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딸이어서 행복했어요
“엄마, 난 다시 태어나도 꼭 엄마 딸이 될 건데,
엄마도 내 엄마 되어줄 거야?"
엄마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
“난, 엄마 딸이어서 행복했어요.”
그것이 엄마와 저의 마지막 대화였습니다.
어떤 분이 자기 어머니의 임종을 옆에서 지키면서 나눈 마지막 대화다.
참 아름답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장면인데 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까?
‘난 엄마 딸이어서 행복했다’
고 말하는 딸의 말을 들으며
이 세상에 하직하는 어머니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푸근하고 뿌듯했을 것이다.
기력이 다하고 통증 또한 심하여 말할 수는 없는 어머니지만
딸의 말을 들으며
‘그래, 이 세상을 잘못살고 가지는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리라.
그리고 살아온 한 평생의 삶에 대한 긍정은
죽음을 편안하게 받아 들이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다시 태어나도 내 엄마가 되어 달라고 말하는 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엄마의 마지막 모습.
이 마지막 대화는 얼마나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말인가.
그러면서 얼마나 인간적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말인가.
인연의 수레바퀴가 돌고 돌아 어느 먼 후생에서 이 모녀가 다시 태어난다면
자리가 바뀌어 태어날지 모른다.
인연설에 의하면 그럴 확률이 더 높다.
어머니가 자식이 되거나 베풂을 받는 이가 되고,
딸이 다시 부모가 되거나 사랑을 주는 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갚아야 할 것이 있는 사람이 베푸는 자리로 옮아가고
사랑을 받기만 했던 사람이 한없이 베푸는 자리로 가는 게
윤회의 법에 더 맞을 듯싶다.
다음 생에서도 받기만 하는 이로 태어난다는 건
어쩌면 이기적인 심사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대화의 깊은 뜻은 거기에 있기보다
지금 이승에서의 삶에 대한 고마운 마음에 있다.
‘엄마 딸이어서 행복했다’ 고 하는 말은
엄마에 대한 헤아릴 수 없는 고마움을 표현하는 말이다.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말 중에 이보다 더 아름다운 말이 있을까?
삶과 죽음과 인연이 이럴 수만 있다면,
죽음으로 이별하는 부모와 자식의 대화,
이 세상을 떠나는 이와 남는 이의 대화가
이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