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젊은이들이 모여 피리 소리에 장단을 맞춰 춤을 추는 동안
나는 우연히 내 큰아들하고 비벳트가 서로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게 되었어.
하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어.
어쨌든 코르뉴 집안은 명문 집안이고,
게다가 비벳트라는 작고 귀여운 새가 집안을 돌아다니는 것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했지.
단지 서로 좋아하는 두 젊은이가 같이 있다가
행여 실수라도 저지르면 어쩌나 싶어 이 문제를 빨리 매듭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
그래서 이 일을 코르뉴 영감에게 알리려고 방앗간까지 올라갔던 거야.
그런데 나 참! 이 고약한 늙은이가 나르 어떻게 대했는지 좀 들어보게나.
애초에 방앗간 문을 역게 하는 일은 꿈에도 상상할 수 없었지.
그래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열쇠구멍 너머로 열심히 전했어.
내가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
비쩍 마른 고양이 녀석은 머리 위에서 괴물처럼 독기를 뿜고 있더군.
영감은 내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매우 쌀쌀맞은 목소리로 말했어.
- 돌아가서 피리나 불지 그래!
그러면서 다시 한다는 말이,
-그렇게 빨리 며느리를 들이고 싶으면 증기 제분소에 가서나 알아보지!
그에게 모욕적인 말을 듣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가까스로 가라앉히고,
이 미치광이 영감을 절구 옆에 남겨 둔 채 집으로 돌아왔어.
그리고 아이들에게 일이 잘 안 되었다고 말했지.
가여운 어린양들은 그 사실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할아버지에게 다시 이야기하러 갈 테니 방앗간까지 같이 가달라고 애원하는 거야.
나는 차마 거절할 수가 없어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어느새 둘은 방앗간으로 가고 있지 뭐야.
애들이 언덕 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코르튜 영감은 외출하고 없었고
방앗간 문은 이중으로 잠겨 있었어.
그런데 영감은 급하게 외출했는지 사다리를 집 밖에 그냥 두고 나간 거야.
사다리를 보자 아이들은 이 문제의 방앗간 안에 무엇이 있는지 창문으로 엿봐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지.
그런데 세상에 이럴 수가!
방아가 있는 방을 들여다봤더니 텅 비어 있는 거야.
포대 한 자루는 고사하고 밀알 한 톨도 찾아볼 수 없었어.
벽에도, 거미줄에도 밀가루는 흔적조차 없는 거야.
방앗간에서 나는 그 흔한 밀가루 냄새조차 나지 않았어.
방아는 먼지투성이고,
그 위에서 비쩍 마른 고양이가 졸고 있더군.
아랫방을 들여다보니 그곳 역시 황폐하고 초라한 모습이었어.
지저분한 침대며 다 떨어진 넝마, 계단 밑에 굴러다니는 빵 조각들,
그리고 한쪽 구석에는 구멍 뚫린 포대가 서너개 있었는데 하얀 흙가루가 새어나오고 있더군.
바로 이것이 코르뉴 영감의 비밀이었어!
방앗간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저녁마다 영감이 싣고 갔던 것은 바로 이 벽토였던 거야.
밀가루를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던거지.
불쌍한 풍차! 가엾은 코르뉴 영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