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속에 꼭꼭 담아뒀던 저희 엄마와의 비밀얘기를 해드릴까 합니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서 엄마는 일찌감치 집안의 가장이 되었습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일만 하시던 엄마는 당최 당신의 외모에는 관심이 없으셨죠. 제발좀 밖에 나갈 때는 꾸미고 다니라고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엄마의 잔소리는 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생전 당신을 위해서는 10원 한장을 쓰질 않던 엄마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파마를 하고 퇴근길에 돌아오는 저를 붙잡고는 신이나서 자랑을 하시더군요.
엄마 : 얘야, 엄마 머리 어떠니? 오늘 웨이브좀 넣어봤는데 어 때, 파마 잘 나왔어?
딸 : 머리가 그게뭐야? 뽀글뽀글 해가지고....
엄마 : 왜~ 다들 이쁘다고만 하던데...... 그 앙드레김 닮은 원장있잖아..? 그 원장이 파마 너무 잘 나왔다고 그러던데?
원장 : 아우~ 우리 어머니 헤어 , 엘레강스하고 판타스틱하게 체인지 했어요~~
딸 : 엘레강스하고 판타스틱 하기는...... 자기 머리에 흑채나 뿌리고 다니는 주제에......
원장 : 헉.......
엄마 : 그럼 이 옷은 어때? 얼굴이 확 살아 보이지 않니? 세일해서 2만원 주고 샀어.....
딸 : (따지듯이) 또 시장에서 샀어? 엄마 내가 지난번에 옷사입으라고 돈 다줬잖아~ 그 돈 다 어따쓰고? 엄마가 그러고 다니면 사람들이 다 나 욕해! 다 큰 딸년이 돈 벌면서 엄마 옷 도 안사준다고...! 아~ 진짜 촌스러워! 당장 좀 벗어!
그리고 제 방에 들어왔는데 화장대를 보니 새로산 제 립스틱이 꺼내져있더군요..
딸 : 엄마, 내 립스틱 썼어?
엄마 : 아니... 나갈 일이 있어서 조금 썼는데.... 아니, 조금 밖에 안발랐어...
딸 : 왜 말도 없이 남에껄 써? 사놓고 몇 번 쓰지도 않은건데, 그리고 화장품 떨어지면 내가 말하라고 했지, 내가 사준다고 했잖아!
엄마 : 미안해, 우리 딸..
그 후로 몇 년 뒤 일하고 돌아오던 길에 갑자기 쓰러지신 엄마는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셨습니다.... 영안실에 어머니를 모시고 장례식 때 쓸 영정사진을 찾던 저는 엄마의 장롱 한 켠에서 한 장의 사진을 발견하고, 한 동안 아무말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있었죠. 사진속에는 제게 예쁘냐고 물었던 머리를 하고, 제게 잘 어울리냐고 물었던 옷을입고, 제가 말도 없이 썼다고 화를 냈던,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환하게 웃고 계신 엄마가 계셨습니다.
제가 그렇게 못되게 굴고 화를 냈던 그 날, 엄마는 혼자 영정사진을 찍고 오셨던겁니다. 평소 늘 허름하다고 구박하던 이 못난 딸에게 당신 가시는 마지막 길만은 예쁘고 고운 모습을 남기고 싶어서... 살아 생전에는 쓰지도 못할 그 사진을 찍으면서 혼자서 환하게 웃으셨을 엄마... 그런 엄마의 큰 사랑도 모르고, 화만 내던 저를 보면서, 엄마는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요?
늘 엄마에게 못되게 굴었던 이 못난 딸, 용서를 받을 수 있을까요? 아니, 용서는 못받아도 괜찮습니다. 그저 사랑한다고 한 마디만할 수 있다면 그걸로도 좋을텐데, 그러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렸겠죠..?
지피지기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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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연을 듣고 눈물이 흘렀습니다. 지금 나는 부모님에게 착한 아들인가...? 하구요..
살아생전에 잘해드렸어도 부모님 돌아가시면 "그 때 더 잘해드릴껄.."하구 후회하는게 자식같습니다.
지금 옆에 계시는 부모님께 사랑의 표현을 해보는게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