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어느 선배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해 주었었다.
"세상엔 말이야 아직 돌(石)보다는 쌀(米)이 더 많다구.
그러니까 돌을 골라내 가면서 그럭저럭 먹을 수 있다는 말이지.
다시 말해서 세상이란 아직은..
쌀이 돌보다도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살살 골라내 가면서 먹을만 한 밥과도 같다는 말이야!"
만약 우리가 먹을려고 지은 밥에..
'쌀'보다도 오히려 '돌'이 더 많다면 어떻게 될까..??
죽도록 배는 고프니 어떻게든 먹기는 먹어야만 할 것이고
그처럼 세상에 좋은 일.. 좋은 사람보다도 더 나쁜 일 나쁜 사람이 훨씬 더 많다면..
그야말로 생지옥이나 다를 바 없을 것이었다.
허긴 벌써부터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살아있는 이 곳 그러니까 현세(現世)가
곧 지옥이라고는 하두만 나는 아직 그렇게 생각지는 않는다.
오늘은 회식이 있어 직원들과 사무실 가까운데서 저녁을 먹고 조금 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서는 길로 세탁기부터 돌려놓고 근무할 때 신는 운동화도 빨고
가볍게 샤워를 하고 빨래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TV 앞에 앉아 손톱 발톱을 깎고
가지런하고 깔끔하게 정리를 했다.
(거의 2주 마다 하는 행사와도 같았다.. ㅎㅎ)
그러는동안 무심히 켜놓은 텔레비젼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듣다가 말다가 했는데..
요즘 부쩍 심해져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집단자살에 대한 심층취재였다.
그 프로그램에서도 결론은..
'세상은 아직 살 만하다!'였다.
그렇다.
살다가 보면 정말 뒈지도록 힘들고 눈 앞이 캄캄할 때도 많다.
바닥이 안보이는 벼랑 끝에서 그 누구의 손길도 없이 홀로 죽음과 춤을 추듯 할 때도 있고
그럴 때면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소위 '자살'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어떤 이가 그렇게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것이 죽는 것이다!'라고...
어떤 시각에서 보면 영 틀리는 말은 아니다.
죽고나면 분명 힘든 것은 없어질 테니까 말이다.
천당과 지옥이 있다지만 갔다와 보고 나서 말해주는 사람은 실상 없으니
현실적으로 피부에 와닿지는 않을 것이고..
다시 태어난다고는 하나 한 번 더 인간으로 태어날려면 수백만 억 겁은 지나고 나서야
(그 전에는 다른 생명 또는 존재로 태어날 수도 있겠지만)
있을 법한 일이니 너무 겁내거나 기대할 것도 못 될 것이었다.
그러니 낑낑대며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죽은 편이 더 편하기야 하겠지.
하지만 이왕 세상에 귀하디 귀하게 태어났으니..
최소한의 밥값은 하고 가야하지 않을까..??
더더구나 속세에 저질러놓은 게 있다면 그에 대한 책임도 다해야만 할 일이다.
그렇게 못한다면 또 다른 누구 하나가 그 뒷치닥거리를 하느라..
곱배기로 힘든 삶을 살아야만 할 것이었다.
다른 그 어떤 장황한 설명도 필요 없었다.
내 고개가 끄덕여지고.. 나를 공감시켰으며..
나 역시 그런 마음으로 견디고 살 수 있었던 단 한가지는..
바로 살아야만 할 '이유'를 찾는 것이었다.
무엇이라도 상관 없을 것이고 어떤 것이라도 괜찮을 것이다.
자신이 살아야만 할 이유.. 곧 '존재의 이유'를 찾는 일이야 말로...
세상 그 어떤 고난과 절망과 좌절을 극복할 수 있는 의지와 희망과 힘이 될 것이다.
그 것이 가족이 건.. 친구 건(나에겐 상당부분 차지한다)..
연인이건.. 사랑이 건 간에 괜찮다.
아니면 순전히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라도 상관없겠지만..
내 경우엔 오로지 나자신만을 위해서라기엔 너무 명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만약 어떠한 것이건 간에..
살아야만 할 이유를 찾고 나서 다시 한 번 푸르런 하늘을 올려다 보라!
가슴이 시리도록 싱그러움을 느껴지고 세상은 한층 더 밝고 맑게 보여질 것이다.
그런 마음에 한 줌 더 '사랑'이 더해진다면...
비로소 우리 눈앞에 찬란한 무지개가 펼쳐질 것이다.
사랑이란 '프리즘'과도 같아서..
세상 모든 것을 무지개빛으로 아름답게 느껴지도록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