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소싱(외주용역)은 많은 분야에서 일상적인 일입니다. 외부업체의 도움을 받아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면, 특히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면, 아웃소싱을 하는 것은 상식입니다. 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하지만 이런 아웃소싱을 한다는 것이 알려지지 않을 때, 즉 비밀에 부쳐졌을 때 상황은 재미있어 집니다.
스퀘어 에닉스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만들고, 캡콤이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를 만든다고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쵸? 글쎄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느 게임 개발 스튜디오가 --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이기도 합니다 -- 우리가 하는 많은 게임들을 비밀리에 뒤에서 만들어 왔습니다. 독자여러분은 이런 사실을 들어본 적이 없을 겁니다.
제가 토세(Tose)라는 회사에 대해 흥미를 갖기 시작한 때는 1999년 도쿄게임쇼였습니다. 한 친구와 함께 캡콤 부스를 지나고 있었는데, 이 친구는 일본 게임 산업에 정통한, 이 업계에 오래 몸담아온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는 레지던트 이블 건 서바이버라는 게임을 해보고 있었습니다. 라이트 건(light gun)을 사용하는 플스용 건슈팅 레지던트 이블 게임이었죠. 이 친구는 나를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것이었습니다.
"이 게임은 사실 캡콤이 만든게 아냐... 토세라는 회사가 만든거지. 이런 사실을 너는 알 길이 없었을거야"
그 말은 정말 그럴 듯했습니다. 이 게임을 해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이 게임 시리즈는 정통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기준에 뭔가 꼭 들어맞지가 않았거든요. 하지만, 토세라는 게임회사가 만든 이 게임이 캡콤 이름으로 나오는 건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요? 그리고 어떻게 그 일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을까요?
그 이후, 나는 토세라는 회사에 대해 굉장한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몇 년에 걸쳐 이 비밀스러운 개발사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밝혀내려고 했습니다. 이 회사는 매우 재미있는 회사입니다. 본사는 교토에 있고, 약 1000명의 직원이 있죠. (직원 중 일부는 상하이와 도쿄 스튜디오에도 있습니다.) 천 명이나 되는 직원이니 세계에서 가장 큰, 퍼블리셔가 아닌 게임 개발사입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메이저 퍼블리셔들이 토세라는 이 회사를 한 가지 이상의 사업을 위해 써먹어왔지요. 이 회사를 모르는 퍼블리셔는 거의 없습니다. 토세의 고객명단을 봅시다. 게임계에 내노라하는 이름은 거의 다 있습니다.
닌텐도, 캡콤, 남코, 소니, 스퀘어 에닉스, 그리고 심지어 EA나 THQ 같은 미국 메이저 퍼블리셔도 있군요. 토세는 이 회사들의 이름으로, 혹은 차라리 다른 회사의 이름으로 1000개가 넘는 게임을 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은 25년이 넘게 비밀에 부쳐져왔구요. 토세는 주로 한 플랫폼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게임을 이식하는 일을 합니다. 대부분의 퍼블리셔들이 외부 개발사에게 차라리 떠넘기고 싶어하는 일이죠. 예를 들어 보면, 스퀘어 에닉스는 PS1과 GBA용으로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이식하는 일을 토세에게 맡겼습니다. (최근에 나온 Final Fantasy IV 와, 곧 나올 Final Fantasy VI 포함) 그리고 PSP로 이식한 Valkyrie Profile 같은 타이틀도 있습니다. 세가는 Ferrari F355, King of Route 66, 그리고 Sega GT 같은 아케이드 타이틀을 가정용으로 이식하는 일을 토세에게 맡겼습니다. 닌텐도는 게임보이용 Kid Icarus, 그리고 게임보이와 GBA용 Game & Watch 타이틀들의 이식을 맡겼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들에 대한 대가였는지 몰라도, 이 유명한 퍼블리셔들은 토세에게 자기들의 가장 인기있는 프랜차이즈 신작 게임을 개발하게 해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닌텐도는 토세에게 Super Princess Peach 같은 DS 게임을 개발하게 했습니다. 스퀘어 에닉스는 Dragon Warrior Monsters와 Dragon Quest Rocket Slime 개발을 허락했죠. 세가는 Virtua Fighter Quest 개발을 맡겼습니다. 캡콤은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작업 중 많은 부분을 토세에게 건네주었습니다. 토세는 게임큐브용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이식을 맡았고, 레지던트 이블 서바이버라는 건슈팅게임을 개발했고, 심지어는 레지던트 이블 제로 개발에도 참여했습니다. 코나미는 게임보이칼라용 Metal Gear Solid Ghost Babel의 작업에 토세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Budokai가 개발하기 전 거의 모든 드래곤볼 Z 게임들은 토세가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위에서 언급한 게임 중 토세를 표기해주는 게임은 거의 없습니다. 박스에도 안 써 있고, 크레딧에도 없고, 어디에도 없지요. 만약 토세가 어느 게임의 크레딧에 보인다면 대개는 "Special Thanks" 부분에 올라오죠. 그리고 그 크레딧에 토세의 스탭멤버의 이름이 있다면, 그 이름들은 보통 가명이거나 진짜 이름이 아닙니다. 토세는 자기 웹사이트에 고객들의 명단을 자랑스럽게 올려놓고는 있지만 고객들을 위해 일해온 1000개가 넘는 게임들의 이름은 감추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어째서 비밀일까요? 몇년 전 나는 운좋게도 토세의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었고 그 회사의 업무에 대해 그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내 질문을 받자마자 그들은 크게 웃더군요. 그들의 회사는 이 은밀한 작은 비밀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회사 설립 이래로, 토세는 결코 퍼블리셔로 나서지 않겠다는 규약을 가지고, 보이는 않는 곳에서 작업을 해 왔습니다.
이 회사는 다른 퍼블리셔의 비전을 따를 것입니다.
"우리는 다른 회사들과는 다른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토세의 직원 사토 다이스케 씨가 1UP에게 한 말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일은 퍼블리셔들이 좋은 게임을 만들고 많은 돈을 벌도록 돕는 일입니다. 우리는 숨어있는 강력한 도우미가 되어 다른 퍼블리셔들이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고 싶습니다."
토세는, 퍼블리셔들이 어떤 일을 하든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그들을 돕는 일에 활짝 열려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퍼블리셔들을 위해 어떤 다양한 일이라도 합니다. 어떤 작은 요소를 지원해주는 일부터 게임전체를 개발해주는 일까지 말이죠. 때로는 어느 퍼블리셔는 아이디어나 라이센스만 달랑 갖고 우리를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모든 디자인과 개발을 우리에게 맡기죠."
토세에게 일을 맡기는 것은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토세의 개발자 대부분은 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이들이며, 첫발걸음으로 이 회사내부에서 일자리를 찾기도 하고 게임계의 유명한 메이커에서 일자리를 찾을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토세는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해 퍼블리셔들이 이름을 크레딧에 걸어주든지 말든지 신경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실을 말하면, 어떤 식으로든 토세의 이름은 걸리지 않을 겁니다. 이 회사는 자기의 이름이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계약을 한 업체의 수뇌부들만 제외하면요. 토세 직원 사토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팀에 참여한 개개인으로 이름이 오르길 원하는 경우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회사 이름으로 오르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신경쓰는 일은 아닙니다."
토세가 참여한 프로젝트의 이름을 알아내려는 일은 헛된 노력이기는 합니다. 이 회사는 대부분의 퍼블리셔들과 절대 자신들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계약을 맺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저와 다른 친구들은 이 글에도 언급한 게임들을 포함해 토세가 참여한 프로젝트의 이름들을 몇 년에 모아왔습니다. 불행하게도, 그 게임들 중 수백 개 이상을 여전히 모르는 상태이고, 대부분은 결코 밝혀지지 않을 겁니다. NES, Super NES, Genesis, Saturn, Dreamcast, 또는 PS1 게임 중 토세가 비밀리에 작업한 게임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했을까요? 토세가 참여한 게임 중 현재도 우리가 하고 있는 게임들은 얼마나 될까요? 하지만 이런 의문은 신경끄도록 합시다. 사토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든 요소들을 스스로 전부 개발해 발매하고는 싶지만 그럴 능력이 없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아하는 퍼블리셔들이 있습니다. 또한 어떤 퍼블리셔들은 우리를 아주 가끔 사용합니다. 그런 회사들은 자기들이 기대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있죠."재미있게도, 북미 퍼블리셔들로부터 점점 많은 일들을 토세가 받아 하게 되면서, 토세의 이름은 점점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TDK는 토세에게 슈렉 타이틀들의 개발을 맡겼고, THQ는 Avatar: The Last Airbender의 일을 맡겼습니다. 그리고 부에나 비스타는 Nightmare Before Christmas의 일을 맡겼죠. 이 세 회사는 모두, 이 게임들의 개발사인 토세의 이름을 드러내는데 아무런 양심의 가책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토세의 일을 비밀시하는 일본의 오랜 전통을 겪어보지 않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북미 퍼블리셔들의 일에 참여를 많이 하면서, 토세는 더 많은 타이틀을 개발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북미 퍼블리셔들과 일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차이점은 시차와 그 시차로 인한 작업입니다. 게다가, 일본에서 보통 허용되는 콘텐트가 미국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때때로 우리는 미국 퍼블리셔들로부터 기대한 것이 아니라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사토 씨의 말입니다.
물론, 이처럼 비밀리에 게임일을 하는 회사는 토세 뿐만이 아닙니다. 예를 들자면, 캡콤은 Resident Evil: Code Veronica 를, Resident Evil의 새턴판 이식으로 신망이 생긴 Nextech에게 그 개발을 계약했습니다. (이것이 코드 베로니카가 레지던트 이블 형식에서 좀 변한 형식을 띄고 있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토세는 이런 업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쉬쉬하는 회사입니다.
궁극적으로, 토세가 이런 퍼블리셔들을 대신해 게임들을 개발하는 일이 문제가 되는 일일까요? 최종 결과가 좋은 퀄리티인 한, 그다지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비록 몇몇 토세 게임들이 너절하거나 아마츄어틱하다고 비판당하고는 있지만요.) 하지만 게임회사들이 토세의 작품을 자기들의 이름으로 계속 내고 있는 한, -- 매년 이런 일들은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 토세가 만든 게임들은 점점 더 많이, 부지불식간에 플레이되겠지요.
그러니 다음부터는, 독자여러분들이 게임을 하게 되시면 (그게 어떤 게임이건 간에) '이 게임을 누가 만들었는지 난 안다'하며 확신하지는 마세요. -1UP- -출처- 루리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