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가까워지면 말이야...

노골적신사 작성일 08.12.22 23:19:24
댓글 1조회 686추천 3
"서른이 가까워지면 말이야...

옛날엔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할 수 없는게 많아."

아무에게도 맞추지 않은 노리코의 눈이 멀리 있다.

"맨 얼굴로 있는 걸 못해."

아야가 곧바로 이었다

"맨 얼굴과 * 어느쪽이 부끄러울까 하는 수필이 있었지.."

노리코가 말한 수필 속에도 스물아홉의 여자가 나온다

그 여잔 갑자기 욕실에 들어온 그를 피해 얼굴을 가렸었다.

스물아홉의 여자는 맨얼굴이 부끄럽다

펄이 든 분홍 립스틱도 부끄럽다

늦은 밤 달랑 하나만 사게되는 도시락이 부끄럽다

어린 여자를 경계하는 스스로도 부끄럽다.


카마타 토시오 / 29세의 크리스마스 中



" 믿어지니? 우리 이제 서른 두살이야 "

마침내 제야의 종이 울렸다

종소리는 담담하고 아득하게 가슴 안쪽으로 퍼져나갔다

입속으로 가만히 중얼거려 보았다

안녕, 2008년

너는 나를 조롱했지만

나는 나의 방식으로 너를 사랑했다

잘가라, 내 서른 한살

뒤돌아보지 말고


정이현 / 달콤한 나의 도시



"사람의 인생 같아."

"뭐야 그건"

"여긴 말이야 강의 상류. 출발 지점이잖아. 그게 이 폭포야.

여기는 화려하고 사람도 많잖아.

그건 말이야 우리가 태어날 때와 닮지 않았어?

우리도 태어날 때는 이랬겠지?

야단법석에다 사람들의 주목도 받지. 다들 축하해주고.

하지만 그게 차츰 지나면 지금 보았던 것처럼

넘실넘실 소박하게 흘러가게 될 뿐이야. 뭔가 닮지 않았어?"

"하류도 나쁘지 않았다고 나는 생각해."

나는 그렇게 말했다.


이사카 코타로 / 사신 치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늙어서 할 수 있는 일,

죽음을 선고받으면 할 수 있는 일,

그걸 지금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끔 죽음을 생각하는 것,

가끔 이 나날들의 마지막을 생각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삶을 오히려 풍요롭게 해 주는

이 역설의 아름다움을 분명 알고 있으면서

지금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고요.


공지영 /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생각컨대, 사랑을 하기에 가장 좋은 나이는

열여섯에서 스물하나까지가 아닐까.

물론 개인적인 차이가 있으니 간단히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 아래라면 뭔가 유치해서 우스울것 같고,

반대로 이십대가 되면 현실적인 것에 매달리게 될 것이다.

그보다 많은 나이가 되면 쓸데없는 잔꾀가 늘게 되고 말이다.

설령 나이를 먹어도

그런 풋풋한 시원의 풍경을 가슴속에 지니고 있는 사람은

몸속의 난로에 불을 지피고 있는 것과 같아서

그다지 춥지 않게 늙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이유로 귀중한 연료를 모아두기 위해서라도

젊을 때 열심히 연애를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돈도 소중하고 일도 소중하지만,

진심으로 별을 바라보거나

기타 소리에 * 듯이 끌려들거나 하는 시기란

인생에서 극히 잠깐밖에 없으며,

그것은 아주 좋은 것이다.

방심해서 가스 끄는 것을 잊거나,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일도 가끔이야 있겠지만 말이다.


무라카미하루키 / 무라카미 라디오 중에서
노골적신사의 최근 게시물

좋은글터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