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제대로 알고쓰기

신군85 작성일 08.10.17 03: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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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리는 김치이름들- 오이소배기? 석박지? 깎두기?

세계 어디를 찾아가봐도 먹을 수 없는 우리만의 음식, 김치!

그런데 한국사람이 없으면 죽고 못산다는 이 김치 이름을 한국사람인 우리가 잘못 쓰는 경우가 너무 많다.



김치를 좋아하는 당신!- 당신은 김치 이름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다음 문제들에 도전해보라.





1)오이를 갈라 그 안에 부추를 쫑쫑 채워넣어 먹는 상큼한 김치- 이건 '오이소박이'가 맞을까, 오이 소박이가 맞을까?




2) 무를 작고 네모나게 썰어 소금에 절인 후, 고춧가루 따위의 양념으로 버무려 만든 김치- 이것은 깍두기일까, 깎두기일까, 이것도 아니면 깍둑이나 깍뚝이, 이도저도 아니면 깍뚜기나 깎뚜기일까?? (헥헥-)




3) 김치는 포기 전체나 포기를 반으로 갈라 남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배추를 절인 다음 썰어서 담그는 것도 있다. 배추와 오이, 무 등을 넓적하게 썰어 여러 양념에 젓국을 쳐서 한데 버무려 담은 뒤 조기젓 국물을 약간 부어서 익힌 김치- 이것은 '섞박지'일까, '석박지'일까?




1)의 답은 '오이소박이'가 맞다.

'오이소박이'는 '오이+소+박이'가 합쳐진 말로써, "오이에 소(떡, 만두, 송편 등에 넣는 고명)를 박았다"는 뜻이다.

흔히 사람들이 접미사 '-박이'와 '-배기'를 아무렇게나 섞어 쓰지만, 이것은 엄연히 쓰임이 다르다.

단어 속에서 '박다'의 뜻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경우에는 '-박이'가 쓰이지만, 단어 속에 '박다'는 뜻이 본래 들었었는지도 모르게 희미해졌을 경우에는 '-배기'를 쓴다.

예컨대 '오이소박이' 외에 '차돌박이'는 쇠고기 부위 중 차돌을 '박아넣은' 것처럼, 흰 비계가 붙은 양지머리뼈에 붙은 살을 말하는 것이므로, '박다'의 뜻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단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차돌배기'가 아니라 '차돌박이'가 맞다.

그러나 '한살배기'나 '진짜배기' 와 같은 단어는 '박다'의 뜻이 거의 희미해진 단어이므로, '-박이'가 아니라 '-배기'라 써주는 것이 맞다.

오이소박이, 김치맛을 돋우기 위해 오이 속으로 제 몸을 던진 부추를 생각해서라도 '박다'의 뜻이 제대로 살아있는 '오이소박이'로 제대로 불러주자!




2)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을 상대로 '깍두기' 받아쓰기 대회를 한다면, 엄청나게 다양한 답이 쏟아져 나오지 않을까?

하지만 '깎두기'나 '깍둑이', '깍뚜기' 등은 모두 틀린 표기이며, 옳은 표기는 '깍두기' 단 한 개 뿐이다.

발음되는 그대로 표기하되, '-뚜기'가 아니라 '-두기'로 쓴다는 것, 기억해두자!



3) 한편, '석박지'와 '섞박지' 중에서는 '섞박지'가 바른 표기이다.

대체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쌍기역 받침이 들어가야 마땅 할 '섞박지'는 '석박지'로 잘못 쓰고, 쌍기역 받침을 쓸 필요가 없는 '깍두기'에다가 엉뚱하게 쌍기역받침을 선물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헷갈리지 말자!

섞박지, 깍두기다!


김치종주국인 우리나라의 다양한 김치들- 그 이름을 우리가 잘못 불러준다면 대체 누가 제대로 불러줄 것인가?

우리의 밥상을 위해 매일 고생하는 각종 김치들의 노고를 생각해서라도, 반드시 기억해주자.

오이소박이, 섞박지, 깍두기의 이름을.




조개 껍질??? 귤 껍데기??

흔히 우리는 '껍질'과 '껍데기'를 거의 비슷한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굳이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어감상의 차이를 따지자면 '껍질'은 뭔가 표준어인 것 같고, '껍데기'가 조금 구어나 속어에 가깝다는 느낌 정도의 차이라고 할까?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러한 느낌은 사실 거의 근거가 없는 것이다.

껍질과 껍데기는 '무엇의 속알맹이를 둘러싸고 있는 거죽'이라는 똑같은 뜻을 갖고 있고, 쓰이는 상황도 거의 같다.

하지만 이 두 단어 사이에도 엄연한 차이점은 있다.

껍데기는 겉을 감싸고 있는 '단단한' 거죽을 말하는 것이다. 이를 테면 '달걀 껍데기', '호두 껍데기' 같은 것이 그 예다.

반면, 껍질은 '귤 껍질', '사과 껍질'처럼, 비교적 단단하지 않고 잘 까지는 거죽을 지칭하는 것이다.



아니 그렇다면 "조개 껍질 묶어 그대의 목에 걸고.... " 라는 한국인의 애창곡은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조개의 겉거죽은 분명 단단하다 못해 딱딱하기까지 한데

아마도 이 노래 가사를 쓰신 분도 위에서 말했던 것과 같은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분도 혹시 공식적인 노래 가사 같은 데서는 '껍질'을 써야하고, '껍데기'는 왠지 표준어가 아닌 것 같다는 인식을 하고 계셨던 게 아닐까?

추측컨대, 아마도 이 잘못된 인식은 한국 특유의 놀이문화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왜, 고스톱에서 '끗수가 없는 패짝'을 '껍데기'라고 부르지 않는가?

하지만 껍데기는 고스톱과 같은 어둠의 놀이문화(?)에서만 쓰이는 말이 아니라, 무엇의 '단단한' 겉가죽을 지칭하는 당당한 표준어라는 것, 알아두자.




'짜장면'의 비애

많은 사람들이 '자장면' 을 '짜장면'으로 읽고 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99.8% 가 '자장면'을 '짜장면'이라고 한단다. (아마도 나머지 0.2%는 아나운서들이나 국어학계 종사자가 아닐까????)

그러나 엄연히 우리나라의 표준어는 '자장면'이 맞고, 심지어 '짜장면'이라고 하는 사람들조차 '짜장면'이 아니라 '자장면'이 표준어라는 사실을 안다. 그러면 사람들은 왜 '자장면'을 '짜장면'이라고 하는 걸까?

시인 안도현 님은 자신의 책 '짜장면'에서 그 연유에 대해 이렇게 쓴 바 있다.




"짜장면은 짜장면이다.

어떤 글을 쓰더라도 짜장면은 자장면으로 표기하지는 않을 작정이다.

그것도 어른들 때문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짜장면이라고 쓰면 맞춤법에 맞게 기어이 자장면으로 쓰라고 가르친다.

우둔한 탓인지는 몰라도 나는 우리나라 어느 중국집도 자장면을 파는 집을 보지 못했다.

중국집에는 짜장면이 있고, 짜장면은 짜장면일 뿐이다.

이 세상의 권력을 쥐고 있는 어른들이 언젠가는 아이들에게 배워서 자장면이 아닌 짜장면을 사주는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하면서......"


이렇게 안도현 님처럼 전국 중국집에서 다 파는 '짜장면'이라는 친근한 말을 놔두고, 생경한 '자장면'이라는 말이 아직도 '표준어'라는 사실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도 있으며, 심지어 이런 그럴 듯한(?) 반박을 하는 사람도 많다.

'짜장면' 이 '자장면'이면....'짬뽕'은 '잠봉'이냐???!!!




애석하게도(?) 짬뽕은 잠봉이 아니고 표준어 그대로 짬뽕이지만, 짜장면은 자장면이라고 해주어야 한다. 같은 중국음식인데도 짜장면이 짜장면으로 불리우지 못하고 이렇게 차별 대우를 받게 된 것은, 이 두 단어가 우리말로 들어오게 된 '경로'가 다르기 때문이다.

짬뽕은 중국음식이긴 하지만 일본이 그 발상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옛날 나가사키에 살던 한 중국인이 일본으로 유학온 중국 고학생들이 배를 곯으며 공부하는 것을 안타까이 여겨, 인근 화교 식당에서 먹다 남은 푸성귀와 잡뼈들을 모아 국수를 끓여주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 이 국수의 이름은 '밥 먹었느냐'는 물음의 중국어 단어인 츠판(吃飯)'이었는데, 이 이름이 일본 내에서 일본식 이름인 '찬폰(ちゃんぽん)'으로 변하였고,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는 다시 '짬뽕'이 된 것이다.

이에 비해 '짜장면'은 들어오게 된 경위가 달라도 많이 다르다. 짜장면은 한자어가 직접 우리말로 들어온 경우다. 짜장면의 원어는 '炸醬麵(작장면)'이며, 원어로는 [zhajiang]으로 발음된다. 이것을 원어에 근접하게 적는 외래어 표기법대로 맞춰 적자니, 우리말 표준어로는 '자장면'이 된 것이다.

한마디로 '짬뽕'은 외국에서 들어온 말이긴 하지만 그 어원이 희박해져 거의 우리말 취급을 받게 된 것인 반면, '자장면'은 아직도 외래어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까닭에, 중국어 표기방식에 따라 '자장면'을 표준어로 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분명한 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표준어를 결정하는 선정위원회에서 한표 차이로 짜장면이 아닌 '자장면'이 되었다는 얘기나, 된소리 발음을 하지 못하는 지역의 위원들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얘기까지- 표준어 '자장면'에 대한 근거없는 음모론(?)은 끝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쯤되고 보면 표준어가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이상, 한국에서 0.2%만이 쓴다는 '자장면'이라는 말보다는 이제는 표준어가 아님에도 사람들 사이에서 굳건하게 자리를 잡은 '짜장면'이라는 말을 인정해줄 때도 되지 않나 싶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것은 한번 기다려볼 만한 일일 뿐, 아직까진 우리나라의 표준어는 '자장면'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두자!




이상한 이름 ‘닭도리탕’

흔히 식당 메뉴판에 '닭도리탕'으로 적혀 있고, 우리도 그렇게 부르는 한국 음식이 있다. 닭과 감자를 빨갛게 양념해서 한데 넣고 푹 끓여먹는 음식- 닭도리탕.

하지만 이 '닭도리탕'이 표준어가 아니라는 것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또 쉽사리 고쳐지지 않으니 그게 문제다.

닭도리탕의 '도리' '새'를 뜻하는 일본말이다. 하지만 비단 일본말을 사용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닭도리탕'은 말의 조합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 만약 '도리'라는 일본말을 우리말로 고쳐 쓴다손 치더라도, 그 말은 굉장히 우스워진다. '닭새탕'- 아니, 갑자기 그 맛난 '닭도리탕'을 먹고 싶은 맛이 뚝 떨어지는 것 같지 않은가?

이 '닭새탕'이라는 이상한 이름 말고, 우리의 입맛을 확 돋아주는 순우리말 이름들이 있다. 닭볶음탕, 닭감자볶음, 닭얼큰찜 등이 그것이다.

이제부터 '닭새탕'이라는 정체불명 이름의 음식 말고, 순우리말로 된 맛있는 '닭볶음탕' '달얼큰찜'을 먹는 건 어떨까?

앞으로 '닭도리탕'이라 부르는 사람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야말로 '새되는' 그날까지- 우리 음식은 어감도 좋고, 뜻도 좋은 순우리말 이름으로 불러주자!




어묵 VS 오뎅

우리가 일제에 해방된 지도 반세기가 훌쩍 넘었는데, 우리말에는 아직도 일제시대의 잔재가 너무나 많다. 입으로는 독도수호를 외치고, 일본 총리의 신사 참배에 분노하면서도, 우리의 언어를 망가뜨린 일제시대의 잔재들- 바께쓰니, 쓰메끼리니, 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쓴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 너무나 모순된 일이 아닐까?

대표적인 일제시대의 잔재가 남은 음식이름으로, 우리가 추운 겨울날 국물과 함께 많이 사먹는 '오뎅'이 있다. 하지만 '오뎅'이 아니라 '어묵'으로 순화된 지 오래다.

물론 예전부터 쓰던 말 그냥 쓰지, 굳이 일본말이라고 해서, 팩, 성 내며 생경한 우리말로 바꾸어 부를 이유가 있느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또 반대로 우리말이 있는데, 지난 아픈 역사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남은 잔재인 일본말을 쓸 이유도 없는 것 아닐까?

어묵 외에도, 음식 이름 중에 야끼만두 역시도 군만두로 순화되었다.




설농탕 VS 설렁탕

이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설렁탕'으로 쓰고 있지만, 이따금 '설농탕'이라 주장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공부 좀 했다는 분들이거나, 혹은 자기네가 '원조'임을 강조하고자 할 때, 간판에 '할머니 원조 설농탕' 이런 식으로 간판에 새기곤 한다. .

그러나 '설농탕'은 분명 표준어에 맞지 않는 말이고, '설렁탕'이 맞다.

'설농탕'이 '설렁탕'의 어원이 된 것은 맞다. 설렁탕의 어원이 선농탕(先農湯)이라는, 선농단(先農壇) 기원설은 너무 유명해서 더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표준어와 어원은 전혀 다른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어휘들은 오랜 세월동안 차츰 차츰 그 형태와 발음이 변화하여 온 것인데, 그렇다면 이 말들을 모두 삼국시대나 고조선 시대의 언어로 모두 바꿔 써야 할까?

선농탕이 설렁탕의 어원인 것은 맞다. 그러나 현대 우리가 쓰는 표준어는 분명 설렁탕이다.




양상치 VS 양상추

"샐러드엔 '양상치'가 꼭 들어가야 제 맛이지!"




여기서 '상치'는 '상추'의 잘못이다.

사람들 중에 '상추'는 '상치'가 아니라 '상추'라고 멀쩡히 잘 쓰다가도 꼭 '양상추'는 '양상치'가 맞을 거라 믿는 사람들이 있는데, 서양의 상추를 의미하는 '양상추'도 분명 '상추'지, '상치'이 까닭이 없다.

샐러드 속에 '양상치'는 안 들어가도 상관없다.

대신 '양상추'는 꼭 넣어주자!




곳감 VS 곶감

백두산 호랑이도 무서워한다는 그 유명한 호랑이 퇴치용 음식 '곳감'!

.앗, 그런데 쓰려다보니 망설여진다. 대체 호랑이가 무서워하는 건, '곳감'일까, 아님 '곶감'일까?


정답은 '곳감'이 아닌 '곶감'.

그러니 산 속에서 호랑이를 만났을 때는, 절대로 '곳감'을 내밀면 안 된다. 당당하게 '곶감'을 내밀어 호랑이를 쫓아주자!

만약 호랑이가 너무 무서워서 실수로라도 '곳감'을 내밀었다가는, 호랑이가 콧방귀를 치면서 '짝퉁(?) 곶감'은 무섭지 않다며 덮칠 수 있으므로, 헷갈리지 말자!

곳감이 아니라 곶감이다.




모밀국수 VS 메밀국수

땀나는 더운 여름..... 점심시간이면 시원한 음식 한 그릇이 당긴다.




"오늘 점심으론 시원한 모밀국수 한 그릇 어때요?"

"......"



자, 메뉴선정은 좋았지만, 위와 같이 말한다면 잘못하다가 분위기가 썰렁해질 수 있다.

바른 말은 '모밀국수'가 아니라, '메밀국수'.

모밀은 메밀의 함경도 사투리다. 일본말로 '소바'라 부르는 것도 물론 틀리다.




교과서에도 나오는 이효석의 유명한 소설 중에 다음과 같은 멋진 정경을 그려낸 문장이 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이 소설의 제목- 국어공부 어지간히 한 사람이라면 모두 알 것이다. 바로 '메밀꽃 필 무렵'

이 '메밀꽃 필 무렵'도 이효석의 발표 당시에는 '모밀꽃 필 무렵'이었으나, 최근엔 어느 책이나 '메밀꽃 필 무렵'으로 맞춤법을 바로잡아 출판하고 있다.

모밀국수, 메밀국수, 헷갈릴 때는 이효석을 생각하자.

모밀꽃 필 무렵이 아닌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식해 VS 식혜

흔히 '감주'라고도 많이 부르는 우리네 달달한 전통음료의 이름은 '식혜'다. 발음이 비슷하다보니 흔히들 '식해'로 잘못 표기하곤 하는데, 엄연히 '식해'란 음식은 또 따로 있다.

식해는 생선을 토막친 뒤에 소금·조밥·무·고춧가루 등을 넣고 버무려 삭힌 음식이다.

그러니 쌀밥에 엿기름 가루를 우린 물을 부어 만든 전통음료 '식혜'가 먹고 싶거든, 정확히 '식혜'라고 써주자. 자칫하다가는 시원한 음료수 대신에 푹 삭힌 생선을 먹게 될 수가 있으니.




떡볶기 VS 떡볶이

필자가 대학에 갓 들어온 새내기였을 때, 한 선배가 이렇게 말을 붙였던 적이 있다.




"고등학교 어디 나왔어요?

"OO고등학교 나왔는데요...."

"아~~~~~~OO 고등학교! 거기 학교 정문에서 쫌 나오면 쬐그만 떡볶이 포장마차 하나 있죠?"

"우와!! 맞아요, 맞아요! 거기 어떻게 아세요?"

"거기 떡볶이 무지 맛있잖아요- 천 원 어치만 사도 둘이서 배터지게 먹고....."

"(그 낯선 대학에서 누군가가 나의 모교를 안다는 사실에 엄청 흥분해서)우와, 우와, 우와!! 맞아요! 저 거의 매일 그 떡볶이 사먹었는데....근데 저희 학교, 잘 아시나봐요??'

"....아뇨. 전혀 모르는데요!!"




그 선배는 여느 중고등학교 정문 근처에는 대개 떡볶이 포장마차가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서, 순진한 새내기한테 악의 없는 장난을 걸어본 것이었다.

이런 장난이 통할 정도로 전국의 중고등학교 앞에서는 어디서나 최고인기분식 떡볶이 파는 곳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문득 드는 궁금증 하나- 떡볶이가 맞을까? 떡볶기가 맞을까? 그러고 보니 중학교 때 포장마차에는 서툰 글씨로 '떡볶이'라 쓰여 있었던 것 같고, 고등학교 앞에 있었던 분식집에는 '떡볶기'라 쓰여 있었던 것 같은데.....


'볶다'의 '볶'에 '-이'가 붙은 '볶이'는 볶은 사물을 나타낸다. 가래떡을 토막 내 고기와 여러 가지 채소를 넣고 양념을 해 볶은 음식이 '떡볶이'다. '재떨이, 옷걸이, 목걸이, 감옥살이, 가슴앓이' 등도 사물이나 일의 뜻을 더하는 '-이'가 붙어 이루어진 것이다.

반면 '볶다'의 '볶'에 '-기'가 붙은 '볶기'는 볶는 행위를 나타낸다. 따라서 '떡 볶기'는 떡을 볶는 행위를 가리킨다. '달리기, 모내기, 사재기, 줄넘기' 등도 행위를 나타내는 '-기'가 붙어 이루어진 말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맛있게 먹는 음식 '떡볶이'는 음식 솜씨 좋은 아줌마의 '떡 볶기(떡을 볶는 행위)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예전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게 된 바른 말, '떡볶이!'

어느 날 모교에 찾아갔을 때 내가 학창시절에 먹던 그 '떡볶이' 아주머니가 아직도 그 자리에서 고스란히 '떡볶이'를 팔고 계시거든, 가만 다가가서 아주머니의 간판 이름을 보아 드리는 건 어떨까?

그 아주머니가 '떡볶이'가 아니라 '떡볶기'라는 잘못된 이름을 점포에 써두고 계시거든, 가만히 바른 말을 일러드리며 대화를 시작해보는 것도 괜찮은 일일 듯 싶다.





[김:빱]인가 [김:밥]인가

맞춤법도 맞춤법이지만, 음식 이름을 틀리게 발음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김밥이다. 흔히 보통 사람들은 [김:빱]이라 발음하지만, 사전을 찾아보면 정확한 발음은 [김:밥]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아나운서들이 김밥을 발음할 때 [김:밥]이라고 일반인들과는 다르게 좀 더 조심스럽게 발음하는 것을 들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김밥의 표준발음은 [김:밥]이 맞다.

그러나 비빔밥은 반대로 [비빔빱]으로 발음하는 것이 옳다. 또 덮밥 같은 경우도 [덥빱]으로 발음된다.

김밥을 썰 때는 옆구리가 터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썰어야 하듯이, 온갖 밥들 중에서도 김밥만큼은 조심스럽게 발음하자. 된소리 발음이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김:밥]이라고!




찌게냐, 찌개냐 그것이 문제로다!

거리를 걷다보면, 각 식당들마다 서로 같은 듯 다른 음식을 만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떤 식당은 '찌게'를 끓이고, 어떤 식당은 '찌개'를 끓인다. 또 드물지만 가끔 '찌계'를 끓이고 있는 집도 있다.

이중에서 '고기나 채소에 간장이나 고추장, 된장 따위를 넣고 작은 냄비에 담아 온갖 양념을 담아 끓여낸 반찬'이라는 뜻의 국물요리는 '찌개'뿐이다. 찌게는 맞는 말이 아니며, 물론 찌계도 틀린 것이다.

아마도 '지게, 집게' 등등에 쓰이는 접미사 '-게' 때문에 찌개도 '찌게'라고 착각하고 있는 식당 주인들이 많은 듯한데, 찌개는 찌개일 뿐, 지게나 집게가 아니다.

앞으로 맛있는 국물요리를 먹었을 때는, '찌게'라 하지 말고, 입을 조금만 더 크게 벌려 발음해서, 이렇게 외쳐보자.

"아! 참 맛있는 '찌개'군!!!"





낚지볶음VS 낙지볶음

외국의 한 언론매체의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뽑은 가장 희한한 음식으로 우리나라의 '산낚지'가 뽑혔다고 한다. 네 발 달린 것은 책상 빼고는 다 먹는다는 중국요리와 음식의 천국 프랑스 요리를 제치고 우리나라의 '산낚지'가 그 영광스러운 자리를 꿰찼으니, 외국인들의 이목까지 비비꼬이는 특유의 몸동작으로 사로잡아버린 '산낚지'의 힘이 실로 막강하다 하겠다.

그런데 이 희한한 음식 세계랭킹에 오른 산낚지, 그러고보니 '산낚지'라고 쓰는 게 맞을까, '산낙지'라고 쓰는 게 맞을까?

많은 사람들이 '산낚지'가 맞을 거라 생각하지만, 정답은 '산낙지'다. 아마도 낙지도 해산물이다 보니 사람들이 괜히 '낚시'라는 단어와 연관지어 헷갈려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외양은 비슷하게 생겼지만, 낚시는 낚시! 또 낙지는 낙지다!

헷갈리지 말고 써주자!

혹시 앞으로 또 다시 '산낚지' 한 마리 혹은 '낚지볶음' 2인분, 이런 식으로 썼다가는, '접시에 누워 있던 '낙지'들이 벌떡 일어나서 "내 이름은 낚지가 아니라, 낙지다, 임마! 이름이나 제대로 알고 먹어"하고 먹물이라도 쏠 지 모르니, 반드시 유의하기 바란다.




오돌뼈 VS 오도독뼈

"아주머니~여기 오돌뼈 하나 추가요~!"

포장마차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친숙한 소리다.

본래 '소나 돼지의 어린 뼈'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입안에서 잘 부숴지는 탓에 그 어린뼈들만 모아 따로 맛있게 양념한 음식 이름이 되어버린 '오돌뼈'.

그런데 이 '오돌뼈'가 명백하게 틀린 말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물론 사전에 '오돌오돌하다'라는 말은 표제어로 올라 있다. 그리고 '씹기에 아주 단단하면서도 탄력이 있다'는 뜻의 이 단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소나 돼지의 어린 뼈를 '오돌뼈'라 부른다. .

그러나 '오돌뼈'보다도 더 그 씹는 맛을 제대로 살려주는 느낌이 나는 정확한 표준어가 엄연히 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오돌뼈'의 표준어는 '오도독뼈'다.

그러고보니 오돌뼈도 괜찮은 이름이긴 하지만, '오도독뼈'라는 이름이 입에서 씹히는 경쾌한 소리를 더 잘 살린 것 같지 않는가?

맛있는 '오도독뼈'- 앞으로는 오돌오돌 씹지 말고, 오도독- 하고 경쾌하고 힘차게 씹자!







명란젓, 창란젓

명태는 참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여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음식이다. 그 이름만 해도 본명인 명태를 비롯해서, 말리면 황태, 얼리면 동태, 등으로 참 다양하다. 거기에다 그 알과 창자까지 남김없이 젓으로 담가져 우리 식탁에 오르니 참으로 알뜰하게 이용되는 생선이 아닐 수 없다.

명태의 창자를 소금과 고춧가루로 양념한 젓갈인 '창란젓', 그리고 명태의 알로 담근 젓인 '명란젓' 을 흰밥에 올려 먹으면 그것만으로도 밥 한 공기 뚝딱 먹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이름도 사이 좋은 형제 같은 '창란젓'과 '명란젓'- 과연 이것이 표준어에 맞는 말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명란젓'은 맞지만 '창란젓'은 틀리다. '창란젓'이 아니라, '창난젓'이 바른 표기이다.

명란젓은 한자어로서 '명태의 알'이라는 뜻 그대로 알 란(卵)자를 쓴다.

그러나 창난젓은 그 어원이 명확하지는 않으나, 한자어가 아니라 순우리말인 것으로 보인다. 어째서 같은 명태로 담근 젓인데도 하나는 한자어, 다른 하나는 순우리말로 이름이 붙여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많은 사람들이 '명란젓' 때문에 '창난젓'을 '창란젓'이라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한 번 물에서 잡혀 올라오면 제 살 뿐만 아니라, 알과 창자까지 남김없이 사람의 식탁에 올려지는 명태- 그 명태의 갸륵한 희생을 생각해서라도 이름은 좀 제대로 불러주어야 하지 않을까?

명태의 알로 담근 젓은 '명란젓', 창자로 담근 젓은 '창난젓'이다.




황새기젓?

젓갈 이름 중에 또 흔히들 황새기젓, 혹은 황세기젓이라 부르는 것이 있다.

하지만 이것의 바른 말은 '황석어젓'이다.

'황석어(黃石魚)'란 참조기를 가리키는 한자어이다.

'조기'를 한자어로 '석수어(石首魚)'라 이르는데 이 말이 준 게 '석어'다. 거기에 조기 가운데서도 참조기는 누런빛을 많이 띤다고 해서 한자어로 '황석어'가 된 것.

'황석어로 담근 젓'이라는 어원이 분명하게 살아있기 때문에, 황새기젓은 '황석어젓'이라고 제대로 불러주어야 한다.

황금빛 참조기로 담근 '황석어젓'! 오늘 저녁에 가족들과 나누어 먹으며, 맛있는 우리 젓갈들의 이름을 똑똑히 알아두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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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수와 아귀찜

생선 이름 중에 생선 이름 같지 않은 재미난 이름을 가진 것이 있다. 비교적 값도 싸고, 맛도 좋아서 즐겨먹는 생선인 '이면수'가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이면수'라는 이름을 재미있게 여기다보니, 이 생선에 '이면수'라는 이름이 붙게 된 연유도 유명하다. 옛날 함경도지방에 살던 '이면수'라는 어부가 이 물고기를 잘 낚아서, 아예 이 물고기 이름이 '이면수'가 되어버렸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오류가 하나 있다. 그 어부의 이름은 '이면수'가 아니라 '임연수(林延壽)'였다. 소리나는 대로 발음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면수' '이면수' 했겠지만, 그 어부의 이름은 '임연수'가 맞다.

따라서 이 생선 이름 역시도 어원을 쫓아 '이면수'가 아니라 '임연수'쪽이 표준어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임연수'도 정확한 표현은 아니라는 것.

이 생선의 정확한 이름은 '임연수어'라고 해야 맞다.


또 지역에 따라 물꿩(경남),물텀벙(인천),망청어(함경),아꾸 또는 아뀌(전남),아구(서울 경기) 등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아구탕' '아구찜'의 아구도 '아구'가 아니라 '아귀'가 맞는 말이다.

아무리 '아귀탕' '아귀찜'이 맛있다 하더라도 틀린 말까지 냠냠 먹어버리진 말자!


복지리

입이 깔깔하고 속을 시원하게 확, 풀고 싶을 때, 사람들이 보양식 겸 별식으로 찾아먹게 되는 생선이 있다. 심술궂게 생겼지만 먹기만 하면 사람의 건강에 그야말로 '복'이 되는 생선- 바로 복어가 그것이다.

복어는 회, 탕, 찜 등으로 다양하게 요리를 해먹지만, 그중에서도 복어매운탕이나 '복지리'가 인기메뉴다. '복지리'는 매운탕과는 달리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 맑게 끓인 것이다. 복지리는 복어의 담백한 맛을 잘 살려주고, 위에 큰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도 속이 시원해지는 요리법이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데, 아쉽게도 사람들이 '복지리'의 맛은 좋아하면서도, '복지리'의 올바른 이름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지리'라는 단어는 본래 우리말이 아니라 일본말이다. '지리(ちり)'는 냄비 요리의 하나를 지칭하는 일본말로서, '즙(汁)'의 일본식 발음인 '지루(じる)'가 변해 '지리'가 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따라서 국립국어연구원에서는 일본말보다는 우리말인 '복국' 혹은 '복싱건탕' 으로 부를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복싱건탕'은 '복매운탕'에 대응하는 말로서는 알맞지만, '싱겁다'는 말이 우리 말에서 '맛이 덜하다' '별 특별한 맛이 없이 맹맹하다'는 뜻을 상기시켜 어감이 좋지 않으므로, 국물이 맑다는 점에 착안하여 '복맑은탕'으로 부르자는 의견도 있다.

복국이든 복매운탕이든 복맑은탕이든, 이제 그만 음식이름에서도 일제시대의 잔재는 털어버리고, 시원한 복국에 걸맞는 말끔한 우리 이름을 불러주었으면 좋겠다.







무우 VS 무

'무우'가 아닌 새로운 표준어 정해진 것은 이미 오래다.

또한 흔히 총각김치를 담가먹는 무를 '알타리무'라 부르는 이가 많은데, 알타리무 역시도 총각무의 잘못이다.

지금은 경제시대! 쓸데없이 길게 발음할 것 없이 무는 간편하게 짧게 '무!'라 발음해주자





너의 진짜 이름은 뭐야!- 쵸콜렛? 초콜릿? 초코렛?

초콜릿은 지금까지도 수많은 표기법이 존재하는 간식이 아닌가 싶다. 쵸콜렛, 초콜렛, 초컬릿, 초콜릿에서부터 할머니 할아버지, 어린이들의 애용발음인 쪼꼬렛까지-

하지만 이 많은 이름들 중 진정한 이름은 딱 하나, 초콜릿이다.

중남미의 스테디셀러 소설가인 라우라 에스키벨의 소설 제목 중에는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이라는 것이 있다. 달콤쌉싸름하다는 표현도 압권이긴 하지만, 이 뒤에 붙는 말도 유의해서 보아야 하지 않을까?

달콤쌉싸름한 쵸콜렛, 달콤쌉싸름한 초컬릿도 아니고,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이다.


그러므로 밸런타인 데이(참고로 이 역시도 '발렌타인 데이'가 아니라 '밸런타인 데이'가 맞다)에는 '쵸콜렛'이나 '초컬릿' 말고 '초콜릿'을 선물하자!

사랑하는 이를 위한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을!!






모듬회가 아니라, 모둠회예요

이것저것 종류별로 골라먹는 맛이 있는 푸짐한 회접시- 우리는 이것을 흔히 '모듬회'라고 부른다. 그리고 대부분의 일식집들도 메뉴판에 '모듬회'라고 적어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표준어는 '모듬회'가 아니라 '모둠회'이다.

본래 '모둠'은 '모두다'라는 뜻의 영남방언이자, 중세어 '모도다'의 변형된 형태이다. 사실 현대어에서는 이 말이 따로 '모둠'이라는 형태로는 쓰이지 않았고, 단지 모둠발, 모둠냄비 등의 단어에서 '모둠'이라는 단어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 최근에 이 '모둠'이라는 단어가 단독 명사로서도 쓰여 사전에도 새로 올랐다. 초중등학교에서 대여섯 명씩 모여 활동하는 '조'나 '그룹'을 대신하는 말로, '모둠'이라는 순우리말을 쓰면서, 모둠일기, 모둠학습, 모둠숙제 등의 단어가 활발하게 쓰이게 된 것이다.

'모둠'은 잊혀져 있던 우리 말을 적재적소에 씀으로써 다시 오늘의 말로 되살려낸 경우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모듬안주, 모듬회라 표기하고 부르지만, 맞는 말은 분명 모둠회다.

모듬회, 모둠회가 헷갈릴 때에는 '모두다'라는 뜻의 원형을 생각하면 더 쉬워지지 않을까, 각 종류의 회를 모두 다 모아놓은 것은 '모듬회'가 아니라, '모둠회'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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