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개

이동훈 작성일 07.07.18 02: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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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7년 정도 잡종 한마리 얻어서 키우던 개가 있었어요.

 

오늘이 제사 날이라 평소라면 밖에 풀어 두는데 줄을 묶었네요.

 

시간은 밤 열시. 어두워서 마당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아버지가 개가 똥 샀다고 뭐라 하시며

 

똥치우다가 옆에 봤는데 개가 푹 펴져 있었다고 해요. 배를 땅에 붙이고 다리를 쭉 뻗은채로.

 

자세히 보니 개가 묻어놓은 줄에 어떻게 했는지 목이 걸려서 졸려 있었데요.

 

밖에서 뭐라하는 소리에 나가보니 개가 숨을 허덕이며 약간의 경련을 일으키고 몸을 가누지 못하고

 

가만히 두면 제자리에서 누운체로 괴로운듯이 뱅글뱅글 돌더군요.

 

어머니 아버지가 개를 여기저기 주무르고 저는 급한 마음에 근처에 동물병원에 혹시라도 해서, 오늘이 휴일이라 쉬는 날

 

인데도, 벌써 문 닫을 시간인 늦은 밤인데도 그냥 막 자전거 타고 가봤어요. 문 열었으면 개 데리고 오라고 할라고.

 

문을 열기는 커녕 몇 개월 전에 있던 병원마저 문 닫고 없어졌더군요.

 

어떻게 할까 하다가 네이버 검색을 해서 일단 24시간 하는 동물 병원의 전화번호를 알아서

 

물어봤어요. 불행이도 홈페이지 있고, 커다랗게 보이는 병원들은 죄다 서울이더군요. 저는 부산사는데...

 

그래도 전화로라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처치 방법을 알려고 했어요. 안마해주고 코로 숨을 불어 넣으래요.

 

그리고 부산지역의 병원을 찾아서 치료하는 방향으로 하는게 좋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다행이도 어떤분 블로그에 부산 지역에 24시간 운영하는 동물병원 주소와 전화번호가 있더군요.

 

당장 전화해서 상황을 말하니 어디로 오라고 해서 개를 데리고 택시를 타고 갔어요.

 

산소 겹필이라기에 산소 호흡기를 대고, 엑스레이를 찍어서 혹시 줄에 걸렸을때 어디 이상 있지나 않았나도 검사하고

 

그리고 피도 뽑고 검사하고...몰랐는데 심장에 어떤 벌레가 크는 병에 걸려서 심장 자체에 과부하가 걸려있었고,

 

겹친대 덥친격으로, 지금 개의 상태가 않좋은 이유가 산소결핍은 둘째치고, 심장에 어떤 병이 3기 라더군요.

 

검사 결과를 내는 와중에 우리집 개는 계속 일어서려고 발버둥 쳤어요.

 

일어서지도 못하면서, 일어서려고 하면 계속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돌면서 괴로워 하면서도 계속..

 

그 자리에 일어서려고 했어요. 마치 살고 싶다고, 살려달라고

 

아니, 아직 살아 있다고 이야기 하는 것 같았어요.

 

저는 공학 배우는 사람이고 군대도 다녀왔어요. 그다지 감성적이질 못하죠. 죽어라 공부하고 학점 따고, 토익 점수 내고

 

취업할 생각 말고는 머릿속에 없는 조금 삭막한 생활을 하고 있죠.

 

그런데 나이 스물 중반에 있는 이 시점에도.. 개의 눈과 마주치고, 개의 몸부림을 보자니 눈물이 나더군요.

 

안되면 안락사시키고 .. 라고 생각을 계속 하고 병원에 간거 였는데.. 거의 편안히 보내자가 목적으로 간거나 다름없었죠.

 

그런데 우리집 개가 그렇게 일어서서 걸으려고 몸부림 치고.. 끝까지 일어서려고.. 또 몸부림치고.. 그러다가 어쩌다 5초

 

일어섰다가.. 또 쓰러지고..

 

도저히 편안하게 안락사 시키겠다는 생각이 안들더군요. 눈물이 납니다. 눈물이 났어요. 스무살 중반이나 되는제가

 

겨우 개때문에 눈물이 나더군요.

 

다음날까지 일단 경과를 보기로 하고 검사비랑 하루 입원비 합쳐서 약 15만원의 돈을 지불하고 집으로 돌아왔네요.

 

그리고 집에서 제사 지내고..

 

 

그리고 참 세상 웃기다는 생각 들더군요. 한낯 개도....그렇게 살려고 발버둥 치는데..

 

어쩌다 뉴스 보면 한번씩 괴롭다고 자살이니 뭐니..

 

정말 그런 사람들이 죽고 싶으면 죽고, 우리 개처럼, 한낯 동물이래도 살고 싶어 하는 생명이 있다면, 그 생명이

 

살았으며 하고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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