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4학년때쯤의 기억이다.
국민학교시절 대부분의 추억은 이미 잃어버렸지만
유독 이 기억만은 생생하게 살아있다.
아마도 그날은 토요일이었으리라.
유난히 맑았던 날씨로 기억하고 있으니까.
학교가 파하고 그날은 평소 같이 다니던 친구가 아닌
나와는 다른 방향에 집이 있는 친구와 집으로 돌아갔다.
왜 그 친구와 함께 하교를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친구의 집이 꽤 먼 곳에 있어 한참을 걸었었다.
그당시 참을성의 거의 없었던 나는 친구에게 물었다.
"야 치원아. 어떻게 이 먼 거리를 맨날 다니냐?"
보통
"그냥 다니지 뭐.."
"나도 정말 싫어 너무 멀어서.."
등등을 말할 만도 한데 이 놈은
"그게말야.. 한번에 학교에서 집을 생각하지 않고..
학교에서 문방구, 문방구에서 떡볶기집, 떡볶기집에서 오락실..
이런식으로 갈 곳을 끊어서 생각하면서 가다 보면
집에 금방 가더라구. 목표를 나누는거지."
국민학교 4학년짜리가 국민학교 4학년짜리의 말을 듣고
그것이 하나의 충격이 되어 가슴에 새겨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이 말을 벌써 24년을 살아온 지금까지도 하나의 신조로 삼고있다.
목표의 세분화.
가끔들어 지나치게 큰 목표를 생각하고
지레 겁먹고 시작조차 아니하고 좌절하는 경우를 겪었다.
그럴때 마다 생각나는 그 친구.
그당시보다 지금 많이 차분해진 것도 어찌보면 그 친구의 한 마디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나씩 하나씩.
조금씩 목표를 세워 나아가면
언젠가는 집에 도착해 있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