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힘
지금부터 10년 전 초봄이었습니다. 밤마다 잠을 설치고 목이 말랐습니다. 하룻밤에 페트병으로 한 병씩 찬물을 먹었습니다. 그러나 온몸으로 퍼지는 그 시원한 물맛은 몸의 이상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시간을 내서 간 병원에서 당뇨병 초기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하늘이 노랬습니다. 큰아이가 중학교 1학년, 작은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으니까요. 적정도 앞서고 삶에 희망도 함께 땅으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사랑의 힘은 위대했습니다. 그날부터 아내의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은 시작됐습니다. 운동량이 부족했던 나를 집사람이 먼저 운동장으로 산으로 끌고 다녔습니다. 집에서 전철역까지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데 집사람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와 함께 출퇴근을 했습니다. 10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말입니다.
또 아내는 나를 위해 먹는 밥과 반찬을 다 따로 했습니다. 조미료에 길들여진 식구들까지 하루아침에 식단을 바꾼다는 것은 정말로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현미, 찹쌀, 검은콩, 대두, 말린 인삼 등 외우기도 힘든 20여 가지가 들어간 밥을 지었습니다.
10년의 세월 동안 아내의 보살핌에 이제는 예전보다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요즘 집사람의 손을 꼭 잡으면 감사와 사랑이 넘쳐나 흐르는 눈물에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게다가 5년 전 알뜰한 집사람 덕분에 강원도에서 전원생활도 시작했답니다. 주말이면 산에 가서 산나물을 캐고 텃밭에는 고추도 심고 고구마도 심었습니다. 그리고 늦은 시간, 서울로 돌아와 동네 친구들에게 각종 나물과 유기농채소를 집집이 나누어 주다 보면 어느새 밤이 깊어집니다. 우리의 사랑처럼 말입니다.
이제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내복과 양말들을 모두 꿰매 입습니다. 툭하면 발가락이 외출을 하지요. 하지만 마음은 부자입니다. 사랑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25년 된 선풍기가 에어컨 앞에서 올 여름에도 쌩쌩 잘 돌아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