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과 싸운지 꽤나 오래 되었다.
이 나이에 친구놈과 싸운다는것이 참으로 우습지만 어쩔수 없었다.
그 전까지 정말 친한 친구라고 서로 여기고 오랜동안 알고 지내 왔지만
이렇게 까지 아무말도 없고 연락도 없이 지내온것도 처음있는 일이였다.
서로의 깊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 것일까?
연락이 끊긴지도 , 얼굴을 본지도 매우 오래 되었다.
처음에는 자존심으로 버티던 나도 슬슬 지치기 시작했다.
녀석과 내가 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멀어졌는지도 잘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와서 화해하기엔
나에겐 자존심이란 커다란 걸림돌이 있었다.
몇번이나 놈에게 향한 전화기를 들었다가 도로 두었다.
"야, 추석이니까 고향에서. 한번 보자."
별로 생각 할 필요도 없었다.
오랫만에 친구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바로 나갔다.
그런데 바로 그자리에서...
오랜만의 녀석을 만난 것이다.
사실 그놈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명의 친구를 같이 만났다.
요즘들어 녀석과의 관계가 서먹해진것은 다른 사람들도 느끼고 있던 바였다.
의도가 아니라 하더라도 인간관계는 그런가보다.
바라는 대로 굴러가지만은 않은.
오해도 깊었던 모양이다.
서로 이야기 하지만 서로의 눈을 쳐다보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래도 꽤나 즐거운 시간이였다.
다른 친구들이 곁에서 있어 주었다.
서로 무언가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상관 없었다.
버스가 끊긴 시간 녀석과 나만이 같은 방향을 핑계로 같은 택시에 올라탔다.
어색했다.
"형이 자꾸 나에게 간섭을 해서 짜증이나"
조용히 있던 그가 말을 꺼낸것은 밤늦은 도로를 한참이나
택시가 달린 후였다.
"그래"
"아버지나 어머니면 모르겠어.하지만 형이 그런단 말이야."
"그래."
앞자리에 앉아서 그렇게 중얼거리는 친구의 말을 들으며
난 그렇게만 대꾸했다.
하지만 녀석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돈을 벌었는데 사실 버는 만큼 더 쓰나봐. 이제 3개월째인데
돈 모으기가 쉽지가 않아."
"그래"
"그래 알아. 그래도 얼마만의 등록금은 모아야 하지 않겠어?"
그래....
이윽고 내가 내릴곳에 다다랐다.
"수고해라. 추석인데 가족들이랑 좀 있고"
"그래. 너도 잘 들어가."
택시 앞 창문으로 보이는 녀석의 손흔드는 모습을 바라보고는 난
집을 향해 걸었다.
우리사이에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되었다.
다음날.
"야. 뭐혀... 심심해 디져"
"몰라 공부해 ㅈ나 짱나!"
...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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