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아름다움이 절정을 이루는 유월의 산하. 찬란한 햇살과, 푸른 하늘과, 부드러운 바람과 왁자한 웃음소리가 넘치는 이 활기찬 삶의 터전을 우리에게 허락하신 이는 도대체 누구겠습니까?
6월 6일, 현충일은 바로 그것을 허락하신 순국영령들 앞에서 그분들을 추모하고 명복을 비는 날입니다. 그리고 우리를 돌아보는 날이기도 합니다.
현충일은 1956년 6월 6일, 6. 25 동란의 전몰용사와 모든 순국영령에 대한 추모일로 제정되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이 날 정부는 동작동 국립묘지에서 추모 행사를 갖고, 이와 함께 온 겨레가 그 분들의 높은 뜻을 기리고 애도하는 묵념을 올립니다.
조국광복과 자유수호를 위해 목숨을 던진 순국열사,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개인의 영화를 버리고 분연히 가시밭길을 선택한 선각자, 이국의 전선에서 또는 아직도 발견되지 못한 채 어느 이름 모를 산자락에서 쓸쓸히 잊혀질지도 모르는 영령들에게 최고의 존경과 사랑을 드려야 하는 날입니다.
´희생´이란 ´나´ 보다 ´남´ 을 더 사랑하는 정신이요, 행위입니다. 인간은 유독 자식에게 그 ´희생이라는 사랑´ 을 내림합니다. 하기야, 동물에게서도 인간 못지 않은 눈물겨운 사랑을 발견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나´ 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해서 자신의 생명을 담보한다는 것, 그것은 신이 아닌 한 인간이 해낸 최고로 아름다운 이성의 꽃입니다.
순국열사의 그 고귀한 희생과 헌신의 정신이 우리에게 민주국가를 건설하게 했고, 우리 민족에게 자유를 누리게 했으며 오늘의 우리를 존재하게 하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그분의 커다란 사랑과 실천의 정신을 되새기고 배우고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나´ 아닌 ´남´에게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지금은 남북 정상회담까지 이끌어낸 우리입니다. 하지만 우리 민족의 평화통일과 복지국가 건설 등의 지상과제를 이루어 보다 나은 삶의 터전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오로지 우리 후손들의 몫입니다.
올해의 현충일에는 꽃 한 송이를 사들고 국립묘지를 찾아가 봅시다. 어느 묘비 앞이라도 좋습니다. 무명의 전몰용사 묘비라면 더욱 좋습니다. 그 곁에서 가신 이의 목소리를 들어봅시다. 그리고 가만히 말해봅시다. ˝감사합니다. 편히 쉬소서. 이제는 저희가 지키고 가꾸겠습니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