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편의 이야기..

신군85 작성일 08.10.17 03: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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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아는 사람의 홈피를 갔다가

우연히 읽게 된 편지...

남의 살아가는 모습엔 별관심이 없는 편이지만,

 

요즘은 이런 글이 마음에 와닺는 것은 왜일까?

이제 나도 많은 것을 생각하는 나이가 되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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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표님께서 신애라님께 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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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오늘 드디어 우리집 계약을 했죠.

"당신이 원하는 건 뭐든지 다 해줄 수있다, 다 들어 주겠노라"고
큰소리치면서 결혼한 지 6년 2개월 만에
당신이 그리 원하던 우리집이 생겼네요.

아까 집을 함께 둘러보면서, 당신은 무엇을 생각했나요?
나는요, 예전에, 우리 결혼하던 시절을 생각했어요.
아주 오래 전도 아닌, 불과 몇 년 전인데, 참 아득하게 느껴지네요.

금반지 한 개 달랑 주고, 나는 공짜로 당신과 결혼을 했어요.
이등병 때 한 결혼이지만, 자신 있었어요.
제대만 하면, 정말 당신을 행복하게,
원하는 건 무엇이든지 들어주면서 여유롭게 살 자신이…

그런데, 그게 아니네요.
나만 여유롭게 살았네요.
당신은 억척스럽게 살았네요.

며칠 전, 1년 만에 용제씨 부부와 노래방에 갔을 때,
당신은 “요즘 노래를 아는 게 없다”면서 당황해 했었죠?
나는 속으로 더 당황했어요.
당신이 모르는 최신곡들, 나는 알고 있었으니까요.

당신, 결국 작년 이맘때 노래방에서 불렀던 노래를 다시 불렀죠?
연애 할 때, 두 시간을 불러도 다 못 부를 정도로
많은 노래를 알던 당신이었는데, 왜 노래를 못 부르게 되었나요?
그 동안 무얼 했나요?
결혼 6년, 나는 어느 새, 못난 남편이 되어 있네요.

러닝 머신에서 5분도 뛰지 못하고 헐떡거리는 당신에게
“마라톤대회 나가야 하니 아침 일찍 인절미 구워 달라”고
부탁하는 철 없는 남편이 되어있네요.

우리 생생한 젊음들끼리 만나서 결혼을 했는데,
그새 왜 나만 이리 잘 뛰고, 잘 놀게 되었나요?
내가 운동하고, 노래 부르는 동안, 당신은 무얼 했나요?
당신은 정민이 낳고, 놀아주고, 밥 먹이고,
또 놀아주고, 기저귀 갈아주고, 목욕시키고, 동화책 읽어주고,
또 기저귀 갈아주고, 그러면서 내 얼굴피부 나빠졌다고 억지로 피부과 데려가 마사지 받게하고,
젊게 보여야 한다고 백화점 데려가 청바지 사주고. 당신은 아줌마면서,
나는 총각처럼 만들려고 애쓰면서 살죠.

당신은 농담처럼, 우리집에는 아기가 둘이 있다고,
근데 큰 애가 훨씬 키우기 힘들다고 말하죠.

신혼시절 당신의 수호천사가 되겠다고 큰소리쳤던 나는,
결혼 6년 만에 당신의 큰 아기가 되어 있네요.

미안해요.
난 당신의 큰 아기인 게 너무나 행복했지만, 당신은 참 힘들었죠.
앞으로는 당신이 나의 큰아기가 되세요.
서툴지만, 노력하는 당신의 아빠가 될 게요.

결혼할 때 내가 했던 말, 기억하나요?
당신이 “나를 얼만큼 사랑해?” 하고 물으면,
“무한히 사랑해” 라고 답했었죠.

이제 그 말 취소할래요.
나는 당신을 작년보다 올해 더 사랑합니다.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하구요, 오늘보다 내일 더 많이 사랑할 겁니다.

당신은 어느새 존경하는 내 어머니의 모습을 닮아 있네요.
당신 옆에 오래 있을께요.
당신은 오래만 살아주세요.
더 많이, 더 깊게 사랑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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