야 시로를 살려준 사건에서도, 시로의 죽음을 앞에 두고 사쿠라를 제일 먼저 떠올린 것이나 그 때 떠올렸던 추억의 내용, 그리고 엄청난 마력을 희생해 가면서까지 살려준 이유 등은 Fate 루트와 Unlimited Blade Works 루트를 끝낸 시점에서도 여전히 불분명하다. 에미야 시로는 토오사카 린이 자신을 모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린은 이 시점에서 이미 시로를 아주 잘 알고 있으며 이 사람만은 반드시 살아야 한다고 결의하고 있었고, Unlimited Blade Works 루트에서 토오사카 린이 시로를 처음부터 계속 신경쓰고 걱정해 주는 것 역시 두 사람 사이의 애정이 싹트기 전의 일이었다.

이는 토오사카 린의 (겉보기와는 달리) 다정다감한 성격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다소 어색한 감이 있으며, 작위적인 ‘주인공 띄우기’ 정도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그러나 Heavens Feel 루트에서 이 점에 명확한 설명을 부여하고 있다. Unlimited Blade Works 루트에서 토오사카 린과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잊혀졌던 마토 사쿠라와의 관계가 실제로는 그 아래에 깔려있었던 것이다. 이는 Unlimited Blade Works 루트에서의 토오사카 린과의 관계가 실제로는 일종의 아이러니를 함축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사쿠라를 울리지 않기 위해 시로를 구했지만, 사쿠라의 남자를 가로채는 결과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런 Heavens Feel 루트의 설명을 엉뚱한 것으로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린이 궁도부에 자주 들른다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이유는 제시하지 않고, 사쿠라가 왔을 때 무관심을 가장하면서도 이름으로 부름으로써(반면 부장인 미츠즈리는 사쿠라를 ‘마토’라고 부르고 있으며, 린 역시 신지는 ‘마토’라고 성으로 부른다.) 친밀감을 드러내는 등 세심하게 사전 포석을 한다. 앞서의 두 루트에서 사쿠라와의 관계는 불필요해 보임에도 불구하고 생략되지 않고 선명하게 표현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시로가 다른 사람과 관계를 갖게 됨으로써 울고 있을 한 명의 소녀를 암시하여 그 이면의 상황에 대해서도 넌지시 비추는 동시에, ‘해피엔딩’의 ‘해피’하지 않은 일면에 보이지 않는 가시를 박아 놓은 셈이다.
그 외에도 Fate 루트에서 시로가 점심시간에 린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데도 다른 경우와 달리 린이 금방 화를 푼 점이나, 토오사카 린이 사쿠라가 시로의 집에서 가사를 돕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것 등으로 린과 사쿠라의 관계를 계속 암시한다. 물론 앞서의 두 루트에서는 사쿠라의 비중이 상당히 낮기 때문에 이러한 점은 아무런 설명이 제시되지 않아도 그다지 관심을 끌지 않고 넘어가지만, 린과 사쿠라가 만나는 장면에서의 미묘한 긴장감은 분명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이 Heavens Feel 루트에서 비로소 밝혀지는 또 하나의 중요한 점은 성배와 이리야스필 아인츠베른에 관련된 부분이다. 사실 Fate 루트나 Unlimited Blade Works 루트의 시작부분에서도 이리야는 시로를 마스터로 알아보고 말을 건다. 이는 성배전쟁을 암시하는 내용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만, Heavens Feel 루트를 끝낸 후에 생각해 보면 사실 앞의 두 루트에서는 전혀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었다. 성배전쟁이 시작되기 전에는 누가 마스터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토오사카나 아인츠베른의 경우에는 이미 충분히 예상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에미야는 이 때까지 마법사로서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는 이리야가 이미 시로와 관계가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암시하지만, 그 관계와 이리야의 정체가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이 Heavens Feel 루트에 와서였다.

또한 성배는 무엇이고 성배를 구하려는 성배전쟁이 왜 시작되었으며 그 성배에 왜 앙그라 마이뉴가 가득차 있는가에 대한 설명 또한 이 루트에서 비로소 주어진다.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면, 성배의 힘이 비로소 그 진면목을 보인 루트라고도 할 수 있겠다. 성배가 강한 힘을 가진 서번트들을 허무할 정도로 쉽게 삼켜버린 점에서도 그렇지만, 사쿠라의 몸에 있던 벨레를 완전히 박멸하고 서번트인 라이더를 이 세계에 계속 머무를 수 있게 한 결말도 성배의 힘에 의해서 비로소 가능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바로 사쿠라일 것이다. 앞서의 두 루트에서는 거의 존재감조차 느껴지지 않던 사쿠라가 이 Heavens Feel 루트에서는 라이더의 마스터이자 성배, 히로인으로서 등장하며, 지금까지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던 사쿠라의 고뇌가 바로 문제 자체가 된다. 문제는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 있는 셈이다.

한 가지 의문이었던 점은, 사쿠라가 라이더의 마스터라는 것이 Heavens Feel 루트만의 설정인지, Fate 루트와 Unlimited Blade Works 루트에서도 밑바닥에 깔려있는 설정인지에 대한 것이다. 분명히 사쿠라의 설정이 앞서의 두 루트에서도 똑같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앞의 루트에서는 사쿠라가 성배로서 기동을 시작하고 있지 않으며, ‘앙그라 마이뉴’가 중간에 출현하고 있지도 않고, 죽은 서번트들 역시 사쿠라에게 가지 않고 키레와 길가메시가 이리야스필을 이용해서 만든 성배에 제대로 모아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성배로서의 적합성이 사쿠라와 이리야 중 어느 쪽이 더 높았는가에 대한 설정의 차이일 뿐, 역시 다른 루트에서도 사쿠라는 라이더의 마스터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선 두 루트 모두에서 토오사카 린은 신지가 마스터로서의 기척이 없다고 단언했으며, 사쿠라는 에미야의 팔에 나타난 령주를 알아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Fate 루트에서 마토 신지는 령주가 팔에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고, 령주를 책으로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사쿠라는 앞서의 두 루트에서도 마찬가지로 절망에 빠져 있었으며, 결국 그런 절망이 알려지지도 못한 채 끝나고 만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최고의 루트라고 찬사를 받고 있는 Unlimited Blade Works 루트는 사실 사쿠라에게는 한없이 잔인한 루트라고 할 수 있으며, 그 잔인한 아이러니의 한가운데에는 토오사카 린이 있다. 토오사카 린은 사쿠라를 울리지 않기 위해 시로를 구했지만 결국 시로를 사쿠라에게서 빼앗았고, 사쿠라의 오빠라는 이유로 죽음을 각오하고 신지를 구했지만 결국 최악의 남자를 남겨둔 꼴이 된 것이다.
Unlimited Blade Works 루트에서는 정의라고 해도 결국 구하는 사람만 구할 뿐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없다고 계속 강조하고 있는데, 그 말대로 사쿠라만은 결코 구하지 못했으며,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마지막에 신지와 사쿠라가 사이가 좋아졌다고 했지만, 그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Fate 루트는 이렇게까지 잔인하지는 않았다. 우선 신지가 사라졌으며, 사쿠라는 이리야스필의 도움으로 활기를 되찾았다고 한다. 여기서는 전혀 암시조차 되지 않았지만, Heavens Feel 루트를 끝낸 후에 생각해 보면 과연 사쿠라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이리야밖에 없다고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Unlimited Blade Works 루트에서는 사쿠라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조차 아무도 남지 않았다.
이러한 잔인한 아이러니가 바로 다음 루트인 Heavens Feel 루트에서 사쿠라가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것에 대한 설득력을 부여하고 있다. 토오사카 린이 찬란하게 빛난 만큼 사쿠라가 토오사카 린을 보며 동경과 질투를 느끼며 자학하는 것도 그만큼 더 쉽게 납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루트가 맹렬한 비난을 받고, 심지어 기피되기까지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Fate 루트에서도 물론이지만 특히 Unlimited Blade Works 루트는 서번트와의 대결은 최고의 장면으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며, Unlimited Blade Works 루트에서 주인공인 에미야 시로가 보여준 결의 또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히로인인 세이버와 토오사카 린은 매력적이었고, 그들과의 성관계는 행복감에 가득찬 것이었다.
하지만 이 Heavens Feel 루트에서는 전투는 대부분 어이없게 끝나며, 전투의 긴장감이나 박진감이 차지했던 자리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으며 정체는 물론 종류조차 파악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이 채우고 있다. 이런 점에서 Heavens Feel 초중반부의 분위기는 공포물에 가깝다. 애욕에 떨며 미쳐가는 사쿠라의 모습 역시 여주인공으로서의 매력을 발산하기에 적절하다고는 볼 수 없으며, 사쿠라와 관계를 맺는 장면 역시도 죄책감만이 느껴질 뿐 어떤 종류의 행복감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Fate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루트의 어떤 부분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에 대해 당황스러운 느낌을 받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라이더가 (괴상한 어세신을 제외하면) 서번트로서는 유일하게 대활약을 하고, 막판에 토오사카 린이 Unlimited Blade Works 루트에서보다도 멋진 대결장면을 연출했으며, 이리야와 토오사카 린이 모성적인 매력을 보여주고, 키레마저 (엉뚱하게 보일 정도로) 대활약을 했지만 전체적으로 음울한 분위기를 역전시킬 정도는 아니다.

이렇게 3개의 루트로 갈라진 것은 때로 비난받기도 하지만, 전혀 다른 루트를 전개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명백하다. 그것은 각각의 루트에서의 집중력이다. 서번트가 주가 되는 루트에서는 주인공은 서번트와의 관계에 집중한다. 마스터가 주가 되는 루트에서는 주인공은 마스터와의 관계에 집중한다. 전투가 아닌 마음이 주가 되는 루트에서는 함께 싸울 수 없는 소녀와의 관계에 집중한다.
만약 루트를 하나로 통합해서 주인공이 사쿠라와 관계를 가지면서도 토오사카라는 동료와 함께 세이버를 주축으로 한 ‘서번트의 전투’를 벌였다면 이도저도 아닌 하렘물이 될 위험마저 있다. 스토리를 분리함으로서 주의가 분산되는 것을 막고, 그러면서도 선행 루트를 설정으로 삼아 새로운 내용을 전개한다. 이는 상당히 세련된 수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상의 설명 또한 표면적인 것에 지나지 않으며, 여러 가지 점들을 설명하지 못한다. 루트의 차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캐릭터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세 루트는 동일한 캐릭터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에미야 시로, 토오사카 린, 이리야스필 아인츠베른 등은 어딘가 달라졌다. 분명히 같은 인물이면서도 똑같지는 않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반면 각 서번트들은 세 루트에서 큰 차이가 없고, 그 대신 루트에 따라서 주력으로 활동하는 서번트가 교체되어 있다. 주력 서번트는 Fate 루트에서는 세이버와 버서커이며 Unlimited Blade Works 에서는 아처와 캐스터이고, Heavens Feel 루트에서는 라이더와 새로운 어세신으로 되어 있다. 왜 마스터와 서번트 모두가 이렇게 루트마다 다른 성격을 갖게 것일까? 물론 각 루트 자체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각 루트의 성격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이 문제에 대해서 단서가 되는 것 중 하나는 시로와 히로인의 ‘동거’에 대해 후지무라 타이가가 보여주는 태도의 차이다. Fate 루트에서 타이가는 세이버와의 ‘동거’를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로 간주하며 대결을 해서라도 동거를 막으려 했고, 이에 실패하자 대성통곡을 한다. 그러나 Unlimited Blade Works 루트에서는 그 반대의 정도가 현저히 약화되어 있다. 그것은 Fate 루트에서만큼 절대로 있을 수 없은 일은 아닌 것이다. 그리고 Heavens Feel 루트에서는 별로 간섭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취한다.
이것은 주인공에게 여성과 관계를 맺는 것이 어느 정도 허용되어 있는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리고 단순히 이 장면에서의 후지무라의 변덕이 아니라, 루트 전체의 분위기 및 캐릭터들의 성격이 달라진 부분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차이의 정체는 무엇인가?


3. 3개의 루트에 내재된 의미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로 각 캐릭터의 연령대가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설정상으로는 같은 나이에 있었던 사건이다. 하지만 숫자로서의 나이가 아닌 캐릭터의 정신적 연령은 세 루트가 전혀 다르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첫 번째 루트인 Fate 루트에서 시로는 ‘소년’이며, Unlimited Blade Works 루트에서는 ‘청소년’ 내지는 ‘청년’이고, Heavens Feel 루트에서는 ‘성인’이다. 이것은 캐릭터들의 감정, 특히 이성에 대한 태도에서 명확하게 드러나며, 주인공이 정의와 이상에 대해 보여주는 태도나 서번트의 선택, 엔딩에서의 결론 등 모든 부분에서 그 모습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Fate 루트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Fate 루트에서 시로는 ‘소년’이다. 소년으로서, 이상화된 여성인 세이버를 동경하고, 정의의 용사를 동경한다. 하지만 소년기는 여성이나 자신의 이상에 직접 맞부딪칠 수 있는 시기는 아니다. 아직은 손이 닿지 않기에 동경하고, 아름다운 꿈을 간직하는 시기이다.
따라서 전투를 실제로 수행하는 것은 ‘이상화된’ 모습의 서번트들이고, 에미야 시로는 자신의 이상과 정의를 전투를 통해 직접 실현하기에는 너무 어리고 무력하다. 그렇기 때문에 시로도 나름대로 세이버를 보조하지만, 시로에게 주어진 역할은 바로 세이버의 싸움을 동경의 눈길로 쳐다보는 역할이 된다.

그리고 시로는 여성으로서의 세이버를 동경하고 사랑하지만,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하면 극도로 당황하며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바로 ‘소년’의 태도인 것이다. 그리고 시로가 세이버와 관계를 갖는 것에 대해 보여주는 태도는 순수한 아름다움과 행복감을 보여준다. 이것은 바로 소년시절에 이성과 사랑에 대해 품고 있는 아름다운 환상과 일치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 루트의 ‘남녀관계’는 ‘모범적인’ 선에서 정리된다. 시로와 세이버가 사랑을 나누는 것이나, 시로가 토오사카나 이리야에게 느끼는 감정에서 불순한 면은 찾아볼 수 없다. 시로는 ‘육욕을 탐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며, 세이버의 단아한 얼굴이나 흰 살결, 가느다란 팔다리 등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을 뿐이다. 다른 캐릭터들도 마찬가지여서, 마토 신지는 불순하지만 그다지 부각되지 않은 채로 신속하게 제거당했고, 세이버에 대한 길가메시의 집착은 다소 비틀려 있지만 고고하고 품위있는 카리스마를 잃지 않는다.

(단, 이는 나스 키노코의 텍스트에 대한 이야기이며, 정작 세이버와 시로의 CG 장면은 이런 텍스트의 분위기와는 잘 맞지 않는다. 마치 로리 캐릭터를 강간하는 듯한 이 그림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넣은 것인지 모르겠다. 요즘은 애들도 ‘알 건 다 아는’ 세태를 반영한다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이 장면에서 당혹감을 느낀 사람이 한두명이 아닐 것이다.)

이 점에서 확실히 세이버는 시로와 어울리는 히로인이다. 한 편으로는 이상화된, 아득한 동경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전사이면서도 성적인 면에는 눈뜨지 못하고 시로와 함께 조금씩 이성을 알아가는 ‘소녀’이기 때문이다.

물론 세이버는 ‘현실’이 아닌 ‘소년 시절의 환상’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시로와 끝까지 함께한다는 것은 애당초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고 환상적으로, 소년이 동경하는 전설 속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Fate 루트의 엔딩은 슬프지만, 비극은 아니다. 그리고 비극은 아니지만, 슬프다. 소년시절의 아련한 환상은 원래 그런 것이다. 환상이기 때문에,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슬프지만, 아직은 순수한 동경이기에 그만큼 아름답다.

청년기에 해당하는 Unlimited Blade Works 루트에서는 이와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마스터인 시로와 토오사카 린은 더 이상 무력하지 않다. 아니, 무력하게 출발했지만, 직접 세상과 맞부딪쳐 싸울 수 있게 성장한다. 이제 자신의 이상과 정의는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 손으로 이루어내어야 할 숙제이다.
시로는 서번트들의 전쟁을 더 이상 Fate 루트에서처럼 동경의 눈길로만 바라보지 않으며, 그 전쟁이 힘들고, 지금 싸우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인생 전체에서 어려움이 계속되리라는 점을 이해하면서도, 그에 굴하지 않고 결연히 맞서 자신의 정의와 꿈을 실현한다. 비록 그 이상이 자신의 빛나는 미래를 약속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자신을 이겨야 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순간 시로는 자신의 고유결계, Unlimited Blade Works를 구현해 낸다. 이것은 길가메시와 그의 보구들로 상징되는, 끝없이 펼쳐져 있는 ‘기존의 세계’에 맞서기 위해, 자기 내면의 세계를 열고 스스로에게 잠재된 무한한 힘을 이끌어내는 것을 나타낸다. Fate 루트에서는 보구 하나를 ‘투영’함으로써 가능성을 입증했다면, 이 루트에서는 무한한 잠재력을 이끌어 내어 냄으로써 그 가능성을 완전한 형태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무한한 잠재력으로 ‘세계’에 맞서 승리한 시로는 진정한 영웅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런 모습을 보고 가슴이 설렐 정도로 멋있다고 느끼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여성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시로는 청년의 모습을 보여준다. Unlimited Blade Works 루트에서도 시로는 여전히 성관계에 대해서는 초보이며 어색하지만 Fate 루트에서처럼 당황해 하지는 않으며, 토오사카 린과 남자의 성기를 놓고 장난을 치거나 성관계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도 있다. 지금도 순수하고 아름다운 시절이지만, 이미 여성과 관계를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큰 차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시로의 관심사도 어느새 얼굴이나 팔에서 가슴이나 다리 쪽으로 옮겨가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 시기의 성관계는 더 이상 막연한 동경이나 환상이 아니다. 그것은 일생을 함께 할 사람을 선택하고 사랑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토오사카 린은 단순히 사라지거나 떠나버리는 식의 결말로 끝나지 않으며, 새로운 세계를 눈앞에 두고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자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제 에미야 시로는 세이버를 동경하며 보호를 받는 소년에서, 토오사카 린을 사랑하며 그녀와 어깨를 나란히 하여 열정적이고 당당하게 세상과 맞서는 청년으로 성장한 것이다.

성년 시기의 이야기인 Heavens Feel 루트에서는 앞서의 두 루트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이제는 소년기의 환상도, 청년기의 낭만주의적 영웅의 모습도 모두 빛을 잃었다. 성년이 된 에미야 시로에게 있어서 이상은 더 이상 자신을 다 바쳐 추구해야 할 그런 대상이 아니다. 지금 이미 가지고 있는 생활과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시로가 자신이 믿고 있던 정의에 등을 돌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바꾸는 한이 있어도 사쿠라 한 사람을 구하려고 하는 태도가 이를 보여준다.
이제 더 이상 시로는 개인이 아니라 ‘남편’이자 ‘아버지’가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로에게 전투는 더 이상 삶의 전부가 아니다. 그런 만큼 이 루트에서의 전투는 참으로 허무하게 끝나버린다. 치열하게 맞부딪치며 이상을 실현해야 할 전투가 마음의 어둠에 먹혀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이상이 날아가버린 마음 속에는 불안과 집착, 욕망 등의 감정들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상화된 힘이 약동하는 전투는 더 이상 동경의 대상도 자신이 추구할 대상도 아닌, 그저 현재의 생활을 파괴할지도 모르는 미지의 두려움에 지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에미야 시로가 자신의 이상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를 구체적인 모습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아처이다. 아처는 작품 안에서 계속 설명하듯이 주인공 에미야 시로의 '이상'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우선 Fate 루트에서 아처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소년인 시로는 아직 자신의 이상을 분명하게 그리며 추구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로가 보는 것은 ‘동경의 대상’인 타자일 뿐이다. 그러다가 Unlimited Blade Works 루트에서 시로는 자신의 이상과 대면했고, 자기 자신을 극복함으로써 시로 자신이 바로 이상 그 자체의 모습이 되어 자신의 내부에 있는 무한한 힘을 펼쳐보였다.
그러나 성인이 된 Heavens Feel 루트에서 그 이상은 동경의 대상도 자기 자신의 모습도 아니다. 자기 자신의 일부분으로 인식되고는 있지만, 이것은 이제 위험한 대상이 되었다. 이상 속에 빠져들 때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을 하나씩 잃어야 하며, 너무 심해지면 스스로를 완전히 파괴하게 될 수도 있다. 시로는 현재의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이상을 경계하고 억눌러야 하는 것이다. 물론 청년 시절과 같이 자기 내부에 있는 무한한 세계(Unlimited Blade Works)를 펼쳐보이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 되었다.
하지만 그러한 제약을 알면서도 성해포를 풀어헤치고 아처의 팔을 쓰는 시로의 뒷모습은 장엄하다.

Unlimited Blade Works 를 펼쳐보였을 때 보여준 것은 시로의 앞모습이었다. 하지만 이제 성해포를 풀어헤쳤을 때 보여주는 것은 시로의 뒷모습이다. 뒷모습이라는 것은 그 뒤에 지켜야 할 대상이 있음을 의미한다. '앞'에 있는 도전의 대상이 중요한 시로와 '뒤'에 있는 지켜야 할 대상이 중요한 시로, 도전하는 자와 지키는 자, 이 장면은 그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시로가 성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또다른 모습은 여성과의 관계이다. 성은 이제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다. Fate 루트에서 성관계에 대한 이야기만 나와도 당황해서 정신을 못 차리던 시로는 이제 토오사카 린과 “넌 좋아하는 여자 생각하며 자위할 타입이야” 라는 말까지 태연하게 주고받으며, 자신의 성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관계를 갖는다.
하지만 그것은 소년기나 청년기만큼 즐겁거나 황홀한 것이 아니다. 성년기에 들어선 시로와 사쿠라는 애욕 때문에 관계를 가지며, 그에 대한 책임감, 불안감, 질투 등의 모든 감정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주로 활약하는 서번트의 차이에서도 드러난다. Fate 루트에 세이버는 여러번 강조해 온 대로 동경의 대상이며, 후반까지 최대의 적으로서 나타나는 버서커는 의지나 사고가 없는 광화된 전투머신에 불과하다. 이는 소년인 에미야 시로에게 있어서 세상의 많은 부분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대상이라는 점을 반영한다.
Unlimited Blade Works 루트에서는 주인공의 이상화된 모습인 아처가 든든한 아군이자 극복의 대상으로서 활약하며, ‘다른 사람’으로서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캐스터가 가장 오랫동안 적으로 등장한다. 청년인 에미야 시로는 소년시절보다 세상의 어려움과 고통을 더 치열하게 맛보고 있지만, 그 상대가 미지의 존재가 아니라 자신과 마찬가지로 생각하는 인간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캐스터는 청년기에 걸맞는 낭만주의적인 감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중은 낮지만, 이리야와 버서커의 이야기에서도 같은 종류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Heavens Feel 루트에서는 성인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풍기며 ‘조력자’의 역할을 하는 라이더가 아군이다. 라이더는 외모와 옷차림에서부터 지나칠 정도로 성인으로서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있으며, 자신의 아름다움으로 적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기술까지 보유하고 있다. 동시에 Unlimited Blade Works 루트에서는 신지를 감싸고 죽기도 하고, Heavens Feel 루트에서는 어른의 입장에서 사쿠라를 보호하려고 애쓰는 등 모성애적인 모습도 보여준다. Heavens Feel 루트의 시로 이상으로 완전한 성인인 것이다.
그리고 적은 매우 혐오스러운, 즉 싸워서 이겨내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단순히 지워 없애야 하는 음습한 어세신과 그 이상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둠이 되었다. 이제 시로는 공격이 아니라 방어를 하는 입장이므로, 대상도 목표도 분명하지 않고 다만 자신을 위협하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그런 종류의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루트에서 보다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바로 세이버이다. 아처가 젊은 시절에 추구하던 이상이었다면 세이버는 소년 시절의 꿈이었다. 청년 시절에 있어서 소년 시절의 꿈은 그 의미가 크게 줄어들지만, 그래도 그 꿈을 짓밟으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며, 청년 시절의 힘에 의해서 소년 시절의 꿈 역시 새로운 힘을 얻게 될 수도 있고, 함께 해 주는 사람에게 공감을 얻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년이 된 후에는 상황이 전혀 달라진다. 젊은 시절의 이상은 아직 그 일부나마 유지할 수 있지만, 소년 시절의 꿈은 포기해야 한다. 그래야만 성인으로서의 삶을 무사히 계속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시로는 성인인 라이더와 힘을 합쳐 세이버를 쓰러뜨렸고, 자기 손으로 세이버를 죽였다. 소년 시절의 꿈은 이제는 자신의 마음 속에서도 빛이 아닌 어둠의 존재가 되어버리고 말았으며, 시로는 자기 손으로 그 꿈에 영원한 작별을 고한 것이다.

프롤로그에서 토오사카 린은 죽어가는 시로를 앞에 두고 먼 옛날의 추억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 추억은 린이 히로인인 Unlimited Blade Works 루트가 아니라 Heavens Feel 루트에서 비로소 나타난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먼 옛날의 추억을 돌아보는 것은 소년기나 청년기에 할 일이 아니다. 소년기에는 미래에 대한 꿈과 동경이, 청년기에는 현실에 대한 치열한 투쟁이, 그리고 완전히 성인이 된 다음에야 비로소 추억을 돌아보며 감회에 잠기는 일이 어울리게 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보석검 젤릿치가 Heavens Feel 루트에서 등장한 것 또한 설명할 수 있다. 젤릿치는 끝없이 이어지는 평행 우주로의 가능성을 구현하지만, 그것은 Unlimited Blade Works 와 같이 자신의 내면에 있는 가능성도 아니며, 앞으로 도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과거에 다르게 행동했다면 지금 현실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무한한 경우의 수를 나타낸다.
Heavens Feel 루트 앞부분에서 시로는 사쿠라와 어릴적 이야기를 하면서, 어릴 때 사쿠라가 옆에 있었다면 자기가 매일 특훈을 시켜서 '이거'나 '이거'처럼 여자애의 탈을 쓴 악마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이렇게 사쿠라가 지금과는 다른 '늠름한' 모습으로 있는 세계가 바로 평행 우주인 것이다. 평행 우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결국 과거의 추억을 되새기는 것이며, 평행 우주라는 것은 사실 과거에 본질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현실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가능성들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것은 나이든 사람들인 것이다. “과거에 이랬더라면 지금쯤 이럴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은 성인들에게만 어울리는 것이며, 소년이나 청년처럼 미래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Heavens Feel 루트에서만 코토미네 키레가 자신의 마음 속을 풀어놓으며 대활약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코토미네 키레는 완전한 성인으로서 등장하며, 소년기와 청년기에는, 한 편으로는 의지가 되면서도 자신이 성장하려면 결국은 도전해서 극복해야 하는 그런 대상일 뿐이다.
시로는 아마 마지막까지 키레가 왜 그렇게까지 앙그라 마이뉴를 위해 싸우는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없어져야 할 죄인이 되어 버린 사쿠라를 위해 싸울 이유가 자신에게 있다면, 키레에게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점은 이해했다. 마지막 순간에 싸워서 극복해야 하는 대상인 것은 마찬가지라도, 자신과 같은 대등한 존재로서 싸우는 것이며 이해가 불가능한 장애물로 인식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키레의 위상이 달라진 것은 성숙한 여성으로서의 육체미를 자랑하는 라이더가 이 루트에서만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강렬한 존재감을 갖는 것과 정확하게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세 루트에서 각각 세이버, 토오사카 린, 마토 사쿠라가 히로인인 것도 우연은 아니다. 세이버는 ‘전혀 다른 존재’로서, 처음부터 신화와 전설의 시대에서 온 ‘동경의 대상’이다. 손이 닿지만 사실은 손이 닿을 수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토오사카 린은 같은 학교의 학생이다. 동경의 대상이기는 하지만, 세이버와는 달리 손이 닿는 존재이다. 함께 손잡고 미래를 달려나갈 수 있는 여성인 것이다.
이에 반해 마토 사쿠라는 ‘내 여자’, 혹은 ‘아내’다. 이야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우리집에 출입하고 있으며, 우리 집의 부엌을 지키고 성관계를 갖는 것이 자연스러운 여인이다. 동경의 대상도 손잡을 대상도 아닌, 책임감을 가지고 지켜주어야 할 대상인 것이다.

이는 엔딩에서의 차이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Fate 루트의 엔딩에서 에미야 시로는 그저 추억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Unlimited Blade Works 루트에서는 ‘현재와 이어지는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소년 시절에는 ‘앞으로 펼쳐질 인생’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청년기에는 이미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Heavens Feel 루트의 엔딩 시점은 토오사카 린이 이미 유학을 갔다가 돌아온 시점이다. 그것도 당연하다. 지금까지 계속 성인으로서 활동해 놓고 이제와서 고등학교로 돌아가서 얌전히 수업듣는 것으로 끝낸다면 코메디가 되었을 것이다.
Fate 루트의 엔딩에서 앞으로의 미래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면, Unlimited Blade Works 루트의 엔딩에서는 자기 앞에 활짝 펼쳐진 미래를 향해 달려나가고 있고, Heavens Feel 루트의 엔딩에서는 그렇게 달려와서 도착한 지금 이 순간을 다시는 부서지지 않도록 소중하게 끌어안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세 개의 루트는 겉보기에만 평행 우주처럼 보일 뿐, 실상은 시간적으로 각각 인생의 다른 시기를 반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세 루트는 Fate 루트, Unlimited Blade Works 루트, Heavens Feel 루트의 순으로 배열될 수밖에 없으며, 각 루트에서는 이전 루트에서의 정신적 성장을 바탕으로 그 다음 연령대에서 출발하게 되는 것이다. 즉 이 세 루트는 시간순으로 배열된 삼부작 시리즈에 가깝다.

이를 굳이 세 개의 독립된 루트로 분리한 것은, 동일한 캐릭터로 세 번이나 성배전쟁을 벌일 수 없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루트의 의미를 분명하게 구별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만약 세 루트가 내용상으로도 시간순으로 배열된 것이라고 하면, Fate 루트에서의 결말은 Unlimited Blade Works 루트에 의해 부정되고, 그 루트의 결말은 다시 Heavens Feel 루트의 결말에 의해 부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정신적 성장은 다음 루트에서 물려받으면서도 각각의 인생의 시기에 대해서는 독립적으로 결말을 맺어주고 있는 것이다.
또다른 이유로는 주인공을 동일한 배경 하에 던져놓음으로써 오히려 주인공의 행동과 태도의 ‘성장’을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 개의 루트가 모두 있음으로 해서 비로소 Fate/Stay Night 이라는 작품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 세 개의 루트가 모두 모여야만 하나의 인생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4. 기타 - 히로인과 각 루트의 즐거움

세 루트에서 각각 히로인은 다르다. 그러나 세이버, 토오사카 린, 마토 사쿠라 중 이 작품 전체의 히로인을 한 명 뽑으라고 한다면 토오사카 린밖에 없다. 그것은 모든 시나리오에서 항상 시로와 대등한 위치에 머무를 수 있는 것은 토오사카 린밖에 없기 때문이다. 토오사카 린은 항상 시로보다 약간 앞에서 이끌어주는 위치에 있다.

Fate 루트에서 시로가 소년일 때는 토오사카 린도 소녀였다. 전투는 서번트인 아처와 세이버에게 의지하는 무력함도 함께였고, 시로가 성관계를 앞에 두고 정신을 못 차릴 때는 키스하며 함께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이 루트에서는 시로는 토오사카 린을 돌아봐 주지 않았다. 소년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의 모습이 아니라 동경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Unlimited Blade Works 루트에서는 서번트와 직접 맞서싸울 것을 결의한 동료였고, 웃으면서 먼저 키스를 해줄 수 있는 사랑스러운 여인이었으며, 길고 진한 키스를 하고 함께 첫 관계를 갖는 여성이었다.
그리고 Heavens Feel 루트에서는 시로가 성관계를 갖는 꿈을 꿀 정도로 육체적으로 성숙한 여성이었으며, 사쿠라를 사랑하면서도 냉정한 결의를 할 수 있을 만큼 정신적으로도 성숙한 여인이었고, 마음을 못 잡는 사쿠라를 따끔하게 야단칠 수 있는 어른이었으며, 자신을 희생하며 사쿠라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언니, 아니 ‘어머니’였다.

엔딩에서의 토오사카 린의 모습 역시 시로의 성장과정과 함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Fate 루트 엔딩에서 토오사카 린은 전과 같은 모습일 뿐이지만, Unlimited Blade Works 루트 엔딩에서는 보다 성숙하고 따듯한 모습을 보여주며, Heavens Feel 루트 엔딩에서는 머리를 풀고 완전히 성인으로서의 자태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시로와 마찬가지로 토오사카 린 역시 연령이 변하고 있을 뿐 기본적인 성격은 그대로인데, 이 성격 또한 상당히 매력적이다. 멋대로인 듯 하면서도 사려가 깊고, 다른 사람은 무시하는 듯 하면서도 그 마음은 여리고 따뜻해서 남을 빈틈없이 배려한다.
더구나 프롤로그에서는 토오사카 린의 1인칭으로 진행되어 다른 캐릭터들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감정이입이 가능하다. 토오사카 린은 시로와의 관계에 따라서 그 역할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시로와 같은 위치에 있는 또 한 명의 주인공으로서 작품을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다른 두 여성의 성격은 시로의 성장과 무관하게 항상 그대로이다. 세이버는 모든 루트에서 소년 시절의 꿈이며, 사쿠라는 모든 루트에서 섹시함으로 눈길을 끄는 대상이다. 이 때문에 세이버와 사쿠라는 루트마다 지위가 전혀 달라진다. 이것은 토오사카 린이 캐릭터 자체가 루트와 함께 변모함으로써 같은 지위를 지킨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따라서 Fate/Stay Night 라는 작품에서 표현하는 인생 전체를 놓고 볼 때, 세이버나 사쿠라는 토오사카 린보다 비중이 상당히 낮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두 여성이 매력이 부족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인기 투표에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한 세이버는 말할 것도 없고, 가장 인기가 낮은 루트의 히로인인 사쿠라 역시 그 매력은 충분하다. 지켜 주어야 하는 여성이자 아내이며,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닌, 모든 것을 바쳐서 지켜낸 사쿠라의 웃음은 가장 가치있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긴 인생을 진정으로 함께 보낼 반려는 바로 아내인 것이다.

특이한 것은 이리야스필인데, 이리야 역시 토오사카 린과 마찬가지로 시로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많은 경우 이리야는 로리 캐릭터로만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사실 텍스트만을 읽을 경우 Heavens Feel 루트에서의 이리야는 전혀 '로리'가 아니며, 자신을 희생하려는 성모이자, 토오사카 린 이상으로 누님형 캐릭터이다. 그러나 같은 외모로 소녀에서 모성까지 이어질 수 있는 린과는 달리, 이리야의 외모는 어린 소녀로밖에 통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성장은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제 세 루트의 ‘즐거움’이라는 측면을 다시 돌아보도록 하자. 청소년이라면 Fate 루트가, 청년이라면 Unlimited Blade Works 루트가, 그 이상의 연령대라면 Heavens Feel 루트가 가장 공감이 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선 청소년이 아니라도 Fate 루트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오히려 나이가 많을수록 소년시절의 환상이 아름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청년 시절만큼 열정적이지는 않았지만, 그 시절의 아련한 환상을 그리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리고 청소년이나 성인이라고 해도 Unlimited Blade Works 루트의 그 열정과,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실현해 나가는 모습을 보고 가슴 찡한 감동을 받지 않을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지금 이 연령대가 아닌 사람이라도, 가장 열정적이었고, 가장 가슴아팠으며, 사소한 일에도 쉽게 절망하면서도 무엇이나 할 수 있다는 희망에 불타고 있었던 청년기의 그 빛나는 나날들(Brilliant Years)은 분명히 가슴 설레는 것이며, 몇 번이라도 다시 돌아보고 싶은 감동을 받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 Unlimited Blade Works 루트를 최고로 꼽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Heavens Feel 루트이다. 성인이 된 후 자신의 이상과 정의를 접는 모습이나 더 이상 즐겁지 않은 성관계,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 같은 것은 사람에 따라서 유쾌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물론 가족과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사는 모습이나, 사쿠라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토오사카 린의 모습, 그리고 ‘누나’로서 자신을 희생하며 시로를 구해주는 이리야스필의 모습에서 다른 루트 이상의 감동을 느낄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작품에서 성인물로서의 깊이를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이 Heavens Feel 루트의 완성도는 오히려 Fate 루트보다 높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갖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현실을 살아간다고 해서 작품 속에서까지 현실을 보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Heavens Feel 루트가 빠진다면 Fate/Stay Night 라는 작품은 완성되지 않는다. 인생에서 성인이 되기를 거부할 수는 없으며, 성인이 되어야만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보석같은 진실들도 분명히 있다. 이 루트가 있음으로 해서 이 작품은 비로소 진정한 결말을 맞게 되는 것이다.


p.s.1.
'Heavens Feel'이라는 말의 의미는 아직도 모르겠다. 본문에서는 ‘천국의 잔’이라고 나오지만, Feel 에 잔이나 컵이라는 의미는 없는 것 같다. 한 잔 분량이라는 Fill 이라면 관계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p.s.2.
설정이 무척 방대하다. 그러나 많은 작품에서 설정을 한 번에 전부 풀어놓거나 사후 약방문 식으로 설명하는 반면, 이 작품에서는 상당수의 설정을 그 설정이 노출되는 순간 캐릭터들이 격렬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시점에 풀어놓음으로써 설정 자체가 이야기의 일부가 되게 하고 있다.


출처 드림하트 인드라지트 님



흥미로운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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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기서 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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