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리니지와 우리나라 게임

afasdg 작성일 06.03.22 03: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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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내공 : 우수함


우선 이 글은 말 그대로 '잡담' , 그러니까 제 개인적인 생각을 두서없이 적은 것이라는 것
을 밝힙니다. 반론이나 다른 생각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며, '이성적인' 반론은 적극 환
영합니다.
제목을 '리니지와 와우'로 하려다가 몇페이지 뒤에서 발생한 리플전쟁을 재연하게될까 싶
어서 바꿨습니다. 뭐, 지금 제목이 더 어울리는것 같기도 하구요.
암튼 이 글로 인해서 쌍욕 나오는 논쟁같지 않은 논쟁은 없었으면 합니다. 그냥 서로간에
의견교환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고맙겠네요.

서두가 길었습니다. 요즘 게시판이 시끄럽다보니 그냥저냥 신경이 쓰여서..^^;

리니지가 나온게 98년인가요? 99년이었나..기억이 잘..-_-;;;
암튼 저는 99년에 첨 접했던것 같은데..한 2년정도를 푹 빠져서 지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PC통신 시절에 머드게임을 접해보셨던 분들은 리니지가 얼마나 획기적이고 충격적이었
는지 실감하실겁니다. 글씨만 주르륵~주르륵~뜨던 머드게임만 하다가 화면에서 내 케릭
터가 이리저리 움직이는걸 보는 감동은 대단했죠..ㅋ

게임으로만 본다면 리니지는 상당히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아슬아슬한 인첸트 시스템이
나 잘 짜여진 '혈맹' 시스템, 리니지의 꽃이라 불리는 공성전 시스템 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꺼리들이 많죠.
전 리니지의 게임성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당시로만 본다면 상당히 잘 만들어진, 혹은 독
특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또한 몇년을 즐겁게 플레이 했구요. 다른 게임이 주지
못한 즐거움을 리니지에서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나온지 7~8년 된 게임이 지금도 온라인 게임 순위 1,2위를 다투고 있는건 분명
히 잘못된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우수한 게임이라도 이렇게 10년가까이 변
함없이 유저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요?
단언하건데, 바둑이나 고스톱과 같이 처음 시작할때에 어느정도 지출을 하고나면(바둑판
을 산다던가ㅋ) 더이상 지출할 필요가 없는 게임 외에, 계속하기 위해서 지속적인 지출을
해야하는 게임 중에서 이렇게 긴 시간동안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게임은 리
니지를 제외한다면 단 한가지..'도박' 외에는 없습니다.(또 있나 -_-;;)

저는 지방에서 PC방을 만 3년정도 운영하고 있는데요, 게임방 매출의 절반가까이를
리니지 시리즈가 올려주고 있습니다.(게임방 입장에서는 고마워해야할 존재지만..NC 밉습니다..ㅜㅜ)
그리고, '당연히' 우리 게임방에도 리니지 폐인들이 존재합니다. 그중에 3명정도를
저는 폐인이라 부르지 않고 '프로게이머'라고 부릅니다. 2년 넘는 기간동안 일주일에 하루
정도 쉬며 밤시간에 '출근'하여 10시간 정도를 '근무'하고 '퇴근'합니다.
직업도 없고 30넘은 나이에 결혼도 하지 않았지만 게임으로 밥벌이 정도는 하며 사는 분들
입니다. 억대 연봉은 아니지만 게임으로 먹고 사니 프로게이머라고 불러야겠죠.

리니지의 원죄는 현거래의 '조장'이 아닐까 합니다.
이러한 '프로게이머'들이 게임방마다 몇명씩 상주할 수 있는 원동력(?)도 현거래에 있을
테니까요.
초창기부터 게임을 하신 분들이라면 NC에서 현거래를 막기는 커녕 오히려 조장한다는 느
낌을 받으셨을겁니다. 아니, 조장했다라고 하는게 너무 심하다면 '방관' 은 어떨까요?

지금도 리니지를 즐겁게 하신다는 분들, 아덴 시세가 2만원이 아니라 2백원이라고 해도 그
렇게 재미있을까요? 아니, 2천원이라도 절반은 접을것 같은데요.
제가 게임을 할 당시는 100만 아덴에 14만원정도 했었습니다. 옛날에 리니지가 진짜 잼있
었다고 하시는 분들 상당히 많으시던데..저는 이같은 시세의 변화도 상당한 이유일 것이라
고 생각합니다. 한번 누우면 10만원이 넘는 돈이 왔다갔다 하는데 짜릿짜릿 하죠..ㅋ
눕거나 눕히거나..내가 10만원을 흘리거나 상대방이 10만원을 떨구거나..이건 아무리 생각
해도 도박입니다..-_-;;

리니지 이후, 우리나리 게임계는 온라인 게임으로 '올인'합니다. 게임업체측에서는 불법복
제 등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페키지 시장보다 온라인 게임 시장은 너무 매력적이었을겁
니다. 이유야 어떻든 페키지 시장은 사망신고를 하게 되고, 우리나라는 온라인 게임 강국
(?)이 됩니다.
그런데 2006년인 지금,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은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 리니지류...

게임방에서 와우나 시티 오브 히어로와 같은 게임을 하고 있으면 우리 단골 손님분들 지나
가시면서 한마디씩 합니다.
"사장님, 돈도 안되는거 뭐하러 해요."
그러면 전 웃고 말죠. 그렇지만 참 씁쓸합니다.
언제부터 돈안되는 게임은 하면 안되게 된건지..

아래쪽에 보니 러쉬 온라인..문 닫았다고 하더군요..프리스트 온라인때 몇달 즐겼었는데..
에버퀘스트2도 철수한다고 하네요..다옥은 겨우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고..몇일전에 들
어가니 아무리 새벽이라고 해도 사람 보기가 힘들더군요..

엄청난 대작이라는 제라나 그라나도는 왜 점프가 안되는걸까요? 4~5년전에 나온 다옥도
되고, 러쉬에서도 되는 점프를 기술력이 없어서 지원 안하는걸까요? 왜 절벽에서 뛰어내
리지 못하는걸까요? 키보드 이동은 왜 안될까요? 우리나라 사람은 마우스밖에 쓸 줄 모르
나봐요?

386, 486 시절때도 외산 게임, 영어 일어 번역해가면서, 도스환경에서 메모리 관리 하느라
config파일 편집해가면서, 메뉴얼 몇번씩 읽으면서 클리어하던 우리나라 게이머들이
단지 게임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외산 게임을 외면한다는게 이해가 되나요?

한번씩 리니지보다 울티마 온라인이 우리나라에서 먼저 자리잡았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아마, 지금보다 좀 더 다양한 선택의 기회가 있지 않았을까요.
스킨만 바뀐 리니지류 게임에서 '닥치고 사냥'을 즐기고, 에버퀘스트에서 끝나지 않는 퀘
스트의 바다에서 허우적 거려보고, 다옥에서 밀고 밀리는 전쟁의 묘미를 느껴보고..또 지
겨워지면 무한 타격 쾌감을 느끼기 위해 한달 내내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몹 때리면서
정탄 터지는 타격감에 감동하여 졸기도 하고..

리니지가 끼친 최고의 해악은 '게이머'들이 '게임'을 접할 기회 자체를 없애버렸다는 게 아
닐까합니다. 외국 게임이 완벽한 한글화를 거쳐서 들어올 확률은 거의 없어보이구요..그렇
다고 우리나라 게임업계가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게임을 제작할 확률은 더 없어보입니다.
이미 '리니지류'에 길들여져버린 우리 프로게이머분들만이 그들의 타켓이니까요.

그렇다면..과거부터..앞으로 상당기간동안..우리 '게이머'들은 리니지류의 게임만을
강요받게 되는거겠지요..
그렇지 않고 다른 '재미있는' 혹은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게임을 즐기려면...

........

.....

..

영어를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ㅜㅜ


PS. 밑에 갈슨님의 리플을 보고 문득 생각나는게 있어서 사족을 달아봅니다.
갈슨님에 대한 반박이 아닙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무리 우수한 게임이라도 영원히 재미있을 수는 없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데로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도박' 이외의 게임은 어느정도 즐기고나면
지겨워지는게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이렇게 말하면 리플에 바둑,장기,야구,축구 등등
도 있지않냐~라는 리플이 달리지 않을까...라는 -_-;;)

물론 취향이 독특한 사람도 있고, 끈기가 남다른 사람도 있을 수 있으며, 그 게임에
자신만의 추억이 담겨있어 버리지 못하고 꾸준히 즐기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말씀드린다면 몇달 혹은 길어야 일년 재미있게 푹~빠져서 즐기고
나서 '에이, 이제 할 것두 없고 재미없네..업데이트 되어봐야 그게 그거고...'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정상이라는겁니다.

그렇게 접고나면 또 한동안은 게임쪽과 멀어져서 현실생활에 시달리면서 살다가..
우연히 혹은 누구 소개로, 혹은 게임 잡지에서 보고 관심을 가져서 새로운 게임을
구입해서 즐기고..
게임은 말그대로 자투리 시간에 재미로하는 놀이인겁니다. 그런 재미있는 놀이터를
제공해주는 댓가로 우리는 돈을 지불하는 것이구요.

게임은 즐기기 위해서 하는건데..과거에는 돈이 없어서 못했지 하고싶은 게임에 둘러
쌓여서 살았던 것 같은데..이제는 즐겁게 할만한 게임이 잘 보이지가 않네요..
이제는 리니지 뿐만 아니라 리니지류의 게임은 전혀 즐겁지가 않거든요..
온라인 게임의 편중화는 국내 페키지 뿐만 아니라 외국 유명 페키지 게임을 접할 기회조차
앗아가버리는군요..한글화가 안되는정도가 아니라 아예 수입조차 안되고 있습니다.

리니지가 밉습니다..ㅜㅜ

내 게임 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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