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생처럼 보낸 울티마온라인..

오자킹 작성일 06.10.29 14: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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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내공 : 상상초월


울티마 온라인을 하면서.. 느끼는건 딱 한개입니다..

이건 인생이다..

.........

좋은게임이였습니다.


밑의 글은 울온에서 어떤분이 체험하신걸 적으신겁니다..

살인자 = 머더러 라는 직업을 가진 분의 이야기입니다...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강탈하고.. 시체를 갈라서 목을따가는.. 어찌보면 상당히 잔인하죠..
(위에 스샷처럼;; 그리고 그 몸통을 가르면.. 심장..내장....우우.. 진짜로 나옵니다..아이템처럼)

그런게 가능한게 울티마온라인이죠..

저런 장문은 못쓰겠더군요..^^;

소설같은 이야기를 쓰셨지만.. 모두 진짜있던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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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긴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감동은 스크롤보다 더 크네요

이 글은 취재원이 익명으로 처리해 달라고 부탁하였기에 본명을 밝힐 수는 없다.

*그의 이름은 그가 마지막 순간에 자조했던 이름대로 Maddog 이라고 표기하도록 한다.

Murderer..... 지금은 퇴색된 의미(의미? 의미라는 게 남아있는지도 모르겠다)지만 한때 브리타니아에서의 머더러란 강력한 힘, 공포, 파괴, 혼돈의 대명사였다. 그들이 가는 곳엔 생명의 흔적은 찾아 볼 수 없었고, 죽어 가는 사람들의 비명과 피비린내만이 난무했다.

철저한 악(절대 악)을 신봉하였고, 그 나름대로의 질서가 있었으며, 자부심도 대단했다. 머더러 20여명의 군단을 보았는가? 핏빛의 붉은 이름들이 저주스런 로브와 활을 들고 순식간에 하나의 던젼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던 때를 기억하는가? 그들이 가는 곳은 말그대로 지옥이 되었다.

필자가 Napa Valley 라는 곳에 머무를 때의 이야기다. 여느 날처럼 쉐임에 범죄자가 떴다는 말을 듣고 쉐임3 층의 포이즌 다리 앞에서 간단한 전투를 치렀고 도망가는 한 명의 범죄자를 잡기 위해 어스 삼거리 방향으로 말을 몰았다. 순간 필자는 눈을 의심했다. 갑자기 브리타니아에 눈발이 휘날려 잘못 본 것이거니 했다. 어스삼거리가 부케녀스 댄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

그들이 겔겔거리며 웃는 모습을 보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난 이미 차디찬 바닥에 몸을 눕히고 말았다. 게다가 20여명의 머더러의 선두에는 그나마 친했다고 생각했던 양키 하나가 내 시체를 난도질하고 있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공포 보다 더 큰 배신감이 교차했다.


지금의 브리타니아는 어떤가? 로드브리티쉬는 브리타니아에 좀더 많은 이민자들을 유치하고 그들의 생활을 안정시킨다는 명목 하에 소서리아인들과 토박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머더러 법을 개정하였다. 머더러 생활은 자신을 파멸시키는 지름길이 되었고, 몇 번의 머더러 생활 후엔 결국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절대 선과 절대 악이 존재한다고 치면, 로드브리티쉬는 절대 선만이 있는 세상을 꿈꾼다. 유토피아가 가능하다고 믿는 로드브리티쉬의 이상처럼 브리타니아에는 현저히 머더러가 줄어들었다. 머더러 보기가 달 레어(Month Rare) 집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적어도 브리타니아는 머더러 없는 세상이 도래했으니까. 표면적으로는 유토피아에 한발 다가간 듯 보였다.

과연 그런가?




공포를 느끼는 일은 줄어들었지만, 그보다 몇십배 더 브리타니아인 들은 분노를 느끼게 되었다. 목숨을 담보로 많은 페널티를 적용 받는 머더러에 비하면 잡질은 아무런 위험 요소 없이 브리타니안 들을 위협하고 있다. 수없는 훈련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뤄졌던 과거 머더러와는 달리 약간의 시간만 투자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잡질에 대해서는 속수 무책 이었던 것이다. 날이 갈수록 로드브리티쉬를 성토하는 대자보가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오늘은 어느 머더러의 최후를 이야기 하고자 한다. 어쩌면 그는 진정한 머더러는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그 결론은 그가 자살하는 순간까지 자신도 내리지 못하는 듯 했다. 하지만 필자는 보았다.



죽어 가는 그의 눈에서 브리타니아를 사랑했던 한 사람의 편안한 안식을...



Maddog을 만나게 된 건 아주 우연이었다. 여느 때처럼 무엇인가 특별한 일 때문에 브리타니아에 들어갔던 것도 아니었고, 취재원을 만나기 위한 나들이도 아니었다. 요즘 필자가 관여하고 있는 UOPF기자단의 스몰집에 의자가 없는 관계로 가구를 사러 어느 유명한 벤더샵을 찾아가던 중이었다. 그곳에서 필자는 Maddog을 만났다.

벤더샵에서 물건을 사고 나오려던 찰나 어딘가에 붉은 이름이 뜬것이 보였다. 예전 같으면 붉은 이름은 바로 죽느냐 사느냐의 가늠 길이었지만, 하도 오랜만에 보는 머더러라 호기심이 앞섰다. 여차하면 튀자 라는 생각을 가지고 필자는 다가갔다. 참으로 황당한 머더러였다. 칼로 오거를 열심히 치고 있었지만, 줄어드는 오거의 체력 보다 빨리 머더러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나를 보자 일순 당황해 하는 듯 보였다. 오거와 사생결단을 치르는 머더러라니... 우스꽝스럽게만 보였다. 필자는 그를 향해 In Vas Mani를 외워주었다.



한바탕 오거와 혈전을 벌인 그는 가쁜 숨을 돌리고 내게 허리 굽혀 절을 하였다. 자세히 보니 비록 빨간 로브와 망토 때문에 강렬한 인상을 주기는 했지만, 그는 노인이었다.

- 블랙쏜의 평화가 항상 함께 하시길...

브리타니아에서 허용하는 최대의 예를 갖추며 약간의 고어 체까지 섞어 말을 하는 그를 보자 필자는 별안간 그를 취재해 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 이곳까지는 어쩐 일로 오셨나요? 여긴 마을과 가까운데.. 경비병이라도 보면 어쩌실려구요.

- 어차피 삶에 미련은 없습니다. 쫓겨오다 보니 이곳까지 오게 되었군요. 아까도 광산에서 죽을 뻔했지요. 하이딩이 없으면 목숨 부지하기가...

필자는 그를 안전가옥으로 데리고 갔다. 그대로 두면 어디선가 나타날지 모르는 몬스터며 NPC들도 그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친구가 사는 윈드에 그를 데리고 갔지만, 집 문은 굳게 잠가져 있었고 할 수 없이 앞집의 벤치에 우리는 나란히 앉았다. 그의 사연이 꽤나 길 것으로 예상되었던 탓도 있지만 그가 무리한 여행을 버틸만한 체력이 남아 있게 보이질 않았던 것이다.



Maddog은 광부였다. 남들처럼 작은 집이라도 내 집을 갖는 것이 유일한 소원이었고, 언젠가는 말을 타고 전장을 달리는 희망도 갖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훗날 스승이자 친구가 되었던 Guns를 만나게 된 건 그의 인생을 180도 바꿔 놓는 계기가 되었다. 여느 날처럼 미녹의 구석진 곳에서 열심히 오어를 드리블하고 있던 그는 갑자기 뜨는 머더러들의 이름을 보았고 재빨리 하이딩을 시도했다. 물론 오어는 든 채로 말이다.



- Drop all! Hands Up!( 가진 거 다 내려놓고 손 들엇!)


말이 끝남과 동시에 광산은 난장판이 되었다. 오어를 끝까지 뺏기지 않으려고 드리블하며 도망가는 광부들과 리콜을 외우다 죽는 사람들의 비명소리... 하이딩을 하곤 있었지만 그들이 리빌 주문을 외우는 것을 본 Maddog은 오어를 내려놓고 체념해 버렸다. 브리타니아에 손을 올리는 동작이 있다면 그는 그렇게라도 했을 것이다. 그는 팬티 하나만 달랑 입은 자신의 몰골을 처량하게 생각할 틈도 없이 공포에 떨며 가만히 서 있었을 뿐이었다.



그에게 Guns가 다가온 건 그 순간이었다. 그는 그의 가방을 뒤지더니(Snooping) "ok" 라는 신호를 보내고는 게이트를 열었다. 신속하게 루팅과 수습을 마친 그의 패거리들은 떠나버렸고, Maddog에게 보이는 건 언제 이런 일이 있었냐는 듯 조용한 광산의 풍경 이었다. 여전히 새들은 지저귀고 있었고, 햇빛은 밝게 빛났다. 항상 있어왔던 일이었지만 죽지 않고 살아남아 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들에게 재산을 털렸지만 이상하게도 원망이 일어나지 않았다.

다시 그를 본 건 디시트 해골 방이었다. 지금은 별로 인기가 없는 곳이지만, 그가 할 당시만 해도 디시트 지하의 해골 방은 초보자들이 능력을 올리기는 가장 좋은 던젼이었다. 본나이트 같은 건 상당한 실력을 쌓은 뒤에야 올라갈 수 있는 곳이었고, 리치는 숙련된 마법사들만이 상대 할 수 있는 몬스터였다.

하지만 이곳은 위험이 늘 도사리는 곳이었다. 한시간 내내 사냥을 하면 1000GP이상은 벌 수 있었고, 스켈레톤이 주는 도끼만 팔아도 상당한 돈이 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머더러들의 수입원이 되는 곳이었다. 그 때 Serra Palladian이란 캐릭은 머더러 1 순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의 주요 출몰지역이 해골 방이었던 것은 필연이었다. Maddog은 강해지고 싶었다.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드는 머더러들에게서 최소한 방어는 할 수 있을 만한 기술을 쌓으려던 그에게 해골 방에서의 수련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날도 여지없이 Serra 패거리가 몰려들어왔고, 그는 당연한 순서처럼 죽었다. Serra는 항상 퍼랭이 둘을 데리고 다녔다. 루팅과 힐을 받기 위해서인 듯 보였다. 유령으로 난감해 하고 있는 그 순간 다시 빨간 이름 둘이 보였다. 바로 Guns였다. Serra는 잠시 어떻게 할까 생각을 하는 듯 보였는데, 그런 그에게 Guns의 코포가 작렬하였다. 3 대 2 의 싸움이 시작되었고 Guns는 Serra의 시체를 난도질했다.



- Sux!

Guns는 Serra의 시체를 향해서 한마디 내뱉고, 뭐라고 길게 말을 중얼거렸다. 대충 내용은 블루힐러를 데리고 다니지 마라. 명예를 가져라 라는 식의 말이었던 것 같았다. 머더러에게도 명예가? Maddog은 혼란스러웠다. 머더러는 그저 초보자들의 돈을 노리며 닥치는 대로 살생을 일삼고 거기에서 쾌감을 느끼는 존재로서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명예라니..



- Gate to Britain!

Guns는 게이트를 열고 몇몇 웅성거리는 유령들을 향해서 말했다. Maddog은 그러나 그가 연 게이트를 타지 않았다. 그는 유령인 상태로 그들을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Guns 패거리들은 해골 방을 지나 1 층으로 방향을 틀었다. Maddog은 스스로가 유령이라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그들을 무작정 따라갔다. 패거리라고 해봐야 Guns와 또 한 명의 머더러일 뿐이었지만.

1 층엔 길드워 중이었는지 대 여섯 명의 말탄 전사들이 엉켜 싸우고 있었는데, 머더러 둘을 보자 리콜을 외우기 바빴다. 그 중에서 첫타겟이 되었던 둘은 어김없이 희생자가 되었다.

물론 지금이라면 가능한 일이 아니다. 현재의 조건에서는 한 명이 셋을 이긴다는 건 결단코 불가능하다. (싸움을 할만한 캐릭들을 기준으로 볼 때 그렇다) 불가능했던 현실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 그 당시의 전투였다. 한 명이 여덟을 상대로 싸워서 한둘쯤은 죽이고 리콜을 하거나 유유히 하이딩으로 낭패를 맛보게 하는 일들이 기적이 아니었다. 그것은 전장에서 겪었을 수없는 죽음과 비애와 고통스런 수련 후에 얻어지는 결과였다.


*윗 스크린샷은 Maddog이 오랫만에 카오스성에 들리고 싶다고 해서 필자와 함께 갔다가 가드에게 맞아 죽은 모습이다.*

루팅을 마치고 유령들을 향해서 게이트를 연 Guns는 약간 피로해졌는지 멈춰 서더니 Maddog을 바라보았다. 아마 유령상태에서 쫓아다니는(전투 모드였으므로 볼 수 있었다) 그에게 이제야 호기심이 도는 듯 했다. 하지만 잠시 후면 몰려올 적들의 지원군을 의식해서인지 다시 게이트를 열고 떠나버렸다. Maddog은 두 번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산너머 산이라고 했던가?
그가 당도한 곳은 어느 타워였는데, 뻘건 이름들이 하나, 둘, 셋,.... 적어도 7-8명은 몰려 있었다. 게다가 그곳은 외딴 섬이었다. 그로서는 처음 보는 작은 섬이었다. 지도를 켜고 잠시 둘러보니 작은 집 서너 채에 타워 하나가 있는 그야말로 소규모의 섬이었다. 룬이 없다면 배를 타고 와야 할 비밀스런 곳이었다.

- 아, 힐러도 없는 이곳에서 유령상태라니...

실수한 것이 아닐까 그는 참담했다. 그러나 그에게 달리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가 타워 안으로 들어와 o00o000o 라고 외쳐 대자.. Guns 와 그의 패거리들이 그를 둘러쌌다. 그 중에 Ching이라는 머더러가 그의 주위에 상자를 놓기 시작했다.

- lol.. funny....

그들의 비웃음 속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 안 것은 상자가 그의 주변에 싸이고 나서였다. 그는 꼼짝없이 갇힌 것이었다. 한참을 속수무책으로 서있있던가. Guns는 역시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상자를 치우고 그를 살려낸 것이다. 그는 살아나자마자 비굴하리만큼 그들에게 절을 해댔다. Guns가 그런 그를 향해 말했다.

- 넌 우리를 왜 따라 온 거지? 머더러가 두렵지 않나?

- 사실은 두렵다.... 지금도 내 목소리가 떨리지 않는가. 하지만 내겐 목표가 있다.

- 목표?

- Guns ... 당신처럼 강해지고 싶다. 머더러한테 죽기도 지겹다. 나를 강하게 해 달라.

- Lol....

Guns와 그의 패거리들은 그의 말에 웃음보를 터트렸다. 그들이 왜 웃는지 그는 알지 못했다. 그도 바보스럽게 그들을 향해 웃어주었다. 그때였다. 타워 밖으로 퍼런 이름들이 게이트를 타고 우르르 몰려 들었다. 적군의 인원은 약 10여명. 긴장감이 감돌며 Guns 패거리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 God Damn Newbie....


Maddog은 여기까지 이야기를 마치고 잠시 한숨을 몰아 쉬었다.

- 처음에 본 그들은 뉴비.. 말하자면 새로운 이주자에 대한 반감이 무척이나 심했습니다.왜 그렇게 싫어할까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이해하죠. 그들은 새로운 이주자들이 브리타니아의 기본 도덕률을 망친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물론 그 생각이 전체 머더러들을 대변하는 의식은 아닙니다. 개중에 반수 이상은 그저 습관처럼 사람을 죽이고 다녔으니까요. 처음 자신들의 시작과 선택이 피 의 길이었으므로 끝날 때까지 그것이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쪽이었죠. 다만 Guns 패거리들이 다른 머더러들과 틀렸던 것은 자부심과 명예가 대단했단 겁니다. 블루힐러를 대동하고 피케이를 하거나, 뉴비들을 유인하여 죽이는 방법은 그들 사이에도 불문율처럼 금기시 되어 있었어요.

점점 피로감에 휩싸이는 Maddog을 보면서 필자는 이어 물어 보았다.

- 그날의 전투는 어떻게 되었나요?

- 그날 그들을 소탕하겠다고 몰려온 길드는 정의를 표방하는 LMH 라는 오더 길드였지요. 항상 정렬을 하고 서서 길마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모습이 인상깊었어요. 트린식에 자주 나타나곤 했는데, 늘 초록 망토와 초록 모자를 쓴 전사길드 였습니다. 가끔씩 피케이를 소탕한다고 나서기도 했지요.
사실 그때 전사들은 거의 싸움꾼에 끼지 못 할 때였습니다. 뉴비들이나방패를 들고 다닌다고 생각하는 올드비들이 많았으니까요. 당연히 그 길드는 그날 전멸했죠. 타워 밖에서 전면전이 붙었는데.... 장관이었습니다. 수없이 날라 다니는갈매기와 죽는 사람들의 비명소리...
그런데 이상한 건 항상 게이트를 열어주던 그들이 그날만은 그들에게 게이트를 열어주지 않았어요. LMH 길드는 그들 말로 Not Fair 하다는 겁니다. 뉴비들을 현혹시키는 길드라나요? 허허... 어떻게 보면 이해를 할 수없는 말이죠. 머더러들이 Fair 와 Not Fair를 구분 짓다니 말입니다.

Maddog 은 그날 그들에게 전투를 가르쳐 줄 것을 소원했지만, 거부당하고 말았다.아직 머더러가 되기에는 브리타니아에서의 인생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더 많이 경험 해 보고 더 많이 죽어보라는 말뿐이었다. 그에게 약간의 시약과 브리튼 룬을 주면서 그들은 그를 내몰았다.


하지만 그날 후로 그의 브리타니아에서의 삶은 달라졌다. 그의 눈빛도 변했다. 여전히 머더러들에게 피케이를 당하거나, 범죄자들로부터 블럭잡질등을 당해서 죽기도 했지만, 전처럼 무조건 리콜을 외우는 짓은 하지 않았다. 최소한 저항은 해보고 죽었던 것이다.


그의 첫 쾌거는 오래지 않아 이루어졌다. 해골방에서 수련을 하던 그를 위시해 대 여섯 명의 사람들이 머더러 2 명을 만났던 날이었다. 그는 머더러를 보자마자 달려나가 공격을 감행했고, 리콜을 외우던 서넛의 전사들이 그런 그에 고무되어 같이 공격을 한 것이다.

동참하여 싸우지 않던 사람들도 In Mani를 외우며 그에게 힐을 하기 시작했다.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당황한 머더러중 한 명은 도망을 했고, 나머지 한 명은 개떼 뉴비들에게 죽임을 당한 것이다. 그날의 승리에 그는 일약 스켈톤 방의 영웅이 되었다.

두어 번 Guns패거리가 들렀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그가 있는 것을 보면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그가 Hi 라고 말할 새도 없이 말이다. Guns를 향한 그의 열망을 왜 그는 모른 척 하는 것일까? Maddog은 Guns에게 가까이 가고 싶었다. 같은 남자로서 남자에게 가지는 열망이 우습게도 느껴졌지만, Guns는 그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수십 번의 전투 후 Maddog도 브리타니아 시민으로서 웬만큼 성장을 해 갔다. 단칸집을 마련했고, 그랜드마스터라는 칭호도 얻게 되었다. 친구도 여럿 생겼고 남을 도울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LMH 길드원중의 한명에게 그의 친구가 피케이를 당하고 집디드를 강탈당하는 일이 생겼다. 그는 LMH 의 길마에게 정식으로 항의했으나 돌아오는 것은 억울하면 덤벼라 라는 말뿐이었다.

항상 정의를 부르짖었던 그들에게 그는 지독한 실망감을 맛봤다. 다음날 그는 초라하게 길드석을 박고 Chaos를 달았다. 길드 원은 그와 디드를 강탈당했던 친구..둘 뿐이었지만....
은행을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힘든 나날이 계속되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베스퍼의 은행에서 낚시꾼 차림의 젊은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 안녕 뉴비!

- 누구십니까?

- 나 Ching 이야. :)

Ching .... 어떻게 그를 잊을 수 있겠는가! Maddog이 유령이었을 때 주변에 상자를 블럭하여 그를 암울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머더러였다. Guns 의 친구...

- 이젠 뉴비티를 좀 벗었군 그래.

- !!



긴 장화에 에이프런.... 낚싯대를 들고 고깔 모자를 쓴 Ching의 모습은 도저히 그가 디시트와 각 광산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던, 머더러군단의 일원이라고 믿기게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우스꽝스러운 광대 같기도 했다. 남자들의 세계에서는 자신이 참혹하게 패배 당한 기억은 - 그것이 육체적인 것이었다면 더욱 - 아주 오래도록 남는다.

어린 시절 코피 나게 맞았던 상대에게 체격이 커지고 나이가 들어서라도 원초적인 공포를 잊지 못하는 것처럼, Maddog 도 기억 저편에 숨겨져 있던 두려움에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려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Ching...

Ching 은 빙글빙글 웃었다. 감춰진 그의 속내를 안다는 듯이...

- 머더러가 되고 싶나? 강해지고 싶다고 했지?

- 이 세계에 남자라면 누구나 소망하는걸 나도 바라는 것 뿐이야. 가해자는 항상 지난 일을 잊지만, 죽음은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더군...

- 브리타니아는 썩었어.. 온통 쓰레기 냄새 일색이지...


Ching 은 마치 그가 따라 올 거라는 걸 알기라도 하듯 혼잣말을 하며 천천히 바닷가로 걸음을 옮겼다. Maddog 도 아무 말 없이 잠자코 그를 따라갔다. 한적한 바다에 도착했을 때 검은 로브 차림의 웬 남자가 그림자처럼 서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 하...

그였다. Guns... Maddog 이 그토록 이나 만나고 싶고 닮고 싶었던, 한눈에 요새말로 하자면 뻑가게 만들었던 인물... 첫눈에 필이 꽂히고 두 번째 열망하게 만들었던 한편으로는 악당이었지만, 죽음을 당하고 나서도 그리워하게 되었던 머더러..
헌데 이상했다. Ching이 온걸 알텐데도 Guns는 아무 말이 없었다. 무심하고 잠잠한바다처럼 그저 조용히 낚싯대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는 Maddog과 Ching에게 잠시 일별을 던지더니 -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다 - 마치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버렸다.

그는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나서 잠시 숨을 돌렸다. 이미 브리타니아 나이로서는 환갑이 넘은 그가 게다가 체력은 약해질 대로 약해서 이미 머더러로서의 구실도 할수 없을 것 같아 보이는 그에게 여기까지의 긴 이야기가 힘겨워 보였다. 어쩌면 그가 이런 이야기를 필자에게 시작한 것은 자신의 죽음이 임박해 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는지도 몰랐다. 그런 그의 모습이 필자를 더 초조하게 만들었다.
잔인해 보일 수도 있었지만 나는 그런 그를 재촉했다.

- 왜 Guns가 Ching을 피했나요?

- 후.. 그들 세계에서 말하자면, 아니 이건 Guns 라는 독특한 머더러의 방식이었을테지만 그의 명령을 Ching 이 어긴 거죠. 우연히 Ching 이 1 : 1 대련을 하고 있었는데 블루힐러의 도움을 받아 이긴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일을 문제 삼아 Guns 는 머더러 군단에서 Ching을 축출했죠.


- 원래 Ching의 스타일은 단순하고 장난기 많은 소년 같았습니다. 가끔씩 말썽도 피곤했고 복잡하고 어려운 건 싫어했고, 그의 머리 속으로 들어가면 어떤 문제든 편리해 졌죠.
누굴 죽이고 어떤짓을 하든 자신이 내키면 해버렸기 때문에 그는 정의 , 불의 뭐 이런 선으로는 말할 수 없었던 친구였습니다.

- 예를 들자면 머더러를 할 때도 붕대하나까지 루팅을다 해 갈 때도 있었고, 기분이 좋을 땐 죽이고 나서도 그날 털은 모든 무기나 돈을살려주고 다시 돌려줄 때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Guns 의 머더러 군단이 겪고있었고, Guns 가 그 당시 고민했던 문제가 바로 이런 것이었어요.
Ching 과 같은 길드 원의 수가 점점 늘어간다는 거였죠. Guns 는 이런 걸 용납하지 못했어요. 그 본보기로 Ching 은 강퇴 당했고 그래서 그날 그는 Guns를 찾아간 거였죠.

Ching 은 Guns가 사라지고 난 후 그가 낚시하던 자리로 가더니 Maddog 에게 약간 풀이 죽어 말했다.

- Guns는 이제 나를 안 볼 생각이군. 그는 너무 심각해. 골치 아프게 살 필요가 있을까? 머더러는 사람을 죽이는 직업이야. 그냥 죽이면 돼. 광산에 가서 광부를 죽이고 잉곳을 털어 오는 거나 디시트의 고수들을 죽이고 그들의 목을 따오는 거나 뭐가 틀리지? 거기에 무슨 정도가 있다는 거야! Guns 는 잘난 척 하는 거야. 그는 소영웅주의에 물들어 있어. 그의 그런 모습이 좋았지만 ... 이젠 아니야 더 이상! 젠장...


Ching 은 그렇게 푸념을 털어놓으면서도 Guns 처럼 낚시를 했어요. Guns 는 가끔 사람을 죽이고 나면 그 곳 바닷가에 와서 며칠이고 틀어 박혀 고기를 낚았죠. 아무 말도 없이 먼바다만 바라보면서 말이죠. 그 시선의 끝에 무엇이 존재하는 지 Ching 도 알고 싶어서 그렇게 했을까요? 하긴 나도 Guns 로부터배운 낚시질을 사람을 죽이고 나면 꼭 하곤 했으니까요...

그날 Ching 과 Maddog 은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전혀 말이 통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머더러였는데 한번의 꺼풀이 벗겨지자 서로는 친구가 되었다. 하긴 Ching은 길드로부터 , Guns 로부터도 버림받았으므로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했는지도 몰랐다.

그날부터 Maddog 은 또한 번의 전환점을 갖게 되었다. 그가 여태껏 했던 것은 전투가 아니라 싸움이었다. 오기만으로는 할 수없는 것이 전투였다.

Ching 은 머더러 군단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Maddog에게 강도 높은 훈련을 시켜주었다. 전사의 길을 버리고 마법사로 수련을 시작한 것도 그의 권유 때문이었다. 수련에 따르는 많은 돈들은 Ching 으로부터 흘러 나왔다. Ching 은 돈 욕심이 없었다. 집도 없었기 때문에 Maddog 의 집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그래서 Maddog 에게 필요한 돈을 충당하기 위해 며칠씩 집을 비우고 사람을 사냥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Maddog 은 그때도 방어적인 전투밖에는 할 수 없었다. Ching 과 같이 다니기는 했지만 , 소위 그가 생각하는 비겁하다고 인정되었던, 뒤치기를 한다거나 자기보다 약해 보이는 사람들을 칠 수는 없었다.

머더러와 친구를 삼은 그에게 많은 비난과 비웃음이 쏟아졌고, LMH 길마는 길드 원을 잔뜩 데리고 와서 그의 집 앞에서 불을 질러대며 진을 치기도 했다. 그때 그에게 가장 절실했던 것은 LMH 길드에게서 어떻게든 사과를 받아내는 것이었다. 억울하면 덤벼라 는 그 모욕을 그는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그도 하나의 길드의 길마가 아니었던가.

하루 하루 지옥훈련의 연속으로 전투의 기술을 습득하고는 있었지만 Maddog 은 천성적으로 Ching 과는 달랐다. 그렇다고 Guns 같은 류도 아니었다. 그 중간쯤이라고 보면 될까..
어느 날 답답하다는 듯 Ching 이 말했다.

- 너 정도 수련의 단계라면 이제 반은 온 셈이야. 오늘 사람을 죽여봐.

- ... 사람은 몇 번 죽여 봤어.

- 아니! 그저 보이는 사람을 죽여. 브리튼의 동쪽 숲을 지나다 보면 돈 많고 기름기에 쩔은 뉴비들이 많아. 그쪽에 상점들이 많기 때문에 돈을 잔뜩 짊어지고 물건을 사러 나온다구.


Maddog 은 한동안 망설였다. 사실 그는 숱하게 많은 그 평범한 광부로부터 벗어난 지 그다지 오랜 시간이 지난 것이 아니었다. 광부 출신이었고, 강해지고 싶어서 전사의 길로 들어섰고, 이젠 마법사가 되었다. 그는 하루 밤을 곰곰이 생각하고 결정을 내렸다.

채근하는 Ching 의 이야기도 있었지만, 자신의 우유부단한 성격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것이 LMH 길마로부터 사과를 받아낼 수 있는 유일한 지름길이라고 믿어졌다.

그는 비장한 마음으로 장비를 챙기고 모든 범죄자들이 그러하듯 밤을 노렸다. 집밖을 벗어나 본지 얼마 만인가.. 브리튼의 슬픈 행진곡이 울리고 있었다. 그는 Ching 이 인도하는 대로 숲길을 따라갔다.

- 난 여기서 숨어 있겠다. 곧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겠군... 푸푸..

혼자 남겨진 Maddog 은 가만히 서있었다. 그는 여태껏 범죄라고 불리는 일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의 이름은 늘 푸른빛이었고, 브리타니아 대부분의 소시민의 삶처럼 평온하게 여타의 그 어떤 트러블도 없었다. 그런 그가 이젠 범죄자가 되려 하고 있었다. 그는 씁쓸하게 마른침을 삼켰다.

과연 시간이 지나자... 말을 탄 전사 하나가 풀 플레이트를 입고 방패를 들고 상점으로 들어갔다. 첫눈에 보기에도 만만한 상대는 아닌듯이 보였다. 제발 선량한 사람이 아니길.. 어이없는 바램을 하면서 그는 호흡을 조절하고 속으로 외쳤다.. 하나. 둘 . 셋.

마나를 끌어 모으고 익스플로젼을 시전하고서 전사를 향해 타겟을 잡았다. - 당시는 An Mani 의 시대가 아니다 - 손이 떨려서 등줄기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았다. 두 번째 코포를 외우고 전사에게 가격했을 때, 전사는 상황을 짐작했는지 그에게로 와서 칼질을 시작했다.

그는 자신을 공격해 주는 전사가 고마웠다. 그것이 기습공격을 하는 그에게 약간이나마 죄책감을 덜어주게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마법의 위력에 그자신도 놀라는 순간이었다. 코포 이연발에 마지막 터진 익스플로젼은 도망가는 전사의 몸을 산산조각 내버렸던 것이다.

- Cool!

어느새 모습을 드러낸 Ching 은 재빠르게 루팅을 하면서 외쳤다. 아직도 범죄자가 된 자신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던 Maddog 에게 그의 말이 아득히 멀리서 웅웅 거리는 것 같았다. 이제 드디어 나도 시작인가.. 피를 묻히는 건가...

- 오! 이런 이게 뭐지.. 집디드가 나왔군.. 파하하...

Ching 의 맑은 웃음소리는 그러나 길게 가지 못했다. 그에게로 색깔도 현란하게 폭탄이 터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방에서 LMH 길드의 토글을 단 전사들이 그에게 몰려오는 것과 동시에 말이다.



Maddog은 순간 아득해져 왔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을 이해 할 수 없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손에 죽어간 전사의 핏방울과 비명이 아직도 그의 귓가에 쟁쟁한데, 이젠 바로 앞에서 Ching 이 피를 흘리며 비틀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황을 이해하려고 지체가 되는 것도 도움이 될 때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무의식이 그를 지배했다. 그는 몰려오는 LMH 전사들을 피해 가면서 무조건 Ching 쪽으로 달려갔다.

달려가서 무얼 해야 할지도 판단이 서지 않았지만, 그는 그렇게 밖에는 할 수 없었다. 이미 Ching도 한계 치에 이른 듯 In Vas Mani 의 주문은 실패하는 것 같았고, 오로지 동물적인 감각과 Heal 포션에 의지하며 최대한 적들로부터 자신을 격리시키려 하고 있었다. 계속 Ching 은 그를 향하여 한마디만 외치고 있었다.

- Recall! Recall!


어리석게도 Maddog은 자신이 Ching을 도울 수 있을 줄 알았다. 자신이 전사들에게 이른바 다구리라는 집중공격을 받는데도, 체력이 계속 차고 있었던 것은 Ching이 외웠던 주문 때문이었다. Ching은 도망가지 않는 Maddog을 염려하여 충분히 상황을 피할 수 있었지만 그를 Heal 하며 리콜하지 않았던 것이다.

겨우 그의 말을 알아채고 Recall 의 파워 워드가 성공적으로 올려졌을 때 Ching의 몸은 전사들의 말발굽 아래로 처참하게 쓰러지고 말았다. 그의 주검을 보는 순간 Maddog의 몸은 안전지대로 옮겨졌다.

- 후.... 동료의 죽음도 자신의 죽음만큼이나 상처가 크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처음 저지른 범죄의 대가 치곤 제게 , 아니 Ching 에게 너무 가혹했죠.

그때 Ching 은 이미 머더러 순위에 기록되어 있었고, 로드 브리티쉬의 새로운 율법에 따라 한번의 죽음은 돌이킬 수없는 상태로 저주를 입게 되었다. 머더러는 체력, 마나, 신속함과 모든 마법의 힘까지 커다란 손실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Ching 도 그 저주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것은 머더러가 길드단위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했고, 블루힐러를 대동하거나, 뒤치기라고 말하는 양아치(?) 머더러집단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그나마 그런 대열에서 이탈되어 남아 있었던 것이 Guns 같은 그룹이었다.

Ching 은 며칠만에 Maddog이 한번도 보지 못했던, 아주 초라한 모습으로 그의 스몰 하우스에 나타났다. 회색로브(유령 옷이 회색으로 보이는 것은 참 그로테스크한 발상이다.)를 걸치고 맨발로 걸어온 그의 얼굴엔 전엔 보이지 않던 수염까지 덥수룩했다. 저주의 힘인가... 십 년이란 세월을 한꺼번에 먹어 버린 것 같았다.

- Hi!

전처럼 빙글빙글 웃는 것처럼 보이려고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는 듯 Ching 의 얼굴은 오히려 울상이 되어버렸다.

- Hi

Maddog 도 간신히 한마디했다. 그뿐이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날부터 Maddog 은 Ching 이 예전의 체력을 되찾게 하기 위해 돈을 벌어와야 했다. Ching이 그를 위하여 그랬듯이 이젠 Maddog이 그에게 무언가를 베풀 때였다. 하지만 Maddog은 사람사냥을 하지는 못했다. 그때까지도 광부였던 자신의 모습을 사랑했고, 버리지 못했던 때문일까.

그러나 그런 광부의 길로 다시는 돌아갈 수없는 날이 필연처럼 다가왔다. 여느 날처럼 Ching의 시약 값을 벌기 위해 쉐임 3층의 포이즌 다리에 도착했을 때 그는 Guns 와 마주쳤다. 그가 선택한 길이었는지 역시 Guns는 집중 포화를 받고 있었고 그와 싸우고 있던 무리들은 LMH 길드였다. 두 번 생각 할 이유가 없었다.

- 그날 전투에서 저는 Guns 와 함께 LMH 의 전사들을 죽였고, 제 타이틀은 머더러가 달리게 되었죠. Guns 가 그때 LMH 길마와 전사들을 죽인 것이 계획된 일이었다는 것도 그날 알게 되었습니다. Ching 의 소식을 듣고 Guns 도 모른 체 할 수 없었던 겁니다. 제 몸이 붉은 색으로 변하자.. Guns는 저를 보고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잠깐 미소가 번지는것 같았습니다. 어떤 의미였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요..

필자는 그의 얼굴에 잠시 스치듯이 지나가는 상념의 한 끈을 놓치지 않고 물어보았다.

- 결국 머더러가 되셨군요. Guns 가 받아주던가요?

- Guns 는 ....


* 현재 Wrong 의 내부 모습

Guns 는 Maddog을 그날 자신의 길드 산하 타워로 데리고 갔다. 자신이 광부였을 때 유령으로 무작정 이끌리듯.. 두려움에 떨며 들어갔던 타워가 이젠 그에게 편안하게 느껴졌다. 타워에서 Guns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말을 꺼냈다.

- 우리는 불행한 시대의 머더러다. 아직도 늦지는 않았어. 넌 처음으로 머더러가 되었으므로 브리타니아의 시민으로 돌아갈 기회가 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봐.

Maddog은 치기어린 마음으로 머더러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 강한 것에 대한 열망을 불어넣어 주었던 Guns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저항할 수없는 이끌림이었을 뿐. 망설이는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듯 Guns 가 말했다.

- 우리는 브리타니아의 질서를 파괴하는 힘이야. 질서는 깨뜨려주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견고해 지고 존재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평화를 느끼는 것은 파괴가 있어야만 가능한 거지.

그때까지만 해도 Maddog에게 머더러에 대한 기준이 있을 턱이 없었다. 따라서 Guns 의 이야기는 그에게 납득되지 않았다. 그는 죽이고 싶은 상대를 죽였을 뿐이고, 그것의 결과가 머더러라면 받아들이자는 쪽이었다. 그전엔 그렇게도 그들 속에 들어가고자 했던 Maddog이 이번엔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 네겐 아직 브리타니아에서의 인생이 많이 남아 있다. 그 세월을 충분히 즐기도록... 우리는, 남아있는 인원이라야 몇 되지 않지만 마지막으로 브리타니아에서 파티를 하려 한다. 이것이 브리타니아에서의 우리의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결국 나도, 나와 함께 했던 동료들도 다 죽고 사라진다.

- 그럼 Guns 당신은 죽으려 하는가? 지금의 파티가 최후의 만찬인가?

Guns는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지금 생각해 보면 대답을 못한 것이었겠죠. 머더러의 끝이 무엇인지... 머더러의 최후가 만찬일지 아니면, 브리타니아 시민에 영입되지 못했던, 패배자의 추락일지 그자신도 몰랐을 테니까요. 다만.. 떠나야 할 때를 정확하게 알았던 사람이라고 말할수 있을까요....


필자는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가 마치 죽어야 할 자리를 찾아가는 사람이란 느낌을 받았었다. 그가 죽음을 각오하고( 죽으면 영구머더러는 회복불가능이 된다.) 카오스성에 갔었던 것하며, 오거에게 조차 맞아 죽을 정도라면 이미 그에게 전투능력이라고는 전무하다고도 봐지기 때문이었다.

- 당신도 이젠 브리타니아에서 사라질 때인가요?

- ...

Maddog의 머더러 타이틀은 브리타니아의 시간으로 20일만에 사면되었다. 오랜 수형생활에서 풀린 그에게는 그러나 혹이 남아 있었다. 예전의 능력을 어느 정도 치유했다고 는 해도 영원한 붉은 이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없는 Ching 이 말이다. Ching 과 함께 하는 나날은 전투의 연속이었고 죽음의 반복이었다.

고통스럽기는 했지만 LMH를 비롯한 그 외 적대길드들로부터의 무차별적인 공격은 그를 쓰러지는 횟수만큼이나 강하게 만들어주었다.

죽음이 익숙해 질 무렵 그는 더 이상 일대일의 대결에서는 죽지 않아도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이름도 싸움꾼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거론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Ching 의 급전이 날라 왔다.

- Wrong 으로! 친구여.. 오늘 나는 rune을 버렸다.





중간에 빠진 부분이 있어요



브리타니아의 세계에는 지평선이 없다. 그래서 여명 속에서 차 올라가는 불빛, 그 빛의 태동 그리고 침잠 하는 어둠까지도 바라볼 수없는 것이다. 아 물론 약간 흐려지기는 한다. :)

바다에 섰을 때 일출을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에게 선과 악으로 명명되어진 개념들이 좀더 선명하게 다가올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오더와 카오스, 그리고 선이라고 명제 되어진 것과 악이라고 불리는 것들 사이에도 중간지대는 없다.


그곳 .... Wrong 에도 중간지대는 없었다.
Maddog 이 Ching 의 급보를 받고 날아갔을 때 , 붉은 것과 푸른 이름들 사이에는 마치 남과 북의 대치처럼 칼날 같은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Guns 와 Ching 을 위시하여 이십 여명의 머더러들과 반대쪽엔 대략 삼십여명의 전사들이 도열해 있었는데 이미 한바탕의 전투가 끝난 직후였는지 , 로브를 입은 머더러들과 정비를 하는 전사들도 보였다. 아마도 듀얼로 재차 전투를 시작하려는 듯 Guns 는 예의 그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사들을 향해 말했다.

- 누가 나올 텐가?

- ....

침묵하는 시간은 왜 항상 길게만 느껴지는 것일까? 아무도 나서는 자가 없었다. 얼어붙은 듯 침묵하는 그들 사이에서 시간이 정지 된 느낌이 들었다. 잠시 눈앞의 사물들이 제자리에 멈췄다고 생각하는 순간 " Kill Guns!! " 라는 함성과 함께 Maddog은 푸른 이름들 사이에서 일제히 외워지는 Corp Por 의 파워워드와 In Vas Mani 의 주문을 봐야만 했다.
그리고 무력하게 쓰러지는 Guns의 주검까지..


- 인생에 있어서 첫 단추가 중요하다는 말을 저는 브리타니아의 삶에서 알게 됐죠. Guns를 만나지 못 했더라면 머더러의 인생을 살지 않아도 되었을 겁니다.
그들이 대답을 기다리고 있던 Guns를 향해 공격을 퍼 붇자 제일먼저 Ching 이 달려나갔고, 저도 반사적으로 튀어나갔습니다. 그 생각 없던 와중에서도 왜 운명이란 말을 믿어 버렸는지...

Maddog 은 다시는 돌아올 수없는 강을 건너게 되었다. 아직까지는 정의라고 불리는 것들에 대한 애정과 미련을 갖고 있던 그에게 머더러를 척살 한다는 취지로 모인 그들의 행동은 그로 하여금 깊은 환멸감을 느끼게 만든 것이다. 영원히 머더러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굴레인지를 느끼지 못 했기 때문에 단호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애착과 미련이 항상 삶에 이로움만 주는 것은 아니다. 버린다는 것도 때로는 부수적인 것일지 모르지만, 눈물겨운 우정과 아름다운 희생으로 승화되기도 한다.

Ching 도 Guns 의 뒤를 이어서 쓰러지고 - Maddog을 위한 그의 한번의 죽음이 치명타였다 - 몇몇의 머더러들이 그렇게 사라져갔다. Rune을 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 인가? 퇴로를 마련해 놓고 싸우는 것은 전투의 기본이다. 그날 그들에겐 퇴로도 배수진도 없었다. 죽음이 배수진이었을까?


그날 Maddog의 활약은 눈부신 것이었다. 정상적인 전투의 방법도 아니었지만 사방에 볼택스를 깔아대고 무차별 코포를 난사했던 그는, 그의 이름대로 광기에 가득한 한 마리 들개였는지도 몰랐다. 그는 광부였던 Maddog도 아니었고, 유령으로 그들의 게이트를 타고 들어갔던 겁에 질린 Maddog도 아니었다.

그는 이제 Murderer Maddog 이었다.

- 어떻게 싸웠는지 정신없이 싸우다 보니 결국 주위에는 시체와 유령들만 있더군요. 그들이 머더러의 현상금을 타겠다고 앞을 다퉈 시체를 자르는 행동들이 도움이 되었어요. 수적으로 부족했지만, 그리고 저희들의 희생도 너무 컸지만 표면적으로 저희만 남았으니, 승리한 것이라고 봐야죠.

그후로 Maddog은 본격적인 머더러의 길을 가게 되었다. Guns 에게처럼 그를 따르는 무리들도 생겨나게 되었다. 하지만 어디서고 수소문 해 보아도 Guns 는 보이지 않았다. Ching을 설득하여 다시 그와 전투를 하고 다니곤 있었지만 그의 마음 속엔 항상 Guns 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날의 Wrong 의 전투가 Guns 패거리에게는 너무도 참혹한 패배였고 엄청난 희생이었던가. 그래서인지..? 아니면 이제 Guns의 말대로 브리타니아에서의 인생이 마감을 했다고 생각해서였는지 사라져 버린 연기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겐 추억 어린 미녹의 한 광산을 지나갈 때였다. 무기를 사기 위해 낚시꾼으로 자주 가는 벤더 상을 찾아 리콜 했던 그에게 어디선가 붉은 이름이 보였다. 말을 돌려 다가가 보니 ... Guns 그였다. 하지만 반가워 할 상황은 아니었다.

- Hands Up!! Drop All!!

하.. 단지 혼자서 서넛의 광부들에게, 여전히 Maddog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Guns 는 외롭게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광부들은 예전의 광부였던 Maddog과는 달랐다. 그가 자주 출몰 하는 지역인 듯 칼을 들고 달려가는 광부와 어디선가 하이딩해 있었는지 말을 탄 전사도 그에게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Guns 는 그러나 이전의 화려했던 전투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는 이미 예전의 Guns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한 광부가 외쳤다.

- Sux .. Funny Murderer..

- :)

마지막 웃음이었을까? Guns 는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하고 죽음의 단말마의 비명을 보이며 죽어갔다. 그것이 브리타니아 인생에서 Maddog이 보았던 Guns 의 끝이었다.

비참하게 죽어 가는 Guns의 모습은 영원한 강한 것의 상징이 되었고 닮고 싶은 어떤 열망이 되었던, Guns의 영상을 갖고 있는 Maddog에게 씁쓸함을 남겨 주었다. 그렇게 죽어가야만 했던 것일까? 운명이라고 말했던 최후가 이런 것이었나..

필자는 잠시 그의 말을 끊었다. 오거에게 맞아 죽어가던 Maddog의 모습이 그가 보았다는 Guns의 최후와 너무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 Guns를 닮고 싶었던 소망을 갖지 않으셨던가요?

- ... 사실은 Guns를 뛰어 넘고 싶었지요. Guns 처럼 죽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렇게 무기력하게 어리석은 짓을 반복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Rune을 버렸던 Guns 패거리들의 행동은 치기라고 밖에는 볼 수 없었지요. 저는 Guns 의 잔여세력과 저를 따랐던 머더러를 규합하여 길드를 조직하였죠. 자비심 같은 건 버렸어요. 죽자마자 머리를 따려고 우르르 모였던 구경꾼들과 죽은 후의 " Sux "하다는 비난은 살아 남았던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죠.

Guns 때와는 변질되긴 했지만, Maddog의 머더러길드는 브리타니아를 흔들 만큼 유명세를 탔다. 그들이 나타나면 모든 것은 초토화되었다. 조직적이었고, 계산적이었으며 두 번 다시 Rune을 버리는 짓 따위도 하지 않았다.

블루힐러를 대동하며 사람사냥을 하는 길드원 들이 있었지만 그것조차 묵인하였다. 그 당시 그에게는 승리만이 모든 것을 보상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 같았다.


- 하지만 뒷맛은 개운하질 못했어요. 승리가 달콤함을 남겨주리라 믿었었는데 나중에는 무엇을 위해, Maddog 이라는 머더러가 싸우고 있는지 제 정체성을 찾을 수 없었지요.
따지고 보면 Murderer 도 제가 원해 된 것이 아니었고, Guns 처럼 브리타니아에서의 운명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제 자신이 해답을 찾지 못 한 것들이 너무 많았어요.

- 결국 잉곳을 내려놓는 무방비상태의 광부들까지 길드 원들은 죽이기 시작했고, 단순히 재미 삼아 돌아오지 못하는 한두 뼘의 섬으로 게이트를 열어 주는 일도 생겨났죠.
그들이 저지른 짓 때문에 결코 그 이름으로는 브리타니아에 돌아오지 못하는 실종자들도 많아졌습니다. 제 이름 앞엔 항상 Sux 가 접두사처럼 붙어 다녔습니다.
우리는 늘 전투에서 승리 했지만.... 아무도 우릴 승리자라고 불러주지 않았습니다......

어느 밤 Maddog은 디시트에서의 살육이 끝난 후 루팅한 뱅퀴 한자루 때문에 사소한 시비가 번져 욕설이 오가는 자신의 길드원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의 옆에는 수명의 머더러 동료들이 싸움의 열기를 식히며 서 있었다.
그러나 Maddog은 그가 혼자라고 느꼈다.....


흔히 인생을 질긴 실타래로 표현하기도 한다. 얽히고 섥힌 많은 만남 들, 무수한 인연의 파편들이 자석처럼 엉겨붙어 한 덩어리의 또는 하나의 인생을 만들어 가는 지도 .... Ching 과 Maddog 의 만남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브리타니아의 여러 갈래의 별들 중에서 Balhae라는 특별한 혹성(?)에서 서로를 보게된 그들은 아주 한참동안이나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를 읽어 갈 수 있었던 것일까?

- 하지만 서로에게 비어있었던 시간만큼이나 새로운 공간에서 본 Ching의 모습은 낯설었습니다.


약간은 쉰 목소리로 Maddog 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필자도 어렴풋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필자 경험으로도 H.K 라는 토글을 달은 친구와 한국인이 같이 다닌다는 것은 Balhae 의 상황으로서 어려운 일이었으리라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Balhae 초기 때의 일이다. 필자는 베스퍼의 은행 앞에서 오래된 친구인 H.K 출신의 L을 오랜만에 보게 되었다. 서로 같은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으므로 나는 L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고 가벼운 수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L 은 필자의 나파 시절 테라산에서 이른바 Newbie 들에겐 죽음의 화신으로 불릴만큼 하이딩과 인비저블을 사용한 몹블럭의 달인이었던 인물이었다. 특히나 늘어가는 한국인 유저들에겐 그야말로 증오의 대명사였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지만 필자는 그 당시 소수민족이 지배권력층에 항거 하듯 그들을 척살하기 위하여 며칠을 그와 전쟁을 벌였던 기억이 있다. 결국은 다 대 다와 일대일 전투까지를 마치고서야 그와 친구가 되었었다.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하면 강력한 적은 또 하나의 친구일 뿐인 것을...

그런데 왠일인지 L은 자신의 길드원의 눈치를 보며 근처의 시약상으로 가 버리는것이었다. 서운한 마음도 잠시 이상한 생각 때문에 그를 기어이 쫓아가서 사연을 들어보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한국인이란 것 때문이었다.

그는 내게 단 한마디를 했다.

- Look at this!

그때 L은 테이머였는데 지금은 흔하게 되었지만 그당시 100만지피를 호가하던 Real Black 이라고 불리는 나이트메어를 10마리 이상 소유하고 있었고 그의 길드원들은 모두 나이트메어를 타고 베스퍼의 시약상 옥상에서 사진을 찍으려던 상황이었다.

당연히 주위의 한국인들은 그들을 방해하기 위해 옥상을 올라가지 못하게 계단을 블록하고 있었고, 몇몇은 한국어로 욕설을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어떠한 잡질을 당하였고, 어떠한 사연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최소한 그 상황만으로는이유 없는 또 하나의 잡질이었던 것이다.

결국은 씁쓸한 미소로 인사를 대신하고 돌아 왔다. 내가 그였더라도 혹은 그가 나였더라도 같은 모습이 연출되었으리라는 결론을 내리고서 말이다.

- 그날부터 저는 Ching 의 집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그리고 다시 칼을 잡게 되었죠. Ching과 함께라면 가슴 시리게 떨린 전우애를 느끼리라는 흥분으로 잠을 못 이뤘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를 알게 되기까지 그다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아바타는 어디에?

한동안 Maddog은 Ching의 권유에 따라 그들의 길드에 들어 범죄자 사냥을 했다.물론 많은 시간을 같이 다닌 것은 아니었다. 로드브리티쉬의 잦은 제도변경에 따라 전투의 양상은 그가 극도의 실망감을 맛보며 은둔했던 시절보다 더 악조건을 제공했다. 게다가 더 나빴던 것은 그를 바라보는 시선들이었다. 그는 졸지에 H.K 출신이 되기도 했고, 매국노(?)가 되기도 했다. 단지 그들과 같이 다닌다는 사실만으로... 갈등의 나날들이 시작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H.K 길드원의 벤더상을 방문 했을 때였다. 전투가 벌어지나? 벤더상에서는 낯선 방문객 둘과 H.K길드원 셋의 전투가 한참이었다. 아니 전투라고 불릴 수도 없는 것이었다. 거의 전투의 기초를 모르는 방문객 둘은 자신의 동료에게 저항 한번 하지 못하고 무참하게 쓰러지고 말았다. 범죄자로 보이는 점을 악용한 잡질의 한 방법이었다.

Maddog 은 분노를 삼키며 질문 했다.

- 지금 뭐하는 거지?

길드원중의 한명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 별거 아냐. 재미일뿐이야.. 여우사냥...

Maddog 은 그날 결국 H.K 둘을 죽이고 길드를 나왔다. 그가 지키고자 했던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이럴 때 Guns 라면 어떻게 했을까? 간단하고 명쾌한 답을 늘 가지고 있는 Ching 은 이런 그를 어떻게 표현할까... 답답했다. 며칠을 기다렸지만 Ching은 나타나지 않았다.

- 어찌됐던 같은 소속의 길드원을 죽이고 탈퇴한 저는 마음이 착찹했습니다. 아무도 제게 길을 제시해 주는 사람도 없었고, 광부였던 제가 유령인 채로 머더러 타워에 갖혀 있을 때 보다도 더욱 불안해져 있었죠.

며칠 뒤 디시트에서 榴?게이트를 타게 되었다. 아무나 허용된 제도 아래서라면무차별 코포를 난사하고 싶었던 그에게 범죄자와 머더러가 가득한 타워로 가는 게이트라는 것이었다.

게이트를 내리자 타워 앞엔 열 명 정도의 한국인들이 웅성대고 있었고, 타워 안엔과연 그레이와 붉은 이름들이 눈에 띠었다. 개중엔 같은 소속이었던 H.K의 이름도 보였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타워 밖과 타워 안의 싸움이었다. 누가 누구를공격 하는건지... 누가 타겟이 되는 것인지 질서 없는 언어와 칼질의 연속일 뿐인 의미 없는 싸움이었다. Maddog 도 누군가에게 익스와 칼바를 맞았다.

- 그래 이런 것이라면...

누구에게로 향하는 분노인지도 몰랐다. 분노와는 틀리게 그의 숙련된 손놀림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상대편에게 날라 갔고 그는 타워밖의 브리타니안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그때였다. 타워 안에서 Ching 이 나왔다.

- Cool !

Ching 과 Maddog 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Balhae 라는 혹성에서 만났던 것을 특별한 인연으로 생각하고 부둥켜 안았던 때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악연이라고 생각되는 자리에 그와 그가 서로를 보고 있었다.

- Where are u from?

Ching 이 무섭도록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 다시 말하겠어. 넌 누구지? 넌 브리타니안이냐? 한국인이냐?

Maddog 은 말하지 못했다. 잠시의 침묵을 허용할 사이도 없이 타워 밖의 브리타니안인지 한국인인지 알 수 없을 사람들 사이에서 코포가 외워졌고 Ching 은 Maddog의 눈앞에서 죽었다.

시체가 찢겨졌다. 그리고 Ching 은 다시 부활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코포를 난사 하고 할버드를 휘두르며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귀와 눈엔 정적과 암흑이었다. 그는 Ching 의 시체를 뒤로 하고 발길을 돌렸다.

- 다시는 Ching을 볼 수 없으리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수 있었죠. 제가 왜 이런 방법으로 Murderer 의 생을 택했는지.. 그리고 이제 어딘가에서 사라지려 하는지.... 당신에게 저도 확실한 답을 드릴수 없습니다. 브리타니아에서 사라진 후 오랜 세월이 흐르면 알게 될 수 있을까요?

Maddog 은 할 일을 마쳤다는 듯이 필자에게 가벼운 목례를 하고 휘청거리듯 돌아섰다. 그어딘가에서 " Hands Up! " "Drop All! " 이라는 말을 외치며 붉은 이름으로 죽어갈 Maddog 의 모습이 그의 뒷모습에 투영되어져 왔다.

정말 긴 이야기였다. 이야기의 끝을 듣고 필자도 뒤돌아서는 Maddog의 무거운 어깨와 발걸음 만큼 마음이 착찹했다. 백짓장처럼 머리속에 무만 남아있는 듯 했다. 많은 이야길 들었지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필자는 이제는 보이지 않는 그를 향해 중얼거렸다.

- 잘가라 .. 브리타니안이여...
-포그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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