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시는 그대를 배웅하며
-박 순 기-
그대를 사모했던
내 작은 가슴에 무정한 등을 보여
주시려 하십니까
하얀 눈꽃 피우던 겨울새를 보며
소박한 꿈 나뭇가지에도 마을지붕에도
토담 길모퉁이에도 소담하게 싸놓고
속삭임 따라 오르던 아침 오늘도 산 까치
그대를 못내 그리워 애타게 부르고 있습니다
물오른 봄 햇살 타고
버들피리 불며 달래 냉이 씀바귀
풋향 가득 캐 담아내던 촉촉한 입술
거친 숨결의 파도는 환상적인 사랑 꿈꾸며
봄비 내리는 외로움에 눈물 흘린 적도 있었습니다
넓은 이파리 그늘 되어
솟구치는 젊음 뜨겁게 달궈내며
꽃 무더기 된 한여름 곱게 접어놓고
만삭이 된 가을 추수의 해산으로
오색 단풍 들인 그대의 품속
애틋한 사랑이란 걸 알았습니다
아름답고 고귀한 사랑
참다운 세상의 멋을 가르쳐주시고
이렇게 홀연히 떠나시면 먼 훗날 알아보시려는지요
그대가 떠나신 자리 너무 커서 너무 소중해서
가시는 임 차마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12개월 마무리하고 다시 돌아올 그날 위해
뜨겁게 포옹하며 나 그대를 보내드리려 합니다
너무도 사랑했던 그대이기에
몸부림 된 아쉬움 참아내며
이렇게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071229
한해를 접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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