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narration by 양동근
그녀는 사랑이 별로랍니다.
"왜요..? 왜 사랑 안 할건데요." 물어봤더니
그녀의 대답이 해봤더니 별게 없더랍니다.
사랑하는 사이가 될까 그냥 좋은 사이로 지낼까
많이 망설이다가 사랑을 택해봤는데 참 별거 없더랍니다.
처음에는 자기가 먼저 그렇게나 좋다좋다하던 사람이
너무 빨리 자기를 시시해하더랍니다.
"헷갈릴 땐 그냥 좋은 사이로 두는 게 나은 거 같아요."
그녀의 씁쓸한 결론에 나는 일단 반쯤 만족합니다.
최소한 나를 두고 사랑할까 말까 망설였다는 이야기니까.
뭐 한 50쯤 된다는 얘기니까..
그리고 집에 돌아온 나는 지금 신문기사를 모으고 있습니다.
식물인간이 된 아내를
30년 째 돌보고 있다는 어느 할아버지의 이야기....
결혼한지 한달만에 전쟁에 나간 남편
그 남편의 전사통지를 받고도 죽음이 믿기지 않아서
30년이나 같은 자리에서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렸다는
어느 독일여인의 이야기....
난 그녀에게 이런 기사들을 다 모아서 보여줄 생각입니다.
그리고 세상엔 이런 사랑도 있다고 말해줄 작정입니다.
그 여자 narration by 이소라
똑똑한 척하지만 나는 매번 속아요.
누군가 다가오면 나는 있던 곳 보다 한발 더 물러나서
입술을 물어뜯으면서 생각하죠.
이번에도 똑같을거야. 또 멋대로 좋아했다 멋대로 떠날거야.
더 이상 속지 말아야지. 상처 받지 말아야지.
그러면서도 나는 곧 흔들리곤 했어요.
정말 좋아합니다. 영원히 사랑할겁니다.
그 한마디면 난 여지없이 무너졌죠.
그래... 내가 뭔데, 내가 뭔데 남의 진심을 무시하겠어.
그리곤 곧 기대하고 이번만은 진짜겠지...
이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을거야
그럼 우린 영원할 수 있겠지
정말 다시는 바보짓 안하려고 했는데
지금 나는 그 사람이
잔뜩 모아 온 기적같은 사랑이야기 앞에서
또 한번 흔들리고 있어요
정말 어리석게도... 이번만은 진짜가 아닐까...
이번만은 영원하지 않을까..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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