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금고

5man 작성일 07.01.19 19: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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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살이 하던 곳에서 판잣집이철거되는 바람에 어머니의 금반지를 팔아

초가집 단칸방으로 옮겨 갔다.

초가집 주인은 점 치는 할머니였는데 어머니가

"이 고생을 언제나 면 할까요" 하고 물으면 "

서울 아지매는 인자 고생 끝났다" 라고 말해 주곤 했다.

하지만 그집에 1년을 넘게 살아도 별 뾰족한 수는 나지 않았다.

아버지는 양장점을 하셨고, 어머니는 고구마,오징어,고추를 튀겨 팔았다.

막내동생을 업고, 커다란 양은 냄비를 머리에 인 채 우리 두형제를 앞세우고 장사를 다니셨다.

한번은 다섯 살 난 동생이 사라져 어머니와 나는 방천시장을 샅샅이 헤매며 찾아다녔다.

달고나 좌판 앞에서 군침 흘리고 있는 동생을 찾아 데리고 와 보니 튀김은 온데간데없고

달랑 빈 냄비 뿐이었다. 그 날 저녁 어머니는 밥도 안드시고 울었다.

여름 장마철에 초가집은 늘 습기가 차 벽지가 들떳다.

가끔 집에 놀러온 아주머니들이 "이 집은 헛똑똑이 엄마가 아를 밴 긴지,

벽이 아를 밴 긴지 모르것다" 하며 깔깔 웃었다.

어느 날 어머니가 속옷에 붙은 노래기를 발견하고 "어휴~ 이 냄새하고는,

우리 이제 그만 이사갑시다"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배가 툭튀어 나온 벽지를 "북" 하고 한손으로 찢었다.

순간 돈이 쏟아져 나왔다.

부모님은 벽지를 조금 찢어 놓고 돈을 버는 족족 벽속에 넣어 두었던 것이다.

기와집으로 이사 간날, 우리 형제들은 마당을 빙빙 돌면서 때 아닌 설날 노래를 불렀다.

그날은 윌 가족의 또 다른 설날인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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