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앞에서 아내와 다투었습니다. [ad fontes님 글]
휴가가기 며칠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어느 쉬는날 오전 아이들 모두 유치원과 놀이방에 가고 아내와 둘만 집에 있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영화나 같이 오붓하게 보고 오자고 아내가 제안하더군요.
저도 마침 영화가 보고 싶었는데 잘되었다 싶었지요.
요즘 한창 뜨는 영화 '해운대'를 보기로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룰루랄라~ 입가에선 노래가 나왔습니다. ㅎ
차가 조금 막혔습니다.
영화관에 상영시간 5분 전에 도착했습니다.
영화관 바로 앞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내렸습니다.
저는 빨리 들어가고 싶은 급한 마음에 바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아내가 저를 막습니다.
"좀 더 싼 주차장을 찾아보자~
근처에 관공서라도 있으면 거기 주차하면 더 싸고 좋잖아."
빨리 영화관에 들어가서 자리잡고 차분하게 영화 시작을 기다리며
그러고 싶은데.... 기분이 갑자기 좋지 않았습니다.
경제적인 부분에서 아내의 고집을 잘 알고 있기에
저는 할수없이 다시 차를 타고 근처에 주차장이 있는 관공서가 있는지 찾았습니다.
물론 제 입에서는 계속 투덜~투덜~ 못마땅한 말이 나오고 있었지요. ;;;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관공서가 있긴 했지만
거기에 주차하고 나오는 제 기분이 완전히 엉망이었습니다.
이제 시간도 상영시간을 훌쩍 넘겨버렸습니다.
이것때문에 횡단보도 앞에서 서로 투닥투닥 거리다가.....
그냥 차를 타고 집으로 다시 오고 말았습니다. ;;;;;;;;;;;;;;;;;
차안에서는 서로 한마디 말도 없이.... 그렇게 왔지요. ㅎ;;
아내는 그것도 하나 못맞춰주냐고 제게 핀잔을 주더군요.
저는 저대로 그깟 돈이 얼마나 나온다고
오랜만의 기분을 그것때문에 망치느냐고 대꾸했지요.
아내는 돈을 아끼는게 몸에 베었습니다.
장모님이 그러시는데 그 부분을 아주 꼭 닮았습니다.
마트에서도 1,000원 2,000원에 목숨겁니다.
더 싼 것을 찾아서 삼만리.... 합니다.
그렇게 궁색하게 그러지 말라고 해도 그게 잘 안됩니다.
가정의 경제를 생각해서 그런줄 알면서도 어쩔땐 아주 답답해 보일때도 있습니다.
이번 여름에 휴가가서 서로 이야기하며 모든걸 다 풀고 왔습니다.
아내를 이해하려고 합니다.
그런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베었기에 지금의 가정을 꾸려나간다고 믿습니다.
저와 똑같은 아내를 만났다면 아마 우리집은 오래전에 망했을 지도 모릅니다.
언제 다시 시간을 내서 코앞에서 못본 영화 '해운대'를 아내와 같이 보아야 겠습니다.
이번엔 내가 먼저 찾아가서 지난번 그 관공서 주차장에 들어가렵니다.
어쩌면 부부란 평생 서로 알아가는 사이인가 봅니다.