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아이들 소원이 이렇게 소박한가요. 작지만 곰 인형이라도 보내주고 싶어요.” 예진이(11)와 예은이(10) 자매(조선일보 12월 1일자 A1면)를 후원하는 사회복지단체 기아대책으로 전화를 건 남자는 내내 흐느꼈다. 한 여성도 “우선 곰 인형과 액자를 보내겠습니다. 필요한 거 있으면 뭐든지 보낼 테니 연락달라”고 했다.
시장 뒷골목 0.7평짜리 좁고 찬 골방에 사는 예진이(11)와 예은이(10)의 사연이 보도된 1일, 온정이 봇물 터지듯 밀려들었다. 예진이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갖고 싶다고 했던 곰인형을 주겠다는 산타클로스들만 50명 넘게 나타났다. 곰인형만이 아니었다.
“저도 어릴 때 네 식구가 누우면 움직이지도 못하는 골방에서 살았습니다. 예진이네 기사를 읽으면서 콜록거리던 동생들 기침소리가 떠올랐어요. 적은 돈이지만 아이들이 따뜻하게 잘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에 이사를 하면서 딸 아이가 가지고 있던 인형을 모두 버렸어요. 오늘 점심시간에 회사 직원들과 함께 예진이랑 예은이를 도울 방법을 찾기로 했습니다.”
후원계좌에는 새벽 4시46분부터 3만원, 5만원씩 후원금이 들어왔다. 얇은 전기패널 온기에 기대 겨울을 나는 아이들을 위해 온풍기를 놔주겠다는 사람, 집을 고쳐주겠다는 이웃도 있었다. 이날 오후 5시까지 사회복지단체 기아대책 후원계좌로 입금이 확인된 금액은 3800여만원. 475명의 작은 정성이 모인 액수다. 후원을 약속한 성금도 700만원이다. 실명 대신 “곰인형비”라며 3만원을 보내온 사람도 있었다. 서울 대방초등학교 전교생은 올 한 해 동안 이웃돕기 성금으로 모아온 돼지저금통 700여 개를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아이들을 위해 판잣집을 고쳐 주겠다는 약속도 이어졌다. 기아대책은 “아이들이 머물고 있는 집이 무허가인데다 화재발생 우려로 보일러를 놓을 수 없는 시장 건물이라 보일러 대신 집을 마련할 수 있는 후원 약속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 보일러설비연합회 남예진(60) 지회장은 “아이들이 집을 옮기면 보일러나 수도시설을 설치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라임나무 치과 김인수 원장은 자매의 치과 진료를 해주고 오리털 이불, 열풍기를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성남시는 “실태조사를 한 뒤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청도 선거법에 위배되지 않는 한,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또 GE캐피탈 임직원들이 1000만원을 보내왔고 웅진씽크빅 사랑의 봉사단 임직원들이 100만원을 보내왔다. 삼성SDS는 연말자선모금행사를 통해 500만원을 전달하기로 약속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KR봉사단은 일일찻집 수익금 200만원을 보내주기로 했다. 김기숙 사회복지사는 “우리 이웃들의 응원이 너무나 따뜻하고 고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