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철 모르던 나와 신장의 야망

태양을피했어 작성일 06.07.27 10:3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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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내공 : 우수함


지금으로부터 10년도 오래전... 정확히 더듬어 보자면 대략 15년전이었던듯 하다.
우리집에는 64kb의 흑백(허큘리스도 아닌) 16비트 IBM 컴퓨터가 있었다.(아마도 현대 제품....삼성이었나?;;)

말이 좋아서 16비트 컴퓨터 였지,당시 유행하던 한글 프로그램은 초기 버전만 돌릴 수 있었고,
하늘소 같은 그래픽 프로그램은 아예 돌아가지도 않았으며, 흑백 화면을 지원하는 게임중에도 허큘리스 모드만 지원하는 경우에는 돌릴 수가 없었다...따라서 눈물만 삼키며 플레이 할 수없었던 게임이 부지기수 였으니,그 중에서도 삼국지2를 할 수 없었던 것은 너무나 가슴 아프다.
당시 한 권 짜리 어린이 삼국지로 처음 제갈공명을 만났을 때의 전율이란... 근데 나는 삼국지 게임을 할 수 없다니...이게 무슨 통탄할 노릇이람..

그랬던 나에게 신장의 야망은 그야말로 절대적인 게임이었다.태어나서 처음 만났던 전략시뮬레이션.. 우리집 구식 컴퓨터에서도 돌아가던 신장의 야망은 "nobunaga's ambition 2"라는 영어로 된 일본것 같지 않은 게임이었다.(신장의 야망3의 북미판이라고 한다.여담이지만, nobunaga는 외국인이 보면 노붕가라고 읽는게 태반이라고 한다...노붕가......;;;;)

삼국지의 재미가 원작을 아는 데서 발생하는 것 처럼,역사 시뮬의 재미란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
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인데, 당시 초등학생이던 형과 나는 너무 아는 게 없었다.그래서 게임속의 이야기를 상상력으로 충당하며 플레이할 수 밖에 없었는데,그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상상력을 키우는데,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솔직히 말하면 몽상력..)

nobunaga's ambition 2는 두가지 시나리오를 선택하게 되어 있었다.
하나는 오케하자마 합전 이후,도쿠가와가 독립했던 직후를 무대로 한 것이고,
또 하나는 혼노지의 변 직전의 시기를 무대로 한 것이다.

당연히 게임적인 재미는 전자가 월등했고, 상대적으로 후자는 시시하기 짝이 없었다.

다이묘를 선택하고 나면,스페이스 키를 눌러 능력치를 선택해야 하는데,모든 능력치가 100이 될 수 있었던 다이묘는 네 사람으로 우에스기 겐신,오다 노부나가,다케다 신겐,도쿠가와 이에야스 였다.

당시 무식했던 형과 내가 저 사람들이 뭐하는 인간들인지 알리 없다. 그냥 좋은 대로 플레이하게 되기를 형은 형이라서 맨날 좋은 것만 고르는 까닭에 오다 노부나가를 골랐다. 뭐 하는 사람인지 알아서가 아니라,생긴게 유비 비슷하게 생긴게,멋있었다.그리고 조언해주는 군사가 능력치가 좋았다.시장 장사꾼처럼 촌스럽게 생겨 우리가 생선장수 라고 부르던 그 모사의 이름은 "Hashiba Hideyoshi"였는데,그가 바로 학교에서 민족의 원수라고 배우던 토요토미 히데요시라고는 차마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단지 연도표를 보면 임진왜란 직전인거 같은데,왜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없지? 하고 의아해 하기는 했었다...

형은 노부나가를 골랐다고 했다.그럼 나는 뭘로 했느냐.나는 다케다 신겐을 선택했다.우에스기 겐신은 가신들의 능력치가 너무 형편없었다.유명 다이묘를 제외한 능력치 낮은 무장들의 디자인은 상투튼 대머리들로,같잖은 꼴뚜기들 데리고는 암만 능력치 올백의 영웅을 플레이 한들 재미가 없었던 것이다...그리고 도쿠가와는...대머리라서 싫었다.반면에 다케다는 호랑이 가죽을 쓴 늠름한 위용이었으니 당연히 선택은 다케다 였을 수 밖에...

그리하야 나고야 방면을 중심으로 서쪽은 형 땅,오른쪽은 내 땅,이렇게 땅따먹기 하다가 더 먹을게 없으면 이제 형과 나는 결전을 벌이는 것이었다.......그리고 나는 맨날 졌다...그 게임에서는 요즘의 시리즈와는 다르게 철포가 기마대보다 훨씬 셌다...

신장 시리즈는 지금은 1인용이지만,당시엔 다인용이었다... 한 사람의 턴이 왔을때는 한 사람은 걍 구경하는 수 밖엔 없었다.한 방에서 형이랑 둘이 잘때,밤에 이불 뒤집어쓰고 돌아가면서 플레이하던 추억은 지금 생각해도 즐겁다.

지금껏 숱한 게임을 해왔지만,그때 보다 게임을 재미있게 했던 시절이 있었던가.
나이먹을 수록 삶이 너무 비대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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