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에서 감동적인 신화

요시키야 작성일 09.06.20 18: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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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을 1년 정도 하면서 별의별 손님들을 다 겪어봤다. 유치원 애들부터 60대
노인분들까지.. 매너좋고 성격 캡인 분들부터 매너드럽고 성격 개x같은 인간들
까지.. 초딩 중딩 고딩 대딩 직딩 들부터 피시방에 살림차리고 숙식해결해대는
백수 . 백조 ( 일명. 폐인 ) 들까지.. 아뭏든 갖가지 유형의 사람들을 다 만나봤다
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중 pc 방 사장으로서 가장 싫어하는 부류는 어떤 사람덜인가? 라고 물으신다
면... 주저없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 유 전 무 죄 무 전 유 죄 " 가 아니라 " 유
전 유 죄 무 전 무 죄 = 무 전 즐 겜 " 하는 인간덜이라고 !! 뭔말인고 하니 가끔
pc 방을 사회봉사기관 이나 여관 혹은 자선단체 정도로 생각하는 인간덜이 있
다. 돈은 일푼도 없으면서 걍 무대뽀 + 막가파 식으로 밀고 들어와서는 떡~ 하니
자리잡고 앉아서 적게는 당일치기 혹은 1박2일.. 많게는 2박 3일 정더 짱박혀서
폐인모드로 돌입~~~ 숙식해결하고 실컷 먹고놀고싼담에 떠날때는 말없이 튀거
나 ~ 혹은 " 나 던없다 배째라~ " 심뽀로 나오는 불량감자 들이 있다는 말이다.







pc방 을 오픈하고 막상 손님들을 받아보니 한달에 그런 불량감자덜이 꼭 1-2명
은 있었다. 가장 황당했던 불량감자는 만으로 19살인 가출소녀 였다. 어째 들
어올때부터 상태가 안좋다 싶었다. 그래도 여자라믄 깔끔. 청결이 기본 아니던
가.. 후미.. 광년이같이 산발된 머리.. 때국물 질질 흘러내리는 야리꾸리한 패숀
... 기름끼가 좔좔 흐르는 피부 쥑인다. 담배를 꼬나물고 껌까지 질껑 질껑~ 씹어
대믄서 " 아찌 자리하나줘 " 반말 찍~ 던지고는 암데나 가서 앉더뉘 1박 2일동안
떵싸러 갈때 빼놓거는 궁댕이를 뗄 생각을 안하던 그녀.... 참 고넘의 궁댕이 무
겁기도하다.







담배를 월매나 피워대던지 내 담배며 알바 담배까지 빌려서 다 태워먹어블거..
담배재는 왜그리 키보드며 책상위에 탁탁 털어대는건지..재떨이 가따줘도 바닥에
다 틱틱~ 내던지고는 침 찍찍~ 뱉거 발로 부벼대는 그녀.. 1박2일 동안 슈퍼울트
라 다이어트 라도 하는지...아님 써비수로 나가는 커피로 배채울려고 작정을 했는
지 심심하믄 " 아찌 커피가따줘~ " 를 외쳐대는 그녀.. 한 20잔은 마셨을것같다. 카
페인 중독이라더 걸렸나...ㅡ_ㅡ;;







외모는 어땠냐라구 물어보신다면... 뒤에서 보믄 카메론디아즈 요 앞에서 보믄 옥
동자 라거 말해주고 싶다. 뭘 기대하겠는가... 몬생기믄 맘이라도 착해야제..이건
성질도 무지 드럽다. 내가 자기 친구로 뵈는지 순전히 반말조로 씹어대는데 진짜
비오는날 먼지나듯이 패주고 싶다. 그러냐 어쩌랴... 그래더 명색이 여잔걸.. 그리
거 손님은 왕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녀는 여왕이다! 난 ... 봉이다~ 봉중에서도 한
참 덜떨어진 꼬봉이다~ ! 아~ 이리도 먹고 살기가 힘들단 말이냐.. 싫단 내색도못
하고 1박 2일동안 열심히 굽신굽신 거리며 꼬봉노릇 해줬더니... 역쉬나.. 계산하
고 나갈때 되니 당당하게 배내밀고 " 배 째~~ " 를 외치더라.








어디 사니? 부모님 연락안되니? 집 전화번호 말해봐? 친구 없니? 어디 연락할사람
없니? ........좋게 말로 구슬러보거 때로는 화도내보고 겁도 줘봤는디 씨도 안먹히더
라.. .. 결국 파출소에 신고해서 경찰을 불렀는데 진짜 황당했던게 경찰들이 도착하
고나서 갸를 보더니 일케 말하더라. " 미쵸. 또 너냐? 고만좀 해라 진짜. 징그럽다야 "
황당해서 자초지종 물어보니 이미 광주 서구지역 pc 방을 휩쓸고 다니면서 초토화
시켰단다. 서구 지역 pc방 사장들이 신고해서 파출소로 인계된적만 10번이 넘는데
전력이 화려해서 광주 지역구에서만 놀았던게 아니고 전국방방곡곡을 순회방문 하
면서 쓸어버린 전국구 라는 것이다.








파출소 가서도 막무가내로 베짱튕겨대는데 당체 대책이 안서고 말도 안통해서 신고한
pc 방 사장들이나 파출소 순경들더 고개를 설레 설레 젓고 포기했다고 한다. 인적파악
도 안될 정도라니 할말 다했지뭐... 가출한지 1년이 넘었는데 주로 pc 방들을 전전하며
살아왔고 심지어 어떤 pc방 사장에게는 그랬다고 한다. 겜비 내놓으라고 했더니 " 아찌
.. 나돈없으니께 걍 한번 거시기 하거 끝내자. ㅇㅋ? 아찌도 영계 조아하잔어. 내숭떨지
말거 얼렁하고 계산 끝내자. " 쩌비... 요즘 10대덜 정말 무섭다. ㅠ_ㅠ;;; 실제로 그수법
에 걸려서 돈대신 거시기했다가 같이 엮어들어간 pc방 사장들도 있었다고 한다.







암튼 pc 방 사장을 하다보믄 이거시 여관 사장인지 하숙집 주인인지 심부름쎈터 직원
인지 당체 판단이 안설때가 있다. pc방 초기에 그런일을 몇번 당하고나자 나도 성격이
많이 변해갔다. 손님들 들어오면 나도모르게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쫘악~ 스캐닝 한번
해보고 외모를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하게되는 습관이 생겼다. 10시간 넘게 죽치고 앉
아서 겜하는 손님덜 있으면 나도 모르게 의심의 눈초리를 찌리리릿~ 보내게 되고 한번
씩 가서 은근슬쩍 중간정산 한번 하거 겜하시라고 듣기 싫은 소리 뱉어내기도 하고..
돈안내고 배째라고 나오는 인간들은 진짜루 배째버리고 ㅡ_ㅡ++... 원체 낙천적인 성격
인데 pc 방을 하고나니 성격이 참 드럽게 변해가더라.







그러던 어느날... 20대초반의 한 청년이 pc 방을 찾아왔다. 흠... 하던 습관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쫘악 살펴보뉘 왠지 행색이 누추한게 지갑사정이 안좋을것 같았다. 그런데
얼굴이 순박하고 순진하게 생긴게 눈동자가 무척 맑았다. 쩝... 그넘 그래도 인상은 좋네~
... 뭐 별일 있겠어~ 라고 생각하고 자리를 주었다. 그 청년이 pc방에 들어온 시각이 밤10
시 조금 넘어서였다. 검은색 바지에 검은색 티 입고 슬리퍼를 끌고 왔는데 머리는 스포
츠로 짧게 깎았다. 내가 안내해준 자리에 앉아서 담배 한대 꼬나물고 리니지를 실행시
켰다. 내가 리니지 매니아인지라 왠지 리니지 하는 손님덜보면 무지 반갑다.









살짝 렙과 장비를 살펴보니... 욜라 초보같다. 렙4에 ac 3 이다. ㅡ_ㅡ;; 흠흠.. 커피한잔
뽑아서 가져다주고 카운터로 돌아왔다. 알바랑 교대할 시간이되서 카운터 정리하고
알바한테 자리넘겨준후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따라 무척 몸이 피곤해서 다음날 오후
1시가 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밥을 대충먹고 pc 방에 나와보니 알바넘 무쟈게 인
상써댄다. 아흑.. 미안 ㅠ_ㅠ;; 알바한티 밥사먹고 싸우나나 가라고 용돈좀 쥐어주고 pc
방을 쓰윽 돌아보니 평일이라 손님은 3-4명 정도로 무척 한산했다. 그런데 어제 내가
퇴근하기 전에 들어왔던 그 청년이 아직도 집에 안가고 자리에 앉아있는게 눈에 들어
왔다.









후미.. 예감이 이상해서 카운터 컴을 체크해봤더니 겜시간 16시간을 넘어서고 있었다.
살짝 뒤로가서 살펴보뉘 리니지 삼매경에 푹~ 빠져있다. 렙을 보니 밤새 잠안자고 열
렙을 했는지 렙15를 돌파했다. 흠... 하기사 리니지를 해본 경험자로서 나또한 pc 방에
서 리니지하다보믄 시간가는줄 모르고 겜에만 몰입했던 적이 있었는지라 별다른 의심
없이 그자리를 떴다.










자판기에서 시원한 음료수 하나 뽑아서 가져다줬더니 나를 보면서 " 고맙습니다 잘마실
게요 ^__^* " 라고 깎듯이 인사하는데 웃는 모습이 참 밝고 해맑아보인다. 짜식... 나야 니
가 돈벌어주는거니 좋긴하다만 너 그러다 폐인되고 몸상한다..적당적당히 즐겨가믄서 해
라... 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첨보는 사람한테 말을함부러 할수는 없는법... 걍 " 이거 마시
구요 좀 쉬어가면서 하세요 ^__^;; " 라고 말해준후 카운터로 돌아왔다.









시간이 흘러갔다. 전형적인 리니지 폐인 모드다.. 일명 좀비모드..화장실에 응아 하러갈때
외에는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1시간... 2시간..3시간... 우미... 밤10시가 다되간다. 또 퇴근
시간 다가온다. 어디보자.. 겜을 대체 몇시간이나 한거여... 체크해봤더니 24시간 돌파 직
전이다. ㅡ_ㅡ;;;; 어째.. 느낌이 좋지 않았다. 쩌업.. 저렇게 순진한 얼굴한 넘이 설마 막파
파는 아니것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알바넘한테 잘 감시
( ㅡ_ㅡ;;; ) 하라는 특명을 내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물론 써비수로 음료수나 컵라면 끓여
서 가따주라는 말과 함께... 잘하면 단골고객이 될지도 모르는 그야말로 월척 = 대어 가
될수도 있으니 pc방 사장입장에서는 당연히 써비수에 신경써야하지 않겠는가...불안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집으로 퇴근한 나는 마누라랑 술한잔 걸치고 단잠에 빠져들었다.









담날... 그날은 어째 느낌이 좋지 않아서 다른날보다 일찍 일어났다. 아침 8시에 일어나
서 밥도 거르고 바로 pc 방으로 달려갔다. 그 청년이 어케된는지가 너무도 궁금했다. 과
연 아직도 pc방에 있을까? 아니면 내가 잠든 새벽사이에 집으로 돌아갔을까? 우리 알
바가 써비수는 잘했을까.. 만약 도망갔으면 어케하지.. 암튼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헐레벌떡 pc 방에 도착해서 알바넘 인사도 받는둥 마는둥 하고 주위를 살펴보니 허걱..
아직도 그자리에 앉아서 게임 삼매경에 빠져있다. 카운터 피시를 살펴보니 34시간을
넘어 35시간에 근접하고 있다. 켁.... 그때 그청년이 벌떡 일어나더니 화장실로 발걸음
을 돌렸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것... 뒷주머니를 봤는데 지갑이 없었다. 흠.. 이상하다
싶어서 그청년이 앉아있던 자리로 갔더니 역시 지갑은 안보이고 수북하게 쌓인 담배
와 써비수로 받은 커피가 들어있던 빈 종이컵과 빈 음료수 캔과 빈 컵라면이 어지러히
널려있었다.









그때 화장실에서 나온 그 청년 성큼 성큼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더니 다시 마우스를
잡았다. 안되겠다 싶어서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말문을 열었다. " 저기 손님 죄송한데
요 지금 pc방 정산을 해야하거든요. 손님 겜시간이 35시간을 넘어서서 중간 정산좀
했으면 하는데...... 거듭 죄송합니다. 잠깐 겜하는것 멈추시고 중간 정산한후에 다시
겜해주실래요? ^__^;; " 그 청년은 나를 쓰윽 올려보더니 " 네 그러죠뭐..알았습니다
잠시 화장실좀 다녀와서 계산할께요 " 라며 자리를 일어섰다.









흐미.. 방금 화장실다녀와놓고 다시 화장실이라... 예감이 점점 안좋아지기 시작했다.
불안하다. 어째 나가는 패턴이 딱 막가파 + 무대뽀 불량감자 패턴이다. "네. 그러세
요. 화장실 다녀와서 중간정산 해주세요 ^__^;; 감사합니다. " 라는 말을 마치고 카운
터로 돌아왔고 그 청년은 화장실로 향했다. 1분... 2분..5분..10분.. 어케된게 화장실
에 들어가더니 당체 나올 생각을 안한다. 15분..20분... 필이 확~~ 왔다.









화장실로 뛰어가서 노크를 했더니 안에서 " 똑똑 " 하고 대답하는 소리가 들린다. 변
비 환자도 아니고... 먼 떵을 이리 오래싸대나... 짜증이 날려고 했다. 다시 시간은 흐
르고..30분이 넘어서자 안되겠다 싶어서 화장실앞으로 다시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
" 이봐요 손님. 화장실에 들어간지 30분이 되도 안나오면 어케 합니까. 다른 손님들
이 화장실을 못쓰잔아요. 다른 분들 생각도 하세요. 빨리 나오세요. " 라고 톤을 높여
말했더니 갑자기 삐그덕~ 하며 화장실이 열렸다.











얼굴을 보니 하얗게 사색이 되어있고.. 안절부절 못하는게... 딱 막가파 + 무대포 불
량감자손님이다.. 아우... " 손님 우리 까놓고 솔직하게 말합시다. 손님 겜비 계산할
돈 없죠?" 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 아무말이 없다. 고개를 푹
떨구고 몸을 달달달 떨어대는데.... 100% 확신이 들었다. 또 당했군.....ㅠ_ㅠ;;;; " 이
봐 기껏해야 20대 초반으로 보이는데 젊은 사람이 지금 뭐하는거야. 돈이 없으면 적
당히 하고 나가든가.. 아님 아예 들어오지를 말던가.. 그것도 아니면 무료 게임이나 인
터넷만하던가.. 하필 돈도 젤많이 들어가는 리니지를 하나.. 한달에 리니지 사용료로
나가는 돈이 얼만데.. 너무 하네 정말.." "...................." 역시 말이 없는 청년...









pc방 사장입장에서는 가장 곤욕스럽고 답답한 상황이 아닐수 없었다. 한달마다 1-2
번씩 일어나는 상황... 일단 이야기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pc방 뒤에 있는 소파
에 나란히 앉아서 하나 둘씩 이야기를 건네보았다. 쉽게 말문을 못열던 그 청년은
내가 계속해서 좋게 말로 구슬리며 이야기를 유도하자 하나씩.. 하나씩..힘들게 말문
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다.










그 청년의 나이는 올해 20. 초등학교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힘들게 살
아왔다. 홀어머니는 지금도 파출부 생활을 전전하고 계시다고 한다. 그 청년은 장남
이었고 밑에 여동생이 하나 있었는데 생활고에 시달리다보니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나와서 지금까지 신문배달. 날품팔이. 노가대. 중소업체 생산직 등등 해볼거 안해볼거
다해오면서 가장 노릇을 해왔다고 했다.. 사춘기가 오다보니 어머니하고도 자주싸우
고 가출도 많이 했다고 한다.. 집은 광주 인근인 화순이었고 우리 pc방에 오게된것도
집에서 나와 가출생활을 전전하다가 돈도 떨어지고 갈곳도 없어서 머물곳을 찾다가
우연히 pc방이 눈에띄어서 온것이라 했다. 나가고싶었지만 돈도 없고 갈데도 없어서
대책없이 앉아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왠지 믿겨지지가 않았다. 그러나 설움에 복받쳤는지 내앞에서 소리내어
엉엉~ 우는 모습을 보고나니.. 사실이 아니더라도 믿어주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우는 사람한텐 무지 약하다. 쩌비.. 나에게 맨바닥에 무릎꿇고 연신 고개를숙
여대면서 죄송하다고 사과하는데....어쩌겠나.. 용서해줄수밖에.. 그래도 배째~ 라고
덤벼들던 불량감자들에 비하면 참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상도 무척 좋았
고 왠지모르게 말하는데 진실성이 느껴졌다. 나또한 그나이때 무척 오랜시간 방황
을 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해할수 있었다.










이긍.. 사실이든 아니든 걍 봐주자는 생각에 그 청년을 일으켜 세우고 좋게 말로
타일렀다. " 겜비는 그냥 안받을테니까 대신 나하고 한가지 약속을 하자. 집에 계
신 홀어머니가 얼마나 걱정하시겠냐.. 여동생도 있다면서.. 니가 가장인데 이렇게
방황하면안되지...겜비 안받는 대신 집으로 돌아가서 어머니한테 사과드리고 아
들노릇 제대로 한번해라. 어머니도 너를 반갑게 맞아주실거다. 알았지? 약속이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이렇게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주는 행동은 하면 안된다. 참착
하게 생겼는데... 너는 잘할수 있을꺼야. 힘내고 울지마라. 열심히 노력하다보믄
좋은 날이 올거야. 젊은 니가 나는 참 부럽다. 자 어서 가라. "









그 청년은 연신 울먹거리면서 고개를 조아리며 이렇게 말했다. " 사장님..제가 정
말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구요. 대신 제가 겜비는 어떤
일이 있어도 꼭 갚을께요. 저 믿어주세요. 열심히 일해서 돈벌어서 꼭 갚겠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갈께요. 가출 두번 다시 안할께요. 약속드립니다 " 솔직히 그청
년이 말한 내용을 100% 믿기란 힘들었다. 거짓말일수도 있고 단지 위기를 모면
하기위한 연극일수도 있고...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냥 왠지 착해보여서 마
음이 움직였을뿐... 정확히 말하면 동정심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도 그런 적이 있
었기에...









" 아니다. 겜비 같은거 갚을 생각은 하지말고.. 그럴 돈있으면 어머니나 드려라. 그리
고 리니지 같은 게임에 너무 빠져봐야 너한테 도움안된다. 차라리 기술을 배우든가
공부를 해서 자격증을 하나라도 더 따라. 그게 니가 살아가는데 더 도움이 될거야.
그럼 나 pc방 청소해야하니까 얼렁 가봐라. 담에는 이런 일로 만나지 말자. " 문득 그
녀석이 돈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갑에서 만원짜리 2장을 꺼내 건네주었다. " 이
걸로 목욕탕가서 깨끗하게 씻고 밥 배불리 먹고 집으로 돌아가라. 알았지? "










그녀석은 울먹울먹 거리면서 내가 건네주는 돈을 한사코 거절했다. 억지로 밀어넣자
90도로 정중하게 인사를 하더니 축처진 어깨를 이끌고 pc방을 나갔다. 쩝..아침부터
왠지 그런일을 당하고보니 기분이 복잡미묘했다. 이긍.. 잊어버리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 pc 방 청소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청년은 내 기억에서 잊혀져갔다. 먹고 살기
에 바빴던 나는 정신없이 바쁜 하루 하루를 보냈다.









두달정도 시간이 흐른뒤.... 아침 일찍 나와서 pc방을 청소하고 손님 맞을 준비로
부산하게 움직이는데 누가 계단을 뛰어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침부터 손님
이네~ 문을 쳐다보고 있는데 삐끄덕~ 출입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흠...
어디서 많이 본 녀석인데 기억이 잘 안난다. 쩝.. 손님이겠지~ 라는 생각에 카운터
로 다가가서 손님에게 말을 건냈다. " 저기 2번 자리로 앉으세요. 재떨이는 필요하
시면 말하세요. 가져다 드릴께요. 커피도 필요하면 말씀하시구요. "










그 손님은 나를 향해 씨익 웃어보이더니 말문을 열었다. " 저기 사장님. 저몰라보시
겠어요? 두달 전에 돈도 없이 사장님 pc 방에 와서 35시간 넘게 겜하고 사장님이 봐
주셔서 그냥 갔던 사람인데... 기억 안나세요? 그때 제가 나중에 돈벌어서 사장님한
테 겜비 갚을거라고 그랬었는데... " 그제서야 기억이 났다. 그때보다 머리가 약간 더
길고 피부는 새까맣게 그을리고 더 여위어서 몰라봤는데.... 자세히보니 해맑아보이
던 눈동자가 그때 그 청년임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아하.. 그때 그 청년? 하하하~ 이거 오랜만이네? 두달넘었지? 근대 여기는 무슨일
로 온거야? " 그 청년은 멋적은듯 머리를 긁적긁적 하더니 말문을 열었다. " 그때 그
일 겪고 나서요 사장님하고 했던 약속요... 가출 끝내고 집에 들어가는것..그리고 다
른사람한테 피해안주고 열심히 살기로 했던 그 약속말에요....그 약속 지켰어요. 그
날 어머니한테 전화로 연락드리구요 집으로 돌아갔어요. 그리고 하남 공단에 있는
중소업체에 생산직으로 들어가서 비록 내세울건 못되지만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사장님 한테 겜비 꼭 갚겠다고 말씀드렸죠? 이거 그때 못낸 겜비에요. 받으세요.그
리고 그때 집에돌아가라고 2만원 주셨죠. 그것도 갚을께요. 이자까지 쳐서 드릴께
요. ^__^;; "









뭐랄까... 머리를 망치로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난 동정심으로 그랬던 건
데.. 그리고 그 청년이 한 약속을 지킬거라고 믿지도 않았었는데... 이렇게 그때했
던 약속을 지키기위해 찾아와준 청년을 보니.... 정말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수많은 손님들을 상대하면서 나도모르게 사람들을 불신하는 습관이 생겼
었는데... 가슴한켠에서 무엇인가 복받치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석의 손을 보니 그
간 고생을 많이 했는지 손이 온통 상채기 투성이에 거칠어지고 투박해져있었다.










나는 스스로 너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돈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야.. 이 돈은 내가 받을수 없다. 대신 맛난 밥한끼 사주라. 갑자기 배고프다.
ㅎㅎㅎ . 우리 나가서 맛난거로 배좀 채우자야. 너도 일할라믄 잘먹어야지. 배고프
면 암것도 못한다. 나가자~ " 그녀석은 밥은 밥대로 따로 살테니 돈을 받으라고 밀
어넣었지만 나는 그럴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석을 데리고 나가서 단골식당에들
러 내가 좋아하는 뼈다귀 해장국에 쇠주 한잔 걸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
다.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어린 너한테 오히려 많은걸 배웠다 녀석아..고맙다 정
말.. 그녀석과 헤어진후 참 많은걸 생각했다. 약속이라는것.. 그리고 믿음 이라는것..









pc방 하면서 정말 세상인심 드럽다고 생각한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그 청년
을 만나고나서는 그래도 세상은 참 살아볼만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뒤로
내가 pc 방을 갑자기 접고 정리하면서 지금까지 만날수 없었지만 지금도 힘들때
면 그녀석의 해맑은 웃음을 떠올리고는 한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여러분들에게 이런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 아직도 세
상은 한번쯤 살아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말을.....!!! 재미없는 글 끝까지 읽
어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음에는 더 좋은 글로 찾아뵐것을 약
속드리며 글을 맺습니다! 모두 행복하고 즐거운 한주 되시길~~~!!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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