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국내 비디오게임 시장, 과거로 돌아가는가?

프링글스짱 작성일 06.07.12 18:5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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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내공 : 어중간


9월 말부터 YBM시사닷컴의 비디오게임 사업 철수설이 나돌기 시작했고 결국 10월 9일(하필이면 한글날에...) 모 비디오게임 전문 사이트에서는 이를 확정짓다시피 하는 기사가 나와 게임 유저들의 기분을 우울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YBM시사닷컴은 PS2시장 초기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타이틀을 높은 퀄리티의 한글화 과정을 거쳐 발매해 왔고, 많은 유저들의 사랑을 받아 왔기에 그 충격은 상당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X-Box의 국내유통을 총괄하다시피 하고 있는 세중게임박스도 조만간 게임 사업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설이 돌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게임을 한글화해서 발매하면 뭐 하냐? 일부 대작 타이틀 아니면 잘 팔리지도 않는다.’, ‘중고 때문에 골치다.’, ‘p2p를 통한 복사 문제는 손대기조차 힘들다.’등의 업체들의 푸념은 이 글을 읽으시는 유저 여러분들이라면 한 번 이상은 접하셨을 겁니다. 전체적인 정황을 종합해보면 국내 비디오 게임 시장은 PS2의 출하량이 2004년 10월 중에 100만대를 넘는다는 것 빼고는 대단히 암울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 합니다. 정식발매 시장 초기에 PS2용 소프트웨어 배급사가 30여 군데나 되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실질적인 배급 회사는 불과 5~6개 업체밖에 남아있지 않은 실정입니다.

2002년 초부터 다가왔던 한국 비디오게임 시장의 봄날은 다시 날아가 버리고 마는 걸까요? 그 동안 PS2에서 한글과 한국말이 나오던 꿈같은 시대가 가버리고 마는 걸까요? 2년간의 공든 탑이 이대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되는 걸까요?



# 2002년 이전의 비디오 게임 시장

과거를 회상해 봅니다. 필자가 처음으로 접한 비디오 게임기는 ‘삼성 겜보이’(세가 마스터 시스템/ 1990년 구입...필자는 ’81년생.)입니다. 당시 삼성전자에서 세가의 마스터 시스템을 ‘겜보이/ 알라딘보이’로 정식으로 유통하고 있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현대전자에서도 닌텐도의 패미컴을 ’컴보이‘로 유통하고 있었죠. 당시 게임들은 지금과 같이 ’한글화‘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은 타이틀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두 기종이 정식 유통되면서 한글화되었던 게임의 수는 손, 발가락만으로도 셀 수 있었을 겁니다.) 단순히 케이스나 매뉴얼 정도만 간략히 한글로 해서 발매하는 것이 보통이었죠. 이 시기의 유저들은 게임 상에서 ’언어‘의 필요성을 그다지 절감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어차피 당시 게임들은 RPG나 시뮬레이션 같은 장르가 아닌 한 말이 통해야 할 필요도 없을 만큼 간단했고, FF3같은 RPG도 말 안통하면 통하지 않는 채로 플레이하며, 공략을 참조해가면서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었죠. 한글화는 상상도 안 해본 시절이었죠. 즉, 유통사로서는 게임 자체의 한글화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죠.

이어서 삼성과 현대는 각각 메가드라이브(슈퍼 겜보이/슈퍼 알라딘보이)와 슈퍼패미컴(슈퍼 컴보이)을 정식으로 유통하게 됩니다. 물론 이 때도 소프트의 한글화는 꿈도 꾸지 못하는 시기였습니다. 어차피 국내에 정식 유통되는 게임들은 한글화의 필요성이 낮은 액션/ 슈팅/ 퍼즐 등의 장르들이 주를 이루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RPG는 코어 유저들의 전유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때문에 판매량이 보장되지도 않는 RPG를 정식 유통할 이유가 없었던 거죠. 더군다나 그런 타이틀들을 한글화 할 이유는 더더욱 없었던 것이고요. 필자나 여러분들이나 당시에는 RPG류의 게임을 위해서는 공략본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죠.

16비트 게임 시장 중반까지도 업체들은 정식 유통은 하면서 게임의 한글화는 거의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게임의 한글화는 16비트 시장 말기에 이르러서야 삼성의 MD판 ‘스토리 오브 도어’의 한글화로 인해 꽃을 피우기 시작 할 뻔 했었습니다. 당시 이 타이틀은 RPG의 완전 한글화라는 점에서 커다란 주목을 받았었죠. 하지만 당시 MD는 국내에서도 슈패에 완전히 밀려난 상태라서 빛은 못 봤었죠. 이 타이틀이 히트를 기록했더라면 RPG의 수요가 일반 유저 층으로 확대되고, 한글화도 상당히 활발해졌을 것이고, 게임 시장 전체가 탄력을 받아서 좀 더 일찍 정식발매 시장을 형성하게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여러 의미로 아쉬운 타이틀이죠.

시간은 흘러 32비트 CD-ROM이 주류가 된 시장이 도래하게 됩니다. 새턴은 삼성에서 정식 유통하였으나, 밀수품보다도 훨씬 비싼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값을 치르고 정발판을 구매할 이유는 전혀 없었죠. 금방 시장에서 철수해버리고, 이후로 삼성은 비디오게임 유통사업에서 완전 철수하게 됩니다. 현대의 경우 이 후 발매된 닌텐도 64를 컴보이 64로 수입했지만, 이미 주류가 된 PS와 새턴에 밀리고, 비싼 소프트, 소프트웨어의 부재 등으로 무참히 실패해버리고 맙니다. PS는 카마엔터테인먼트라는 곳에서 정식 유통을 잠깐 맡았으나, 역시 밀수 PS에 비해 메리트가 거의 없었다는 점 등으로 인해 실패하고 맙니다.

이 시기에 눈여겨볼만한 한글화 업체가 하나 있었죠. ‘우영’이라는... ‘미스트’, ‘알버트 오딧세이 외전’ 등 몇 타이틀의 한글화로 새턴 유저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필자도 새턴을 가지고 있을 때 한글판 미스트를 플레이 해 봤습니다. 물론 한글이 나온다는 것 하나만으로 감동받았죠. 유저들의 지지로 탄력을 받은 우영은 삼성이 포기한 새턴의 정식 유통까지 맡게 되었지만, FF7로 인해 국내 시장마저도 완전히 PS쪽으로 기울면서 우영 또한 몰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PS진영의 경우 한글화 타이틀은 없었습니다. 물론 당시 초강세를 보이던 스퀘어의 RPG들을 한글로 플레이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죠. 게다가 기계 성능이 좋아지면서 게임 내에서 다양한 연출이 가능해지고, 스토리 또한 복잡해지기 시작합니다. 화면만으로는 게임 내용을 판단하기 곤란한 지경에 이르게 되어버립니다. 당연히 일어 모르는 대부분의 유저들은 공략본을 끼고 플레이하는 수밖에 없었죠.

‘97년 말 IMF가 들이닥쳤습니다. 100엔이 1,300원까지 치솟아버리게 됩니다. 이 때부터 한국의 비디오 게임시장에는 암이 자라나게 됩니다. 바로 복사 CD죠. 기존 카트릿지 게임 시장에서도 복사 문제는 있었습니다만, 복사 카트릿지는 가격이 정품에 비해서 그다지 싼 편이 아닌 데다가, 작동 중 오류도 빈번하여 유저들이 일부러 복사를 찾는 일은 드물었죠. 복사를 정품이라고 속여 팔아먹는 일은 있었지만.......그러나 CD의 경우 기계만 개조해 주면 정품과 100% 똑같은 품질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과 1만원을 넘지 않는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인해 유저들을 조금씩 어둠의 길로 유인해버립니다. 기존 정품 사용자들도 IMF환란으로 인한 엔고 현상에 못 이겨(소프트 한 장에 9~10만원....) 어쩔 수 없이 기계를 개조해 버리고 맙니다. 유저들은 싼 맛에 빠르게, 깊이 빠져들게 되었고, 이는 한국 비디오 게임시장이 지금까지도 기형화 된 원인으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드림캐스트, PS2가 발매된 이후에도 복사 디스크 문제는 끊이지 않게 되어 버립니다.

잠시 개인적인 회상을 해 봅니다. 필자의 경우 ‘98년 중순까지는 PS의 개조를 하지 않고 정품만 쓰면서 살았습니다. 복사 쓰기 정말 기분 찝찝하고 도둑질하는 것 같았거든요. 이미 1년 전부터 동네 게임샵에서는 원하는 정품 소프트를 구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복사판이 판치고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용산으로 갈 수밖에 없죠....가면 부르는 게 값이죠...가는 데마다 왜 개조 안 하고 뻐딩기냐는 식으로 정품 유저들을 찬밥 취급해댔었죠. (왜냐고요? 복사가 훨씬 돈벌이가 잘 되었기 때문이죠. 뭐, 나중에는 유저와 상인들 모두 다 같이 곤란해졌지만) 그러다가 ’98년 중순부터는 용산에서조차 게임 구하기가 어려워지게 되더군요. 결국 눈물을 머금고 개조를 하고 말았습니다...아무리 불법 밀수품이라고는 하지만, 복사 쓰는 PS유저들이 원망스럽기 짝이 없었죠.(물론 그렇다고 개조를 한 나도 나쁜놈이지만...) 그래서 진심으로 차세대기에서는 복제가 절대 불가능하게 해서 나오길 바랬었지요. 밀수품을 이용하는 것은 “문화적 제재에 대한 반항”이 될 수 있었고, 그런 정신이 “비디오게임 매니아”층을 형성하였지만, 복사품 이용은 어떠한 말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영락없는 불법 행위이고, 복사 가능성이 상존하는 한 한국에서 즐거운 취미생활 영위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PS2나 드림 캐스트에서는 절대 복사가 안 돌아가길 빌었습니다.(...결국은 이 두 기종도 얼마 안 가서 Lock이 풀렸지만...)...........

그러다가 복사 시장에 질질 끌려오던 비디오 게임 시장에 전환점이 될 만한 소식이 날아듭니다. 2001년 말부터 PS2의 한국 발매가 확실시된다는 기사들이 나돌기 시작했고, 그 루머는 결국 현실화되어 2002년 2월 말에 PS2가 SCEK에 의해 정식 유통되기 시작합니다.



# 한국 비디오게임시장의 황금기

PS2가 정식 유통되면서 그 동안 비싼 하드웨어 가격 때문에 PS2를 구하지 못하던 유저들이 대거 하드웨어를 구매하게 됩니다. 또한 정식 발매 소프트들은 기존 밀수품의 절반 수준의 가격에 한글화까지 되어 있어서 기존 복사 유저들마저 상당히 많이 끌어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다양한 소프트웨어 배급사들이 인기 타이틀들을 로컬라이징하여 정식으로 싼 가격에 지속적으로 발매하면서 게임 시장이 정품 시장으로 자리잡으려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었습니다.

유저들은 과거에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한글화, 현실적인 소프트 가격을 잔뜩 맛보게 됩니다. 유저들의 지지에 힘을 입은 유통사들은 비교적 대사량이 방대한 연애 시뮬(메모리즈 오프), 어드벤쳐(귀무자2 등), RPG(라 퓌셀 등)등의 장르마저 한글화합니다. 일부 소프트들은 한글화를 하면서 일본과 동시 발매(귀무자3, 데블 메이 크라이2 등)까지 하는 등 유저들 입장에서는 그냥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좋은 일들이 계속 일어났었죠. 과거에 손도 대지 않았던 RPG같은 장르들도 본격적으로 한글화됩니다.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2, 마계전기 디스가이아, 진구지 시리즈, FF 10-2등등...과거 유저들이 손가락만 빨며 ‘한글화되어 공략본 없이 플레이하면 얼마나 재밌을까......’하던 게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어지간한 인기 타이틀들은 한글로 만나는...올드 유저들 입장에서는 꿈이 현실로 다가오게 된 셈이죠. 한 번 생각해보세요. 한글은 한 글자도 찾아볼 수 없던 밀수 소프트들만 플레이 해 오다가 음성까지도 한국말로 더빙된 게임을 하게 되었으니 이것이 천국이 아니고 무엇이었겠어요? 게다가 TV등 매체들에서 광고가 흘러나오고, 다양한 판촉 활동도 이어지고(예전에도 있었지만, 그 때랑은 규모와 차원이 다르죠.), 주변의 비디오 게임에 대한 시각도 크게 변화하지 않았습니까?(올드 세대라면 게임기 때문에 부모님과 갈등을 겪어보지 않았을 리 없었겠죠. 게임기가 어느 날 갑자기 두동강나기도 하고, 몰래 플레이하다 부모님한테 구타당하고...허허.) 기사거리 없을 때마다 한 번씩 게임의 폭력성, 중독성 등을 걸고 넘어지면서 짜증을 유발했던 매스컴도 요즘에는 그렇게까지 멍청한 보도는 잘 안 하는 모양입니다. (여기에는 스타크래프트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었지만...)일부 코어 유저들은 PS2가 대중화되면서 신규 유저들에 대한 반감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PS2는 순조로이 시장을 넓혀 가게 됩니다.



# H/W시장은 100만대, S/W시장은 고사 직전???

PS2의 보급 대수 100만대는 SCEK에서 목표로 했던 시점보다 8개월 가량 늦어졌지만, 그 동안의 내수경기침체 등의 주변 상황을 고려해볼 때 성공적인 결과라고 판단됩니다. 블랙 마켓(간단히 말하자면 밀수 거래 시장...)이 주가 되었던 과거 비디오게임 시장과 비교하면 5~10배의 성장 규모이죠. 이 100만이라는 숫자는 더 이상 비디오게임은 하는 사람만 하는 문화가 아니게 되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즉, 비디오 게임이 주요 대중문화들 중 하나의 큰 틀이 될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죠. 유저가 증가한 만큼 소비자들의 욕구도 다양해지고, 이 욕구를 공략하기 위해 업체들은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게 되는 거죠. 요컨대 게임 유저가 증가할수록 유저들의 풍요도는 증가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정식 발매가 되고 나서 PS2유저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고,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양질의 로컬라이징 과정을 거쳐서 발매가 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의 가격은 밀수판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이고요.

그러나....... 분명 하드웨어의 보급 대수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하였는데, 소프트웨어 시장은 계속 위축되어가는 기현상이 벌어집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주로 두 가지 문제 때문에 이런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하나는 PS시절부터 골치를 썩이는 복사 디스크, 또 하나는 중고 소프트 유통의 활성화이죠. 정식 유통되고 나서부터 PS2시장에서 복사에 대한 집중적인 단속과 정품 소프트 가격의 현실화 등이 복사 시장을 상당히 줄여놓는 데 성공했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부터 매장에 대한 단속만으로는 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복사 소프트가 돌아다니게 됩니다. 바로 P2P나 공유 등을 이용한 복사인데요, CD/DVD라이터기의 가격이 저렴해지고, 고속인터넷 망이 집집마다 설치되게 되면서 누구나 고용량의 파일을 단시간에 받아 CD나 DVD로 구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고, 결국 복사가 다시 활성화되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맙니다. 중고 소프트 유통에 대해서는 개인의 정당한 재산권 행사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기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중고 소프트를 구입하는 것은 퍼블리셔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주지 못한다는 것이죠. 어찌 보면 중고 소프트 문제는 복사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복사 유저야 개발자나 퍼블리셔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할 생각 같은 건 하고 있을 사람들이 아니겠지만, 중고 유저들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많기 때문이죠.

그리고 또 하나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습니다. (뭐, 이것은 “문제”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죠. 안타까운 현상일 뿐이죠.) RPG나 텍스트 어드벤쳐 등 번역 분량이 많아 다른 타이틀보다 노력을 많이 기울인 작품들(테일즈 오브 데스티니2, 이브 버스트 에러+, 진구지 시리즈 등)이 대거 실패했다는 점이죠. RPG의 경우 작년 중순부터 올해 초까지 지속적으로 한글화 타이틀들이 나왔습니다만, 퍼블리셔들이 들인 노력에 비하면 정말 절망적인 판매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특히 한글화에 있어서 가장 모범으로 꼽히는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2의 대실패는 충격이었죠. 아직 RPG가 매니악한 장르라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이미 할 사람들은 밀수품으로 즐긴 후였기 때문에 그런 걸까요? 4월 20일, 한글판 파이널 판타지 X-2의 발매 이후 한글화 발매된 정통 RPG는 진 여신전생 녹턴 매니악스, .Hack시리즈 밖에 안 보이네요. 어드벤쳐나 시뮬레이션도 거의 안 보입니다. 그리고 소프트 판매는 일부 대작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아쉽기 그지없네요. 당연히 퍼블리셔들은 팔리는 게임들만 로컬라이즈하여 발매하게 될 것이고, 유저들의 선택의 폭은 좁아지겠죠.



# 유저들의 생각/ 해결 방법???

국내 비디오게임 시장의 문제점을 간단히 요약하면 복사 게임과 중고 게임입니다. 이 두 가지 문제 중 하나라도 풀면 앞으로도 유저들은 근 2년여 간의 풍요를 계속 누리면서 국내 비디오게임 시장도 꾸준히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봅니다만, 결코 간단히 해결될만한 성질의 것은 아니죠. 한국의 복사 소프트 문제에 대해서는 저 유명하신 빌 게이츠께서도 “어떻게 손을 쓸 수 없는 시장이다.”라며 고개를 내저을 정도이기 때문에 어렵다고 볼 수 있죠. 복사소프트 사용에 대한 유저들의 생각을 모아봤습니다.

* 우린 돈 없는 서민들이다. 어떻게 4~5만원씩이나 주고 정품을 구입하란 말이냐? 어쩔 수 없이 복사 쓰는 것이다.

* 정품 소프트 가격이 너무 비싸다. 가격을 그 따위로 해 놓고 정품 사길 기대하냐? ㅋㅋ

* 정품 쓰는 게 어째서 국내 게임 산업 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이냐? 일본 게임회사 배불리기밖에 더 되냐? 외화 유출이다.

* P2P로 다운받아써여...그니까 이거 불법 아니져^^

* 국산 겜만 정품사면 되여. 쪽바리 겜은 복사 해도 괜찮아여.

* 소장가치 있는 대작 겜은 정품으로 사고, 나머지는 복사로 한답니다^^; 솔직히 대작 아니면 지갑 열기 아깝잖아요?

위와 같은 논리로 복사 이용자들은 자신들의 양심을 속이고, 범법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죠. 전부 다 상식을 벗어난 저급한 수준이지만, 한 번 일일이 반박해 볼까요? 첫째, 비싸서 정품을 못 사겠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게임을 하지 말아야 하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할 의지나 용의가 없다면 상품을 구매할 자격이 없는 것이죠. 과연 그들이 돈이 없어서 소프트를 구입할 수 없는 걸까요? 누군 정신이 나가서 허리띠 졸라매면서 제값 치르고 게임하는 걸까요? ‘서민’이요? 당신네는 보호받아야 할 ‘서민’이고 정품 이용자는 모두 희생을 해 주어야 할 ‘갑부’요? 결국 어떤 꼴이냐면, 제돈 주고 정품 사는 사람들은 복사 쓰시는 분들이 계속 정식 발매 타이틀들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것이죠. 둘째, 일본을 향한 쓸데없는 외화 유출일 뿐 국산 게임 산업에 기여할 리 없으니 국산 소프트 빼고는 복사 쓰는 게 좋은 거랍니다. 글쎄, 얼마나 애국심들이 투철한지는 모르겠는데, 애국심으로 가린다고 범법 행위가 애국 행위로 미화 된답니까? 나라 이름에 스스로 먹칠을 해놓는 꼴을 애국이라고 미화해 줄 리 없잖아요? 애국이고 뭐고를 떠나서, 일본이 좋고 싫고를 떠나서 개발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기본적인 양심 아닙니까? 그런 식의 도둑질, 사기 행각을 애국이라고 인정한다면, 이 나라는 테러 조직이나 마찬가지가 되어 버리죠. 괜히 국가의 명예를 더럽히는 행위에 함부로 애국이라는 말을 붙이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일본이 싫으면 하지 않는 게 제정신이지, 복사까지 해 가면서 구질구질하게 플레이하는 건 무슨 논리로 설명할지 궁금하네요. 국산 게임시장에 기여가 안 된다고요?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이 되어야 그 다음에 국내 개발사들이 뭘 하든 할 거 아닙니까? 스타크래프트가 국내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주었습니까? 스타크래프트 없이 국내 온라인 게임 개발사들이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을 거 같습니까? PS2 100만대를 팔게 해 준 소프트들이 다 국산이었나요? 셋째, P2P로 다운받았으니 복사가 아니랍니다. 그냥 어이가 없습니다. 하하하하. 넷째, 대작이 아니면 구매해줄 돈이 아깝답니다. 간단합니다. 돈 아까우시면 “안”하시면 됩니다.

복사 유저들을 정품 유저로 돌릴 수는 없을까요?

설득을 해야겠죠? 그들 중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복사 사용의 해로움과 정품 사용의 이득을 잘 모르고 있더라고요. 또 복사 사용이 불법이라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더군요. 모르고 있는 것이지, 알면서 고의로 복사하는 건 아닌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무조건 욕부터 하지 말고 그들에게 왜 정품을 사용해야 하는지를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물론 파렴치한 유저들은 위의 예에서 했던 소리들을 해댈 것이지만...... 무조건 말이 안 통한다고 하시지 말고 일단 좋은 말로 설명을 해 주세요. 처음부터 무조건 악감정으로 대하면 그들을 돌릴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집니다.

그리고 상당수의 복사 유저들은 게임 하나의 가치를 만원 이하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도저히 정품 소프트를 살 사람들 같지는 않네요. 그럼 그냥 놔둬요? 비싼 돈 주고 게임하는 정품 유저들이 범죄자들을 도와주는 어처구니없는 현상을 그냥 보고만 있기에는 너무나 열 받는 일이죠. 철저히 단속해야죠. 잘못을 한 만큼 대가를 돌려받게끔 해야 합니다. 복사 유저가 발붙일 수 없는 풍토를 조성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한다면 매우 정의롭지 못한 사회가 되고 마는 것이죠. 우리가 게임 구입을 위해 낸 5만원 중 만원은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로 지불되는 금액입니다. 이 돈이 복사 유저의 혜택까지 책임져주는 꼴은 피해야 합니다.

또 하나, 중고 소프트웨어의 유통 문제인데요. 사실 저 옛날 8비트 게임기 시절 때부터 중고 소프트웨어의 유통은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지요. 소프트웨어 간의 교환 제도라는 게 있었고, 중고 소프트 매매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지금도 중고 소프트 거래는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고, 중고 거래 금지를 못 박아 놓은 법 같은 것도 없고, 개인의 재산권 행사라는 측면에서 보면 중고 소프트웨어의 거래 자체는 불법이 아니라고 봅니다. 문제는 그 유통 규모가 전체 소프트 유통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고, 그에 따라 소프트의 총 판매량에 있어서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는 것이죠. 게임 소프트웨어라는 상품의 특성 상 중고와 새 것의 품질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반면 가격 차이는 5,000~10,000원 정도 차이가 발생하게 되죠. 따라서 많은 유저들은 중고 소프트를 구입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중고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지요. 일부 제작사들의 게임 케이스 뒷면에는 “No Resale(중고 거래하지 말라)"라는 아이콘이 찍혀 있기도 합니다. 해결 방안은 세 가지가 있죠. 첫째,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입니다. 둘째, 퍼블리셔들은 유저들이 신품을 구매하도록 방법을 마련해야 합니다(중고 소프트로는 할 수 없는 것들 등의 특전). 그러나 이 두 가지가 과연 효과가 있는 방법일까요? 그나마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은 캠페인 활동 등으로 통한 유저들의 인식 전환입니다. 캠페인 활동을 통해 유저들의 머리에 ‘신품 구입이 시장을 발달시키고, 그 혜택은 유저들에게 돌아온다.’라는 인식을 심어 주면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중고 소프트 거래 시 퍼블리셔들이 일정 금액을 변상받도록 하는 방법도 강구해볼 수 있겠습니다. 이것은 중고 거래로 인하여 판매량을 박탈 당한 제작사에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사실 이 방법이 서로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효과적인 시행 방안을 마련하기가 대단히 어렵죠. 소니 및 유통 업체들이 머리를 잘 짜서 효과적인 방안을 마련해 보길 기대합니다.



#과거로의 회귀? 막아야 한다.

쓰다 보니 글이 길어지게 되었네요. 어쨌든 지금의 시장 돌아가는 꼴을 보면 내년 말 쯤이면 다시 블랙마켓이 지배하는 체제로 회귀하게 되어 비리지는 않을까 심히 염려됩니다. 지금 비디오 게임 유저들이 누리는 풍요는 과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라는 것은 올드 유저들이라면 절감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입니다. 원하는 게임 구하기도 쉽지 않았고, 구해도 엄청난 가격 때문에 흥정을 하다가 안 되면 또 다시 다른 매장을 뒤지고, 말이 통하지 않아서 공략본을 보지 않으면 게임 진행이 어렵고 등등......비디오 게임 유저 여러분,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으세요? 지금의 풍요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유저들이 그에 걸맞는 행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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