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마라 내 영혼아. 오랜 침묵을 깨고 입을 연 농아처럼 하염없는 길을 걸어 비로소 빛에 닿는 생래의 저 맹인처럼 살아 있는 것은 저마다의 빛깔로 부시시 부시시 눈부실 때 있다. 우리가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넘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내다버리고 싶어도 버리지 못하는 어쩔 수 없는 이 인생. 덫에 치어 버둥거리기만 하는 짐승의 몸부림을 나는 이제 삶이라 부르지 않겠다.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는 숨막힘, 사방으로 포위된 무관심 속으로 내가 간다. 단순히 우리가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넘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모든 넘어진 것들이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그렇듯 넘어짐 그 자체 때문이 아니다. 일으켜 세우는 자 없어도 때가 되면 넘어진 자들은 스스로 일어나는 법. 잠들지 마라 내 영혼아. 바닥에 닿은 이마 들어 지평선 위로 어젯밤 날개를 다쳤던 한 마리 새가 힘겹게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