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티마 온라인이란 게임 간간히 이곳에도 간간히 올라오는 줄로 알고 있습니다. 울온에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이 계실텐데요.. 분명 울온은 지금 플레이해서 멋진 게임은 아닐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울온이 명작인 이유.. 주제넘게 제가 한번 적어보겠습니다.
저도 한때 울온을 즐겨 했습니다만.. 정말 잊혀지지 않는.. 그저 게임이라고 하기엔 그 설레임이 남다릅니다.
초창기 신대륙도 없던시절에 무려 4만5천원(대략..) 하는 씨디 구해서 두근두근 하는마음에 전화선꼽아서 인터넷연결하고 어쩌어찌 쿠폰넣어서 돌려보았답니다. 시작화면이나 배경음악등은 화려하다기 보단 판타지의 로망이 확연히 느껴지는 모습이었습니다. D&D풍의 배경화면과 그 배경음악 상당한 중독성이 있죠..
처음시작이니 생산직으로 하리라 마음먹고 대장장이를 키우자고 광산에 갔더니만 이미 만원.. 우물쭈물 하고있으니 한분이 오셔서 말없이 곡괭이 하나를 주시더군요.. (외국서버였죠..) 땡큐 연발하니, :) -라는 답변이.. 무슨의미인지 그땐 전혀 몰랐더랬죠.. 그래서 곡괭이질하고 광물 녹여서 잉곳 얻고 잉곳 소중이 날라서 모아놓고 다시 일터로 왔는데 왠 새빨간 아이디를 한 몇 놈이 와서는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동물들을 마법으로 소환을 하는 것이 었습니다. 이거 먼가 이상하다 시퍼 냅따 튀려했으나 스쳐서 사망 -후에 알고보니 에너지 볼텍스(Voltex)라는 최강의 소환수의 하나..
유령되서 머해야할지 몰라 멍하니 서있는데.. 좀 있으니 아이디가 정상적인 사람들이 한무더기 오더군요.. 머라고 말로 좀 떠들더니(유령일때는 살아있는자와 대화가 안됩니다..) 전투시작.. 12명정도 였는데.. 4명정도의 머더러들(빨간아이디)에게 전멸.. -_-;; 모두 유령이 되더니만 다시 살아와서는 또 죽고 같은 길드원들인지 한무대기 와서 또죽고.. 또죽고.. 안쓰럽더군요..
후에 알고보니 그들중 한명은 매우 유명한 머더러(PK케릭터)였고, 마법과 저항력의 Grand Master를 이룩한 몇안되는 이였습니다. 완전초보인지라 가만히 서서 구경하는데 대단한 사건을 목격한것처럼 흥분이 되더군요..^^ 정말 마치 역사적 사건이라도 목격한 양..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그들 단 4명정도에게 20여명이 누웠으니까요..
그때 갑자기 퐁~ 효과음과 함께 제가 살아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깜짝놀랐는데.. 그 머더러가 마법으로 살려준것이 더 군요.. 잘 기억이 안나지만 resurrection이었나.. 어리둥절 해서
'did you make me alive?'물어보니.. 제가 초보였던걸 알고 있었는지.. (옷차림이나 가방보면 티가 나죠 newbie는..) 'did u enjoy it? welcome to the uo :)' 하며 떠나더군요.. 그말을 듣고 난 후에 머리끝에서 부터 뭔가 찡하는것이 느껴지더군요.. 내가 새로운 세상에 들어섰구나.. 하는..
지금도 그때 당시 초창기 울온의 로망이 잘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 음악하며 친구들과 lv1지도 들고 보물찾으러 간답시고 엉뚱한곳만 파데고.. 나중에 길드원들도 생기고 돈도 모여서 세컨에 타워를 샀는데.. 알고 보니 속아서 몬스터 출몰지역에 있는 것을 샀더랍니다 -_-;;.. 어떤놈인지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무지 강했던걸로.. 그 작자가 나오기전에 바로 집주변몹 싹 청소하고 바로 저를 포탈( 뭔가 다른이름이었던듯.. -_-;; 기억이)로 데려왔던 거였더랍니다.. 덕분에 힘없는 우리 길드분들 우리집 주변에서 자주 누우셨다는.. ^^
한참 떠들었네요.. 이런.. 하지만 앞으로도 a4다섯장은 쓸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아련한 추억인거죠.. 지금 울온을 한다고 해도 예전의느낌을 받지는 못할꺼 같습니다. 그리고 울온에대해 많은 분들이 자유도에대해 많이 언급을 하셨는데요.. 제가 다른 장점을 꼽자면...
울온은 우리가 -특히TRPG나 초창기 서양식 RPG를 즐기셨거나 좋아하시는 분들..- '판타지'라고 하면 가장 손쉽게 떠올리는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 입니다. 요즘 게임들의 경우 몬스터들도 굉장히 화려하고 무기들도 좀 강하다 싶으면 마치 앙드레선생님이 디자인하신것처럼 굉장히 화려하죠.. 스펠사용시의 이펙트나 포탈 혹은 이세계(현실계를 떠난)의 모습조차 굉장히 화려한 광원효과들로 무장한 경우가 태반입니다만.. 울온의 그것은 오히려 굉장히 초라해보이는 모습입니다. 마치 "자 모험을 떠날려거든 마을의 여관옆 무기 상점으로 가서 2골드짜리 롱소드 한자루 부터 챙기라구! 젊은 친구!" 라고 말하는듯이.. 화려함보다는 소박함.. 초창기 D&D (AD&D도 아닌) 켐페인을 보는 듯한.. 그런 모습인 것이죠.. 전 이런 모습에서 더욱 매력을 느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온라인.. 특히 한국의 온라인 보면 유저의 감정을 이입하기엔 너무나 꽃미남 꽃미녀 케릭들만이 등장하죠.. 물론 이것역시 취향이겠습니다만은.. 갑옷이나 무기등의 화려함은 가끔 지나치다 싶을 때가 종종 있더랍니다. 모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사촌동생의 케릭을 보았는데 갑옷이 무슨 로봇 메카물을 보는듯 화려하고 무기는 한술 더떠서 베르세르크의 영향인지 사람키 두배만 한것이 안에 전구가 있는지 형광빛을 형형이 발하는데 정말 대단한 모습이었답니다. 그래서 아니 도대체 레벨이 몇이야? 그랬더니 레벨이 6이라더군요.. -_-;; 모습은 전설의 용자를 넘어선 패션인데.. 시작한지 이틀되었는데 친구가 주었다나.. 암튼 제 개인적인 견해로서는 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온라인게임에서 게임자체내의 유저들 사이에 형성되는 기본적인 가치관들이라던가 플레이 성향은 게임자체의 색깔을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의미에서 울온은 초창기에 매우 바람직한 방향으로 갔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지 않은 가운데서 비싼돈을 들여가며 울온을 플레이 했던 유저들중 상당수는 브리타니아라는 또 다른 세계 -때때로 우리가 꿈꾸는- 속에서 대장장이로서 광부로서 전사로서 때로는 마법사로서 살아가고자 했던 이들이었습니다. 즉, 다소 높은 진입 장벽이 정말 롤플레잉을 즐기고자 하는 이들을 주로 끌어모았다는 점이죠.. 제가 활동했던 당시 국내 서버가 얼마안있어서 생겼던 것 같습니다. 아마 '아리랑'서버로 기억이..
매너 좋은 분들도 참 많으셨고 스킬업이 목표가 아니라 또 다른 세계를 즐기려는 분들이 대부분 -최소한 제 주위에는- 이었습니다. 그러니 함께하는 분들끼리 서로를 존중해주면서 즐거운 플레이를 할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그때당시 매우 소수의 분들과 함께 RPG길드라고 하여 길드아닌 길드를 만들었지요.. (정식 등록길드가 아닌 친목모임이었습니다만 매일 모여 함께하였습니다. 길드석 살돈 모으기가 힘들었었는지 집을 가진 이가 없어서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주말마다 길드원끼리 함께 모여 롤플레이를 즐겼습니다. 함께 사슴등을 사냥하여 요리스킬이 높으셨던 한분이 직접 요리를 해주시면 모두들 둘러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했지요.. 서로 나누는 대화역시 롤플레이를 했습니다. 이것이 핵심이었죠.. 예를 들면, " Andrei씨 오늘 저녁 저와 문글로우 시약상점으로 가지 않으시겠어요?" "Goodspeed님, 시약이 다 떨어지셨나요? 어제의 그녀석들 때문이겠군요 ^^" "네 제가 가진 돈으로는 얼마 사지 못하겠지만 당장 recall시약이 부족하네요. 어제 보물사냥은 무척 즐거웠어요." "저도 덕분에 마법무기라는 걸 처음으로 보게 되었으니 제가 오히려 감사하지요."
이러한 대화는 잔잔한 즐거움과 함께 깊은 몰입감을 주기도 합니다. 정말 이것은 TRPG즐겨 하던분들은 잘 아실듯 하네요^^ 모르셨던 분들이라도 친한 친구들끼리 함꼐 온라인 게임을 한다면 한번 해보세요.. 정말 자기 자신을 게임속의 인물에 대입시켜 말과 행동을 하는 것으로서 게임의 재미도 배가 되고 서로 모르는 분들과 하더라도 감정상하는 일없이 기분좋게 함께 할수 있습니다.
장문의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야심한 밤에 티비보아가며 쓴것이라 좀 두서가 없지만, 롤플레이를 즐기는 롤플레잉 매니아들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램에서 몇자 적어봅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