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에 뜬 달
하늘에 달이 뜨면 우물에도 뜹니다.
옛날 어는 달 밝은 밤이었습니다.
스님 한 분이 물병을 들고 우물에 갔습니다.
맑은 물 위에 달이 환히 떠 있었습니다.
스님은 그 달이 하도 가지고 싶어서
물과 함께 길었습니다.
그리고 방에 돌아와 물병을 기울여 보았습니다.
달은 간 곳 없고 물만 쏟아졌습니다.
우물에 환희 뜬 달은 여간 아름답질 않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아름다워도 진짜 달은 아닙니다.
진짜 달은 하늘에 떠 있습니다.
- 수필가 정진권의 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